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1)
제21화
21화.
방패최고, 본명 최정후.
방년 23세.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생이 된 탓에 화석 취급을 받는 그이지만, 상관없었다.
소꿉친구인 미간딱대와 유빈뀽…… 아니, 김우진과 유빈이 있었으니까.
어릴 적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함께해 온 그들은 대학교에서 갈라지게 되었지만, 우정이 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꾸준히 연락하고, 자연스레 만나서 놀았으니까.
마침 취미도 비슷했고, 서로 까기 바쁘긴 해도 크게 싸운 적도 없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취미 중 하나는 게임이었다.
VR게임이 유행한다 해도 퀄리티가 좋진 않다 보니 여전히 PC게임의 수요는 높았고, 게이머들은 VR파와 PC파로 나뉘게 되었다.
그리고 12년 우정이 헛으로 된 건 아니라는 듯 최정후와 김우진은 PC파였다.
유빈은 게임을 좋아하지 않아서 만나면 다른 걸 하며 놀았지만, 각자 집일 때는 늘 김우진과 PC게임을 즐겨 했었다.
“요즘 갓오세 핫하던데 할 거?”
“노노. 게임은 역시 고전이 짱이지. 그리고 그거 운빨똥망겜이라며. 스트레스만 받을 듯.”
“너 돈 많잖아.”
“갓오세는 스케일이 다르잖냐. 그리고 길드 다 버리고 가게? 레이드나 뛰게 빨리 들어와.”
갓오세가 유명해서 한 번씩 호기심이 일긴 했지만, PC게임이 너무 익숙하기도 했고 이뤄 놓은 게 있으니 버리기도 뭐 했다.
“그리고 솔직히 갓오세까지 시작하면 유빈이 개삐질 듯.”
“아, 그건 인정.”
지금도 유빈이 자신을 떼고 논다며 질투하는 상황에 갓오세를 한다?
PC게임과 달리 기본이 5시간이라는데, 심지어 연락도 잘 안 될 테니 소외감을 제대로 느낄 게 뻔했다.
유빈이 게임을 하면 모든 게 해결되지만…….
도전해 본 레전드 오브 리그에서 패드립을 받고 멘탈이 털린 후로 게임이라면 진절머리가 난 그녀였다.
“너희 혹시 갓오세라고 알아?”
“갓오세? 알지.”
“요즘 갓오세 모르는 사람이 어딨냐. 모르면 간첩임.”
한데 그런 유빈이 먼저 게임 얘기를 꺼내 왔다.
최근 갓오세에 관심이 생긴 탓일까, 설마 하는 마음에 최정후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왜? 너도 해 보게?”
“엥, 쟤가? 쟤 게임 극혐하잖아. 걍 물어보는 거겠지. 그리고 해 봤자 보나 마나 한 2시간 하고 때려치울 듯? 쟤 피지컬 에바잖아.”
“…….”
“그리고 우리가 한두 번 권유해 봤냐. 맨날 빼고 논다 해서 막상 하자고 부르면 안 하잖아.”
곧바로 콧방귀를 끼며 신랄하게 디스하는 김우진의 모습에 최정후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평소에도 자주 보던 장면이었고, 이제 주먹이나 발이 날아올 타이밍이었다.
한데 이게 웬걸?
“…….”
유빈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다.
그에 본능적으로 방어할 준비를 하던 김우진이 멈칫했다.
그러곤 설마 하는 표정으로 유빈을 바라봤다. 그러자 괜히 찔린 유빈이 허둥지둥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갓오세는 게임이 아니라 그냥 또 하나의 문화라던데? 뭐 놀 것도 많고 볼거리도 많고…… 그리고 무슨 길드 영상 보니까 영화 같아서 멋져 보이기도 하고…….”
“헐?”
“아 뭐! 그냥 한번 맛만 보게 같이 좀 해 달라고!”
그게 셋이 갓오세를 시작한 이유였다.
그리고 튜토리얼을 끝낸 순간.
“와! 와! 와……!”
“미친! 대박!”
유빈과 김우진은 아주 난리가 났다.
유빈은 이게 정말 게임이냐며 초롱초롱해진 눈으로 연신 환호를 질렀고, 김우진은 자기가 왜 지금까지 이런 걸 안 하고 쓰레기 게임을 하고 있었냐며 시간이 아깝다고 자책했다.
그렇다면 최정후는?
