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75)
제175화
175화.
잘못 봤나 해서 다시 문구를 확인해보지만, 변화는 없었다.
자신이 본 그대로였다.
‘……숨겨진 레이드 보스면 히든 레이드 보스라는 거잖아?’
히든 피스인 것도 놀라운데 그게 무려 히든 레이드 보스라니.
지금 히어로 길드가 공략대까지 모집하고 있는 줄은 상상도 못 한 도현으로선 입이 떡하니 벌어지는 정보였다.
“하지만 이제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군. 루리엘이 예언된 사도인 그대를 데리고 왔으니 말일세.”
“……그 예언된 사도라는 게 대체 뭡니까?”
“……음?”
아까부터 자꾸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는 게 거슬렸던 도현이 되물었다.
길베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리곤 설명을 바라는 눈으로 루리엘을 바라보자 루리엘이 배시시 웃었다.
“하핫, 생각해보니 내가 설명을 안 했구나.”
“……루리엘.”
“미안 미안, 눈길 가는 게 좀 있어서 이것저것 파악하느라 나도 정신없었어. 지금 말해주면 되지.”
“후…….”
그럼 그렇지 하며 한숨을 내쉰 길베룬이 다시 도현을 보며 입을 열었다.
“미안하네. 얘기가 된 건 줄 알았는데 아니었을 줄은 몰랐네. 지금 얘기를 해주어도 되겠는가?”
“괜찮습니다.”
“양해해주어 고맙네.”
입꼬리를 아주 살짝 올리며 슬며시 웃은 길베룬이 말을 이었다.
“우리는 지금 곤경에 처해있네. 다른 누군가의 위협도 방해도 아닌, 순전히 나의 잘못으로 인한 일이지. 그리고 그것을 해결해줄 수 있는 존재는 사도뿐일세.”
“…….”
“하지만 아무런 사도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지.”
정보가 퍼지지 않을 믿을 만한 자.
그와 동시에 자신들을 도와줄 수 있을 만한 무력을 지닌 자.
길베룬은 그런 사도를 절실하고 원하고 있었고, 예언가 루리엘의 말에 따르면 수년 안에 그런 사도가 나타난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대가 나타났지. 루리엘과 함께 말일세.”
그 간단명료한 설명에 찰리가 박수를 쳤다.
-과연……! 주군의 영웅심을 예언가가 알아본 것이로군!
-……무슨 심? 엘리자, 쟤가 지금 뭐라고 한 거야?
-리자?
눈이 초롱초롱해져선 맞다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찰리의 모습에 지하드가 황당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도현도 우스운 건 매한가지였다.
이렇게 들으니 그야말로 영웅 서사가 따로 없던 것이다.
“그대는 예언된 사도의 기사여 그대의 말이 맞네. 뭐, 본디 예언되었던 기간보다 몇 년은 더 빠르긴 하지만 말이야.”
“……사람 일이야 매번 바뀌는데 기간 정도야 앞당겨지기도 하고 그러는 거지 뭘.”
입을 뾰로통 내미는 루리엘의 모습에 길베룬이 고개를 끄덕였다.
“탓하는 게 아니네. 나로선 좋은 일이니.”
“그럼 그럼. 넌 또 왜 보고 있어? 뭐 궁금한 거 있어?”
“나를 보증했다는 건 뭐지, 루리엘?”
“별 건 아니고. 말 그대로 내가 널 예언의 사도로서 자격이 충분하다는 걸 보증한다는 거야.”
덩달아 의문을 해결한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노가다 퀘스트가 일종의 테스트였던 건가 보네.’
어쩐지 일개 노가다 퀘스트라기엔 너무 난이도가 괴랄하다 했다.
그야말로 프라텔의 필드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건 다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여 내심 의아하긴 했다.
이게 겨우 희귀 등급 퀘스트가 맞나 싶었으니.
그저 최종 퀘스트가 많이 대단한가보다 하며 참았던 것뿐이었는데 지금 보니 테스트 목적도 있는 듯했다.
‘일주일 만에 깬 것도 영향이 있는 건가?’
시간이 더 걸렸다 해서 연계 퀘스트를 받지 못하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 거다.
이쯤 되면 저들의 목적이야 뻔했다.
