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92)
제192화
192화.
“뭐야, 이게? 마지막 등불 의식?”
“등불의 아름다움을 지켜보라는데? 이거 팁 문구 아니었냐?”
“마지막이면 앞으로 등불 축제 없어?”
“아니, 카이저랑 히어로 길드로 난리더니 갑자기 이게 무슨 일?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아는 사람?”
“모르게씀……. 몬가가…… 몬가가 일어나고 있음.”
모두의 앞에 뜬 문구에 다들 어리둥절한 눈치였다.
그야 당연했다.
왕과 안젤라에 관해 모르는 유저들로서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을 테니까.
그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등불 의식이 열리는 걸 넋 놓고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둥실-
파아앗-
“와……. 근데 진짜 예쁘다.”
“……인정. 등불 축제도 아름답긴 했는데 이건 뭐……. 급이 다른데?”
“호수가 노을을 품고 있는 것만 같아.”
“뭔가 새삼 판타지 세상에 있다는 게 실감이 나네.”
모두의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감탄을 내뱉기에 충분할 만큼 아름다웠다.
보는 순간 절로 감탄이 나올 만큼.
마치 동화 속에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진풍경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따듯하게 정화되는 게 몽환적인 기분마저 느껴진다.
“와, 뭐야? 분위기 좋다.”
“예쁘다……. 자기야 우리 조금만 더 보다 가자.”
“엄마, 아빠. 우리도 구경 좀 하다 갈까?”
“좋지.”
그에 젊은 커플들은 물론, 가족들까지 홀린 듯 자리를 차지하곤 감상에 젖어있을 때였다.
“흑, 흐윽…….”
“이 기쁜 날 왜 울고 그러는가! 기뻐해야 마땅한 것을!”
“다들 이럴 때가 아니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의식을 이렇게 보낼 수는 없지! 우리의 솜씨를 뽐내보세!”
“이런 경사를 앞에 두고 다들 놀고 있을 거야!? 그간 배운 예술 다 어디에 썼어!”
“축복을 내려주신 길베룬 님에게 무한한 감사를 담아 노래하세!”
내내 알 수 없는 이유로 울음바다에 잠겨서 호들갑을 떨던 NPC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들고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손에는 각각 무언가가 하나씩 쥐어져 있었다.
띠링-
사라락- 둥-
바이올린과 첼로와 같은 현악기부터 북이나 관악기들까지.
“어? 저길 봐.”
“연주하는데?”
한 주민은 창문을 열고 악기를 켰고.
어떤 주민은 골목에 앉거나 서서 노래를 불렀다.
누군가는 악기를, 누군가는 노래를.
각자 역할을 맡아 도시에 선율을 늘려가는 모습은 마치 늘상 해왔던 것처럼 자연스러우면서도 즐거워 보였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선율에 몸을 맡겨 춤을 추는 주민들과 그림을 그리는 주민들까지.
갑작스런 변화에 유저들이 당혹스러워하는 것도 잠시.
우우웅-
“뭐, 뭐야 이건.”
“마법진……? 이게 다 마법진이라고?”
“미친……. 어디까지 넓혀가는 거야.”
그런 그들을 축복하듯 생겨난 마법진은 거리를 넘어 상가를, 상가를 넘어 도시 전체를 감싸며 퍼져나갔다.
그때부터가 진정한 축제의 시작이었다.
“이게 얼마만의 축제냐! 다들 술 가져와!”
“레이라, 나랑 한 곡 추겠소?”
“그대들에게 안젤라 님의 가호가!”
등불 축제가 열릴 때마다 어두운 표정으로 일관하기 바쁘던 주민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들고 일어나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뿐인가.
사라락-
펑! 퍼펑!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수많은 주민들이 길거리를 활보하며 각종 폭죽을 터트리며 마치 디X니가 떠오르는 퍼레이드를 선보였다.
비로소 진심으로 축제를 즐기는 그들의 모습이 어색할 지경.
“……원래 등불 축제가 이런 거였나?”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신나는데?”
“어이, 이보게! 자네들도 이리 와서 함께하지 않겠나! 신이 우리를 용서한 것이 틀림없을 것이야! 이런 날 돈을 받을 수는 없지!”
“……그래도 돼요?”
