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199)
제199화
199화.
-아니, 대체 닉네임이 왜 보라색맛이야? 역겹게.
어느 날 보라아재를 두고, 참다 참다 폭발한 꾸꾸가 한 소리를 한 적이 있다.
내심 마음에 쌓아두고 있던 도현도 곧장 동의한 발언이었다.
-인정. 친구목록 볼 때마다 삭제 마렵다니까.
-? 접속하자마자 왜들 시비야?
-시비 안 걸게 생겼어? 안 어울려도 너무 안 어울리잖아! 그딴 커마에 무슨 이름이 보라색맛이냐고, 더럽게.
-……내 커마가 뭐 어때서. 이게 고인물의 상징 아닌가? 검제야, 네가 봐도 그러냐? 멋있지 않아?
그런 둘을 보며 뭘 모른다는 듯 고개를 저은 보라아재는 컨셉에 진심인 검제에게 슬쩍 도움 요청을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보기 흉하니 치웠으면 좋겠군.
-세상에, 믿고 있던 너마저…….
-그 초롱초롱 눈빛 이모티콘도 치웠으면 좋겠군. 진심으로 역겨워지려 하니.
-……일단 그 검 좀 집어넣고 말해줄래?
그 검제마저 검부터 뽑아 들 정도였으니.
이토록 모두가 극딜을 박는 것은 그들의 인성 탓이 아니라, 모두 보라아재의 커마 때문이었다.
-아니, 내가 볼 때 닉네임이 문제가 아니야. 저 더러운 커마부터 좀 어떻게 해야 된다니까?
-동의한다. 대체 왜 많고 많은 룩 중 빤스 차림에 아포로 머리인 것이지? 노출증이라도 있는 건가?
-도복만 입는 네가 할 말인가 싶긴 한데……. 인정.
190cm가 넘는 거한. 시커먼 피부에 우락부락한 근육.
그리고 그 근육이 돋보이다 못해 허벅지 안쪽 근육까지 생생하게 드러나는 팬티 차림.
추가로 아포로 머리와 선글라스까지.
생각해봐라.
VR 게임에서 저런 끔찍한 룩을 한 사람의 닉네임이 보라색맛이면 무슨 기분이 들겠는가.
-아, 토끼 머리띠까지 구했어야 하는데…… 왜 이 게임은 토끼 머리띠가 없지?
-미친…….
도통 이해가 안 되는 패션 센스에 소름이 돋아서 한 마디 하면 보라아재는 늘 같은 말을 하곤 했다.
-그야 이게 고인물의 상징이니까!
-……그건 PC게임 시절이잖아. VR 게임에서 누가 그딴 룩을 입냐고!
-라떼는 그랬어! 이런 차림인 유저들 보면 얼마나 부럽고 멋있었는데. 내 로망이었다고!
-그딴 로망 가지지 말라고 제발. 다른 사람들 눈도 좀 생각해줘.
-아니, 룩은 그렇다 치고, 그럼 닉네임은 왜 보라색맛인데?
그렇게 돌고 돌아서 다시 본래의 주제로 돌아왔고.
-나는 보라색이 참 좋더라.
-왜?
언제 욕하고 있었냐는 듯 모두가 집중하자, 보라아재는 씨익 웃으며 답했었다.
-왜긴, 보라색이 고강의 상징이잖아.
-……아.
-모든 보라색은 언제나 옳아. 난 그래서 현실에서도 보라색 시계만 끼잖냐.
-그건 좀……. 그 나이에 게임 중독은 좀 글지 않나?
-니들이 할 말이냐!? 하긴 너희 같은 재능충들이 뭘 알겠냐, 이런 게 소시민의 마음이란다. 어휴.
그땐 동료들과 시시콜콜한 얘기를 참 자주 했다.
점점 컨텐츠가 바닥나고, 게임이 망해가며 할 게 없어진 탓에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시답잖은 얘길 하는 날이 많았으니까.
그날도 그런 날이었고, 그렇게 우스갯소리로 넘겼었는데…….
지금 도현이 이 얘기를 떠올리는 이유는 하나였다.
‘……이야, 여전히 보라색투성이네.’
갓오세에서 마주한 보라아재는 정말이지 보라색 그 자체였으니까.