히든 레이드 보스인 루이드라를 처치해달라는 것일 테니.
하지만 그 전에 궁금한 게 너무 많았다. 그중 궁금한 건 역시 잠자는 숲속의 왕후님이었다.
“그럼 안젤라는 뭡니까? 왜 숲에 잠들어있는 거죠?”
“…….”
안젤라라는 이름에 길베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나 그것도 잠시.
곧 씁쓸해진 얼굴로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가. 그곳에 다녀 왔는가.”
“뭐……. 안젤라를 찾고 다니더라고. 안젤라에 대해 말해주기로 약속하고 테스트한 거라 어쩔 수 없었어. 좀 그래?”
“아닐세. 어차피 얘기해줘야 할 말들이니. 그도 알아야 하지 않겠나. 이곳에 무슨 일이 있었고,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말이야.”
그러곤 한 박자 말을 쉰 길베룬이 곰곰이 생각하는 듯 턱수염을 쓸어내렸다.
“흠. 어디부터 얘기를 해야 할까…….”
감회에 젖은 눈이 된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선천적 마나 조절 장애를 앓고 있네.”
“그건 내가 얘기했어.”
“그런가. 그렇다면 안젤라의 능력도 얘기했겠군.”
루리엘이 수긍하자 길베룬은 눈을 감고 천천히 과거를 한 걸음씩 짚어나갔다.
이윽고 정리를 마친 그가 다시금 갈라진 입술을 뗐다.
“그래, 그녀와의 첫 만남 때부터 얘기하면 되겠군. 어린 시절이지만, 왜인지 운명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던 순간이었네.”
그렇게 길베룬과 안젤라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 *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16살 남짓한 소년이었던 길베룬과 15살이었던 안젤라.
그 시절 둘은 지금과 달리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선천적 마나 조절 장애임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었고, 안젤라는 가문이 몰락하고 있던 시기였으니까.
훗날 생각했을 때도 그때가 정말 힘들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철없게도 걱정하는 부모님과 싸우고, 숲의 끝으로 뛰쳐나갔을 때였네. 가파르기 때문에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되지만, 난 그곳의 절벽 끝에서 달을 보는 게 좋았거든.”
어린 소년이 오르기엔 버거운 곳.
하나 길베룬은 그곳을 자주 오르곤 했다.
가파른 절벽에 서면, 마치 지평선을 보는 것처럼 온전한 달빛이 그를 은은하게 비춰주었으니까.
그게 마치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날도 위로가 필요했던 날이었지.”
길베룬에게 왕위를 계승시키려는 아버지와 기대를 거는 기사들.
그리고 그와 반대로 마나 조절 장애를 앓는 길베룬을 탐탁지 않아 하는 작은 어머님과 가솔들까지.
그 모든 것에 지쳐가다 그만 터져서 버럭 화를 내고 뛰쳐나온 것이다.
한데 이게 웬걸?
오직 길베룬만이 찾아오던 그만의 명소에 처음으로 불청객이 찾아왔다.
잔뜩 경계해서 일어났으나, 그럴 필요는 없었다.
그것은 아직은 앳된 티가 나는 소녀였으니까. 작은 토끼 같은 인상의 청초한 여자아이.
15살의 안젤라였다.
그녀도 가문이 몰락하고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왔던 것이다.
하나 막상 나와보니 갈 곳이 없었고, 졸지에 길을 잃고 헤매다 도착한 곳이 절벽 끝이었던 것.
“참으로 신기하지 않나. 서로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처음 만난 곳이 절벽 끝이었다니. 어쩌면 마음이 절벽 끝까지 내몰려있었기에 그랬던 걸 수도 있겠지.”
우연으로 시작되었던 첫 만남은 둘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꾸었다.
서로가 각자의 힘으론 극복할 수 없다 여겼던 약점을 완벽하게 도와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달빛이 머무는 절벽 끝.
서로에게 위안을 얻음과 동시에 희망을 얻은 그들은 자연스레 사랑이란 감정을 싹틔워나갔다.
두 사람은 정말 잘 맞았다.
지독하게 괴롭혔던 것이 사라지자 메말라 있던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른 것이다.
“그렇게 나는 왕이 되었고, 그녀와 함께 종종 그 숲을 거닐며 미래를 꿈꾸었네.”
