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71)
제171화
171화.
푸른 나무숲, 구석의 트롤 군락.
수많은 트롤 군락 중 비교적 구석진 곳에 도달한 도현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쯤이면 되겠다.”
-확실히 사람이 없군요. 좋은 장소를 찾은 거 같습니다, 주군.
-헥헥……. 너무 빨라. 처, 천천히…….
나란히 서서 땀을 훔치는 찰리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숨에 벅차하는 지하드.
흥분한 도현이 속도 조절을 하지 않고 냅다 달린 탓에 따라오기 벅찼던 것이다.
그나마 기사인 찰리가 체력이 좀 더 받쳐줘서 버틸 만했지만, 네크로맨서인 지하드는 아주 죽을 맛이었다.
-리자리자!
-……부럽다. 나도 주머니 타고 가고 싶네.
-리자? 리자!
-내 몸집에 당연히 안 들어가지, 인마.
그런 속도 모르고 해맑게 웃는 엘리자를 보며 볼멘소리를 내는 지하드.
피식 웃은 도현이 앞으로 한 걸음 발을 들이밀자, 곧 메시지가 떴다.
[트롤 군락에 들어오셨습니다.]메시지가 뜨지만, 이곳은 던전이 아니다.
그렇다고 히든 필드도 아니다. 그저 필드 안에 부수적으로 붙어있는 곳일 뿐.
그렇기에 추가 혜택이나 돌발 퀘스트가 뜨지도 않는다.
그럼 군락에 무슨 의미가 있냐 물을 수도 있지만, 실력에 자신 있는 사람들에겐 이만한 꿀 사냥터가 없었다.
[트롤들이 침입자를 감지하였습니다. 전투에 대비하십시오.]몬스터를 몰아올 필요 없이 알아서 침입자를 처단한답시고 몰려드니까.
난이도가 어려워지지만, 달리 말하면 단시간에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여기가 실험하긴 제격이지.’
그게 도현이 이곳을 찾아온 이유였다.
맹격참(猛擊斬)의 성능을 실험하기에 이곳만큼 적합한 곳이 없었으니까.
게다가 루리엘의 퀘스트 재료 대부분이 군락에 있었으니 일석이조였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던가.
크어? 크어어!
크어어어!
때마침 도현을 발견하곤 달려드는 트롤 무리.
그 수만 열 마리가 넘었다.
저번에 퀘스트를 진행하느라 들린 군락보다 더 많은 수였다.
군락 중에서도 트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었던 모양.
-언데드 소환할까?
“아니.”
-응.
멋쩍게 뒤로 물러나는 지하드.
반면 도현은 앞으로 한 걸음 내밀었다.
크어어!
그것만으로도 놈들과의 거리가 확 좁혀졌다.
도현이 보폭을 넓게 내민 것도 있지만, 놈들이 워낙 흥분해서 달려드는 탓이었다.
이윽고 4M 정도의 거리로 좁혀진 순간.
[맹격참(猛擊斬)을 발동합니다.] [검에 맹격(猛擊)의 기운이 담깁니다.]도현의 신형이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는 게 이런 걸까. 흐릿하게 흩어지던 신형이 이내 엄청난 속도로 쏘아지며 검을 휘둘렀다.
검에는 은은한 초록색 기운이 담겨있었다.
서걱-!
일격(一擊).
크어어어-
검에 베였던 트롤이 검에서 튀어나온 연한 초록빛의 충격파에 뒤로 몇 걸음 밀려났다.
도현이 다시 한 발짝 발을 내디뎠다.
그리곤 다시 휘둘러지는 검.
이격(二擊).
[군락의 트롤을 처치하였습니다.]두 번의 베기로 트롤을 베었고.
그 뒤로 튀어나온 트롤을 다시 베었다.
이번에도 두 번의 베기가 필요했다.
하나 그 다음 순간.
[사격(四擊) 중첩 상태입니다.] [데미지가 중첩됩니다.] [중첩 스텍에 따라 맹격의 이동 거리가 늘어납니다.] [1초 이내로 사용할 시 맹격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서걱- 크어어!
오격(五擊).
[군락의 트롤을 처치하였습니다.]단 한 번의 베기로 트롤이 죽었다.
어느덧 노란빛으로 바뀐 검은 이전과 다른 기세를 머금고 있었다.
그때부터 종횡무진이 시작되었다.
서걱! 서걱-
칠격, 구격, 십이격…….
검을 한 차례 휘두르며 나아갈 때마다 트롤이 죽었다.
그저 그게 다였다.
동료의 죽음에 분노한 트롤 몇이 달려들어도 그저 베고 지나가면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군락의 트롤을 처치하였습니다.] [트롤들이 침입자를 감지하였습니다. 전투에 대비하십시오.]어느덧 열이 넘어가던 트롤들이 모두 죽고, 순식간에 새로운 트롤들이 몰려왔다.
달라질 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해졌다.
후웅-
크어?
