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72)
제172화
172화.
지금껏 이토록 긴장한 적은 없었다.
서버 최초로 전설급 네임드 드래곤을 마주했을 때도 이런 긴장감은 아니었다. 타들어 가는 목을 마른 침이 간신히 적시고 있을 그때.
“오빠 혹시…….”
빤히 바라보던 현아가 입을 뗐다.
“카이저 팬이야?”
“아니. 절대 아니…… 응?”
무릎반사처럼 극구 부정하던 도현이 멈칫했다.
예상했던 질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반면 그런 도현의 강력한 부정에 현아도 당황한 듯 말을 이었다.
“아 진짜? 안 하던 쉴드도 치고, 말하는 것도 민이 보는 거 같아서 팬인 줄 알았는데……. 아니면 말지. 왜 그렇게 부정해?”
“어…… 아니, 뭐 팬까지는 아니고. 그냥 좋게 생각하는 정도지. 뎀로크에서도 자주 봤으니까.”
“아 맞다, 뎀로크 했었지 오빠. 카이저랑 친분도 있다 했나?”
“그건 아니고. 카이저는 나 모를 거야.”
어물쩍 말을 돌린 도현이 이때다 싶어 자리를 떴다.
“나 일단 자야겠다. 너무 피곤하네.”
“벌써? 하여튼 밤낮은 참 잘 지켜. 겜돌이들 보면 밤낮 뒤죽박죽이라는데 오빠는 게임만 하면서 왜 그렇게 성실해? 공부를 그렇게 했으면 하버드 갔겠다.”
그래서 게임에서 1위 찍긴 했잖아.
그 말을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진 못한 도현이 대충 답하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잠시 방문에 기대어 소리를 듣다가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후…….”
십년감수가 이런 건가.
진짜 깜짝 놀랐네.
‘그걸 들었을 줄이야.’
못 들었다고 해서 무사히 넘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듣고도 귀를 의심한 거였나보다.
앞으로는 좀 더 주의하기로 한 도현이 단톡방을 들어갔다.
[김현수 : 있긴 뭐가 있겠냐 ㅋㅋㅋ 걍 배 아파서 저러는 거지.] [곽재열 : 하긴. 쟤 뎀로크 오지게 했었잖아. 카이저 팬일지도 모름.] [유종현 : ㄴㄴ 내가 볼 때 뎀로크 시절 카이저한테 PK 당한 거 같음. 얘기만 나오면 이가 갈리는 거지.] [곽재열 : 아 맞네 ㅋㅋㅋㅋㅋㅋ 그거였네] [김두형 : 아니, 진짜 그 똥망겜을 어떻게 그렇게 오래 할 수가 있지. 카이저도 카이전데 쟤도 난 놈이여.] [유종현 : 우린 근데 언제 만나냐? 도현이도 전역했는데 한 번 다 모여야지.] [곽재열 : 맞네. 날짜 함 잡자.]다행히 놈들도 별 의심 없이 넘어간 듯했다.
하긴 저놈들하곤 만난 적이 없으니 의심을 살 것도 없겠지.
‘언제 한 번 보긴 해야겠네.’
군대에 가기 전엔 그래도 종종 만났었는데.
전역하고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는 걸 생각하면 볼 때가 되긴 했다.
언제 한 번 날짜를 잡기로 한 도현이 휴대폰 화면을 넘겼다.
[카이저 TV] [구독자 수 : 698.7만]구독자가 쑥쑥 올라 벌써 700만을 앞두고 있다.
조회 수도 모두 천만을 넘어 이천만을 향해있는 상황.
댓글도 칭찬 일색으로 가득했다.
물론 팬이 많아지면 안티도 많아진다고, 시기 질투에 가득 찬 네티즌들이 악플을 달기도 했지만…….
-카신교님들 여기에요! 이 자가 신을 모욕했습니다!
-시기 질투에 눈이 멀어 해서는 안 될 짓을 하다니, 이 어찌나 우매한 자란 말인가!
-광신도 님께서 용서하지 않으시리라.
