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8)
제18화
18화.
“카이저의 파티는 무척 유명한데요. 난공불락의 보스와 던전을 죄다 격파한 최강의 파티로 불리고 있습니다.”
아직 뎀로크가 망조를 타기 전 인터뷰했을 때 기자가 한 말이었다.
비결이 무엇인지, 주로 어떤 트라이를 하는지, 평소에는 무얼 하는지.
사소한 근황부터 굵직한 질문까지 물어 온 말에 도현은 담담하게 대답했었다.
“그냥 평범하게 놉니다. 모닥불 앞에서 떠들다가 새로운 던전을 찾으면 트라이해 보는 거 같네요.”
“비결이요? 그냥…… 각자 자기 역할 잘해 주는 거?”
그 역할이라는 게 일반인은 못 하는 것들 아닌가요? 라는 기자의 대답에 도현은 고개를 갸웃해야 했지만, 워낙 카이저의 이미지가 확고한 탓인지 사람들도 별문제 없이 넘어가는 듯했다.
오히려 사소한 근황이 사람답다며 좋아하는 팬들도 있었다.
그렇게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아, 이걸 또 안 물어볼 수는 없죠.”
눈을 마주친 기자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보통 파티의 기본 구성은 탱커 하나와 딜러 둘, 그리고 힐러와 같은 서포터 하나로 알고 있습니다.”
“예.”
그에 도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기본적이고 교과서적인 구성이었다.
물론 파티의 개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긴 한다.
서포터를 빼고 딜러를 더 넣는다든지 근접 딜러나 원거리 딜러만으로 구성한다든지 혹은 서포터를 두 명씩 넣어서 탱커를 강화한다든지…….
가지각색의 파티가 있지만, 결코 변하지 않는 불변의 법칙이 하나 있었다.
“한데 참 특이한 점이 카이저의 파티에는 탱커가 없어요. 전부 딜러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게 레이드가 되나요?”
바로 탱커의 존재였다.
탱커 원맨팀은 있을지언정 탱커가 없는 파티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존재할 수가 없었다.
“일기토를 하지 않고 레이드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으니…… 몇몇 팬들은 죽창 메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요. 죽기 전에 죽이는 메타 아니냐고.”
일기토라는 것을 하지 않으면 레이드 자체가 성사되지가 않으니까.
어그로 관리, 보스 마크, 패턴 끊기.
레이드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해 주는 게 탱커였다.
딜러가 아무리 딜을 잘 넣고 잘 피해도 저게 이뤄지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이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어찌할 수 없는 법칙이자 상식이었다.
“그래서 카이저 파티를 따라 한 사람들이 늘어 죄다 트롤을 하고 있다고 원성이 자자하죠.”
낮게 웃음을 흘리는 기자의 말처럼 카이저의 파티는 동경의 대상이자 트롤의 아버지였다.
수많은 트롤러를 제조하는 트롤 제조기.
한데 또 지들은 기가 막히게 보스를 잡고 다니는 최강의 파티.
어째서 그게 가능한가.
“탱커라…… 중요하죠.”
“예.”
그 이유가 비로소 밝혀지는 것이다.
그 역사적인 순간에 나름 베테랑 기자인 그마저 긴장하며 손을 쓸었다.
과연 어떤 방법일까.
수만은 메타를 창시한 카이저인 만큼 또 획기적인 무언가를 만들어 낸 걸까?
기자를 비롯한 수많은 게이머들이 인터뷰에 집중했고, 도현의 대답을 기다렸다.
영겁의 시간 같던 수초가 지나 도현이 입을 연 순간.
“그래서 제가 합니다.”
“……예?”
“탱커요.”
“……?”
기자는 벙찌고 말았다.
모든 스킬트리와 아이템까지 딜 관련으로 무장한 게 카이저다.
대인전에서 가히 적수가 없으며 레이드에서 가장 정교하게 딜을 넣는 딜러.
딜러의 정점이라 불리는 그가 웬 탱커란 말인가.
하나 도현은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보스와의 일기토를 하는 게 탱커라면…… 제가 하고 있습니다.”
패턴을 끊고, 어그로를 잡고, 보스의 공격을 버텨 주는 게 탱커라면 그걸 온전히 수행하는 건 도현의 몫이었으니까.
모든 패턴을 간결한 공격으로 끊고, 자연스레 어그로를 가져오며 보스의 모든 공격을 피하거나 흘려 준다.
그렇기에 카이저의 역할은 탱커였다.
“…….”
