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04)
제204화
204화.
르온은 자부심이 있었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강화만큼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는 자부심.
이 분야에서만큼은 자신이 최고라는 자부심이.
물론 따지고 보면 최고는 아니었다.
장인대전에서도 자신보다 순위가 높은 장인들이 넷이나 있었고, 무엇보다 장인 위의 장인이라는 명장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아직 젊다.’
평균 30대 중반이 넘어가는 대다수의 장인들과 달리, 자신은 아직 28살이었다.
미래가 창창한 나이.
언젠가 최고가 될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 확신을 바탕으로 강화를 해오며 결국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는데…….
까앙- 깡-
‘미, 믿을 수 없다.’
지금 그 확신이 처음으로 깨지려 하고 있었다.
깡-
까앙-
무기와 망치가 부딪치며 맑게 울려 퍼지는 명쾌한 소리.
“오……. 소리 좋다.”
“뭔가 마음이 편해지는데.”
“그런데 카이저 생각보다 잘하는데? 운인가?”
듣는 순간 머리가 맑아지는 맑은 소리에 유저들이 감탄을 흘리는 게 들렸다.
하나 르온은 감탄할 수가 없었다.
정확히는 그럴 겨를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저 소리는 단순히 무기를 두들겨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무기가 공명하는 소리…….’
장인이 어째서 장인으로 불리는가.
대체 무엇이 특별하기에 장인의 강화는 일개 유저들과 달리 성공 확률이 높은가.
왜 강화사들은 허구한 날 손이 미끄러졌다 하고, 무기를 터트리는가!
사실 강화사 NPC들이 잘못된 게 아니었다.
일반 강화사들은 제아무리 보조 스킬과 확률 보조 아이템들 덕지덕지 발라도 결국엔 운에 맡겨야 했으니까.
하지만 장인은 달랐다.
‘망치를 두드렸을 때 망치로 전해지는 쇠의 진동을 통해 타격점과 급소점을 파악하는 것. 그걸 얼마나 잘하는지가 장인과 일개 대장장이를 가르는 척도다.’
장인이 되면 얻을 수 있는 ‘철의 공명’ 때문이었다.
타격점과 급소점을 보다 선명하게 느낄 수 있게 하고, 미세한 진동조차 더욱 감각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사기적인 스킬.
고강으로 가게 되면 운도 따라야 하는 건 여전하지만, 그래도 웬만한 강화까지는 실력으로 커버할 수 있게 되는 것.
‘그렇기에 장인은 특별하다. 또한 장인이 되고부터 비로소 진정한 대장장이의 길이 열린다.’
하나 ‘철의 공명’ 스킬을 보유하고 있어도, 공명을 온전히 느끼기란 힘들었다.
철과 교감하며 공명을 느끼는 건 현대인들로선 무척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철과 하나가 되어 대화를 나누는 경지.
그것을 꿈의 경지라 부르고, 그걸 가능케 하는 사람을 대장장이들은 명장이라고 칭한다.
모든 장인이 그러하듯, 르온 또한 명장을 꿈꾸었다.
비록 제작에는 재능이 없지만, 강화에서만큼은 재능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때문에 르온은 누구보다 공명을 잘 느꼈다.
자신이 내는 게 아닌, 다른 이의 손에서 행해진 공명조차도!
까아앙- 깡-
맑다 못해 청량하게마저 느껴지는 소리.
어떠한 불순물도 느껴지지 않는.
탁함이라곤 일말도 찾아볼 수 없이 철과 망치가 완벽하게 공명해야만 낼 수 있는 고유의 소리.
‘……대체 어떻게, 네깟놈이 타격점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거냐!’
명장만이 낼 수 있는 소리가 저 남자에게서 나고 있었다.
장인은커녕 생산직 스킬조차 얻지 못한, 일개 전투직 유저가 명장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건 말도 안 돼. 그, 그래. 이건 우연이야. 실력일 리가 없지. 초심자의 행운 그런 게 분명해.’
사람이 믿을 수 없는 일을 겪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거쳐 가는 사고회로는 부정이라 하던가.
르온 또한 그러했다.
우연일 것이다.
초심자의 행운 같은. 뭣도 모르고 한 두들김이 운이 좋게 저런 소리를 낸 것일 거다.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했다.
까앙- 깡-
[강화를 완벽하게 성공하였습니다.] [경이로운 경지로 이루어진 완벽한 강화로 인해 최고 수치가 부여됩니다.] [+2 날쌘돌이의 초록검이 탄생합니다.]“이제 네 차례다.”
“와……. 완벽한 강화? 최고 수치? 뭐야 이거.”
“대박……. 명장이나 최상급 장인들이나 띄우는 메시지 아닌가 저거?”