이제 도현의 맹격은 4M가 넘는 거리를 한순간에 베어내는 경지에 도달해있었으니까.
겨우 한 발짝 거리였던 한 걸음은, 이제 돌진베기가 되어있었다.
[최대 중첩에 도달합니다.] [이동 거리가 최대거리입니다. 더는 늘어나지 않습니다.] [공격이 막히거나 실패하면 초기화됩니다.] [검의 맹렬한 기운이 최대치에 달해 붉게 물듭니다.]원샷원킬!
아니, 원킬을 넘어 일격에 두 마리씩 베어 넘기며 나아갔고, 어느덧 도현은 멈출 수 없는 파괴 전차가 되어있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8T 트럭이 이러할까.
쾅! 콰앙! 서걱- 퍽!
본래는 대상을 뒤로 넉백시키며 맹렬히 연격을 이어가는 스킬인데, 지금은 뭐 양민학살기가 따로 없었다.
미친 듯이 군락의 트롤들을 쓸어넘기는 도현을 보며 찰리가 혀를 내둘렀다.
-저 맹렬한 기세……. 과거 적군의 기사단장이 사용하던 검술이 분명하군.
-뭐야, 저걸 알아?
-지금은 멸망하여 사라진 왕국일세. 끝내 전쟁에 패한 장군이지만, 그 남자의 기세를 누구도 막아낼 수가 없었지.
-오호……?
-그를 모방하려는 자는 많았으나, 그자의 검술을 저렇게 훌륭하게 구사하는 사람은 없었네. 대체 주군의 한계는 어디까지란 말인가. 성장하는 속도가 그저 경이로울 따름이군.
붉은 기운을 흩뿌릴 때마다 피가 튀며 트롤들이 죽어 나간다.
앞길을 막는 적은 모조리 베어 넘기며 끝없이 나아간다.
그 모습을 보자니 과거 전장에서 보았던 학살귀를 다시 한 번 마주한 기분이었다.
잊혀진 그의 검술 일부가 사도들에게 전파되었다는 걸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마주하니 기분이 묘한 게 사실이었다.
‘흐음.’
베어 넘기며 그 얘길 듣던 도현이 관심을 표했다.
전장의 학살귀.
멸망한 왕국의 기사단장의 검술이라…….
‘지금 NPC들의 비전 검술은 스킬 뽑기론 못 배울 텐데.’
그게 가능했다면 굳이 유저들이 NPC의 제자가 되려 들겠는가.
죽은 NPC의 기술은 예외인가?
영웅급 스킬 정도 되면 상당한 위력을 구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쩌면 그 출처가 죽거나 잊혀진 과거 영웅들의 기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도현의 추측이 아니었다.
이런 쓸데없는 주제로 떠드는 걸 좋아하는 커뮤니티에서 이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한 적이 있었으니까.
그때 나온 주장 중 하나가 유저의 스킬은 과거 영웅들의 기술이다라는 설이었다.
‘어쩌다 보니 그쪽 주장을 증명하게 되었네.’
흥미롭긴 했으나 그뿐.
피식 웃은 도현이 다시금 앞으로 내디디며 검을 휘둘렀다.
후웅-
“아.”
생각 없이 휘두른 검이 허공을 휘적거리는 걸 보며 도현이 멈칫했다.
어느새 적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1초 이내로 맹격참(猛擊斬)을 발동하지 못했습니다.] [맹격참(猛擊斬)이 중지됩니다.] [군락의 트롤 대부분을 소탕하였습니다.]‘스킬 하나로 소탕 직전이라니. 진짜 개사기긴 하다.’
더는 트롤들이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숨어있거나 지형상의 문제로 아직 나오지 않을 것일 터.
아마 모든 트롤이 다 튀어나왔으면 스킬 하나로 군락 하나를 소탕하는 것도 과장이 아니었을 거다.
‘보라아재가 그렇게 탐을 낼 만했네.’
보라아재한테 찰떡인 스킬이긴 했다.
한 방 딜과 깡스펙만큼은 뎀로크의 그 누구보다 강력한 게 보라아재였으니까.
그런 보라아재가 맹격참을 썼다면…….
‘어우, 끔찍하네.’
지금 저 트롤들이 모두 유저들이 되어있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맹격참의 효과도 제대로 누렸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트롤 군락을 소탕하며 재료를 수집할 일만 남았다.
이 속도라면 보름은 무슨, 더 빠른 시간내에 모든 노가다 퀘스트를 끝내는 것도 가능할 터.
‘좋아, 가보자고.’
기세가 오른 도현이 성큼 앞으로 향했을 때였다.
띠링-
[접속 가능한 시간이 10초 남았습니다.] [잠시 후 접속이 종료됩니다.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십시오.]“…….”
눈치 없이 떠오른 문구에 멈칫한 도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순간 끓어올랐던 의욕이 확 식는 게 느껴졌다. 하기야 1시간 동안 이 정도면 뽕을 뽑아도 단단히 뽑은 것 아니겠는가.
