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82)
제182화
182화.
쿨하게 넘어가긴 했지만, 도현이라고 아무 생각 없이 그러는 건 아니었다.
루이드라와 조우했을 때, 숨겨진 조건을 달성했다며 뜬 문구.
그것에 적힌 건 분명 잊혀진 망령의 구원자와 예언의 사도라는 이름이었다.
예언의 사도가 도현이니 잊혀진 망령의 구원자가 히어로 길드 놈들일 터.
‘잊혀진 망령이라……. 불씨를 챙길 때 반응을 생각하면 놈들도 공략이 아니라 불씨가 목적이었나? 루트가 다르니 그럴 리는 없을 텐데.’
그보다는 반대되는 역할.
즉 공략에 힘을 쓰거나 불씨를 없애는 쪽의 역할인 것이 더욱 타당했다.
뭐가 됐든 지금으로선 정확히 알 방도가 없었다.
[어떠냐, 나의 낙원이. 그대만을 위한 악몽의 늪이니라.]답을 모르는 것에 시간 낭비하는 것보다는, 저 앞에서 여유롭게 웃고 있는 루이드라를 신경 쓰는 게 백 배는 옳으리라.
그때였다.
천천히 다가오던 루이드라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슬며시 기울였다.
[흐음……? 특이한 놈이구나. 악몽의 표식을 거스르는 것도 이상한데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 있다니.]본래 악몽의 늪에 들어온 대상은 서서히 말라죽어야 한다.
악몽의 늪에 잠든 수많은 죽음의 기운이 천천히 육신을 잠식하며 썩어 문드러져야 하니까.
자신에게 어떠한 치명상도 입히지 못하고, 스스로 자멸하는 것.
그게 악몽의 늪에 들어온 자에게 주는 꿈의 마녀의 선물이었다.
한데 저 인간은 정신 조작을 무효 시킨 것도 모자라, 죽음의 기운에 어떠한 피해도 입지 않고 있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한 가지 공격으로 인한 지속 피해에 독왕(毒王)의 체질이 발동됩니다.] [포화(飽和)가 지속적인 데미지를 독으로 간주합니다.] [불침(不侵)의 효과로 독에 면역됩니다.]암왕(暗王) 하르에게서 받은 독왕(毒王)의 체질이 피해를 막아주고 있었으니까.
‘진짜 유용하다니까.’
과연 전설급이라 할 수 있는 옵션이었다.
동시에 황당하기도 했다.
‘그나저나 치명상 불가에 지속 딜이라니. 사실상 데리고 오면 필승하는 능력이잖아?’
날먹도 이런 날먹 특성이 없었다.
영웅 특성과 독왕의 체질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못하고 꼼짝없이 죽음을 맞이했으리라.
사실상 일인 레이드를 하지 말라고 만든 보스.
무조건 다수로 레이드를 하게끔 설계한 보스였지만, 이제 와선 의미 없는 설계였다.
‘그런데 그게 다 없어졌네?’
그 대단한 사기 능력들이 죄다 무효되었으니까.
[천변(千變)이 ‘찬란한 탁시넬의 푸른 검’으로 변형됩니다.]‘아, 정말이지 어쩔 수가 없네.’
보스 스틸은 좀 아닌 거 같아서 망설였는데.
누군가 죽지 않으면 빠져나올 수 없다고까지 하니 어쩔 수가 없었다.
얌전히 죽어줄 수는 없지 않겠나.
푸른검으로 변형되는 천변을 세우며 도현이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아, 진짜 잡기 싫었는데. 정말 어쩔 수 없이 잡아야겠다.”
-……주인, 군침 흐르는데. 입꼬리는 좀 내리고 말하는 게 어떨까?
-리자리자…….
-……저는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주군.
이건 불가항력이다.
그 안타까운 상황에 도현이 눈을 질끈 감았다.
‘보스 최초 처치 혜택이 분명 확정 장비 아이템 지급이었지? 18인 레이드 보스면 장비가 몇 개야?’