그 황당한 주장 앞에 기자는 꿀 먹은 벙어리인 양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수많은 반박이 목 끝까지 올라왔으나 차마 내뱉을 수가 없었다.
저 모든 걸 수행하는 게 탱커가 아니면 무엇이라 하겠는가.
그저 딜을 잘 넣는 탱커였을 뿐이다.
……조금 많이 잘 넣는.
* * *
쿠어어!
‘……이게 말이 돼?’
그 기자가 느꼈을 황당함을 지금 방패최고도 느끼고 있었다.
그것도 실전으로.
푹!
크어!
“와씨…… 패턴 또 끊었어.”
“우와. 배쉬도 없이 대체 어떻게 끊는 거야?”
“믹서기 끊은 게 레전드지. 진짜 지금 생각해도 소름 돋네.”
보스의 패턴을 끊는 원리는 간단했다.
모든 보스는 패턴이 발동되기 전 특정한 모션을 취하는데 그때 그 모션을 끊어 내면 패턴이 끊긴다.
모션이 끊겨 발동이 안 됐지만, 발동한 것으로 처리가 되는 것이다.
그게 탱커가 최소 두세 개의 하드 CC기를 스킬세트에 집어넣는 이유였다.
최전방에 서며 누구보다 단단한 탱커만큼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는 포지션은 없었으니까.
그게 상식이자 기본이었다.
‘……저게 딜러라고?’
한데 지금 그 상식이 깨져 나가고 있었다.
모든 패턴을 절묘하게 끊어 내며 일방적으로 쥐어패다가, 어그로가 튄다 싶으면 요리조리 피하며 다시 딜을 넣는다.
그러다 다시 패턴이 보이면 끊는 것의 반복.
‘패턴을 저렇게도 끊을 수가 있었다니…….’
보고도 믿기지가 않는다.
굳이 탱커들이 하드 CC기로 도배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패턴을 강제로 끊으려면 정확한 타이밍에 보스가 그 패턴을 행하지 못하는 상태로 만들어야 하는데 CC기를 사용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한데 저런 간결한 찌르기로 패턴을 끊어 낸다니?
대검을 이용한 패턴이니 대검을 못 다루게 하면 원리상 말은 되는데…… 실전에서 도입하는 걸 보니 황당하기 그지없을 따름이었다.
‘……탱커가 굳이 필요할까?’
자고로 갓오세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탱커 아니었던가.
저런 딜러가 있으면 탱커 역할도 해 주고, 딜도 웬만한 딜러보다 잘 넣어 주는데 탱커의 존재 가치가 있을까?
처음으로 탱커라는 포지션에 대해 회의감이 든다.
‘아니야. 탱커는 잘못 없어.’
잘못이 있다면 저 말도 안 되는 짓을 해내는 카이저한테 있었다.
그간 어떻게 참았는지, 믹서기를 끊은 후로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일기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믹서기를 끊은 걸 보고 멍때리느라 카이저가 잠시 맡아 준 건데, 지금에서는 어쩐지 자신이 서브탱커가 되어 있었다.
이걸 주객전도라고 해야 할지…….
콰득- 푹!
“대박.”
“와…… 급소만 골라서 찌르시는 것 봐. 미간딱대 닉네임 드릴까요, 형님? 미간 아주 뚫어 버리시는데.”
자신보다 일기토를 잘하고 있는 그를 보고 있자니 기분이 참 묘했다.
-HP : [6,231 / 20,000]
벌써 30%까지 깎아 낸 생명력.
주객전도를 당한 후 오히려 트라이 속도가 더 빨라졌다.
자신이 메인을 맡는 것보다 서브탱커를 해 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으니 이걸 주객전도라 하기도 뭐 했다.
‘평균 클리어 시간이 1시간 10분이랬지?’
지금 한 25분 정도 지났을까?
30분도 안 돼서 이런 속도를 보이는 게 말이 되나 싶었다.
경이로운 일이었지만, 감탄하는 것도 이젠 멈춰야 한다.
‘곧 2페이즈다.’
변종 고블린 워리어는 피가 20% 이하로 내려가면 2페이즈가 시작된다.
그리고 이 2페이즈부터가 진짜였다.
특성 중 신체 강화만 사용하는 지금과 달리, 남은 2개의 특성을 사용하기 시작하니까.
믹서기 따위는 귀엽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악랄한 패턴들.
그것이 바로 뉴비들이 변종 고블린 워리어에 치를 떠는 이유이자 초보자 킬러라는 악명이 붙은 이유였다.