“르온조차 몇 번 못 띄워본 메시지라고 알고 있는데……. 지금 도전 중인 타이틀도 저거잖아.”
하나 그 합리화가 깨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경이로운 경지.
말 그대로 감탄을 넘어 경이로운 경지로 완벽한 강화를 해냈을 때 나타나는 문구다.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타격점을 한 번의 어긋남 없이 타격해야 하기에 장인들도 보기 쉽지 않은 문구이기도 했다.
그런 문구가 겨우 저깟 놈한테서 나왔다고?
‘우, 우연일…….’
까앙- 깡-
[강화를 완벽하게 성공하였습니다.] [경이로운 경지로 이루어진 완벽한 강화로 인해 최고 수치가 부여됩니다.] [+4 날쌘돌이의 초록검이 탄생합니다.]‘……두, 두 번 정도는 운이 따라줄 수도 있지. 나도 두 번은 해봤……?’
깡- 까앙!
[강화를 완벽하게 성공하였습니다.] [경이로운 경지로 이루어진 완벽한 강화로 인해 최고 수치가 부여됩니다.]…….
아무리 부정해봐도 놈의 망치질은 멈추질 않았다.
망치가 내려쳐질 때면 한결같이 맑은 소리가 울려 퍼졌고, 곧 철의 공명이 반응하며 메시지가 떠올랐다.
까앙- 깡!
[강화를 완벽하게 성공하였습니다.] [경이로운 경지로 이루어진 완벽한 강화로 인해 최고 수치가 부여됩니다.] [+10 날쌘돌이의 초록검이 탄생합니다.] [5연속 경이로운 경지로 완벽한 강화를 행했습니다.] [조건을 충족합니다.] [타이틀 ‘경이로운 강화사’를 획득합니다.] [경이로운 강화사]-등급 : 영웅
-설명 : 경이로운 경지를 선보인 강화사에게 주어지는 타이틀.
한 번은 우연이고 운일 수 있으나, 그것이 반복된다면 그건 더 이상 운이 아닌 실력이다.
-효과 : 강화를 할 때 필요한 강화석의 개수가 20% 감소한다.
강화 성공 확률이 5% 상승한다. 모든 능력치 + 5
[경이로운 경지의 완벽한 강화에 100회 성공할 시 숨겨진 옵션이 개방된다.]“오, 뭐야. 타이틀이 뜨네? 이렇게 쉽게 얻어도 되는 건가?”
“……저, 저건.”
갑작스런 타이틀에 생각 없이 감탄을 흘리는 도현과 달리, 르온은 경악에 휩싸여 두 눈을 부릅 떴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쉴 새 없이 동공이 흔들렸는데 당연했다.
“헐. 저거 르온이 이번에 도전하려고 했던 타이틀이잖아. 여기 온 이유도 저거 때문 아니었어?”
“대박……. 그걸 카이저가 얻은 거야? 생산직도 아닌데?”
“솔직히 카이저가 더 잘하는 거 같지 않냐? 뭔가 더 빠르고 맑은 느낌인데.”
“너도 그렇게 느낌? 나도 왠지 그런 거 같다 생각했는데…….”
“다 떠나서 카이저가 할 때만 경이로운 경지 문구 뜨잖아. 르온 지금 두 번밖에 안 뜨지 않았냐?”
“사실 두 번도 대단한 건데 카이저가 진짜 넘사벽이네. 어떻게 싸움도 잘하고, 강화도 잘하냐.”
르온이 이곳에 들린 이유가 모두 저 타이틀 하나 때문이었으니까.
이곳에서 4연속까지 경이로운 경지 문구를 봤었기에, 느낌이 좋아서 들렸던 건데…… 5연속을 달성했다고?
‘나도 거듭 실패한 걸, 저놈이 얻었다고? 그것도 한 번에?’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 이건 꿈이다. 지독한 악몽을 꾸고 있는 게 분명해.’
비상식적인 일의 연속에 르온은 이내 현실을 부정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그런 그의 바람과 달리 이곳은 차가운 현실이었다.
그것을 알리듯 차가운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하고 뭐 해? 네 차례야.”
“…….”
이제는 이름값을 못 하고 푸른빛을 머금고 있는 날쌘돌이의 초록검을 내려다보며, 르온이 식은땀을 흘렸다.
‘영웅 등급의 최고 강화는 12강…….’
그리고 날쌘돌이의 초록검은 영웅 등급 검이었다.
즉 이번이 마지막 강화가 되는 것.
만약 이번에 자신이 성공하면, 저놈이 실패할까?
고개가 저어진다.
일말의 망설임 없이 휘둘러지던 망치가 아직도 생생했다.
