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06)
제206화
206화.
쾅! 콰앙!
“후우…… 하. 진정하자.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
머리가 빠질 것 같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열불을 토해내던 것도 잠시.
급하게 미팅을 취소하고, 반쯤 부서진 책상 앞에 앉은 베르제가 차분히 여론을 지켜보았다.
르온에 대한 조롱부터 자신에 대한 조롱.
그리고 길드에 대한 삿대질과 카이저에 대한 찬양,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발언 등등.
‘……좋지 않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좋지 않았다.
히어로 길드의 이미지는 나락이고, 르온도 사실상 최소 몇 개월은 재기불능 상태.
그에 반해 카이저의 입지는 한층 더 상승했으니까.
[아이손의 제자 권유에 대한 카이저의 답변이 현재 논란…….] [“강화는 그저 취미. 진지하게 할 생각은 아직 없다. 시비를 걸기에 응답해준 것뿐이다.” 카이저의 대답에 모두 기절초풍] [“언제든 생각이 바뀌면 편하게 찾아와주게” 장인 중의 장인 아이손, 카이저의 거절에도 포기 못 하고 여지를 남겨 화제. 대체 얼마나 재능이 있기에!?] [장인 르온, 그의 자질 부족인가? 카이저의 재능이 뛰어난 것인가?]하지만 이 중에서도 가장 기분 더러운 건 역시 이거였다.
-취미 ㅋㅋㅋㅋ 철벽 실화냐.
-아이손마저 철벽 치는 남자, 아아, 그는 카신인가.
-??: 나? 나는 취미로 강화를 하는 남자다!
-취미로 강화하는 얘한테 영혼까지 털린 르온 해명 좀 ㅋㅋㅋ
-하여튼 히어로 길드는 뭐 제대로 된 애를 못 봄. 하루종일 뚜까 맞네 카이저한테 ㅋㅋㅋ 우리 미연시 게이 우짜누.
“취미? 취미라고?”
무슨 술수를 쓴 건지는 모르겠으나 아주 제대로 농락당했다.
이 사달을 벌여놓고 취미라고 지껄이다니.
이건 장인의 자존심은 물론 장인이 소속된 히어로 길드의 자존심을 제대로 뭉개놓은 짓이었다.
제대로 한 방 먹은 베르제가 양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렸다.
그리곤 마른세수를 하곤 눈을 치켜떴다.
“……내가 너무 해이해졌었다.”
바벨론의 눈치를 보느라 어쩔 수가 없어?
어차피 일주일쯤 지나면 알아서 길을 비킬 테니 그때 잡아도 늦지 않아?
‘그런 마음가짐으로 뭘 하겠다는 거냐.’
어차피 다 잡은 물고기라는 생각에 너무 안전하게 움직였다.
카이저, 그 개 같은 놈이 어떤 존재던가.
완벽한 계획을 짜는 족족 이상한 변수가 끼어들어 일을 그르친 놈이었다.
저번엔 바벨론의 보호, 이번엔 강화.
그 다음에는? 이번에는 또 뭐가 앞을 가로막을 줄 알고?
-전쟁입니다, 더 성장하기 전에 박살을 내야 합니다, 마스터. 아니, 전쟁도 아니지요. 당장 척살을 진행해야 합니다. 가차 없이, 철저하게 말입니다!
부마스터의 말이 맞았다.
“더는 시간을 줘선 안 돼.”
강화의 재능까지 발견된 지금, 또 뭐가 더 발견될지 모른다.
다행히 지금은 장인 아이손의 제자 자리를 걷어찼지만, 또 어떤 NPC의 눈에 띌지 모를 일.
10대 길드나 유저들은 방해하지 않을 테지만, 권위 높은 NPC가 끼어드는 순간 계획은 말짱 도루묵이 되리라.
“신 대리님.”
-예, 예 마스터!
통신 구슬에서 들려오는 잔뜩 군기가 든 대답에 베르제가 씹어내듯 내뱉었다.
“공지 올리세요.”
-공지라 하시면 어떤…….
“카이저와 전쟁을 연다는 공식 길드 공지 말입니다.”
-……공식 공지를 말입니까?
공식 길드 공지.
말 그대로 길드의 일정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의견도 밝히고, 이벤트 일정 등등 다양한 역할이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역할은…….
‘무기고의 주인, 당신이 왜 카이저를 보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더 이상 방해할 수 없을 겁니다.’
다른 길드와 유저들에게 이날 이런 일정이 있으니 방해하지 말라고 엄포를 넣는 것에 있었다.
지금까지는 우연이라는 명목으로 방해를 해왔지만, 공식 공지까지 올린 마당에도 그럴 수는 없으리라.
-알겠습니다. 시간은 언제로 할까요?
“내일이면 부마스터를 포함한 간부들, 정예전투원들까지 모두 소집할 수 있을 겁니다. 그때로 하죠.”
