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96)
제196화
196화.
하모드는 무척 혼란스러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유저를 건드려서 왕이 나선다고? 카이저가 뭘 했다고? 심지어 저 장발 기사는 우리가 6개월이 넘게 호감도작을 해놨던 놈이잖아.’
히든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그들은 호위기사들이나 주민들에게도 호감도작을 해놨었다.
그 덕일까.
처음에는 묘한 벽이 느껴졌던 것도 어느 정도 허물어져, 이제는 서로 인사도 나누고 안부도 물어보는 사이가 되었다.
상인들의 경우 간혹 가격도 깎아주고, 기사들의 경우 퀘스트를 좀 더 잘 챙겨줄 정도.
엄청난 혜택은 아니어도 이제는 나름 어디 가서 친분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사이는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아니라 카이저를 지킨다고? 카이저가 대체 뭘 했는데?’
반면에 카이저는?
기껏해야 한 달이다. 아니, 정확히 따지면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을 거다.
그 짧은 시간 만에 이렇게 관계가 역전된다고?
어이가 없었다.
왜 또 카이저만 다르냔 말이다.
웅성웅성-
그렇게 생각하는 건 하모드만이 아니었다.
구경하던 유저들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는지 떠들썩해졌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왜 왕이 카이저를 감싸지?”
“프라텔을 구해준 은인이자 영웅이라는데? 루이드라 잡은 거 때문에 그런가?”
“……잠깐만, 그럼 만약 스틸 안 당했으면 지금 저 자리에 히어로 길드가 있었다는 거 아니야?”
“어? 그럼 마지막 등불 의식이라는 것도 설마…….”
“헐, 정황상 맞는 거 같은데?”
“미친. 나라면 배 아파서 죽었다 진짜.”
빠득-
그리고 그 얘기가 어느 한 결론으로 치달아 갈수록 하모드가 이를 가는 소리도 거세졌다.
저 말대로면 본래 왕의 편애는 히어로 길드의 몫이었단 소리 아닌가.
‘……이걸 마스터가 알면.’
꿀꺽.
저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이를 알게 된 마스터가 과연 무슨 반응을 보일까란 거였다.
제 것을 빼앗기는 걸 죽도록 싫어하는 마스터의 성격을 생각하면 길길이 날뛰고도 남을 일.
그런 상황에 제르팍에 이어 자신까지 실패한다?
‘……조졌다.’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으아악! 놔! 놓으라고!”
“가만히 있어라. 집행 방해는 중죄, 감옥에 가고 싶은 건가?”
“아니, 우리가 대체 뭘 했다고?”
“하, 하모드 님! 다들 구속당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모두 잡혀갈 것 같습니다.”
지금도 기사단이 강제로 길드원들을 구속하고 있는데.
이대로 전투를 벌였다간 최소 징역형이다. 그리고 애초에 저들을 이길 자신도 없었다.
다른 기사들도 필드 보스쯤은 쉽게 사냥할 이들.
하물며 기사단장인 하이드 라크드리어는 격이 다른 인물이었다.
자고로 기사단장의 자리에 오른 자는 기사 열 명이 달려들어도 흠집 하나 못 내는 무력을 지니고 있다.
‘하이드면 도시의 기사단장 중 상위권……. 제국에서도 스카웃이 들어왔던 인물이다.’
이것도 기사들과 친분을 유지하며 알게 된 사실이었다.
브리온의 르베드 경만큼은 아니어도, 엄청난 실력자임은 분명했다.
게다가 NPC를 상대로 전쟁이라도 벌였다간 자칫 잘못하면 제국에게까지 찍힐 수 있었다.
“무얼 잘못했냐 물었는가. 우스운 질문이군.”
“우리가 뭘 했는데! 왜 그러는 건데 대체!”
“감히 우리의 영웅을 위협하고, 건방지게 길을 막지 않았나. 사형을 내려 마땅할 중죄를 왕께서 아량을 베풀어준 것으로 알라.”
“미친…….”
무엇보다 저놈들은 지금 정상이 아니다.
무슨 유저 하나 위협했다고 사형을 때리니 마니 한단 말인가!
공산국가도 이 정도는 아닐 거다.
거의 무슨 카이저 팬클럽을 넘어 미쳐있는 게 카신교가 떠오를 정도.
“암, 뭘 좀 아는 NPC들이네. 카신을 모욕한 자, 죽음으로 갚아야 마땅한 법.”
“훌륭한 카신교 신도의 그릇이군요.”
“카페장님께 이 소식을 알려야겠어요.”
“카페장님은 지금 한창 바쁘실 텐데……. 흠, 뭐, 이런 기쁜 소식이라면 오히려 달가워하겠네요.”
실제로 구경하는 유저들 사이로 카신교로 추정되는 몇몇이 흡족해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저들이 극찬하는 거면 말 다 한 거다.
“다들 구속하라!”
“예!”
“으어어억! 하, 하모드 님. 일단은 피하십…… 허억! 놔, 놔라! 놓으란 말야!”
순식간에 200명 중 40명이 구속당했다.
이대로 가다간 모조리 감옥으로 이사 가게 생겼다.