-밤의 필드를 조심하십시오. -카신교-
-이런 미X놈들…… 카신교에 들어가면 미치는 거냐? 미친놈들이 카신교에 들어가는 거냐?
-글쎄. 닭이 먼저다, 달걀이 먼저다 같은 거 아닐까?
그런 자들은 우리 든든한 카신교 회원들이 척결해주고 있었다.
‘저 중에 현아 친구도 있다는 거지?’
그리 생각하니 조금 소름이 돋긴 했지만, 그래도 자기 편이 되어주는데 나쁘게 생각할 건 없었다.
일종의 밈이 되어버려 반 장난으로 저러는 것도 있을 테니까.
그나저나 상승세가 범상치 않다.
프라텔에 오고 나서는 아직 뭔가를 이룬 게 없다는 걸 생각하면, 사르기스 1위를 쟁탈한 게 어지간히 영향력이 컸던 모양.
‘이 정도면 수익이 얼마가 나오는 거지?’
편차야 있겠지만 이 정도 길이의 영상이면 대충 조회수당 6~12원이 나온다고 들은 거 같은데.
얼핏 계산해도 억이 넘어가는 액수에 도현이 혀를 내둘렀다.
‘돈 벌기가 이렇게 쉬워도 되나?’
지금도 적당히 템을 처분해서 통장에 3천만 원이 쌓여있다.
많은 걸 이루긴 했지만, 뎀로크 시절에 비하면 새 발의 피건만 수익은 몇십 배가 넘었다.
‘돈 벌면 뭐하지. 엄마 선물이랑……. 아빠도 곧 돌아온다 했으니 선물 챙겨드리고.’
그러고도 돈이 남아돈다.
집을 장만하기…… 에는 부족하고, 차라도 한 대 뽑아야 하나?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새어 나온 도현이 휴대폰 화면을 껐다.
‘영상 작업해야지.’
이런 혜자스러운 직업이 또 어디 있겠나.
편집을 귀찮아했던 과거를 반성하며 힘차게 필드 보스 사냥 영상 편집 작업에 들어갔다.
이제는 나름 적응이 되었다고, 그래도 전처럼 오래 걸리지 않았다.
편집하는 게 적은 것도 한몫하리라.
두 시간도 안 되어서 뚝딱 처리한 도현이 업로드를 마치곤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와! 영상 벌써 올라왔네! 나도 나왔으려나? 아, 어차피 모자이크됐겠구나.”
그러자 문밖에서 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그 불편한 동거인가 하는 그거인가.’
정체를 들키면 안 된다.
정체를 숨기는 자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자.
두 사람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영화 포스터 문구 망상 한 편 뚝딱 해치운 도현이 지겹게 울리는 진동에 휴대폰 화면을 슬쩍 곁눈질했다.
[곽재열 : 영상 떴다!! 빨리 다 확인해!] [김두형 : 와……. 영상으로 봐도 지린다. 우리가 저걸 직관했다는 거지?] [유종현 : 카이저 펀치! 카이저 펀치! 카이저 펀치!]미리 보기로 쉴 새 없이 떠드는 친구놈들의 까똑을 보던 도현이 휴대폰을 뒤로 휙 던졌다.
조만간 보기로 했는데 볼 자신이 없다.
‘난 모르겠다.’
더 생각하기 머리 아팠던 도현은 될 대로 되겠지라는 심정으로 이불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일주일이 지났다.
* * *
갓오세 커뮤니티에서는 각종 얘기가 나오는데, 그중에는 꼭 카이저에 관한 얘기가 나오곤 했다.
카신교부터 카이저 안티, 별 관심 없는 사람까지.
늘 화젯거리를 가지고 오다 보니 수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함께 얘기하게 되는 것이다.
-카이저 설마 메인 퀘스트 하고 있는 거 아니냐?
최근에 핫한 주제는 다름 아닌 메인 퀘스트였다.
혼자 다른 게임을 하는 카이저다 보니 당연히 한 번쯤 나와야 할 얘기.
-엥? 웬 메인 퀘스트? 바리온이 그딴 거 없다 했잖.