-……그래도 될까요? 바벨론이 방해하지 않을는지.
“바벨론이 대수입니까? 지금껏 이런 거 저런 거 눈치 보다 이 모양 이 꼴이 됐지 않습니까!”
씹어내듯 울부짖는 목소리로 소리를 지른 베르제의 두 눈이 희번득했다.
공식 공지까지 올린 마당에 방해를 한다?
심지어 바벨론은 내일 밤 공식 일정이 있는 것까지 이미 확인한 후였다.
이 와중에 도와주면 그건 정말 선을 넘는 거다.
‘기왕이면 바벨론과 나쁜 관계를 형성하고 싶지는 않아서 참았지만…… 당신이 먼저 선을 넘은 거야.’
어차피 10대 길드를 노린다면 바벨론의 자리를 내심 생각했던 베르제다.
무기고의 주인은 재력과 인맥으로 유명할 뿐.
멸살이나 아더와 달리 본인이 직접 무언가 대단한 업적을 이루어낸 걸 보여준 적이 없었으니까.
‘더는 망설이지 않는다.’
바벨론에게 찍히든 말든 더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카이저를 찍어누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니 오직 그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내일이 그의 마지막 날이 될 겁니다. 꼭 그렇게 만들도록 하죠.”
-예, 마스터.
통신 구슬을 끊은 베르제가 거칠게 구슬을 던지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차분하게 자신의 장비들을 확인해보았다.
이전과 한결 달라진 장비들이 보였다. 이를 보는 베르제의 표정이 언짢았다.
‘아쉬운 게 있다면 지금 장비의 강화가 10강에서 그쳐 있다는 건데…… 타이틀만 얻고 나면 해준다더니 저 꼴이 되었으니……. 쯧.’
새로 장비를 얻어 이전 장비들은 이미 처분한 상태.
곧 르온이 강화를 해준다고 해서 과감하게 택한 선택이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 내심 아쉬웠다.
하나 딱 그 정도일 뿐. 아무렴 상관없었다.
그놈이 아무리 강화에 재능이 있어도 3일 안에 11강 이상으로 무장하는 건 힘들 테니까.
운이 좋다면 한두 개 정도 11강을 띄우겠지.
‘격차가 크니 그 정도는 감안할 수 있다.’
무엇보다 놈은 혼자다.
설령 12강을 띄우더라도 변수는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카이저, 그놈은 독 안에 든 쥐가 된 것이다.
그놈이 어떤 수를 써도 이번만큼은 어찌할 방도가 없을…….
‘……없겠지?’
한데 왜일까.
이전과 흡사한 상황에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이유 없이 불안해지는 것은.
점점 거세게 뛰는 심장에 결국 베르제는 신 대리를 물리고, 직접 공지를 올리고 나서야 마음을 진정할 수 있었다.
* * *
한창 르온과 카이저의 일로 커뮤니티가 떠들썩하던 때.
그 모든 사건을 뒤덮을 만큼 커다란 핵폭탄이 떨어졌다.
[히어로 길드 공식 공지] [카이저의 척살 집행 예정 공지] [최근 카이저가 선을 넘어 큰 피해를 거듭 입어왔습니다.이에 척살령을 내렸던 바이나 모 길드와 우연의 일치로 일정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 미루었으나…… 이번 이로 인해 소속 장인…… 길드에 피해……. (중략)
하여 더는 지켜볼 수 없는바. 공식적으로 척살 공지를 올리는 바입니다.
일정은 내일이니 모두에게 양해를 부탁드리며 부디 착오가 없기를 바랍니다.]
갑작스레 올라온 히어로 길드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었다.
심지어 그건 공지뿐만이 아니었다.
“공지 말인가요? 예. 맞습니다. 근래 들어 카이저와 저희 사이에 불화가 많았던 건 모두가 아실 겁니다.”
“이는 명명백백한 카이저의 잘못. 저희는 결코 카이저를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뷰를 하고 있는 베르제의 모습이 공식 영상으로 송출된 것이다.
-미친…….
-실화냐?
-이렇게 바로 들이받는다고??
당연히 유저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르온에 대한 해명이나 이 일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을 줄 알았던 베르제가 냅다 선전포고를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온다. 큰 거 온다. 기저귀좌 오늘 몇 장 필요함 ㅃㄹㅃㄹ
-베르제 미연시 게이인 줄로만 알았더니 상남자였누;;
-ㄹㅇ 단단히 뿔난 듯 ㅋㅋㅋㅋ 빠꾸 없네.
-뿔 날만 하지 ㅋㅋㅋㅋ 가뜩이나 보스 스틸당해서 울고 있는데 갑자기 자기 소속 장인이, 보스 스틸한 놈한테 뒤지게 처맞고 파문당해서 왔는데.
