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76)
제176화
176화.
모집이 시작되자 도시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와, 이게 다 공략대 줄인 거지?”
“대박……. 몇 명이냐 이게 다.”
“진짜 2시간 전부터 대기타기 잘했다. 순식간에 몰려드네.”
“미리 줄 서기 가능하게 했으면 싸움 났겠는데?”
어디를 봐도 다 유저였고, 줄이었다.
하기야 당연했다.
무려 히든 레이드 보스의 최초 공략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 아니던가.
비록 루이드라 레이드 트라이 팀에는 참여할 수 없지만, 공략대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이득이었다.
“그래 봐야 잡졸이나 잡고 보스는 손가락 빨면서 봐야 하는데 의미가 있냐?”
“그럼 없겠냐?”
“공략대 참가만 해도 모험의 서 기록으로 남는 건 물론, 공략 보상을 얻는데 이게 의미가 없어? 너 병형신이야?”
보스에게서 나오는 아이템이나 혜택은 얻지 못하지만, 그런 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
공략대에 참여하며 공략 퀘스트를 공유받는다는 것이 중요했으니까.
그저 참여해서 잡졸을 처치하는 것도 공략에 참여한 거로 인정받아 퀘스트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뿐이랴.
모험의 서에 기록도 남고, 최초 레이드 트라이도 직관하고.
어떻게 생각해도 손해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무조건 이득이었다.
“와……. 실화야? 무조건 참여해야 하는 거 아님?”
“그래서 줄 미어터지고 있잖아, 인마. 아오 좀만 더 빨리 올걸 급똥 끊느라…….”
그게 모집이 시작되자마자 인파가 파도처럼 밀려든 이유였다.
얼핏 보아도 수천 명에 달하는 유저들.
그중에는 새치기하려다 시비가 붙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런 이들은 금방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새치기는 금물이라 했을 텐데요.”
“……죄, 죄송합니다.”
히어로 길드의 간부들이 감시하며 직접 난동을 피우는 이들을 숙청하고 있었으니까.
“이야……. 히어로 길드 앞에서 진상을 부리네.”
“자살 시도 아니냐 저건. 저러다 찍히면 조금만 빌런 짓 해도 바로 척살 당할 텐데.”
빌런 퇴치 분야의 권위자, 전문가라 할 수 있는 히어로 길드의 간부들을 두고 배짱 있게 난동을 피울 사람은 없었다.
그 덕일까. 모집은 금방 끝이 났다.
“100명……. 자, 이제 모집 끝났습니다. 아쉽지만 선착순이니 다들 이만 돌아가 주시면 되겠습니다.”
“아……. 저 바로 뒤 순번인데. 어떻게 저까지만 안 될까요?”
“예, 안 됩니다. 최대 공략 인원이 100명이라서요.”
“아오, 씨X! 1시간 전부터 기다렸는데 이게 뭐야. 무슨 5분도 안 돼서 끝나냐.”
“어딜 1시간밖에 안 기다린 놈이 성질이야! 난 새꺄 2시간 넘게 기다렸어!”
모집대에서 신청을 받던 남자가 탁탁 종이를 집어넣으며 말하자, 사방에서 원성이 터져 나왔다.
이들 모두 적게는 1시간, 많게는 2시간 넘게 기다렸던 이들.
그 긴 시간을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겨우 5분 만에 끝났다고 하니 상실감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이대로 쿠데타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일.
“스읍……. 이래서 아무나 받는 거 꺼려졌던 건데.”
“하여튼 호의를 베풀면 아주 권리인 줄 알아요. 어딜 목소리를 키워?”
“그러게. 뭐 길마님이 다 생각이 있으시겠지. 이런 쪽으로 틀린 적이 없으시잖냐.”
이게 제한 없이 모두를 대상으로 혜택을 베풀 때의 문제였다.
어디 뭐 맡겨놓은 사람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뭐야, 비켜봐.”
그때 한 남자가 불쑥 끼어들었다.
“누가 비키라고……. 헉. 제르팍 님.”
“저희에게 맡기시지 왜 직접…….”
갑자기 끼어든 남자에 눈살을 찌푸리던 모집대의 길드원이 남자를 확인하곤 곧장 고개를 깊이 숙였다.
남자는 저 뒤에서 줄곧 가만히 팔짱을 끼고 지켜보던 남자였다.
“쯧, 됐어. 빨리 끝내고 출발해야지. 중요한 건이잖냐.”