-뭔 메인 퀘 드립이냐 ㅋㅋㅋㅋ 그런 게 있었으면 진작 풀렸겠지. 10대 길드랑 모험왕 타이틀이 X으로 보이냐?
출시한 지 1년 6개월.
10억 명이 플레이하는 게임에서 아무도 메인 퀘스트의 단서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 걸 이제 막 시작한 카이저가 어찌 깨고 있겠는가.
그렇기에 다들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에이 그건 아니지~’ 했던 건데 최근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고 있었다.
-메인 퀘 아직 안 풀린 게 정설이긴 한데……. 그렇다기엔 솔직히 의심스럽긴 함.
└ㄹㅇ 계약자 영상도 그렇고, 혼자 다른 게임을 하는 게 그게 맞냐?
└브리온 구간에서 그런 연출이 메인 퀘 말고는 설명이 안 되잖아.
└뭐야, 그럼 카이저가 최초로 메인 퀘 진행 중이라는 거임?
└무조건 그렇다는 건 아닌데 솔직히 의심스럽다 이거지.
계약자 영상 때 보여준 마지막 괴물들의 형상들이나.
난생 처음 보는 기괴한 인간형 보스와의 전투나.
그 외 혼자서 다른 게임을 하고 있는 것들과 비정상적인 스펙 모두 메인 퀘스트의 영향이 아니냐는 것에 신빙성을 더해준 것이다.
-내가 듣기론 100대 길드들 카이저가 메인 퀘 하는 걸로 가정하고, 레이븐부터 브리온까지 조사하고 있다던데.
└피닉스 길드랑 백두산 길드도 움직였더라.
└듣기로는 몇몇 10대 길드 탐험가들이 그 근처에 머무는 거 보였다던데?
└대박……. 10대 길드도 나서는 거임?
└솔직히 신대륙에 집중하고 있어서 그렇지, 신경 쓰일 만하지. 10대 길드 얘들 중 메인 퀘 얻는 곳이 독보적인 위치로 상승할 텐데.
└ㄹㅇ 지금이야 당장 카이저한테 뭘 할 수도 없고, 체면도 안 살고 하니까 눈치만 보고 있는 거지. 제국 오면 바로 접근할 듯ㅋㅋㅋㅋ
└카이저가 차라리 길드 안 든다는 포지션인 게 다행인 거지. 아니었으면 ㄹㅇ 전쟁 났을 수도 있음.
그리고 그 생각을 품는 건 길드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길드이기에 이런 거에 더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가 카이저가 지나온 길들을 최대한 찾아내 조사하는 거였던 것.
-어떻게 될까 궁금하네.
-메인 퀘스트 근데 우리가 먼저 알아내면 안 됨?
-그럼 썰리거나 스카우트 당하거나 둘 중 하나겠지. 그리고 현실적으로 어케 쟤네보다 먼저 찾겠냐 ㅋㅋㅋ 걍 팝콘 뜯으면서 구경하는 게 최고임.
메인 퀘스트고 뭐고 어차피 남의 얘기였던 일개 유저들의 입장에선 이토록 흥미진진할 수가 없었다.
자연스레 카이저의 행보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카이저 지금은 뭐하는데?
-루리엘한테 잔소리 듣던데?
-와, 그 꼰대년 하다하다 신한테도 훈수질을 하는구나.
-루리엘? 그게 누군데?
-프라텔에 떠돌이 NPC 있음.
-근데 듣기로는 걔한테 퀘스트 받은 거 같다는 설도 있던데. 일주일 내내 사냥하고, 루리엘 만나고 반복하고 있대.
└루리엘이 퀘스트를? 욕은 바가지로 줘도 퀘스트는 한 번도 준 적 없지 않냐?
└어? 설마…… 이것도 메인 퀘스트?
└어??
그리고 그 관심이 극에 달해가던 순간.
-야이씨, 미친!! 지금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냐!
-와, 미쳤다! 히어로 길드에서 일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핵폭탄이 터졌다.
-히어로 길드 왜, 뭔데. 또 뭐 밈 터짐?