-HP : [4,103 / 20,000]
‘이제 곧이네.’
도현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공략법을 봤으니까.
그리고 다음 순간.
[변종 고블린 워리어의 생명력이 20% 이하가 되었습니다.] [변종 고블린 워리어가 특성을 발현합니다.] [특성 ‘워리어’가 발현됩니다.] [변종 고블린 워리어의 모든 능력치가 상승하며 ‘광폭’ 상태가 됩니다.] [특성 ‘변종’이 발현됩니다.] [물리 피해를 네 번 이상 연달아 줄 시 파티 전체에게 디버프가 걸립니다. 마법 피해를 연달아 세 번 이상 줄 시 모든 대미지를 돌려받습니다.]“올 게 왔군.”
“벌써 2페이즈라니…… 지금 25분도 안 된 거 같은데 공략 속도 폼 미쳤다.”
2페이즈가 시작되며 뜬 메시지에 곳곳에서 침음이 터져 나왔다.
변종 특성.
일관적인 여타 특성과 달리 보스마다 각기 다른 능력을 부여받은 특성.
그중 변종 고블린 워리어가 부여받은 특성은 룰이었다.
일명 007빵.
세 번당 한 번씩 다른 속성을 섞는 것을 강제하는 능력.
이게 듣기엔 쉬워 보여도 막상 보스전을 하고 있으면 일일이 기억하기가 쉽지가 않다.
또한 실수로 세 번째 공격 때 파티원 둘이 동시에 공격하면 지옥이 시작되는 것이다.
직업 스킬도 없는 뉴비들이 온갖 디버프에 허덕이면서 ‘광폭’이 발동된 보스를 공략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마법 공격이라도 연달아 세 번 날리는 날엔 바로 전멸이고.’
또 헷갈리게 마법 공격은 세 번부터다.
합이 잘 맞는 파티라도 한 번쯤은 실수할 수밖에 없는 패턴인데, 하물며 그게 첫 트라이라면 무조건 전멸이었다.
왜 파티 던전인지 그 진가를 톡톡히 보여 주는 악랄한 패턴.
“이제부터가 본게임이구만.”
“다들 숙지한 대로 돌아가면서 공격 넣자고. 시간은 오래 걸려도 상관없으니까 최대한 침착하게 해.”
“응응. 알겠어.”
“그럼 다시 순서 말할게. 1번은 나, 2번은 카이저 님, 3번은 미간이, 그리고 4번이 유빈이.”
방패최고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도현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말대로 2페이즈는 속도전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다소 오래 걸리더라도 차분하게 시간을 들여 보스를 공략할 생각이었다.
도현의 앞으로 메시지가 뜨기 전까지는.
[특성 워리어의 ‘광폭’ 효과로 보스의 신체 능력이 상승하고 유저들의 공격, 이동 속도가 4% 저하됩니다.] [특성 ‘영웅’이 정신 오염을 막아 냅니다.] [광폭 효과를 무시합니다.] [변종 효과에 면역됩니다.]“……음?”
그런 도현의 시선이 자연스레 변종 고블린 워리어에게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영웅 특성이 상태이상 면역이었지?’
다른 특성이 너무 많기도 했고, 영웅 특성이 발휘될 상황이 없어서 잠시 잊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보스의 디버프까지 없앨 줄이야.
‘이럼 말이 달라지지.’
연속 공격 네 번이면 파티 전체 디버프?
이젠 없는 능력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도현에게만 적용되는 얘기였다.
“광폭 상태니까 최대한 차분하게. 알지? 당황해서 실수로 공격하지 말고 무조건 피하겠단 생각으로 해.”
“당연하지.”
“카이저 님도 이견 없으시죠?”
그들에겐 도현과 같은 메시지가 뜨지 않은 듯했으니까.
여기서 멀쩡할 수 있는 건 혼자라는 소리다.
자연스레 자신에게 시선이 쏠린 그들을 보며 도현이 짤막하게 답했다.
“잠시 기다리고 계시죠.”
“……예?”
“이게 제일 빠릅니다.”
“그게 무슨…… 어어?”
“카이저 형님!?”
느닷없는 말에 영문을 몰라 하던 일행이 당황해서 소리쳤다.
갑자기 도현이 냅다 보스에게 달려든 것이다.
혼자만 디버프 면역?
‘그거면 충분해.’
광폭 상태고 뭐고 보스를 상대하는 건 처음부터 혼자서도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