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73)
제173화
173화.
일주일.
누군가에겐 짧은 시간이고, 또 누군가에겐 길 수 있는 시간.
당사자에 따라 확연히 달라질 수 있는 시간이었고, 도현은 둘 중 고르자면 확고하게 후자를 택할 자신이 있었다.
지난 일주일이 도현에겐 영겁처럼 느껴졌으니까.
정확히는 시간이 아닌, 퀘스트가 더럽게 길었다.
“오, 벌써 모아왔어? 좋아, 그럼 다음 재료는…….”
“……또?”
“또라니? 아직 한참 남았어.”
“…….”
어떻게든 재료를 모아오면, 기다렸다는 듯 다음 퀘스트를 시키는 것이다.
그나마 처음 퀘스트는 양반이었다.
그래도 한두 개는 상점에서 팔았고, 보스만 잡으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잡템과 재료들이었으니까.
슬슬 발동이 걸린 건 두 번째였다.
본격적으로 트롤 군락을 털기 시작한 게 그쯤부터였으니까.
“오, 좋아. 잘 구해왔네. 그럼 이번엔 다른 군락도 털자.”
“……왜?”
“필요하니까 털지. 정보 안 들을 거야?”
“하아.”
맛이라도 들린 건지 그 후로 연달아 세 번을 군락을 털어오라 시킨 것이다.
그뿐인가. 재료는 또 얼마나 많이 털어오라는지.
하나같이 난생 처음 보는 이름이었고, 아니나 다를까 경매장에 검색해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직접 노가다를 뛰어가며 구해와야만 했다.
그중 가장 어이없던 건 5번째 퀘스트였다.
“좋아, 그럼 다음 재료는 무척 진귀한 보석으로 취급되는 까르티막인데……. 수집가들에겐 불리는 게 값인 보석이야. 그걸 트롤 군락에서 가져와.”
“그걸 트롤이 가지고 있다고? 왜? 대체 왜?”
“난들 아나. 보석 모으는 게 취미인가 보지. 그놈들 워낙 잡동사니들 모으는 거 좋아하니까.”
트롤 군락이 무슨 도라X몽 주머니라도 되는 건지.
막말로 지가 드래곤이나 고블린도 아니고, 무슨 상남자처럼 생긴 놈들이 보석을 모은단 말인가.
황당하기 그지없었지만, 어찌 됐든 도현은 구해왔다.
그렇게 헤라클레스의 열두 가지 시련을 체감하며 일곱 개의 퀘스트를 훌륭하게 끝마친 것이다.
‘진리의 눈이 없었으면 진짜 몇 달은 걸렸을지도…….’
그 모든 과정을 헤쳐나간 도현은 어째서 보름도 짧게 잡은 거라는 지 알 수 있었다.
도현조차 진리의 눈이 없었으면 자신이 없었을 정도였으니까.
어쨌거나 도현은 해냈고,
[안젤라의 비밀]-등급 : 영웅
-설명 : 떠돌이 NPC 루리엘, 그녀는 자신의 조건을 모두 만족한 당신에게 안젤라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려 한다.
그녀를 따라가 자세한 이야기를 듣도록 하자.
-클리어 시 보상 : 300골드, 일정량의 경험치, 연계 퀘스트 발생
-실패 시 리스크 : 떠돌이 NPC, ‘루리엘’이 당신을 매우 이상한 사람으로 여긴다.
-제한 시간 : 없음.
드디어 안젤라에 관한 비밀을 들을 자격을 얻었다.
소득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플레이어 : 카이저] [레벨 : 67] [HP : 7,650 / 7,900] [MP : 3,760 / 5,040] [체력 : 630 / 1,240] [클래스 : 최후의 모험가 [카시야르의 계승자>] [타이틀 (12개)]-시작부터 호감도 맥스?
-최초의 슬레이어
……(펼쳐보기)
[능력치] [근력 : 140(+116)> [민첩 : 150(+116)> [체력 : 5(+130)> [감각 : 60(+104)> [마력 : 90(+105)>잔여 포인트 : 32
60레벨부터 더럽게 오르지 않아 마의 70층이라고 불리는 구간.
여기에만 수개월을 쏟아부어야 할 것을 단 일주일 만에 67층까지 주파한 것이다.
더럽게 많은 노가다 퀘스트의 수혜였다.