“암! 다들 함께 즐기게! 이 헨리가 모두 쏘도록 하지!”
하나 어리둥절해 하는 것도 잠깐이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풍경과 선율에 녹아든 유저들은 금방 NPC들과 어울렀고, 그렇게 갓오세가 출시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축제가 열렸다.
“대박……. 빨리 찍어.”
“미쳤다. 이거 못 본 얘들 진짜 개불쌍하네.”
“영상만 봐도 뒤집어질 듯.”
“기사 날라 빨리! 선독점 뺏어야 돼!”
당연히 기자들과 BJ들이 이걸 가만히 두고 볼 리 만무.
-뭐임? 이게 뭔 상황임?
-와……. 뭐야? 이게 등불 축제라고?
-등불 축제 그냥 불꽃놀이 판타지 판 같은 거 아니었어? 이건 규모가 다르잖아!
-진짜 축제네……. 뭐?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당장 들어가자! 이럴 때가 아니야!
-바로 클립 땄다 ㅋㅋㅋㅋㅋ 옆 방 스트리머들한테 뿌리고 온다.
곳곳에서 방송을 켜자 순식간에 시청자들이 몰렸고, 소식도 그만큼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렇게 모두가 한데 얽혀 각자의 방식으로 축제를 즐기는 소리는 도시 전체를 뒤덮었고, 나아가 숲 너머까지 퍼졌다.
“듣고 있소?”
이제는 생기를 되찾은 제한된 숲.
그곳의 중심에서 홀로 왈츠를 추듯 자세를 잡으며 나아가는 길베룬에게까지도. 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이들의 눈에는 홀로 미치광이처럼 숲에서 춤을 추는 거로 보일 광경이었으나, 눈을 감고 있는 길베룬의 세상은 달랐다.
샤라락-
안젤라가 품에 안겨 함께 춤을 추고 있고, 그 밑에는 화려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다.
-……네. 기뻐하고 있네요. 모두.
“저주에 걸려있던 이들이 하나둘씩 깨어나고 있소. 그들은 모두 가족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지. 이게 모두 당신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야.”
-…….
“당신이 참으로 자랑스럽소.”
-아뇨, 저희의 선택이죠, 룬. 저야말로 당신에게 고마워요.
길베룬은 그런 안젤라와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런 길베룬의 세상에는 전에는 없던 것이 보였다.
“……한데 신기하군. 어느 순간부터인가 모든 것에서 마나가 느껴지고 있소. 저 거대한 나무에도, 스치는 바람에도, 하다못해 떨어지는 낙엽잎에도…… 이게 당신이 보는 세상이오?”
마나로 가득한 세상.
무언가는 찬란한 빛을 내고 있고, 또 무언가는 작고 보잘것없는 미약한 빛을 내고 있다.
-맞아요. 이제야 이 흐름을 느끼는군요. 함께 이 마나의 길을 걸어보고 싶었는데…… 당신의 마나가 너무 많아 그 정도로는 통제를 못 하겠더라고요.
“…….”
싱긋 미소 지은 안젤라의 웃음기 어린 목소리에 길베룬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는 어딘가 자책하는 듯 보였다.
“……당신에게 너무 미안하오.”
-왜요? 아까 했던 소리예요. 또?
“당신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제야 조금 알 거 같거든.”
각기 다른 크기의 마나가 흐르는 세상.
그 세상 속에서 안젤라는 작디작았다.
그 어떤 것에 비교해도 미약하게 느껴질 만큼. 후 하고 불면 스러질 것처럼 미약한 불씨를 품고 있었다.
반면에 자신에게서 나오는 빛은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로 거대했다.
“나는 당신과 내가 천생연분이라고만 생각했소. 당신만이 나의 부족함을 이끌어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젠 알겠어.”
-룬?
“어떻게 버텼소? 나를 이끌면서 말이오.”
-……그냥, 하다 보니 노하우가 생기더라구요.
싱긋 웃으며 쉽게 말하지만, 이젠 길베룬도 알고 있었다
그녀에겐 이끌 수 있는 인도자의 눈이 있지만, 자신을 감당할 만한 그릇이 없었다.
조금만 실수해도 치명적인 내상을 입었을 게 틀림없을 정도의 격차.
매 순간 탈진할 것처럼 체력이 고갈되었을 거다.