‘그렇게 되면 다음 무기는 순서를 바꿔서 진행된다.’
그럼 자신이 선공이 되고, 마지막 12강을 강화를 본인이 하게 된다.
그리고 각 무기의 마지막 최고 강화는 극악의 확률을 자랑한다.
모든 강화는 맥시멈 단계일 때 극악의 확률을 자랑하는 법이었으니까.
괜히 마의 10강, 12강, 15강 등으로 불리는 게 아니었다.
꿀꺽.
차라리 10강이 마지막인 레어 등급이라면 못할 것도 없다. 10강까지는 철의 공명 스킬을 가지고 있는 장인으로서 자신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영웅 등급 12강이라면?
‘……12강은 나조차 자신이 없단 말이다.’
시간과 기회만 넉넉히 주어지면 못할 건 없다.
그러나 단 한 번 만에 성공하라하면?
이건 어느 장인을 데리고 와도 확신하지 못할 것이다.
전설의 대장장이라 불리는 ‘그 명장’이라도 데리고 오지 않는 한 말이다.
“뭐해? 빨리 안 하고.”
선뜻 무기를 받지 못하고 망설이는 르온을 보며 도현이 재촉하자, 주변에서도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뭐야, 왜 빨리 안 받아?”
“……설마 쫀 거 아냐?”
“장인이 생산직도 아닌 유저한테 강화전에서 쫄았다고? 장인대전에서도 탑 5안에 들었던 르온이?”
“그런데 솔직히 지금 상황 보면 르온이 아니라 카이저가 장인 같지 않냐?”
“뭐야 그럼 진짜 쫀 거야? 에반데.”
이쯤 되니 유저들도 상황파악을 못할 리 만무.
더 지체했다가는 전투직에게 강화전에서 발릴까 봐 무서워서 도망친 장인이 되어버릴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강화를 이어간다 해서 달라질 게 있나?
어차피 지게 되면 장인 이름에 먹칠하게 되는 건 똑같은데?
‘X발, 나보고 대체 어떻게 하라고!’
진퇴양난의 상황에 눈알을 부지런히 굴리던 르온이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런 르온이 선택한 건 억지를 부리는 거였다.
“씨X, 이건 사기야. 사기라고!!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야! 장인이면서 아니라고 사기 친 거라고! 저게 씨X 어떻게 전투직이야!”
“아, 귀 따가워. 갑자기 무슨 사기 드립이야? 이제 제국 왔는데 강화를 해볼 기회가 어디 있다고.”
“그, 그건…….”
카이저의 타당한 주장에 르온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카이저가 이제 막 제국 땅을 밟았다는 걸 모르는 이는, 적어도 제국에는 없다 봐야 했다.
그리고 강화는 제국에서부터 풀리는 시스템.
즉, 최소한 갓오세에서 카이저는 강화를 처음 한다는 걸 증명한 셈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다.
그간 쌓아온 명성을 이렇게 허탈하게 날릴 수는 없었다.
아직 앞날이 창창한 유망주 장인이 바로 르온, 자신이란 말이다!
“네노오옴!!! 무슨 술수를 부리고 있는 거냐!! 대장장이조차 아닌 일개 전투직이 5연속 경이로운 강화를 성공한다고?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거냐! 분명 무언가 부정행위를……!”
“가아아알!!”
어떻게든 부정하려고 발악을 하고 있을 때.
돌연 뒤에서 들려온 묵직한 고함에 르온이 입을 턱 다물었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목소리. 르온으로서는 아주 익숙한 목소리였다.
‘……이, 이 목소리는 설마?’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적중했다.
“쯔쯧……. 한심한 놈. 패배를 인정하기 싫어 다섯 살배기 아이처럼 고집을 부리는 꼴이라니…….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구나.”
뒷짐을 진 채 걸어오는 백발의 노인.
머리처럼 새하얀 콧수염과 턱수염이 인상적인, 주름이 가득한 노인은 어딘가 굳건한 거목을 보는 듯했다.
강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얼굴이었다.
“헐……. 아이손 아냐?”
“대박, 그 장인 NPC?”
“아이손이 여기에 왜 나타나?”
“벌써 르온이랑 카이저랑 강화전 하는 게 소문이 퍼졌다곤 하던데……. 설마 아이손도 듣고 온 건가?”
장인 중의 중인이라 불리며, 곧 명장이 될지도 모른다는 준 명장 NPC.
강화계에서는 견줄 이가 몇 없는 장인으로 모든 강화사를 꿈꾸는 대장장이 유저들이 가르침을 바라는 NPC.
“스, 스승님……?”
또한, 르온의 스승이기도 한 노인.
장인 아이손 브리엄이 강화의 골목에 나타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