괜한 객기를 부리지 말고 여기서 물러나는 게 현명한 선택이지만…….
‘젠장,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
이대로 떠나도 정말 괜찮을까?
온갖 폼은 다 잡아놓고, 이렇게 볼품없이 도망치는 모습을 보이면 이미지가 망가질 텐데, 마스터의 얼굴을 볼 낯이 없다.
‘왕과 기사단만 아니었어도…….’
그 말이 들리기라도 한 걸까.
“똥줄 좀 타나 보네.”
어찌 알았는지 카이저가 비웃듯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왜, 기사단만 아니었으면 너희가 이겼을 거 같아? 글쎄, 최정예라는 것들이 유효타 한 번을 제대로 못 먹이던데 너희라고 다를까 싶은데…….”
“뭐, 뭐? 저 빌어먹을 개자식이……!”
“뭐라? 방금 무어라 했는가! 영웅을 모욕한 저 도끼를 든 무뢰한을 어서 구속하라!”
욱한 하모드가 곧장 으르렁거렸지만, 그보다는 길베룬의 목소리가 더욱 컸다.
그 순간 들려온 귓속말.
[베르제 : ……하모드. 일단 물러나십시오.]“……마스터? 보, 보고 계셨습니까?”
[베르제 : 워낙 방송을 켠 사람이 많아서요.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더 이미지 망치지 말고 깔끔하게 빠지세요.]“하, 하지만…….”
[베르제 : 하모드.]차가운 베르제의 목소리에 하모드가 입을 다물었다.
그의 목소리가 이토록 낮게 가라앉을 때는, 토를 달면 안 되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베르제 : 두 번 말하게 하지 마십시오.]“……죄송합니다. 바로 물러나겠습니다.”
즉답한 하모드가 곧장 자리를 피하며 길드원들을 뒤로 물렸다.
“다들, 일단 물러난다!”
“그, 그래도 됩니까?”
“마스터의 명이다. 최대한 기사단에 잡히지 말고 자리를 피한다.”
“……아, 옙! 알겠습니다!”
그렇게 옹기종기 모여있던 이들이 후다닥 자리를 피하자 순식간에 길이 트였다.
마치 홍해처럼 갈라진 길.
그 길에 서 있는 도현과 길베룬에게 다가온 하이드가 조심스레 물었다.
“……쫓아갈까요?”
“흠. 50명 정도 잡은 것 같군. 아쉬운 숫자이네만…… 영웅이여, 그대는 어떤 것 같나? 원한다면 모조리 다 잡아오지.”
“아뇨,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다 잡아도 상관이야 없지만,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다.
자신은 어차피 이곳을 떠날 거니까. 그들이 잡혀가든 말든 플레이에 지장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감옥에 가버리면 못 패잖아.’
도현이 씨익 웃으며 천변을 어루만졌다.
하모드인지 뭔지 하는 놈의 눈빛이 아직 죽어있지 않다.
분명 제국으로 넘어오게 될 터. 저런 놈에게는 직접 교육을 해줄 필요가 있었다.
한 번 적의를 품은 적을 그냥 두는 건 도현의 취향이 아니었으니까.
“흠. 알겠네. 그대의 의견이 그렇다니 따르도록 하지. 허나 저자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는군. 앞으로 저자의 행보를 지켜보도록 하겠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이별인가.”
길베룬의 말에 도현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힐끔 바라본 길베룬은 어딘가 작고 초췌해 보였다.
하나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두 눈에 깃든 각오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으니.
심지어 완성된 히든 이벤트의 이름마저 찬란한 성군의 탄생이 아니던가.
“예, 이제 이별이네요. 감사했습니다.”
그렇기에 도현은 웃으며 답했다.
도리어 그 모습에 한결 표정이 편해진 길베룬도 피식 웃으며 답했다.
“……감사는 내가 할 말인 것 같군. 정말 고마웠네. 언제든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주게. 어떤 일이든 미루고 찾아가겠네.”
“말만이라도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보내실 생각입니까?”
“……글쎄. 아주 많이 바빠질 것 같다네. 안젤라가 우연히 바라보았을 때, 뿌듯해할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거든. 이곳이.”
“꼭 그렇게 될 겁니다.”
“고맙네.”
그것으로 대화는 끝이었다.
누군가 한 명이 끝낸 건 아니었다.
그저 서로가 이젠 떠날 때를 느끼고 고개를 끄덕였을 뿐.
“……제국은 강인한 마물이 판을 치는 곳. 수많은 강자가 모인 것도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일세. 조심하란 말을 하고 싶네만…… 그대라면 잘 해내겠지.”
“예.”
“그럼 이제 가도록 하게. 어느 누구도 그대의 옷자락 하나 건드리지 못하게 하지.”
피식, 미소 지은 도현이 한 발짝 발을 내밀었다.
저벅.
척. 척. 척. 척.
그러자 기사단이 도현이 가는 길의 양옆에 근위병처럼 서서 길을 통제했다.
혹여라도 방해하는 자가 있으면 즉결처형을 할 듯 무기를 손에 쥔 채였다.
