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77)
제177화
177화.
도무지 웃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아무리 참으려 해도 입가를 비집고 새어 나왔다.
‘완벽하다. 너무도 완벽하게 흘러가고 있어.’
이래도 될까 싶을 만큼 정확히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심지어 몇몇 댓글은 예상했던 것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적혀 있을 정도로!
그만큼 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렸고, 지금 그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당장 이번 공략대가 성공해서 얻을 이득만 떠올려도 어마무시했다. 이건 이미지를 회복하는 정도가 아니다.
한 걸음, 아니 다섯 걸음은 폴짝 도약할 수 있으리라.
-아니, 근데 이 난리를 피워놓고 실패하면 어쩌려고 저러는 거임?
-내 말이. 최초 히든 레이드 보스면 엄청 강할 텐데. 자신 있는 건가?
-저러다 개같이 실패하고 전멸하면 개쪽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그게 더 웃기긴 하겠다. 오히려 좋아.
실패할 거라는 조롱성 댓글들도 많았지만, 베르제는 코웃음을 쳤다.
‘멍청한 놈들. 내가 아무 준비도 없이 진행할 거라 생각하는 건가.’
가수만 해도 무대에 오르기 위해 수십 번의 리허설을 거치는데, 당연히 공략에 앞서 온갖 준비를 마치지 않았겠는가.
그 준비에는 당연히 실전이 포함되어있었다.
아니, 오히려 최초 공략이기에 실전으로 연습할 수밖에 없었다.
알려진 정보가 없으니 직접 부딪혀가며 특성과 패턴을 알아가며 공략법을 연구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트라이만 아홉 번을 시도했다. 연습한 대로만 하면 충분해.’
그걸 위해 사흘 만에 루이드라 공략 퀘스트를 끝냈음에도 나흘이란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리고 이젠 준비를 끝마쳤다.
제르팍을 선두로 한 최정예 다크호스들을 필두로, 연습대로만 하면 실패할 리가 없다.
최초 히든 레이드 보스라는 타이틀답게 엄청난 강함을 자랑하긴 했지만, 15인이 트라이를 하니 못 잡을 것도 없던 것이다.
‘이것만 터트리면, 제국의 그것까지 이어갈 수 있다.’
그때가 되면 더 이상 히어로 길드를. 베르제라는 이름을 무시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진정한 준 10대 길드가 되는 것이다.
찬란한 황금빛 미래를 떠올리며 베르제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래, 내가 실패할 리가 없지.’
그간 얼마나 힘들었던가.
카이저가 등장한 후로 뭐 하나 제대로 일이 풀리는 게 없었다.
하지만 이젠 다 지나간 일이다. 이번만큼은 그 누구도 앞길을 막을 수 없었다.
그게 설령 카이저일지라도!
“흠……. 카이저라…….”
각오를 다지던 베르제가 문득 떠오른 이름에 침음을 흘렸다.
사실 이번 공략대의 가장 큰 변수는 다름 아닌 카이저였다.
그는 이레귤러.
언제나 기상천외한 결과를 내버리는 예측불허의 존재.
또 어떤 이상한 루트로 자신을 방해할지 경계했던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아무나 모집한다 했을 때 카이저가 들어와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공략대에 집어넣어 시야에 들어온 상태로 통제하는 게 나았으니까.
‘공략대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보고는 들었다. 왕성에 들어간 후로 나오는 걸 본 사람도 없다.’
그렇다면 아직 성 내부에서 퀘스트를 진행 중인 건가?
메인 퀘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무성하니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좋았다.
공략대는 이미 출발했고, 그는 성 내부에 있다.
이건 뭐 방해하고 싶어도 방해할 방법이 없지 않겠는가.
한데 왜일까.
‘……뭐지, 이 찝찝함은.’
이유는 모르겠는데 찝찝함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 카이저가 이렇게 조용하다니.
툭, 툭.
습관처럼 검지로 책상을 두드리던 베르제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상식적으로 이런 상황에 방해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었으니까.
“제르팍이 공략대 관리만 잘 하면 되겠군.”
지금 현실적인 변수라곤 공략대에 참여한 유저들 뿐이다.
그리고 그깟 일반 유저들을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히어로 길드의 간부들은 물렁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객관적으로 상황을 정리한 베르제가 미소를 머금었다.
“만찬을 즐길 준비를 해야겠군.”
오늘 저녁은 와인에 스테이크를 생각하며 편하게 의자에 몸을 기대는 베르제였다.
* * *
한편, 모두의 관심이 루이드라 공략대에 쏠려있을 때.
충격적인 등불 축제의 비밀을 들은 도현은 헛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래서 반쪽짜리 축제라고 한 거였나.’
루리엘이 등불 축제를 보며 혀를 찬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정화의 불씨가 사라진 지금, 등불 축제는 그저 형식적인 축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주민들의 표정이 어두웠던 것도, 그럼 그것과 연관이 있는 건가?
