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90)
제190화
190화.
찬란한 빛무리 사이로 유독 눈에 띄는 붉은빛.
그건 일전에 보았던 것이었다.
‘……목걸이.’
부서진 진실의 목걸이.
안젤라가 착용하고 다니던 목걸이이자 네 번째 운명의 조각.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이미 한 번 보았던 것.
하나 그때와는 뿜어지는 빛의 정도가 차원이 달랐다.
일전에는 딱 목걸이만 붉게 보이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목걸이 주변으로 화려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네 번째 운명의 조각, 부서진 진실의 목걸이가 ‘정화의 불씨’에 반응합니다.] [열쇠의 재료에 조각이 반응합니다.]‘정화의 불씨 때문이었나.’
이 자리에서 곧바로 히든 이벤트가 열리기라도 한 줄 알았건만.
정화의 불씨에 운명의 조각이 반응하는 거였나보다.
도현의 눈에만 반응하던 처음과 달리, 모두가 알 수 있을 만큼 환한 빛에 길베룬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게 무슨.”
“목걸이가…… 반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안젤라가 없는데 어찌 반응을 한단 말인가.”
놀라운 광경이지만, 익숙한 광경이기도 했다.
안젤라가 착용하고 다녔을 때, 정화 의식을 진행할 때면 늘 찬란한 빛을 뿜어내곤 했었으니까.
오직 마나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안젤라만이 가능한 정화의 빛이었다.
달리 말하면 안젤라가 영원한 숙면에 빠진 이후론,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빛이기도 했다.
“하물며 이 정도 빛은…… 안젤라도 이끌어내기 힘들지 않았는가.”
“왕이시여, 빛이 향하는 곳을 보십시오.”
“음……? 저건……!”
“역시……. 반응하는 건가.”
기사단장 하이드의 가리키는 곳을 본 길베룬의 눈이 커졌다.
루리엘도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그들의 눈에 보이는 건 그만큼 신비한 광경이었다.
찬란하게 시야를 덮던 빛이 약해지며 한곳에 모이더니 도현을 향해 뻗어지고 있었으니까.
이 기이한 현상에 가장 당황한 건 도현이었다.
‘흐익! 뭐야, 저거. 갑자기 벽에서 왜 빔이 쏴지는 거야? 도망……! 어? 안 아프네?’
‘……자네, 체통을 지켜주게나.’
‘그러는 너도 쫄아서 움찔했던 거 봤거든?’
‘크흠. 잘못 본 것 같네만.’
……아니, 당황한 정도만 치면 저 녀석들이 더한 것 같지만, 저놈들과 도현이 당황한 것에는 차이가 있었다.
[부서진 상태로 무리하여 다룬 흔적이 느껴집니다. 목걸이가 조각의 힘을 감당하기 버거워합니다.] [서둘러 열쇠를 완성하여 온전한 형태를 되찾으십시오.]‘이런 건 처음인데.’
목걸이가 격렬하게 반응하는 건 단순히 존재를 뽐내기 위함이 아니었다.
이건 도현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버티기 힘드니까 어서 운명의 조각을 완성하라는 메시지.
처음 보는 현상에 잠시 당황했지만, 생각해보면 짐작 가는 바는 있었다.
파멸자 게이먼의 믿음의 모래시계.
사르기스의 조화의 종.
그들 모두 운명의 조각에게서 힘을 얻은 건 맞지만, 그건 단순히 지니는 것으로 얻은 힘일 뿐.
저들처럼 강제로 힘을 끌어내어 정화 의식을 치른 건 아니었다.
부서진 조각이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
‘다른 조각도 힘을 이끌어내서 쓰는 사람이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부서진 조각의 힘을 계속 사용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산산이 부서질까?
아니면 배터리가 방전되듯 꺼질까.
후자라면 다행이지만, 만약 전자라면 어떻게 찾아야 하는 걸까?
‘……설마 부서진 조각 하나하나 다 찾아서 완성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던 도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정신 나간 난이도를 자랑하는 메인 퀘스트라 해도, 설마 그 정도로 미친 난이도는 아닐 거다.
……그럴 거다.
하여튼 그건 나중에 생각할 일이고, 지금은 눈앞의 상황에 집중할 때였다.
[히든 이벤트 ‘마지막 등불 의식’이 열렸습니다.] [선택의 기로에서 신중하게 선택하여 마지막 등불 의식을 치러야 할 것입니다.] [돌발 퀘스트 ‘안젤라의 바람’이 발생합니다.] [안젤라의 바람]-등급 : 돌발 퀘스트
-설명 : 네 번째 운명의 조각의 힘을 다룬 여인.
금기를 어기고 영원한 숙면에 빠져버린 비운의 여인, 안젤라가 무언가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녀의 바람을 들어주십시오.