무기부터 장비, 악세사리까지 보라색이 아닌 게 없었다.
머리도 보라색으로 물들이지 왜 안 들였나 싶을 만큼 영롱하게 빛나는 걸 보자니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여기서 보라아재를 만나게 될 줄이야.’
저건 무조건 보라아재다.
‘……저 괴수 같은 놈이랑 아는 사이야 주인?’
‘뭐, 그렇지. 옛 동료니까.’
‘호오……. 빈틈은 많지만 그를 상회할 만큼 강한 힘이 느껴지는군요. 과연 주군의 동료라 할 수 있는 강자입니다.’
‘리자리자!’
도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분명 갓오세를 하고 있을 거라 확신했으니 제국에 가면 만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곧장 재회하게 될 줄이야.
‘괜한 걱정이었네.’
솔직히 조금은 걱정했다.
성별이든 뭐든 상관없이 커스텀마이징에 있어 자유로웠던 뎀로크와 달리 갓오세는 커마의 폭이 작다.
커마에서부터 이미 개성 넘치던 동료들이니만큼, 실제와 많이 다를 테니 갓오세에서 알아보기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저 괴물 같은 근육질까지 똑같을 줄이야.’
뎀로크 때랑 패션이나 머리 스타일, 피부색 등등 똑같은 구석이 없지만, 저 덩치와 근육만큼은 변함없이 똑같았다.
아마도 실제 모습을 바탕으로 커마를 한 게 아닐까 싶다.
그때는 무슨 다른 의미로 위험한 고인물처럼 보였는데, 이렇게 보니 나름 멀쩡한 헬창처럼 보이는 것도 같…….
‘……잠시만.’
그때 문득 스쳐 가는 생각에 도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실제 몸이랑 똑같은 커마로 팬티만 입고 다닌…… 우욱……!’
순간 진심으로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아 뒷걸음질 쳤다.
그러자 때마침 눈이 마주친 보라아재…… 아니, 무기고의 주인 아스트가 손을 흔들었다.
“여, 오랜만이야.”
동네 형처럼 푸근하게 인사해오는 아스트.
그에 모두의 시선이 도현에게 꽂혔다. 그러자 유저들이 경악하다 못해 기함을 토해냈다.
“헐……. 지금 카이저한테 인사한 거야?”
“오랜만이라는데? 뭐지? 둘이 만난 적이 있나?”
“지역이 달라서 못 만날 텐데……. 설마 현실에서 만난 건가?”
“아니면 원래 알던 사이 아니야?”
“에이, 카이저 계속 소식 없다가 이제 시작했는데? 아스트가 뎀로크 출신이라는 설이 있던데 진짜인가?”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소란스러워진 유저들을 신경도 쓰지 않는지, 아스트는 태연하게 도현을 향해 걸어갔다.
유저들 사이에 끼어있지만, 워낙 큰 키 때문에 훤히 보였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그가 걸어갈 때마다 다들 양옆으로 자리를 비켜주고 있었다.
당연히 베르제가 그런 아스트를 가만히 두고 볼 리 만무.
스윽, 턱.
불쑥 다가온 베르제가 앞을 막아서자 아스트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냐, 넌.”
“……내가 할 소리입니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죠. 무기고의 주인.”
“뭘 하긴. 보면 몰라? 인사하러 가잖아.”
“어물쩍 넘어가지 마십시오. 당신이 이 상황을 모를 리는 없겠죠. 바벨론이 카이저의 편을 들고 있다고 간주해도 되겠습니까?”
다소 공격적인 베르제의 말투에 유저들이 헉 숨을 들이켰다.
설마하니 저렇게 대놓고 말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현 상황과 길드를 언급한 지금.
이건 더 이상 무기고의 주인 혼자만의 일이 아니었다.
여기서 대답하는 것에 따라 10대 길드 바벨론이 카이저의 편에 선 것으로 간주될 테니까.
“…….”
“대박…….”
그에 유저들이 숨을 죽이고 상황을 관망했다.
적막 속에서 살 떨리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카이저와 히어로 길드의 대치, 그리고 그 사이로 끼어든 무기고의 주인까지.