-와…… 갑자기 왜 카이저가 악역 같냐.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히어로 길드와 르온을 조롱하던 내용들은 사라지고, 이제는 칼을 뽑은 히어로 길드와 카이저의 접전에 대한 기사밖에 없었다.
메인 배너까지 뒤바뀔 정도의 큰 화제.
당연히 커뮤니티가 뜨거운 냄비처럼 들끓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이번에는 더는 척살을 방해할 자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러면 바벨론도 최소한 척살 끝날 때까지는 더 못 다가가지
-공식 공지까지 올렸는데 누가 나섬 ㅋㅋㅋ 카신교고 바벨론이고 나서는 순간 선 넘게 되는 건데.
-카이저가 너무 일을 크게 벌이고 있음. 이 기회에 좀 사리면서 시간도 벌고, 성장도 해야 하는데 이건 뭐…… 내일이면 아무리 성장해도 레벨 1~2개 올리겠네. 끝났네 이건.
-솔직히 카이저 편이긴 한데…… 이건 끝인 거 인정;; 뭐 답이 안 보이네.
-하여튼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음. 어지간히 까불고 다녀야지 ㅉㅉ
호의적인 이들부터 아니꼽게 바라보던 이들까지 모두가 카이저의 참패를 말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대단해도 카이저는 이제 겨우 제국 땅을 밟은 입장.
반면 히어로 길드는 척살의 대가들이었다.
만렙을 찍기가 무척 힘든 게임인 만큼 전부 만렙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최고위 간부쯤 되면 만렙 정돈 찍어놨기 마련.
하물며 베르제는 최고위 간부들과 비교해도 가장 독보적인 성장을 한 인물이니 상대가 될 리가 있겠는가.
-뭐, 혹시 모름. 카이저가 갑자기 전설급 스킬이나 아이템 몇 개 얻고, 강화도 전부 12강 이상 하면 비비는 거까진 가능할지도?
-그게 말이 되냐 ㅋㅋㅋㅋㅋ 그냥 지라는 거잖슴.
-ㅈㄹ ㄴ 저래도 짐.
-카이저 실력 생각하면 가망 없진 않을 거 같음. 베르제 솔직히 아직 신대륙 하나도 못 통과했잖아.
-솔직히 베르제 인맥빨, 인기빨 아니냐?
-암만 미연시 게이가 여자한테 인기 많아서 셈나도 억까를 이렇게 하네;; 논할 걸 논해라.
-아니, 님들. 이거 일대일 아니고 척살임. 카이저가 뭔 짓을 해봐도 결국 다구리 당하다 뒤질 운명인 뜻이라고.
-카신교는 근데 뭐함? 이 상황에 조용히 있을 얘들이 아닌데.
-그러게? 카신은 불패의 장군이니 전쟁의 화신이니 광신도마냥 떠들면서 카멘 거려야 할 텐데 조용하네.
하물며 일대일도 아니고, 길드 대 유저다.
대결 자체가 성립될 수가 없는 상황.
그렇게 그들이 서로 의미 없이 전투력을 두고 토론을 벌이고 있을 때, 다른 커뮤에서는 의문을 표하고 있었다.
-옆방 개 시끄럽네.
-ㄹㅇㅋㅋㅋ 저게 다 뭔 소용.
-저런 것보다 지금 카이저 뭐 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
-어? 그러네? 설마 도망…… 가진 않았을 거 같고. 혹시 카이저 본 사람?
정작 뜨거운 감자가 된 카이저 본인이 코빼기도 비추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장인 르온에게도 냅다 들이받고, 프라텔에선 30대1의 학살을 보여주었던 걸 생각하면 겁에 질려 숨었다고 생각하기엔 조금 이상했다.
-설마 또 플레이 타임 다 된 거 아니냐?
-ㅋㅋㅋㅋㅋ 에이 설마
-그때 ㅈㄴ 웃겼긴 했음. 아스트랑 베르제 얼빠진 표정 예술이던데.
그에 진지하게 강제 로그아웃이라도 당한 게 아닐까 의심하던 찰나.
-내 친구가 아까 한두 시간 전에 봤대.
한 채팅이 올라왔다.
모두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목격자의 채팅.
-어디서? 어디서 봤대?
-ㄹㅇ? 뭐 하고 있었대?
당연히 모든 이들이 집중했고, 곧 채팅이 이어졌다.
-몰라? 제국 베론 뒷골목에서 멀뚱멀뚱 서 있었다던데.
-? 베론 뒷골목이면 그, 카드깡 명당 아님?
-ㅇㅇ 맞음. 뒷골목에서 뭐 떴다고 날뛰다가 찰리한테 끌려갔대. 입에 거미줄도 칭칭 감겨 있었다는데.
-……?
조금 이해하기 힘든 내용의 채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