누가 이 소식을 들으면 ‘에라이, 구라도 치려면 성의있게 쳐야지 새꺄’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준.
하지만 도현으로선 당연하게 느껴졌다.
‘이 정도는 받아야지.’
본래였으면 수개월을 나눠 받을 경험치를 몰아서 받은 셈이니 말이다.
인형 눈알을 세 달 동안 5000개를 붙이나, 일주일 동안 5000개를 붙이나 금액이 똑같은 게 당연한 거 아니겠는가.
그걸 가능하게 만든 압도적인 사냥속도도 한몫했고.
‘그래도 생각보다 더 성장이 빠르긴 해.’
아직 프라텔에 넘어온 지 2주도 안 된 걸 생각하면 생각 이상의 페이스였다.
설마하니 이 레벨이 되어서야 안젤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줄은 상상도 못 했을 뿐.
뭐 지금에서야 다 상관없는 일이었다.
저벅저벅.
이제는 정말 들을 일만 남았으니까.
“의왼데? 아까까진 그렇게 재촉하더니 막상 걸어갈 땐 한 번을 재촉하지 않네.”
그런 도현의 마음가짐이 태연함이라는 형태로 드러났는지 루리엘이 의외라는 듯 바라봤다.
“안 궁금해? 어디로 데려가는지?”
“가보면 알겠지.”
“흐음~”
도현이 심드렁하게 답했다.
그러자 잠시 콧소리를 내던 루리엘이 어깨를 으쓱이곤 관심을 뗐다. 저 말이 맞다 생각한 것이다.
‘안 궁금하면 거짓말이지.’
사실 별 관심 없다는 듯 답하긴 했으나 궁금하긴 했다.
지금 벌써 20분은 걸은 것 같은데 통 도착하질 않는 것이다.
-허억, 허억……. 주인……. 처, 천천히 좀…….
-으음……. 저 어린 소녀 어디에 저런 체력이 있는 건지…….
-리자! 리자리자!
말이 20분이지, 도현의 기준으로도 꽤나 빠른 속도로 가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상당한 거리였다.
실제로 지하드는 아주 죽을 맛인지 연신 거친 호흡이 잦아들 틈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 지하드의 주머니에서 열심히 응원하는 엘리자.
‘기사단장 급 스펙이라는 설이 허언은 아닌가 보네.’
저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호흡 한 번 무너지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척 봐도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것투성이인 저 소녀가, 과연 어디로 데리고 가는 것인가.
안젤라에 대한 얘기를 해준다더니 뭘 보여주려고 20분을 넘게 걷고 있는가.
터벅, 턱.
아쉽게도 당장 그 궁금증은 해결할 수 없었다.
“이제 반 좀 넘게 왔네.”
“……반?”
“길이 좀 까다로워서 돌아가느라 어쩔 수가 없어.”
이렇게 걷고도 아직 반밖에 오지 못한 것이다.
이제 겨우 반이라는 말에 지하드가 나라 잃은 백성 표정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도현의 표정은 밝아졌다.
“그냥 말없이 가는 것도 심심하고……. 안젤라에 대해 물었었지? 가면서 어느 정도 말해줄게.”
처음 보는 길로 돌아가며 수풀을 헤쳐가던 루리엘이, 궁금했던 안젤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으니까.
이야기는 생각보다 더 흥미로웠다.
험난한 길을 헤쳐가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순전히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을 정도로.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마침 도착했으니 직접 봐.”
그 덕일까.
도현 일행은 체감적으로 좀 더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나 목적지에 도착하고, 눈앞에 있는 것을 목격했을 때.
도현은 진심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건……?”
눈앞에 보이는 건 예상과 전혀 다른 무언가였으니까.
* * *
안젤라 비 마리에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군 길베룬의 죽은 부인이자 성녀라고도 불리었던 위대한 여인.
몇몇은 길베룬보다도 더욱 존경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선망받는 여인의 이름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출신은 사람들이 아는 것과 달리 초라했다.
몰락한 귀족가 레므라 가문의 장녀.
귀족 타이틀만 있을 뿐, 사실상 평민과 별다를 바가 없는 여인.
어쩌면 자산으로만 치면 평민보다도 못한 가문의 여식.
그게 안젤라 비 마리에르의 정체였으니까.
본래라면 왕의 근처에 머무를 수도 없는 위치인 그녀가 왕후가 될 수 있던 건 운명적인 만남 때문이었다.