겉보기에는 평범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배 나온 아저씨.
하나 그의 등장에 모두가 순간 입을 다물었다.
모집대의 길드원은 물론, 그 뒤에 줄을 서고 있던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겨우 배 나온 아저씨 하나로 왜 그러냐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곳은 갓오세.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 곳이었다.
‘배 나온 아저씨가 실은 엄청난 고수!?’ 가 실존하는 게 가상현실게임의 묘미였으니까.
“와……. 제르팍이지?”
“수퍼 루키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 밟아 6개월 만에 간부된 사람.”
“실제로는 처음 봐.”
“평범하게 생겼는데 뭔가 포스가 느껴지네.”
그것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제르팍이었다.
제르팍. 38세의 아저씨 유저.
제르팍은 린저씨 출신의 유저답지 않게 컨트롤이 상당한 그는, 무려 프라텔에서 전투력 탑 10에 든다고 거론되는 실력자였으니까.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그와 일대일을 해서 이길 유저는 손에 꼽는다는 뜻이었다.
“제르팍이다…….”
“……아씨.”
그런 그의 등장에 유저들이 긴장한 기색으로 자세를 정리했다.
불평불만을 늘여놓던 이들도 차마 목소리를 키우지는 못하고 혼자 구시렁거렸다.
제르팍 하나가 문제가 아니었다.
제르팍만으로도 엄청난 위압감인데 그 뒤로 다가와 선 간부들도 모두 하나같이 엄청난 실력자였던 것이다.
이제야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제르팍이 확성기 아이템을 켰다.
“자자,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난동을 피우시는 분들은 척결대상이 되시는 점 미리 사전 공지 올렸던 거 기억나시죠?”
“…….”
“저희는 사회적 약속을 한 겁니다. 아무런 조건도 걸지 않고 모두에게 혜택을 드리는 대신, 최소한 피해는 끼치지 말자는 약속 말입니다. 맞죠?”
“……씨X.”
저 말의 뜻은 명분은 이쪽에 있으니 건들면 가차 없이 PK 하겠다는 소리였다.
사전 공지로 사회적 약속을 받았으니 명분도 있겠다. 진상들 상대로 PK 좀 했다는데 누가 문제 삼겠는가.
심지어 최초 히든 레이드 보스에 참여할 수 있게 해준 지금이라면?
다소 잔인하게 척살해도 여론이 히어로 길드의 편을 들어줄 것이었다.
“난 빠지겠어.”
“에라이, 재수가 없으려니.”
“더러워서 간다, 가.”
구시렁거리면서도 눈을 마주치지는 못하며 물러난 그들은 뒤에서야 떠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심정으로 바라보는 이들.
“와……. 일찍 오길 진짜 잘했다.”
“진짜 10명 남았다는 소리 듣고 깜짝 놀랐네. 바로 앞이었는데.”
“아까 쫓겨난 사람 원래 맨 앞이었는데 개불쌍하네. 급똥 신호 터져서 생체알림 뜬 모양이더라.”
“뭔 운이 저러냐 크큭.”
100인 안에 드는 것에 성공한 공략대였다.
“히어로 길드 새삼 100대 길드긴 하구나 싶네. 다들 찍소리도 못하네.”
“지금 같은 상황에 10대 길드가 나설 리도 없고, 물 만난 물고기인 거지. 솔직히 PK 분야에선 히어로 길드가 좀 치는 편이긴 하잖아.”
그들은 그저 뿌듯할 따름이었는지 전체적으로 텐션이 무척 올라있었다.
그때 한 유저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그런데 카이저는 안 보이네?”
“카이저를 갑자기 왜 찾아? 카이저가 이런데 참여할 사람이냐.”
“그래도 최초 히든 레이드 보스잖아. 아무리 카이저라도 탐낼 만하지 않나 싶었던 거지.”
그 말에 반박하던 유저가 잠시 생각하더니 수긍했다.
“하긴……. 그건 그러네. 조건도 아무나라서 신청하면 가능할 텐데.”
그냥 레이드 보스여도 난리가 날 텐데 무려 히든 레이드 보스다.
프라텔 최초로 발견된 보스인만큼 관심을 표해도 이상할 게 없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는 건 그뿐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맞지. 난 솔직히 ‘아무나’라는 공고 보고 카이저부터 떠올랐어. 카이저가 공략대로 끼면 밸런스 파괴잖아. 점수 다 뺏길 거 같은데.”