[RCD 영상 녹화를 종료합니다.]“나 시간 다 됐다. 가본…….”
-음. 조심히 가십시오, 주군.
-우리도 이만 쉬자.
-리자리자!
말이 끊기며 로그아웃되는 도현이었만, 익숙했던 찰리와 지하드, 엘리자는 쿨하게 인사를 받으며 가디언룸으로 들어갔다.
푸슈-
“오늘도 알찬 하루였다.”
캡슐이 열리고 기지개를 켠 도현이 흡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좋은 스킬을 뽑은 날은 역시 기분이 좋았다.
적당히 몸을 풀고 거실로 나오자 소파에 등을 기대고 쪼그려 앉아 TV를 보는 현아가 보였다.
그에 도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갑자기 기분이 더럽네.’
싸인을 요청하던 현아의 수줍은 얼굴이 떠올라버린 것이다.
끔찍한 걸 떠올린 도현이 얼굴을 와락 찌푸리자, 눈이 마주친 현아도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뭐해? 왜 못생긴 얼굴 더 못생기게 하고 있어.”
“오늘 너무 끔찍한 걸 봐서 말이야.”
“거울?”
“뒤진다 진짜.”
오늘도 평소와 같이 덕담(?)을 주고받은 도현이 물로 타들어 가는 목을 축였다.
역시 게임하고 나와서 마시는 시원한 물 한 잔이 최고였다.
그때였다.
“카이저 영상은 언제 올라오지.”
“푸훕!”
“아니, 뭐해! 더럽게 왜 물을 뿜어!?”
“아, 아니. 사례 걸려서. 그보다 카이저 영상은 왜?”
느닷없이 훅 들어온 발언에 물을 뿜은 도현이 당황한 기색으로 물었다.
그러자 머리를 휙 넘기며 당당하게 답하는 현아.
“아~ 나 오늘 카이저 봤거든. 필보 잡는 거 직관했다? 부럽지? 진짜 컨트롤 미쳤더라.”
“……그, 그래? 너 카이저 별로 안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카이저보단 베르제라며.”
“아니 뭐……. 안 좋아했던 건 아니고 별 관심이 없던 건데.”
“그런데 갑자기 왜?”
“실제로 보니까 민이랑 수연이가 왜 그리 카이저, 카이저 노래를 불렀는지 알겠더라.”
좀 전의 일을 회상하듯 감회에 젖은 눈이 된 현아가 신이 나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베르제는 요즘 이미지가 좀 그래서 그런가 한풀 꺾이고 있던데? 뭐 여전히 얼굴 때문에 좋아하는 얘들 많기는 한데 난 이젠 별로? 차라리 카이저가 더 남자답고 멋있지.”
“이런 미친…….”
“뭐? 왜 갑자기 욕을 해?”
“아니야. 카이저 멋있지. 남자답고.”
“그치?”
현아는 알고 있을까?
지금 제 입으로 오빠를 멋있다고 칭찬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대 들켜선 안 되겠다 다짐하고 있을 때였다.
“아!”
문득 떠올랐다는 듯 탄성을 지른 현아의 태도가 돌변했다.
방금까지 카이저를 칭찬할 땐 언제고,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는 것이다.
“그런데 카이저 인성 안 좋은 거 같아.”
“……? 그럴 리가 없는데?”
“아냐. 분명 들었어. 내가 싸인 요청했더니 나한테 욕을 했다니까? 눈에 거슬리면 접어버린다는 소문이 사실인가 봐.”
“에, 에이. 잘못 들은 거겠지. 아니면 그냥 다른 일 때문에 욕했는데 타이밍이 맞은 거 아닐까? 네가 너무 예민한 거겠지.”
“그런가? 아닌데……. 그런데 왜 오빠가 쉴드를 쳐? 오빠가 누구 쉴드 칠 사람이 아닌데. 쉴드로 치면 모를까.”
그러며 수상하다는 듯 빤히 바라보는 현아.
아차 싶었던 도현이 입을 다물었다.
지이이잉-
그 순간 휴대폰이 진동을 토해냈다.
[곽재열 : 와씨! 나 카이저 봤다!] [김두형 : 진짜 미쳤음. 빨리 영상 올라왔으면 좋겠다 진짜. 와…….] [김현수 : 얘들아, 축하해줘라. 오늘부터 종현이도 우리 킹갓제너럴 카이저 펀치 길드에 들어오기로 했다. [유종현 : 어쩔 수가 없었다. 카이저가 날 너무 유혹했음. 이 마성의 남자……] [김두형 : ㅁㅊㄴㅋㅋㅋㅋ] [곽재열 : 그런데 도현이는 뭐함? 얘 요즘 수상하지 않음? 말도 별로 없고.] [김두형 : ㄹㅇ 특히 카이저 얘기만 나오면 조용해짐. 얘 카이저랑 뭐 있냐?]숨통을 조여오는 현아와 친구놈들을 보며 도현이 꿀꺽 침을 삼켰다.
‘……이거 혹시 조진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