자신을 이끄는 과정 내내 그녀에겐 거대한 도전이었을 거다.
이 모든 걸 감당한 건 안젤라의 능력이 아닌, 의지였다.
‘나는……. 과분할 정도의 사랑을 받고 있었군.’
이걸 진작 알았다면…….
그랬다면 더는 금기를 어기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루이드라도 나타나지 않고, 그녀를 떠나보내지 않을 수 있었을까.
함께 아침 햇살을 받으며 눈을 뜨고, 함께 밤을 보내는 소소한 일상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
모든 게 아쉽고 쓰라렸다.
스으으.
하지만 길베룬은 구태여 언급하지 않았다.
등불 의식이 진행될수록, 안젤라의 몸이 점점 흐려지고 있었고, 목소리 또한 점점 멀어지고 있었으니까.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기억나요? 저희가 처음 만난 날이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안젤라는 미안해하며 보내고 싶지 않아 했다.
그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행복했던 나날을 떠올리며, 다시는 찾지 못할 일상을 조금이나마 더 느낄 수 있도록.
그렇게 함께 대화를 나누며 언제나처럼 춤을 추고 싶을 뿐이었다.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지 않소. 절벽에서 쉬고 있을 때 당신이 마침 그곳을 찾아왔었지.”
-히히, 잘 기억하네요.
“아무렴. 당신에게 처음으로 반한 날이니 말이오.”
그런 안젤라의 바람에 길베룬은 기꺼이 응해주었다.
과분한 사랑에 대해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보답은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어머, 정말요?
“매번 말하지 않았소. 새삼 모른 척할 거요?”
-후후, 매일 듣고 싶은 말인 걸 어떡해요. 그리고…… 저도 그날 첫눈에 반했거든요.
“……뭐? 나는 처음 듣는 얘기인데? 왜 그런 좋은 소식을 이제 얘기하오? 잠시만, 분명 내가 거듭 구애한 끝에 만났던 걸로 기억하는…….”
-여자 마음은 다 그런 거예요, 룬.
“허……. 이거 한 방 먹었군그래.”
당했다는 듯 허탈하게 웃는 길베룬을 보며 안젤라가 쿡쿡 바람 빠진 소리를 내었다.
순수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에 길베룬도 피식 미소 지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밥은 무얼 먹었냐는 얘기부터 하이드가 실수했을 때 지은 표정이 웃겼다는 얘기와 같은 사소한 일상까지.
그리고 어느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던가, 무얼 먹고 싶다는 등의 얘기까지.
그들은 마치 이별하지 않는 사람처럼 미래를 그려가며 웃고 떠들었다.
“그보다…… 얘기가 넘어갔는데 말해줄 수 있겠소? 나한테 첫눈에 반했다는 얘기에 대해 좀 더 궁금해지는데 말이오.”
-어머, 그게 그렇게 궁금했어요?
“크흠……. 부정하진 않겠소.”
한 차례 스텝을 밟으며 나아가던 안젤라가 내심 부끄러워하는 길베룬의 얼굴을 보며 싱긋 웃었다.
-저희가 처음 만난 그날, 저는 너무 힘들었었어요.
“알고 있소.”
길베룬도 아는 얘기였다.
가문이 망해가며 안젤라의 아버지는 매일 술로 보냈고, 그럴 때마다 동생들은 하염없이 울며 안젤라만을 찾았으니까.
그런 곳에서 안젤라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훤히 들여다보이는 미래를 기다리며 동생들을 케어할 뿐.
-저도 사람이잖아요? 결국, 너~무 지쳐서 일탈 좀 해보자! 라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웃으며 말하지만, 그날은 유독 힘든 날이었다.
망해가던 가문이 정말로 완전히 몰락해버렸으니까. 그날만큼은 도저히 집에 들어갈 자신이 없었다.
아버지가 어떤 모습이 되었을지 볼 자신이 없던 것이다.
……결국, 아버지는 자살을 했었으니 옳은 선택이라 볼 수도 있었다.
-하여튼 그렇게 뛰쳐나갔는데…… 그만 길을 잃었지 뭐예요?
“……거기서 길을 잃었다고? 산행치곤 단순한 길일 텐데.”