찬란한 장비들의 자태를 떠올리면서.
* * *
한편 도현이 정말 어쩔 수 없는 이유로 군침을 흘리느라 바쁠 때.
루이드라 서식처에서 진행되고 있는 히어로 길드의 방송은 난리가 나 있었다.
-아니, 진짜 미쳤냐고 ㅋㅋㅋㅋㅋㅋ
-보스 납치 실환가ㅋㅋㅋㅋㅋㅋ
-뭐임? 나 방금 들어왔는데 이게 무슨 상황? 보스는 왜 없음? 카이저 떴다 들었는데 왜 다 안 보이냐?
-그런 게 있음 ㅋㅋㅋㅋ 와 저걸 못 봤네. 지금까지 안 오고 뭐 했냐, ㅉㅉ 인생 손해 봤누.
-ㅇㅈ. 이걸 못 본 건 쌉손해지.
-아니, 뭔데. 뭐길래 그럼. 누가 요약 좀.
-요약하자면 히어로 길드가 레이드 시작하자마자 카이저가 히어로 랜딩하면서 등장함. 그랬더니 갑자기 히든 페이즈 발동되면서 보스가 카이저 납치해간 상황임.
-……? 그게 뭔 개소리냐 대체.
-ㅋㅋㅋㅋㅋㅋ 저렇게 들으니까 진짜 개소리 같은데 맞말이란 게 현웃이네.
정신없이 올라가는 채팅들.
[시청자 수 : 7,183만]그리고 미친 듯 올라가는 시청자 수.
이대로 가면 목표로 했던 1억 시청자를 달성하는 것도 기정사실이었지만, 제르팍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기쁘기는커녕 매우 심란했다.
귓속말 음소거가 되어있는 친구목록 속 베르제를 보며 제르팍이 꿀꺽 침을 삼켰다.
‘……풀지 말까?’
차마 저걸 풀 자신이 없었다.
어떤 소리를 들을지 안 봐도 뻔했으니까. 난리가 나도 단단히 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베르제의 부하.
최고위 간부를 넘보는 입장으로서 이대로 무시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랬다간 그의 화를 모두 뒤집어쓸지도 모르리라.
‘에라, 모르겠다.’
매도 일찍 맞는 게 좋다고.
고심 끝에 음소거 버튼을 풀자, 곧바로 고막을 때리는 괴성이 들려왔다.
[베르제 : 으아아아아아!!!! 카이저, 저 개같은 새끼가!!!] [베르제 : 하다하다 뭐? 납치? 전생에 나랑 원수를 진 거냐 뭐냐 카이저어! 몇 명이 있는데 아무도 저걸 못 막은 거야!]‘…….’
……아무래도 괜히 푼 거 같다.
마른 침을 삼킨 제르팍이 슬며시 음소거 버튼에 손을 올릴 때였다.
[베르제 : 후우……. 제르팍.]“아, 아닙니다!”
[베르제 : ? 뭐가 아니죠?]“……아닙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마스터.”
때마침 진정한 베르제의 차가운 목소리에 괜히 뜨끔한 제르팍이 급히 말을 돌렸다.
다행히 베르제도 더 캐묻지 않고 할 말을 이어갔다.
[베르제 : 본의 아니게 추태를 보였군요.]“아닙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길드원들을 소집시킬까요?”
[베르제 : 잠시 흥분했지만, 상황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예?”
제르팍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갸웃했다.
6개월을 준비한 레이드 공략이 보스 납치극이니 뭐니 조리돌림 당하고 있는데, 이게 어떻게 하면 나쁘지 않단 말인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런 분야에 특화된 베르제의 사고회로는 남들과 달랐다.
[베르제 : 생각해보시죠, 제르팍. 납치당했다는 건 그는 필연적으로 루이드라와 일대일을 해야 한다는 소리겠죠.]“……예.”