‘너무 흥미진진하게 돌아가잖아?’
‘이제 어떻게 되는 거임? 진짜 바벨론이 끼는 거?’
‘10대 길드가 다른 길드 싸움에 끼는 건 안 되잖아. 그랬다간 10대 길드들이 가만히 안 둘 텐데.’
‘이게 따지고 보면 길드 싸움은 아니지 않나? 스읍, 그런데 카이저라 또 모르겠네.’
‘뭐가 됐든 개꿀잼 매치. 영상부터 찍자 일단.’
이 흥미진진한 매치업에 모두의 시선이 아스트에게 꽂혔다.
과연 아스트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그것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다.
순식간에 뒤바뀐 판도에 아스트가 이것 봐라? 라는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거참, 여우 같은 놈일세.”
“……칭찬으로 받아들이죠. 그래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정녕 저희를 방해하실 심산인가요.”
“방해?”
헛웃음을 지은 아스트의 표정이 순간 돌변했다.
싸늘하게 굳은 표정. 정색한 아스트가 한 발짝 앞으로 다가오자 베르제의 위로 그림자가 졌다.
“지금 내 앞에서 방해라고 지껄인 거냐? 우리 바벨론을 두고?”
동굴 속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낮은 저음에 베르제는 순간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무슨 압박감이…….’
압도적인 덩치와 키에서 느껴지는 압박감.
푸근하기만 했던 아스트가 정색하며 다가오자, 숨이 막힐 듯한 긴장감에 손에 땀이 흘렀다.
키 차이로 인해 눈앞에 보이는 목걸이가 영롱하게 보라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꿀꺽.
이 순간, 베르제뿐만 아니라 모두가 숨을 죽였다.
‘이게 무기고의 주인……. 10대 길드의 마스터.’
‘아무리 과금빨이니 뭐니 해도 10대 길드는 10대 길드구나…….’
‘포스 와…….’
10대 길드 마스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게 몸으로 직접 체감된 것이다.
그에 긴장감이 맴도는 것도 잠시.
스으-
순간 팽팽하게 조였던 분위기가 느슨해졌다.
아스트가 피식 웃으며 표정을 푼 것.
그것만으로도 베르제와 수많은 유저들의 숨이 트인 것이다.
텁.
어깨에 손을 얹은 아스트가 별거 아니라는 듯 가벼운 투로 말했다.
“하하, 그냥 인사만 하고 갈 거니까 괜한 힘 빼지 말자고.”
“…….”
터벅, 터벅.
그러며 스쳐 가는 아스트를 베르제는 붙잡지 않았다.
정확히는 붙잡을 수가 없었다.
‘무기고의 주인. 10대 길드 마스터라기엔 부족한 재능을 돈으로 커버하는 남자.’
나름 10대 길드를 목표로 하는 베르제다.
100대 길드 상위권까지 도달한 만큼 내심 자신이 있었다.
바벨론 자체는 위험하지만, 무기고의 주인 정도는 한 번 해볼 만할지도 모른다고.
내심 무기고의 주인을 얕본 것이다.
한데 아니었다.
[고유 능력 ‘꿰뚫어 보는 자’가 발동됩니다.] [대상과의 격차를 파악합니다.] [주의! 절대 위험! 싸움을 피하십시오.]베르제의 고유 능력.
지정한 대상에 대해 꿰뚫어 보는 능력으로, 무려 신화신에게 받은 능력이었다.
단 한 번도 틀린 적 없던 능력.
이걸 바탕으로 베르제는 승산 있는 배팅만을 걸어왔고, 모두 이겨왔다.
그리고 그 능력이 말하고 있었다. 피하라고.
‘……이 정도로 격차가 느껴진단 말인가.’
10대 길드와 100대 길드의 차이를 직접 체감한 베르제가 주먹을 꽈악 쥐었다,
너무도 자존심이 상했다.
이렇게 허무하게 기세에서 밀렸다는 것이.
대놓고 자신을 무시하고 있는데도 잠깐이지만 도리어 안심했다는 것이.
‘이러고도 무슨 10대 길드를 목표로 하겠다는 거냐.’
빠득-
이를 간 베르제가 고개를 들었다. 그런 그의 눈이 사납게 번뜩였다.