아마 그럴 확률이 높을 듯했다.
‘……저래서 금기를 어겼다 한 거군요.’
‘어휴, 저러면 탈이 날 수밖에 없지.’
‘리자리자.’
녀석들 말대로다.
아브타르텔의 교리에 따르면 사람이 풍파를 겪고 고통을 겪는 것은 행복해지기 위한 준비.
더욱 단단해지라는 신의 시련으로 통한다.
그 시련을 강제로 해방시키는 건 인간의 권한이 아닌 것이다.
브리온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진작 뒤집혔을 터.
르베드의 해일을 베는 검이, 이번에는 프라텔에서 선보여지지 않았을까.
“처음에는 모두가 행복했네. 삶을 살아갈 의욕을 잃은 이들에게 의지를 선사해주었고, 그저 소중한 이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지. 그들을 보며 나는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거라 믿었네.”
“…….”
“딱 반년까지는.”
일을 안 해도 행복하고, 숨만 쉬어도 행복하다.
그럼 어느 누가 굳이 앞으로 나아가려 할까?
그림자가 있어야 빛도 있다던가.
고통이 사라지자 행복의 가치는 도리어 떨어졌고, 모두가 그 자리에서 멈춰서 정체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함을 자각한 길베룬과 안젤라는 정화 의식을 멈추려 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네.”
온갖 부정적인 감정과 상처, 고통.
그것들이 사라지자 한 존재를 깨워버리고 말았다.
악몽의 주인이자 꿈의 마녀, 루이드라.
그녀가 분노하며 오랜 잠에서 깨어났고 그런 그녀의 난동으로 프라텔은 쑥대밭이 되었다.
“불시에 들어온 기습에 평화에 찌들어있던 우리는 순식간에 ‘그것’에 당해버렸지. 덕분에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수많은 이들이 영원한 숙면에 빠지고 말았네. 안젤라 또한…… 빠득.”
“왕이시여…….”
“나는 괜찮네. 아직은 쓰러질 수 없으니.”
이를 악물다 못해 팔을 바르르 떠는 길베룬을 걱정하는 하이드.
그런 길베룬은 얼굴에는 안타까움과 분함이 가득했다.
“아시지 않습니까. 영원한 숙면에 빠진 자를 함부로 건드려선 안 된다는 것을. 그게 최선이었습니다.”
“……나도 알고 있네. 차라리 내가 저주에 걸렸으면 좋았을 것을.”
“부디 그런 말씀 마십시오. 왕께서 사라지면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자신 대신 안젤라가 희생한 게 너무도 분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그녀가 편히 쉴 수 있게 방에 눕혀놓을 수조차 없다는 것이다.
영원한 숙면에 빠진 자를 잘못 건드리면 영원히 깨어날 수 없게 되니까.
길베룬으로서는 안젤라가 죽은 것으로 알리고, 그녀가 안전할 수 있게 결계를 치고 길을 꼬아놓는 수밖에 없었다.
“루리엘이 없었다면……. 나는 버틸 수 없었을 것이네.”
그리고 그걸 도와준 게 루리엘과 하얀 마탑주였다.
하얀 마탑주는 안젤라를 보호할 수 있게 현실적인 도움을, 루리엘은 언젠가 예언의 사도가 등장할 거라는 희망을 주었으니까.
‘많은 이들이 영원한 숙면의 저주에 걸렸다라……. 그래서 주민들의 표정이 어두웠던 거군.’
그들 모두 소중한 이들이 안젤라와 같은 처지가 되어있을 테니까.
외부에 말해봐야 화형당할 테니, 어디 말하지도 못하고 끙끙 앓고만 있겠지.
여기까진 알겠다.
다만, 한 가지 너무도 의아한 점이 있었다.
‘왜 사도만이 곤경을 해결할 수 있다는 거지?’
이곳은 제국 바로 이전의 도시.
그와 동시에 제국의 선포에도 유일하게 주민들이 성주가 아닌 왕이라 부르는 도시다.
그런 도시인만큼 기사들의 수준은 이전 도시들과는 격이 달랐다.
당장 기사단장이나 예언가인 루리엘만 봐도 웬만한 유저들은 감히 겨룰 생각도 못하지 않을까 싶을 수준.
‘그런 자들이 못 잡는 걸, 일개 사도한테 맡긴다고?’
그리고 다 떠나서 NPC는 사도보다 강하다는 건 지극히 당연하고도 보편적인 상식이었다.
그런 저들도 못 잡는 걸 유저한테 의지한다는 게 납득이 안 되었다.
사도만 잡을 수 있는 제한이라도 걸려있나?
그 의문에 나온 답은 얼추 비슷했다.
“그 마녀의 특성 때문일세.”
루이드라에겐 꿈의 방과 악몽의 방 두 개의 특성이 있다.
그녀만의 고유 공간을 만들어 자유롭게 권능을 행사하는 특성.