[베르제 : 현실적으로 카이저, 그 개 같은……. 흠흠. 그 남자가 일대일로 루이드라를 잡을 확률이 얼마나 되겠습니까.]“아.”
생각해보니 그랬다.
레이드 보스는 여타 보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많은 인원을 대동할 수 있는 만큼 일개 던전 보스에 비해 최소 몇 배는 더 강하고 튼튼한 것이다.
하물며 루이드라는 ‘네임드’와 ‘히든’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레이드 보스.
[베르제 : 그런 보스가 히든 페이즈까지 발동했습니다. 우리 자랑스런 간부들도 버티기 바빴는데 그런 놈을 일대일로 잡는다고요? 하, 그건 카이저가 아니라 카이저 할애비가 와도 불가능할 겁니다.]“과연…….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베르제 : 게다가 루이드라가 발동한 패턴은 분명 악몽의 방의 강화 특성. 지정 대상에 관하여 거의 무적에 가까운 스킬이었으니 강화된 특성도 분명 일대일에 특화된 효과를 보일 겁니다.]하나부터 열까지 베르제의 말이 맞았다.
반박의 여지가 없는 정론.
-그니까 카이저랑 루이드라 일대일 매치인 거지?
-ㅇㅇ 맞음.
-흠. 그런데 카이저가 일대일 이길 수 있는 거 맞냐? 가뜩이나 히든 네임드인데 뭐 히든 페이즈 발동해서 더 강해졌다며.
-에이, 카이저인데 지겠냐? 무법자 왕도 때려잡은 양반인데.
-그거랑은 다르지. 걘 엄연히 따지면 필드 보스지 레이드 보스는 아니었잖슴.
-ㅇㅈ 18인 레이드 됐던데 그걸 어떻게 잡냐. 심지어 고유공간 만든 거 보면 지한테 유리한 환경 만들었을 텐데.
-그래도 요즘 카이저 폼 보면 혹시 모르긴 해.
-혹시 모른다 ㅇㅈㄹ ㅋㅋㅋ모르긴 뭘 개뿔이나 모름. 여기 모르는 거 너밖에 없는 듯.
-하여튼 카신교 놈들 카이저가 진짜 신이라도 되는 줄 알지. 우길 걸 우겨라.
비교적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시청자들도 베르제와 같은 의견을 내는 게 대다수였다.
[베르제 : 아시겠습니까? 저희는 카이저를 이용하면 그만인 겁니다. 그가 벌어준 시간 동안 체력도 회복하고, 부족해진 인원도 채워 넣고요.]보스의 생명력을 조금이라도 더 깎아주니 잡는 것도 더 수월해질 터.
그뿐이랴.
카이저가 난입해서 스틸하려다 패배한 보스를 히어로 길드가 잡아냈다!
그야말로 소문거리를 만들기 딱인 소재가 아닌가.
[베르제 : 과정은 필요 없습니다. 세상은 결과를 낸 자만을 인정할 뿐. 괜히 역사는 승자만 기억하는 게 아닌 겁니다.]덕분에 조금은 이성을 되찾은 제르팍이 감탄을 흘렸다.
알고는 있었지만, 근래 들어 냉정함을 많이 잃은 마스터였다.
알게 모르게 전 같이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다시금 마스터의 대단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제가 부족했습니다. 견문을 넓혀주어 감사합니다, 마스터.”
[베르제 : 그쪽으로 인원 소집했습니다. 잘할 수 있겠죠?]“예, 물론입니다!”
[베르제 : 좋습니다. 믿어보겠습니다. 최고위 간부, 되셔야죠.]“예!”
각오에 찬 눈으로 귓속말을 마친 제르팍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당장이라도 루이드라를 잡아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제르팍 뭐냐? 갑자기 눈빛 초롱초롱해져있네.
-베르제한테 훈수 좀 듣고 왔나 보지.
-우리 미연시 게이 똥줄 타겠누 ㅋㅋㅋㅋㅋㅋ
-똥줄이 왜 타냐, 신나서 웃고 있겠지. 카이저가 알아서 고기 방패 해줘, 시간 벌어줘. 얼마나 고맙겠어.