레므라 가문에 있을 때.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았지만, 안젤라 비 마리에르에겐 특별한 능력이 하나 있었다.
“마나의 흐름과 영혼의 근원을 보는 능력.”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다는 인도자의 자격을 갖춘 것이다.
그리고 왕 길베룬은 왕가의 피를 가장 진하게 받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이 될 그릇을 지닌 남자였다.
수련을 하지 않아도 왕가 특유의 압도적인 마나량을 가지고 태어난 것.
하지만 수많은 이들의 기대를 산 것과 달리 그의 압도적인 마나는 그에게 오히려 독이 되었다.
개인이 감당하기엔 너무 많은 마나 양에 세밀한 통제가 불가능했으니까.
마나만 많은 머저리.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썩어 문드러진 놈.
선천적 마나 조절 장애.
조롱에 가까운 수식어들이 언제나 꼬리표처럼 뒤따랐다.
인도자의 그릇을 타고났으나, 그릇을 숨기고 있던 몰락가의 장녀.
압도적인 마나량을 가졌으나 마나 조절 장애를 앓고 있는 왕세자.
그런 두 사람의 만남은 그야말로 운명이라고밖에 할 수가 없지 않겠는가.
그들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주었다.
길베룬은 안젤라의 가문을 보호하고, 새로운 성을 주었으며 안젤라는 길베룬의 마나 흐름을 조절해주었다.
“모든 게 완벽하고 행복했겠지.”
그야말로 승승장구였다.
마치 하늘이 서로에게 운명의 짝을 선물해준 것처럼.
그들은 어떤 역경도 헤쳐나가며 사람들의 인정을 얻었고, 특유의 인자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성품으로 선망을 샀다.
앞으로도 이렇게 행복하게 살 줄로만 알았다.
“그것을 얻기 전까지는.”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기이한 기운을 품은 목걸이를 얻기 전까지는.
여기까지가 루리엘이 해준 이야기다.
문제는 그 후였다.
스윽.
쯧 혀를 차며 말을 끝마친 루리엘이 옆으로 자리를 비키자 드러난 무언가.
“……여자?”
그것은 한 여인이었다.
30대 정도로 추측되는 아리따운 외모에 새하얀 피부와 금발이 돋보이는 여인.
전형적인 서양의 미인상보다는 좀 더 연약하고 청순한 이미지이지만, 그 점이 오히려 더 눈길을 끌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야 뭐야? 왜 이런 곳에 누워있어?’
그녀가 투명한 유리관 안에 반듯이 누워있기에 더욱 그런 것도 있으리라.
아니, 그걸 다 제쳐두고.
그저 눈으로 보고도 이게 뭔가 싶은 마음뿐이었다.
‘숨겨둔 물건이나 히든 필드 같은 거라도 보여줄 줄 알았더니 이건 무슨…….’
길을 알고 찾아와도 찾기 힘든, 인적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숲.
그런 숲의 한복판에 놓인 투명 유리관에 잠들어있는 여인?
신비로운 광경이지만, 다르게 보면 섬뜩한 광경이었다.
띠링-
하지만 무엇보다 도현을 놀라게 하는 건 따로 있었다.
[진리의 눈이 발동됩니다.]“……?”
경쾌한 알림이 울린다 싶더니 저 여인에게서 붉은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도현도 조금 전부터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던 가정에 조금씩 확신이 더해질 수밖에 없었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애써 부정해보지만,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던가.
그 명언을 증명하듯, 메시지가 떠올랐다.
[영원한 숙면에 빠진 여인, ‘안젤라 비 마리에르’를 발견하였습니다.]“…….”
저 여인의 정체.
그건 다름 아닌 안젤라였던 것이다.
-미쳤다…….
-리, 리자……!
-음……!?
이 충격적인 사실에 지하드가 입을 떡하니 벌렸고, 그런 지하드의 로브 주머니로 고개를 빼꼼 내밀던 엘리자는 그대로 굳었다.
찰리도 충격받은 듯 떨떠름한 표정.
도현도 그와 별다를 바가 없었는데 충격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네 번째 운명의 조각의 열쇠를 찾았습니다.] [그녀만이 ‘부서진 진실의 목걸이’를 본래 모습으로 돌려줄 열쇠가 되어줄 것입니다.]“……헐?”
그것 말고는 마땅한 말이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