그나마 꿈의 방이야 간섭하는 영역이 적어 괜찮지만, 문제는 악몽의 방이었다.
한 번이라도 악몽의 방에 초대되었던 자에겐 악몽의 표식이 생긴다.
“악몽의 표식이 새겨진 자는 죽을 때까지 그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가 없네.”
“……애석하게도 나에게도 그 표식이 새겨져 있지.”
기사단장 하이드가 조용히 손등을 보였다.
그곳엔 울부짖는 해골이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다.
“우리 외에도 기사들은 모두 신체 어딘가에 이 표식이 있다네. 죽어야만 사라지는 지독한 표식이지.”
놈이 등장할 때 어떠한 방비도 못한 탓이었다.
즉, 놈을 잡을 자는 죽어도 부활하는 불멸자인 유저들 밖에 없는 셈.
그럼 왜 그동안 사도들에게 의뢰를 맡기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는데…….
“어떻게 의뢰를 맡기겠어. 사도들 입 싼 거 아브타르텔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금기를 어긴 게 퍼지면 브리온과 제국이 양쪽에서 치러 올 텐데 감당이 되겠어?”
“……그건 맞지.”
당장 도현이 필드 보스 하나만 잡아도 온갖 소식이 다 퍼지지 않던가.
장담컨대 한 명의 유저에게 금기를 어겼다고 알리면, 10분도 안 되어서 기사가 올라오고 제국에까지 소식이 퍼질 것이다.
“그대밖에 남지 않았네.”
그들이 잡을 지푸라기가 오직 도현뿐이었다.
“창피하지만, 우리는 도움을 요청하지도, 그렇다고 직접 놈을 죽일 수도 없는 입장이니 말일세. 부디…… 도와줄 수 있겠나. 보상은 나 길베룬의 이름을 걸고 확실하게 하겠네.”
“…….”
“잠든 백성들을, 안젤라를 구하고 싶네. 부디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겠나.”
띠링-
[안젤라의 비밀의 연계 퀘스트 ‘정화의 불씨’가 생성됩니다.] [정화의 불씨]-등급 : 영웅+
-설명 : 꿈의 마녀, 루이드라.
끔찍한 악몽인 그녀가 훔쳐간 정화의 불씨만이 안젤라와 백성들을 영원한 숙면의 저주에서 해방시켜줄 수 있다.
루이드라에게서 정화의 불씨를 빼앗아오자.
-클리어 조건 : 정화의 불씨 (0 / 1)
-클리어 시 보상 : 1,000골드, 대량의 경험치, 특수 이벤트 발생
-실패 시 리스크 : 정화의 불씨를 얻지 못하고 죽일 시 실패로 간주하며, 길베룬과의 호감도가 대폭 감소할 수 있다.
-제한 시간 : 없음.
영웅도 아니고 영웅+ 등급의 퀘스트.
하나 도현의 표정은 애매했다.
‘난이도에 비해 보상이 너무 없는데.’
한 퀘스트로 1,000골드나 주는 경우는 드물긴 하지만, 겨우 골드 좀 얻고 대량의 경험치 얻겠다고 영웅+ 퀘스트를 깨는 게 아니지 않은가.
이렇다 할 객관적인 보상이 없었다. 그에 도현은 마지막 보상에 초점을 맞추었다.
‘저 특수 이벤트에 뭔가 있겠네.’
어떤 이벤트가 발생할지는 모르겠으나 저게 핵심일 게 분명했다.
물론 이벤트라 해서 무조건 좋은 쪽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실제로 뎀로크에서는 이벤트가 발생하는 퀘스트를 깼는데 오히려 뒤통수를 맞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반대로 엄청난 혜택이 주어지거나, 엄청난 퀘스트로 이어지는 이벤트인 경우도 있었다.
다소 도박수인 퀘스트였으나 도현으로선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안젤라를 깨워야 운명의 조각을 얻든 하니까.’
길베룬만큼이나 도현도 안젤라를 깨우고 싶은 입장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그 전에 확실히 해야 할 게 있었다.
“조건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내 능력으로 가능한 거라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네.”
살짝 긴장한 길베룬을 보며 도현이 잠시 말을 골랐다.
‘목걸이의 소유권을 확실하게 보장받아야 해.’
안젤라가 죽은 게 아니라 유품이 아님이 확인되었고, 오히려 이 사건의 근원이었다는 게 밝혀진 상황.
달라 하면 충분히 줄 만했지만, 그래도 이런 건 확실하게 해야 했다.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그게 무엇이지?”
그리고 도현은 부서진 목걸이를 원하는 게 아닌, 온전한 운명의 조각을 원했다.
도현이 아주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목걸이와 안젤라 님이 필요합니다.”
“……?”
그리고 잠시간 흐른 적막.
“……뭐라?”
“아.”
순간 싸늘해진 분위기 속 눈썹을 꿈틀거리는 길베룬을 보며 도현이 멈칫했다.
뭔가 말이 잘못 나온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