-ㄹㅇ 아낌없이 주는 카이저였다.
언제 얼빵하게 있었냐는 듯 의욕이 넘치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조롱 아닌 조롱을 했지만, 알 바가 아니었다.
베르제의 말처럼 사람은 결과만 보는 법이었으니까.
편안한 마음으로 카이저가 죽기를 기다리며 체력 회복에만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 생각했다.
[불씨의 기운이 사라져 비석이 힘을 잃어갑니다.] [서둘러 정화의 불씨를 제물로 바치십시오.] [제물을 바치기 전에 루이드라가 죽을 시 미약하게 남아있던 서식처의 기운이 모두 사라집니다.] [기운이 모두 사라지면 비석이 무너지며 잊혀진 왕의 망령이 영영 깨어날 수 없게 됩니다.] [비석이 무너질 시 ‘잊혀진 망령의 구원자’ 퀘스트를 비롯하여 ‘잊혀진 왕의 망령’과 관련된 퀘스트가 모두 삭제됩니다.]“……음?”
갑작스레 눈앞에 메시지가 떠오르기 전까지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정말로 빛이 많이 희미해진 비석이 보였다.
-방금 메시지 뭐냐?
-퀘스트가 삭제된다는데?
-잠시만, 그럼 만약 카이저가 레이드 보스 잡게 되면 히어로 길드 퀘스트 다 날아가는 거?
-와, 실화냐?
-공략 대원들만 유일한 승자 아니냐? 지들이야 퀘스트도 이미 깼겠다, 팝콘 뜯으며 직관하면 되는 거잖.
-와씨, 흥미진진한 것 보소. 이게 데스매치지.
-난 역배로 카이저한테 건다!
“……마스터.”
[베르제 : ……말 안 해도 봤습니다.]두 사람의 목소리가 진중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 말은 지금 진행 중인 히든 퀘스트는 물론, 제국에서 진행하기로 예정되어있던 ‘그것’까지 송두리째 사라진다는 뜻이었으니까.
툭. 툭. 툭.
이 상황을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베르제가 검지로 책상을 치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카이저가 정말 보스를 처치하면?
걸린 게 많다 보니 희박한 확률에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하다.’
막말로 베르제 본인이 지금 저 상황이 된다 해도 확신할 수 없는 게 카이저가 놓인 상황이었으니까.
생명력이 30%만 남은 거?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상식적으로 18인 레이드 보스를 일대일로 잡는 게 밸런스상 말이 안 되는데.
‘보스 깡스펙이야 어찌어찌 넘어간다 쳐도 루이드라는 일대일로는 절대 못 잡게 설계된 보스다.’
애초에 설계가 그랬다.
원래도 그랬는데 강화된 특성까지 발휘하는 루이드라라면?
말해봤자 입만 아프리라.
‘그래, 쓸데없는 걱정이다.’
가능할 리가 없다. 그게 정론이었다.
카이저가 영상에서 보여준 모습처럼 정말 영웅 특성을 가졌다 해도 마찬가지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으니까.
‘이변은 없다.’
그게 맞다.
툭. 툭. 툭. 툭.
한데 왜일까?
이성은 그리 말하는데 가슴 한 편에 남은 찝찝함이 떠나질 않는 것은.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떨쳐낸 베르제가 다시 방송에 집중했다.
-아니, 절대 못 잡지. 18인 레이드라니까?
-무법자 왕이 히든 필드 보스였음. 그리고 루이드라는 히든 ‘레이드’ 보스고. 같은 네임드여도 급이 다르다니까?
-ㄹㅇ 이걸 역배 거는 건 생각이 없는 거다.
‘그래, 그게 지극히 옳은 판단이다.’
자신과 같은 의견을 내놓는 채팅들로 마음을 가라앉히며.
조심스레 정배에 투표를 올리는 베르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