-바람을 들어줄 시 : 히든 이벤트의 두 번째 루트가 진행되며 첫 번째 루트가 삭제됩니다.
-들어주지 않을 시 : 히든 이벤트의 첫 번째 루트가 진행되며 두 번째 루트가 삭제됩니다.
-제한 시간 : 40분
‘루트가 두 개로 나뉘나 보네.’
특수 이벤트가 삭제되며 열린 히든 이벤트.
그것에도 두 가지 루트가 존재하는 듯했으니까.
아직 잠들어있는 안젤라가 어찌 퀘스트를 줄 수 있는지 의문이긴 했지만, 아무렴 상관없었다.
곧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
“영웅이여, 괜찮은가?”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니신지요.”
“아, 괜찮습니다. 목걸이가 정화의 불씨에 반응한 것 같네요.”
“목걸이가 안젤라 이외에 다른 사람에게 반응한 건 처음이라 당혹스러웠네. 과연 예언의 사도는 다른 것인가…… 괜히 목걸이를 달라 한 게 아니었군.”
감탄하며 솔직한 심경을 내뱉는 길베룬과 하이드의 말에 적당히 답해준 도현이 화제를 돌렸다.
“그럼…… 이제 가볼까요?”
“아. 그렇군…… 루이드라를 처단하였다고 하였지.”
“왕이시여…….”
숙연해진 분위기 속 도현이 먼저 몸을 돌렸다.
비운의 여인, 안젤라.
이제는 정말 그녀를 깨우러 갈 차례였다.
* * *
다행히 이동하는 데는 불과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동 스크롤을 사용합니다.] [지정된 장소, ‘제한된 숲 중앙’으로 이동됩니다.] [장소가 이동되어 가디언들이 강제 이동됩니다.]‘이게 왕 특권?’
굳이 저번처럼 숲을 빙빙 돌아갈 것 없이, 길베룬이 이동 스크롤을 꺼내준 덕이었다.
하기야 왕씩이나 되는 인물이 매번 접근 제한된 숲으로 향하면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많을 터.
안젤라의 존재가 비밀이니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퀘스트 제한 시간이 짧다 싶었더니 이유가 있었네.’
이동시간만 최소 30분은 걸릴 각오를 했었는데 오히려 좋았다.
어쨌거나 다시 온 숲은 저번과 똑같았다.
인적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숲과 동떨어진 듯 관리가 되어있는 깔끔한 중앙부.
그리고 그곳에서 유리관에 잠들어있는 안젤라.
“아아……. 안젤라. 내가 왔소.”
그런 그녀를 보자마자 길베룬이 터벅터벅 다가갔다.
당장이라도 눈물을 터트릴 것 같은 걸 간신히 참느라 일그러진 얼굴로.
터벅, 터벅.
터벅.
이윽고 지척 거리에 도착한 길베룬이 털썩 무릎을 꿇었다.
왕이 무릎을 더럽히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를 말리는 이가 없었다.
“미안하오. 이 못난 남편이 무능하여 혼자 있는 걸 싫어하는 당신을 참으로 오래도 혼자 두었어.”
“…….”
꽈악-
“나는 늙어가고 있는데 당신은 늘 한결같군. 당신에겐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은 거겠지.”
“…….”
“그게 늘 두려웠소. 나 혼자 늙어가서 결국 당신을 깨우지 못하고 죽게 될까 봐. 그렇게 당신이 영원히 잊혀지게 될까 봐.”
저 모습을 보고 어찌 말릴 수 있겠는가.
그녀의 여린 손을 소중하다는 듯 두 손으로 마주 잡고, 애틋하다 못해 처연하게 울부짖고 있는데.
지금 이곳에 한 도시의 성주이자 왕은 없었다.
그저 부인을 그리워하고, 잃을까 봐 두려워하며 수년을 살아왔던 한 남자만이 존재할 뿐.
‘……어쩐지 찡하네, 주인.’
‘음. 본디 아무리 강한 남자여도 제 여인의 앞에서는 약한 법일세.’
‘리자…….’
‘……그러게.’
지하드의 말에 도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의 사연에 대해 자세히는 듣지 못해도 어느 정도는 들어서일까.
그도 아니면 길베룬의 애절한 목소리와 무릎을 꿇고 소중하게 그녀의 손을 부여잡고 있는 모습 때문일까.
보고 있자니 가슴 한 켠이 답답한 기분이었다.
“여기 당신은 모르지만, 루리엘이 참 큰 의지가 되어주었소. 이분은 루리엘이 예언한 사도이시지. 우리가 다시 재회할 수 있게 해준 은인이야. 또 경비대장 베타르는 이번에 아내가 출산을 했다는군.”
“…….”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소. 어서 깨어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손을 꼬옥 쥐며 안젤라를 흐뭇하게 바라본 길베룬이 비로소 몸을 일으켰다.