└ㅋㅋㅋㅋ 언제 한 번 신고 먹을 줄 알았다, 내가.
-아니 씨X, 그딴 게 아님. 지금 빨리 히어로 길드 공고 봐보셈. 난 분명 말했다. 나 먼저 간다!
-대체 뭐길래 저러는…… 어? 어어?
-헐……? 이거 진짜야?
히어로 길드에서 공식적으로 올린 하나의 공지.
[저희 히어로 길드는 6개월이 넘는 시간을 들여……(중략) 전 세계 최초로 루이드라 레이드라는 히든 피스를……(중략) ……하여 지난 과오에 보답하고자 아무나 희망자에 한하여 공략대를 모집합니다.]잡설이 무척 긴 공지의 내용은 하나하나가 핵미사일 그 자체였다.
-히든 레이드 보스……?
-공략대 인원만 100인의 초대규모? 미친……. 프라텔 최대규모 아니냐?
-와, 그간 필보에 무슨 한이 맺혀서 저리 목숨 거나 했는데 이거 때문이었네.
전 세계 최초 프라텔의 히든 레이드 보스 발견.
보스 레이드에만 15인이 참여하고, 공략대에 100인이 참여하는 대규모 이벤트.
그것만으로도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더욱 놀랍게 하는 것은 마지막 문구였다.
-뭐? 아무나 참여할 수 있다고?
-그간 본의 아니게 피해를 끼친 것에 대한 보답이라는데?
-와……. 나 베르제가 다르게 보여. 오늘따라 얼굴에 더 빛이 난다.
-이게 미연시 고수……? 이렇게 내 마음을 가져가 버리네.
-게이는 베르제가 아니라 나였누…….
-미쳤다……. 모험의 서에 공략대 참여 보상만 해도 장난 아니잖아? 무조건 참가해야지 이건!
길드원들로만 구성하는 게 아닌, 일반 유저들을 대상으로 공략대를 편성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심지어 레벨 제한만 넘기면 아무나 참여할 수 있는 폭넓은 조건!
-외쳐! 갓 베르제!
-나 오늘부터 베르제 팬 한다!
-미연시남이면 좀 어때! 나 길복동이 인정하는데!
그야말로 유저들을 환장하게 만들기 충분했고, 이는 민심을 돌리기에 차고도 넘쳤다.
-그래서 모집 언제 한다고? 2시간 후?
-조졌다. 나 바로 줄 서러 간다.
-줄 서는 거 금지래. 공평하게 기회 준다고 딱 시간 맞춰서 도시 중앙에서 연다고 함.
-와, 내가 레이드 참여를 해볼 기회가 생긴 거야? 너무 설렌다 진짜.
-아……. 시간 언제 되냐. 1분이 1시간 같네.
언제 카이저에 대해 떠들었냐는 듯, 모두가 프라텔 최초 레이드 보스인 루이드라 공략대에 집중했다.
지금 그들의 머릿속에는 오직 루이드라에 관한 것밖에 없었다.
그렇게 모두의 관심이 다른 곳에 쏠리고 있을 때.
“뭐야, 벌써 다녀온 거야? 내가 말한 거 다 잘 가져왔네. 잘했어.”
“……다 한 거지? 더 시킬 거 없지?”
도현은 떠돌이 NPC, 루리엘에게 재료 템을 건네주며 퀘스트를 검사받고 있었다.
긴장한 눈으로 답을 기다리길 몇 초.
루리엘이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하겠어. 보름도 빠르다 생각했는데 일주일 만에 다 모아오다니……. 어지간히 급했나 봐?”
[퀘스트 ‘루리엘의 조건 (7)’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루리엘의 조건을 모두 완수하여 그녀를 만족시켰습니다.] [연계 퀘스트 ‘안젤라의 비밀’이 발생합니다.]‘드디어!’
그와 동시에 떠오른 문구에 도현이 주먹을 불끈 쥐자, 씨익 웃은 루리엘이 휙 뒤를 돌았다.
“따라와. 보여줄 게 있으니까.”
일주일을 인내한 끝에.
비로소 안젤라에 대한 얘기를 들을 차례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