-처음 가는 곳이었단 말이에요. 밤도 어둡고……. 하여튼 큰일이다 싶은데 길은 안 나오고, 당장이라도 눈물이 나올 거 같을 때!
“나를 만난 거군.”
안젤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껏 찾은 빛을 보고 나아간 곳이, 절벽 끝이라는 것에 절망할 때.
불쑥 말을 걸어준 길베룬은 한 줄기 빛과도 같았다.
특히나 인도자의 눈을 가진 그녀가 본 그날의 길베룬은…….
-너무 눈부셨어요.
아름다웠다.
찬란하다라는 표현은 그를 위한 게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언제는 취향이 아니라더니?”
-어머, 얼굴이라고는 안 했는데요?
“아……. 그렇군.”
-푸흐흐, 장난이에요, 룬.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빛이 났어요.
“크흠, 무엇이 말이요?”
-너무도 깨끗한 마나를 지니고 있었거든요. 태어나서 본 어떠한 마나보다도 순수하고 찬란한 마나…… 이런 마나를 지닌 사람이라면 정말 좋은 사람일 거라 생각했어요.
마나는 타고난 것.
하지만 사람의 정신 상태나 인격, 삶의 환경에 따라 마나는 조금씩 달라지곤 했다.
때문에 안젤라는 사람을 볼 때 마나를 가장 먼저 보는 게 습관이었다.
마나를 보면 그 사람의 삶과 성격을 조금이나마 추측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 마나가 조금이지만 어두워지고 있는 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가능만 하다면 다시 원래의 찬란한 빛을 찾도록 곁에 머무르고 싶을 정도로.
“……그리고 그렇게 되었지.”
-맞아요, 제게는 과분하다 생각한 당신이 저에게 거듭 용기를 주었거든요.
“후후……. 허튼 노력은 아니었군. 그래서 지금은 어떻소? 아직도 빛이 나오?”
그 물음에 안젤라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네.
이제는 너무도 희미해진.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바람이 부는 소리에 묻힐 만큼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 느껴지는 감정만큼은 확고했다.
-눈부셔요. 그날보다 더. 제가 없는 동안에도 어긋나지 않고 잘 사셨군요.
“……그런가.”
-앞으로도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늘 곁에 함께 있는 것처럼요.
“그렇게 하도록 하겠소.”
흔쾌히 답한 길베룬이 문득 떠올랐다는 듯 탄성을 내더니 신이 나서 떠들었다.
“아, 그러고 보니 말이오. 이건 루리엘이 말해준 것인데 옆집 한르가 말이오……. 그래서 이런 사고를 쳐서 골치가 아프다던데…… 안젤라, 듣고 있소?”
-…….
“안젤라?”
하나 들려오는 답은 없었다.
툭, 걸음을 멈춘 길베룬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갔소?”
여전히 들려오는 답은 없었다.
사아-
그건 대답뿐만이 아니었다. 세상이 달라져 있었다.
마나로 가득했던 세상이 다시 본래의 평범한 숲이 되어있었다.
그저 발밑에서 느껴지는 마법진의 거대한 기운과, 선선한 바람만이 느껴질 뿐.
“그렇군.”
길베룬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숲 너머로 왁자지껄한 소리와 폭죽이 터지는 소리.
그리고 밤하늘을 수놓은 화려한 등불이 보였다.
그 화려한 축제의 한 장면을 보는 길베룬의 볼을 타고 무언가 흘러내렸다.
“이렇게 떠나고야 말았군. 함께 보지도 못하고…….”
이제 조금만 더 걸어가면.
정말 몇 발짝만 더 나아가면 도시였다. 그 누구보다 등불 의식을 원했지만, 끝내 홀로 보지 못하고 떠난 것이다.
“성군으로 불리게 되었지만, 정작 좋은 남편은 되지 못한 거 같소. 이런 부족한 나와 함께해주어 고마웠소…….”
그리 말한 길베룬이 눈물을 훔쳤다.
그런 그의 눈빛은 조금 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둥실-
그 순간 숲으로 날아온 정화의 등불 하나가 밤하늘 위로 떠 올랐다.
“남은 생만큼은 당신의 바람대로 살리다. 그러니 그곳에서 지켜봐 주겠소? 당신에게 자랑스러운 남자이자 왕이 될 수 있도록…….”