그렇게 수많은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도현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케헴! 케륵.
-음!
-리자리자!
그러자 가디언들도 그 뒤를 따르며 어깨를 폈다.
자리가 이래서인지 이 기묘한 조합의 가디언들이 유독 빛이 나 보였다.
저벅, 저벅.
저벅.
이 순간 모두가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누가 뭐래도 이 무대의 주인공은 카이저라는 것을.
“……간지 미쳤다.”
“왕하 기사단의 호위와 왕의 에스코트를 받는 클라스 보소.”
“낭만 지린다 진짜.”
히어로 길드고 뭐고, 지금 그들의 머릿속엔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넋 놓고 카이저가 워프를 향해 나아가는 걸 바라보느라 바쁠 뿐.
그리고 그건 히어로 길드와 하모드도 마찬가지였다.
빠드득-
‘젠장, 젠장, 젠장……!!’
수많은 병력을 데리고도 저 재수 없는 놈이 당당하게 걷는 걸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게 너무 배가 아팠다.
모든 유저들이 마치 레드 카펫을 밟는 연예인을 보듯 카이저 한 명을 우러러보고 있는 게 너무 싫었다.
당장이라도 저 볼록한 뒤통수를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그냥 저질러?’
그냥 확 저지를까, 말까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베르제 : 하모드, 혹시라도 허튼짓을 할 생각은 마십시오.]“……예.”
귀신같이 베르제의 귓속말이 날아왔다.
뜨끔한 하모드가 움찔하며 답하자, 베르제가 다 안다는 듯 입을 열었다.
[베르제 :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무슨 재주로 왕의 환심을 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겉보기에 화려할 뿐.]“……하지만.”
[베르제 : 하모드. 그가 향하는 저 워프가 어디로 향하는 워프인지 잊었습니까?]“아.”
그제야 하모드가 미소를 머금었다.
비열한 미소였다.
워프를 타면 어디로 가겠는가?
당연히 제국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제국에는 마스터의 군단이 기다리고 있지.’
카이저가 아무리 잘나 봐야 이곳에서만 압도적인 무력을 자랑하고 있을 뿐.
제국의 NPC와 유저는 이곳과 급이 다르다.
하물며 마스터가 직접 군단을 이끌고 있다면 말이 필요 없으리라.
[베르제 : 방해하지 않기로 100대 길드들과 얘기를 마친 참입니다.]그렇다면 10대 길드는?
[베르제 : 그들은 지금 바쁘고, 그런 게 아니어도 이런 것에 간섭하지 않죠. 특히 카이저에 관한 거라면 도리어 반길 겁니다.]10대 길드의 입장에서 카이저는 독이 든 성배와도 같았다.
상징성도 그렇고, 실력도 그렇고.
분명 소속으로 들여서 잘만 키우면 한층 도약시켜줄 존재일 테니까.
심지어 메인 퀘스트를 진행 중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지금이라면 더욱 그러했다.
누군가 섣불리 접근했다간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게 카이저라는 존재인 것이다.
[베르제 : 그렇다고, 직접 나서기엔 명분도 없고 이미지도 망가지겠죠.]누군가 카이저를 치워주기를 누구보다 원하는 게 10대 길드라는 것이다.
즉, 지금 히어로 길드를 방해하고 카이저를 도와줄 사람은 없다는 뜻.
[베르제 : 카이저, 그는 스스로 호랑이 굴에 발을 들이밀고 있는 겁니다.]지금 밟고 있는 저 레드 카펫이.
실은 그의 피로 이루어진 미래로 뻗는 길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카이저, 네놈의 시대도 이제 끝이구나.’
저벅, 저벅.
그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카이저는 당당히 걸을 따름이었다.
이윽고 워프에 도달한 카이저, 도현이 고개를 들었다.
[졸업 자격을 갖추었습니다.] [동서남북에 위치한 대륙의 네 가지 시련을 모두 완수하여 중앙 제국으로 갈 자격을 획득합니다.] [아르니스 제국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제국으로 이동할 시 프라텔로 돌아올 수 없습니다.]‘드디어 제국인가.’
갓오세를 시작한 지 대략 한 달 반.
순식간에 스쳐 간 시간에 감회가 새로웠다.
한 달 반 만에 제국에 도달했다는 말을 들으면 다들 거짓말하지 말라고 소리칠 정도로 미친 속도.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도현 스스로도 이렇게 금방 도달할 줄은 몰랐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해냈고, 이제는 본무대를 밟을 차례였다.
아마 쉽지는 않을 거다.
그에겐 적이 많고, 제국에 처음 입장하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취약한 때일 테니까.
‘어디 안 그런 적이 있었나.’
하나 그게 어쨌단 말인가.
지금까지 그래왔든 결국 해내면 그만이었다.
“예.”
망설임 없이 답하자 곧 메시지가 떠올랐고,
[아르니스 제국으로 이동합니다.]수많은 유저들과 NPC들의 시선 속에서.
눈 부신 빛과 함께 도현과 가디언들의 신형이 사라졌다.
비로소 갓오세의 본무대라 할 수 있는 제국에 발을 들이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