“그런가? 난 그것도 재밌을 거 같은데.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카이저랑 함께 싸워보겠어.”
“듣고 보니 그것도 맞네.”
하나둘씩 카이저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어느새 공략대 유저 대부분이 끼어든 것이다.
“카이저 뭐 하고 있대? 오늘 통 안 보이네.”
“메인 퀘 진행 중이라는 설도 많던데……. 루이드라보다 더 좋은 소스가 있었나?”
“에이, 그냥 들러리 하는 거에 관심 없었나 보지. 솔직히 히어로 길드 카이저한테 악감정 있을 텐데 트라이 조에 끼워주겠냐.”
“그런가?”
그렇게 카이저의 근황에 대해 정신없이 떠들고 있을 때였다.
저쪽 상황을 정리한 제르팍이 간부들을 데리고 어슬렁 걸어와 확성기 아이템을 켰다.
“아아, 죄송합니다. 소란이 일어나서 잠시 시간이 지체되었습니다.”
“괜찮습니다!”
그에 유저들이 곧장 떠드는 걸 멈추고 힘차게 대답했다.
부푼 기대를 안고 텐션이 오른 이들과 군기가 바짝 든 이들.
그리고 적당히 분위기를 맞추는 이들까지.
방금 보여준 게 있어서일까. 분위기가 썩 나쁘지 않았다.
“흠. 좋습니다. 100명 맞네요. 그럼 뭐……. 다들 준비되셨습니까?”
“예!!”
그에 제르팍이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잘 따라오십쇼.”
“와아아아!!!”
그러자 터져 나오는 우레와 같은 함성.
100인의 힘찬 함성을 들으며 씨익 웃은 제르팍이 휙 뒤를 돌았다.
그렇게 루이드라 공략대가 출발했고,
[히어로 길드, 프라텔 최초 히든 레이드 보스 공략대 편성 완료!] [지금 시간부로 루이드라 공략에 나서는 거로 알려져…….]-와씨, 진짜 공략대 모집했구나. 와 진짜 개부럽다…….
-아니, 일주일 전에 졸업했는데 왜 하필!!! 억울해 죽겄네 진짜.
-생방송 켰냐? 켰어?
-야, 켰다! 다들 들어가!
그와 동시에 각종 포털 사이트와 갓오세 커뮤니티가 활활 타올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뭐? 히든 레이드 보스? 프라텔에 그런 게 있어?
-최초 발견이라는데?
-1년 7개월이 지났는데 최초?
-와씨……. 베르제 일냈네.
-아니, 공고 올라온 지가 언젠데 이제 소식 들은 아재들 뭐임 ㅋㅋㅋㅋㅋ 뒷북 개웃기네.
-프라텔 졸업한 지 한참이라 구경이나 하려 했는데, 공지 올린 지 2시간 만에 바로 공략 시작하네. 추진력 머선129. 상남자네 ㄹㅇ
└하도 미연시 게이라 했더니 뿔난 듯 ㅋㅋㅋ
└이번엔 상남자 ㅇㅈ ㅋㅋㅋ
갓오세가 출시된 지 1년 7개월이 넘어가는 지금.
최초라는 타이틀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가치가 있었으니까. 심지어 볼품없는 최초도 아닌, 최초 히든 레이드 보스다.
질질 끌지 않고 곧장 공략을 시작해버리니, 기자들이 허겁지겁 기사를 올리기 바쁜 것이다.
그뿐이야.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제르팍은 아예 라이브 방송까지 켜버렸다.
[시청자 수 : 345,113]-시청자 수 늘어나는 거 봐라 ㅋㅋㅋㅋㅋ
-채팅 보이지가 않네. 매니저 없어? 채팅방 관리 좀 해라.
-아, 새로고침 할 때마다 만 명씩 늘어나는데 관리가 되겠냐고~
-그냥 얼리던가 해라 좀 ㅅx
-와, 최초 히든 레이드 보스 타이틀이 오지긴 하네. 외국인들 몰려드는 것 보소.
아직 공략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순식간에 시청자가 차올라 35만을 바라볼 정도.
이는 히어로 길드 설립 이래 손에 꼽을 정도의 상승세였다.
“후후후…….”
그리고 이 상승세에 누구보다 기뻐하는 남자가 있었다.
집무실에서 실시간으로 여론 반응을 확인하며 어깨를 들썩이고 있는 남자.
“후흐흐…… 흐하하하!”
히어로 길드의 마스터 베르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