그것을 보며 지그시 눈을 감은 길베룬은 한참이나 그 자리에 멈춰, 그렇게 서 있었다.
오래도록 그렇게.
* * *
띠링-
“와, 이쁘긴 하네……. 응? 띠링?”
한편 그 시각, 프라텔.
주민과 유저가 한데 얽혀 즐기는 진정한 등불 축제를 구경하느라 바쁠 때였다.
[돌발 퀘스트 ‘안젤라의 바람’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안젤라의 바람을 들어주어 히든 이벤트의 첫 번째 루트, ‘꿈의 도시 프라텔’이 삭제됩니다.] [두 번째 루트, ‘찬란한 성군의 탄생’이 진행됩니다.] [히든 이벤트 ‘마지막 등불 의식’이 ‘찬란한 성군의 탄생’에 영향을 받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졸업 레벨을 달성하여 대륙의 시련이 주어집니다.] [제4 시련, ‘꿈을 이루는 자’가 생성됩니다.]…….
[사도로서 얼마나 많은 업적을 쌓았는지 확인합니다.] [랭크를 측정 중입니다.]갑자기 떠오른 무수히 많은 메시지의 향연에 도현이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그리곤 곧 상황을 파악하곤 고개를 돌려 숲 쪽을 바라보았다.
‘……끝난 건가.’
길베룬과 안젤라의 정화 의식이 끝이 났음을 깨달은 것이다.
달리 말하면 안젤라가 떠났다는 소리기도 했다. 결국 바람대로 자신을 희생하고 도시 주민들을 살리고야 만 것.
‘흑, 흐윽…… 흐어엉……. 너무 슬프잖아!’
‘리자리자……. 리자아!’
‘으음……! 참으로 아름다운 이별입니다, 주군.’
그 감동적인 결단에 지하드가 눈물을 터트렸다.
엘리자도 작은 녹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폴짝거리고 있었고, 근엄하던 찰리마저 고개를 숙이며 애도를 표했다.
‘……괜히 나까지 좀 그러네.’
도현도 왠지 기분이 묘한 게 가슴이 간질간질하고 있을 그때였다.
툭.
“아, 아니야! 안 울었어!”
“……? 뭐라는 거야?”
갑자기 어깨 쪽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화들짝 놀란 도현이 소리치자, 루리엘이 눈살을 찌푸렸다.
“크, 크흠. 아무것도 아니야. 왜 불렀어?”
뒤늦게 그녀임을 자각하자 민망함이 몰려와 헛기침을 하는 도현.
다행히 그녀도 더 걸고 넘어가지 않았다.
아니, 그걸 넘어 지금껏 보지 못한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루리엘?”
이상함을 느낀 도현 또한 진지해진 어조로 묻자, 그녀가 한 발짝 다가와 가슴팍에 손을 툭 얹었다.
가슴팍에 손을 얹은 채 지그시 바라보는 그녀.
“루, 루리엘? 갑자기 무슨……?”
“고마웠다, 카이저. 아니, 그분의 후예여.”
그에 깜짝 놀란 도현이 되물을 틈도 없이, 그녀의 입에서 기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아닌, 시니컬한 성인 여성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도현이 놀란 건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분의 후예?’
루리엘이 말한 하나의 단어.
그것에 집중한 도현이 설마 하는 생각에 눈을 부릅 뜬 찰나.
“그대는 훌륭하게 그분의 시험을 통과하고, 부서진 운명의 조각을 온전한 조각으로 만들었다. 그런 그대라면 괜찮겠지.”
파앗-!
루리엘에게서 돌연 눈 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그녀에게서 나온 실이, 도현이 들고 있던 ‘부서진 진실의 목걸이’와 이어졌다.
이제는 익숙한 빛과 장면에 도현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건…… 설마!?’
그리고 그 예상은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다.
띠링-
[네 번째 운명의 조각, ‘부서진 진실의 목걸이’가 온전한 형태를 되찾았습니다.] [네 번째 운명의 조각, ‘진실의 목걸이’가 반응합니다.] [잠들어있던 마도왕(魔道王)의 의지가 깨어납니다.] [고대 인류의 마도왕(魔道王), ‘루시르 엘 레이하드’의 의지가 현신합니다.]‘미친……!’
네 번째 운명의 조각의 의지가 깨어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