이대로는 안 된다.
‘어차피 명분은 이쪽에 있어. 물러날 이유가 없다.’
각오를 마친 베르제가 곧장 간부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주먹을 쥐고 두 번 흔들고, 손가락 세 개를 피는 수신호.
플랜 2를 셋 하면 진행한다는 뜻으로, 대충 요약하면 닥치고 카이저를 족치라는 신호였다.
[길드 귓속말 : 하, 하지만…… 바벨론이…….]“어차피 바벨론은 간섭할 수 없습니다. 저건 허세일 뿐. 여기서 밀려나면 히어로 길드는 평생 10대 길드에 도달할 수 없을 겁니다. 책임은 제가 질 테니 치세요.”
[길드 귓속말 : ……알겠습…… 어어?] [길드 귓속말 : ……엥?]“젠장, 또 무슨 일입니……!”
분위기에 맞지 않는 얼빠진 목소리에 베르제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본능적으로 싸함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카이저가 있던 곳을 바라본 순간, 저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
베르제도 저들과 똑같은 반응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건 구경하던 유저들도 마찬가지였다.
“엥? 뭐야. 카이저 어디 감?”
“뭐야, 분명 방금까지 있었는데?”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잠깐 정신이 팔린 사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카이저 때문이었다.
“설마 카이저 저 둘에게 떠넘기고 빠진 거임?”
“근데 아는 사이 같았는데? 이 상황에 인사도 안 하고 굳이?”
“잠깐만. 이 타이밍, 설마…….”
그렇게 북적이던 것도 잠시.
곰곰이 생각하던 어느 한 유저가 설마 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플레이 타임 다 된 거 아니냐?”
“…….”
“아…….”
이 상황을 설명해줄 아주 그럴싸한 추측이었다.
그에 모두가 침묵으로 동의했고, 베르제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험상궂게 일그러졌다.
저게 말하는 바는 분명했으니까.
‘……또 이렇게 놓쳤다고? 이렇게 허무하게? 으아아아!! 카이저어!!!’
카이저를 잡을 절호의 기회를 허무하게 놓친 것에, 속으로 분노를 토해내느라 베르제의 얼굴은 터질 듯 붉게 달아올랐다.
눈앞에 뜨는 심신안정 주의 메시지를 죄다 무시하며 폭발하고 있을 때.
“허…….”
황당함을 참지 못한 아스트가 헛웃음을 지었다.
이 무슨 상상도 못한 재회인가.
허탈함에 기껏 무게 잡았던 게 김빠지는 느낌이었지만, 아스트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거, 새끼. 한결같네.”
그렇기에 더 그 녀석답다고 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그들의 예상대로,
[접속 제한 시간을 모두 사용하여 강제 종료되었습니다.] [RCD 녹화가 종료됩니다.]푸슈우-
강제 종료 메시지를 보며 캡슐에서 나온 도현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이게 타이밍이 이렇게 되네.”
기가 막힌 상황에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 무슨 신도 울고 갈 로그아웃 타이밍이란 말인가.
아무래도 재회의 순간은 다음으로 미뤄야 할 듯했지만, 상황이 나쁘진 않았다.
‘어쨌든 시간은 벌었어.’
예상치 못한 보라아재의 도움 덕분에 시간을 벌 수 있었으니까.
그러니 일단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볼까.’
씨익 웃은 도현이 녹화한 영상을 바라보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올려줄까 생각하면서.
* * *
그리고 그날 밤.
[카이저 VS 히어로 길드!] [히어로 길드와 카이저의 전쟁. 원인은 카이저에게?] [히어로 길드의 마스터 베르제, 피해자라고 주장해 논란이…….] [무기고의 주인의 난입! 바벨론의 마스터, 아스트와 카이저는 무슨 관계?]-이런 X발, 아니, 이건 또 뭔 일이야? 기저귀 다 떨어졌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기저귀좌 오늘은 기저귀 몇 장 챙겨야 함?
└ㄹㅇ 잠잠한 날이 없누 ㅋㅋㅋ
└카이저는 전설이다 카이저는 전설이다 카이저는 전설이다 카이저는 전설이다…….
갓오세 커뮤니티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