오래 꿇고 있어 무릎이 저렸지만, 그마저도 달가웠다.
“기다려주어 정말 고맙네. 이제 시작하도록 하세.”
“알겠습니다.”
“그럼 이것을…….”
도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하이드가 품에서 무언가를 조심스레 꺼내 건네주었다.
루비 수정과도 같은 보석이 박혀있는 낡은 목걸이.
[네 번째 운명의 조각, ‘부서진 진실의 목걸이’를 획득하였습니다.]부서진 진실의 목걸이였다.
긴 고생 끝에 비로소 도현의 손에 쥐어지는 것이다.
‘드디어…….’
분위기가 이래서일까.
어쩐지 감상에 젖는 기분이었다. 투자한 시간부터가 달라서일지도 모르리라.
마른 침을 삼킨 도현이 조심스레 목걸이를 받아든 순간이었다.
파앗!
“윽?”
“어?”
돌연 눈 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좀 전과 같은 현상. 하나 이번에는 목걸이가 아니었다.
“안젤라……?”
유리관 안에 잠들어있는 안젤라, 그녀에게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동시에 도현의 눈에는 보였다.
[진리의 눈이 발동됩니다.]그녀와 목걸이를 잇고 있는 얇은 실이.
-아아…… 룬.
그리고 그 실의 끝에서 안젤라의 육신 위로 떠 오른 한 여인의 형상이.
그것은 혼이었다.
반투명한 실루엣과 푸른색을 띠고 있는 영혼.
도현이 익히 알고 있는 영혼이기도 했다.
[루이드라가 처치되어 영원한 숙면에 미세한 균열이 감지됩니다.] [히든 이벤트 NPC, ‘안젤라의 혼’과 조우합니다.] [모험의 서에 기록됩니다.] [네 번째 운명의 조각, ‘부서진 진실의 목걸이’가 열쇠에 반응합니다.] [운명의 조각이 그녀의 육신에 녹아있는 조각의 힘을 원합니다.]‘……뭐?’
그녀는 다름 아닌 안젤라의 영혼이었으니까.
“방금…… 방금 분명 안젤라의 목소리가 들렸네. 하이드, 그대도 들었는가?”
“……예. 분명 들었습니다. 틀림없는 안젤라 님의 목소리였습니다.”
“아아, 안젤라. 드디어…… 드디어 깨어난 건가.”
한데 저들에겐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인간이 영혼을 볼 수 없는 건 지극히 당연한 상식.
진리의 눈을 가지고 있는 도현이 특이한 거였다.
-특이한 마나 흐름…… 그렇군요. 당신은 제가 보이시나요?
도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놀란 듯 흐릿한 양손으로 입을 가렸다.
-마나 흐름을 자극하여 목소리만 들리게 해도 성공이라 생각했는데…… 저의 마지막 모습을 봐줄 사람이 생겼군요.
그러며 살포시 눈을 접으며 웃는 안젤라.
그녀의 미소를 보자니 토끼 같은 여인이라는 길베룬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결코, 해를 끼치지 않을 것처럼 순수한 기운이 느껴지는 여인이었다.
놀랍다며 미소를 짓던 그녀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언제 웃었냐는 듯 시무룩해졌다.
“안젤라, 안젤라. 어째서 일어나지 않는 것이오. 다시 한 번만 말해주시오. 제발…….”
“…….”
그런 그녀의 눈에 비친 건, 제 육신을 다급하게 흔들고 있는 길베룬이었다.
그에게는 지금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모양.
-당신이 저를 볼 수 있는 것 같아, 우선 당신과 저 사이의 마나 흐름만 건드렸어요.
……그게 가능하나?
과연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눈을 타고난 사람이라 해야 할까.
신기한 재주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동시에 의문이 생겼다.
“왜 저죠?”
왜 굳이 자신에게만 말을 걸었단 말인가.
상식적으로는 따로 말을 걸 거면 길베룬을 지정해서 말을 거는 게 더 자연스러운 일인데 말이다.
-제 육신은 잠들어있었지만, 마나 흐름을 통해 모두 듣고 보았어요. 찬란하게 빛나는 마나의 주인이 늘 궁금했는데 당신이었군요.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어요, 저를 도와주려는 당신에게. 정말 감사드려요.
“아, 그거라면 뭐…… 저도 목적이 있었으니까요.”
혹시 몰라 도현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혹여라도 길베룬이 들을까 싶었던 탓이다.
다행히 길베룬은 듣지 못했는지 안젤라의 육신에 매달려 있었고, 이를 확인한 안젤라도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리고…… 사실 그이에게 먼저 말을 걸 수가 없었어요. 그이가 쉽게 납득하지 못할 거 같았거든요.
“납득이요?”
그 물음에 그녀는 담담하게 답했다.
-제가 죽어야한다는 것을 말이에요.
“아하, 그렇군…… 예?
그런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