그렇게 평생 서로에게 안식처가 되어주며 행복한 삶을 살 줄 알았다.
“그 목걸이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설마 그 목걸이가…….”
“맞네. 그대가 한 번에 찾아내었던 안젤라의 목걸이. 우리의 운명을 바꾸고, 루이드라를 탄생시킨 진실의 목걸이 말일세.”
[길베룬과 안젤라에 대한 진실을 들으셨습니다.] [모험의 서에 기록됩니다.] [퀘스트 ‘안젤라의 비밀’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상으로 300골드, 많은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맙소사.’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만 정말로 운명의 조각이 원흉이었다.
이놈의 조각은 어딜 가도 문제를 일으키는 게, 이 정도면 사건제조기가 아닐까 의심될 지경이었다.
‘아니지. 칼은 죄가 없지. 칼을 휘두르는 사람이 문제지.’
강한 힘을 얻고 눈이 돈 사람들이 문제이지 않겠는가.
애석하게도 길베룬과 안젤라도 그런 경우였다.
다만, 그 힘을 발휘하는 방향이 조금 달랐다.
“등불 축제를 본 적이 있는가?”
“예. 두 번 정도 봤습니다.”
“원래 등불 축제는 이런 가벼운 축제가 아니었네. 축제보다는 의식에 가까웠지.”
“의식…… 이요?”
“흠, 그대는 목걸이에 대해 어디까지 아는가? 아무것도 모르나?”
그 물음에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운명의 조각을 모으는 입장이지만, 솔직히 각 조각이 어떻게 생긴 지도 모르는 판이었으니까.
“목걸이는 반쯤 부서지고 희미했지만, 그 안엔 강대한 정화의 불씨가 담겨있었네.”
“…….”
그렇기에 도현은 길베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정화의 불씨.
말 그대로 무언가를 정화해주는 불씨였는데 운명의 조각답게 부서진 조각이 품은 불씨조차 엄청난 정화력을 보여주었다.
“착용한 것만으로 마음이 안정되었고, 어떠한 오염물질이든 정화해주었지.”
여기까지만 보면 특이한 효능을 발휘하는 심신에 좋은 목걸이일 뿐이지만, 문제는 안젤라의 능력이었다.
마나의 흐름을 보는 눈.
몸 안에 깃든 정화의 불씨를 감지한 그녀는 목걸이에 담긴 진정한 능력을 파악한 것이다.
“정화의 불씨는 외부적인 게 아닌 내부적인 것까지 정화시킬 수 있었네.”
다친 마음, 정신적 고통까지도 말이다.
여기서 두 사람은 생각했다.
“이 능력이면 고통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모두가 희망에 찬 그런 나라말일세.”
그 누구도 고통받지 않으며 소중한 이들과 행복하게 살다 행복하게 가는 것.
그야말로 꿈의 낙원이지 않겠는가.
그리고 두 사람에겐 이를 실천할 능력이 있었다.
부서져 있음에도 엄청난 정화 능력을 자랑하는 ‘목걸이.’
마나의 흐름과 정화시킬 영혼의 근원을 볼 수 있는 ‘안젤라의 눈.’
정화의 불씨를 도시 전체에 피워올리는 걸 가능케 할 ‘길베룬의 압도적인 마나량.’
마치 신의 계시처럼 모든 게 탁탁 들어맞은 것이다.
“설마…….”
“……그래. 우리는 등불에 정화의 불씨를 피워 꿈을 잃고 지쳐가는 이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기 시작했네. 모두가 근심 걱정 없이 그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의식. 그게 이전의 등불 축제……. 아니, 정화 의식이었네.”
띠링-
[프라텔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험의 서에 기록됩니다.]‘맙소사.’
꿈의 도시 프라텔이 생겨나게 된 탄생 비화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 * *
그리고 그 시각.
왕성 밖, 도시는 평소보다 부쩍 소란스러웠다.
“시간이 됐군요. 루이드라 공략대 모집 시작합니다! 신청하실 분은 이쪽으로 오세요.”
“내가, 내가 먼저야!”
“나와, 새끼야!”
“와아아아!”
히어로 길드에서 진행하는 루이드라 공략.
그것의 공략대 100인을 받는 모집 타임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