‘……통장에 얼마 있더라?’
바로 지갑부터 열었다.
그렇게 1,400만 원을 질러 영웅신을 뽑은 그는 자신만만이었다.
친구들도 나름 좋은 신이랑 쓸 만한 특성을 뽑았다니 지금 구간에선 자신들만 한 파티가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다들 이거 공략집 정독해. 중요하니까 여러 번 읽고. 특히 유빈이는 처음이니까 이해 안 되는 거 있으면 바로 물어보고.”
“응, 알겠어.”
“저거, 또 버릇 나오네. 이론충 같아서 맘에 안 들기는 한데…… 이번엔 인정.”
심지어 공략집도 여러 번 정독했다.
뉴비로선 나름 최상의 준비를 갖추고 시작한 셈인 것이다.
“아니, 잠깐만. 근데 왜 다 원거리냐?”
“? 내가 언제 근거리 하는 거 봤음?”
“……직접 때리기는 좀 그래서. 그리고 마법 써 보고 싶기도 하고.”
“하…… 기다려 봐, 얼른 구해 볼게.”
그게 이유였다.
근접 딜러를 구하기 위해 시간을 들이지 않은 것은.
어차피 데스 페널티도 없다고 하고, 빨리 사냥이 하고 싶었기에 그냥 아무나 한 명 구하자는 생각이었다.
한데 그렇게 구한 한 명이 조금 특이했다.
-카이저 LV1
‘어라? 카이저? 익숙한데…… 아, 맞아. 그 뎀로크 1등. 그 사람 팬인가 보네.’
처음에는 그저 신기했다.
아직도 그 잊힌 사람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구나.
그도 그럴 게 최정후는 카이저라는 사람에 대해 딱히 잘 알지 못했다.
아니, 그냥 별로 관심이 없었다.
뎀로크 같은 망겜에서 잘나가는 사람 따위 안중에도 없었고, VR게임 자체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으니까.
아마 갓오세가 나타나며 한동안 떠들썩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카이저라는 이름을 몰랐을 거다.
‘그렇게 대단한가?’
카이저에 대해 떠드는 말들을 들을 때 늘 그런 의문이 들었다.
1위였다는 거? 그 멸살보다 높았다는 거?
그건 알겠지만, 솔직히 다 옛날 일 아닌가.
VR과 가상현실은 엄연히 다르기도 하고, 지금 멸살은 그때의 멸살이 아니었다.
그걸 알기에 카이저도 시작하지 않은 거다.
실제로도 카이저라는 이름은 금세 잊히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 팬을 만나다니.’
그런 사람을 마침 자신이 처음 갓오세를 시작한 날 만났으니 신기하지 않겠는가.
물론 딱 그뿐.
그 이상의 관심은 없었다.
어차피 초보자 도시를 졸업하기 전까지 함께할 근접 딜러가 필요했던 것뿐이니까.
자신들도 처음인 마당이니 딱히 큰 실력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
아르데에선 다 그렇게 맞춰 가면서 게임하는 거니까.
‘아니, 무슨 싸움을 저렇게 잘해?’
한데 저 남자는 그 기대치를 넘어섰다.
아니, 넘어선 걸 넘어서 이게 같은 게임이 맞나 싶을 지경이었다.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는 전투 실력으로 고블린들을 유린할 땐 저게 어딜 봐서 뉴비인가, 어디서 3년은 굴러먹던 고인물 아닌가 싶었으니까.
그런 남자의 플레이는 VR은 안 해 봤어도 PC게임에서만큼은 탱커로 칭찬을 받아 왔던 최정후의 넘치던 자신감을 푹 꺾이게 하기 충분했다.
그래도 그때까진 괜찮았다.
세상은 역시 넓구나, 하며 넘어갈 수 있었으니.
그런데…….
‘이건 너무하지 않나? 아무리 세상이 넓어도…….’
……보스의 패턴을 일반 공격으로 끊는 딜러는 없지 않을까?
아니, 애초에 이런 걸 할 생각을 하는 사람이 존재할까?
이 순간,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카이저가 맞았구나!’
그저 옛 왕좌의 향수를 못 버린 팬인 줄 알았던 남자가 사실은 그 왕좌의 주인이었다는 것을.
무척 황당하고 전율이 돋았지만, 한편으론 신기했다.
‘어떻게 타이밍이 이럴 수가 있지?’
내내 소식이 없던 그 카이저가 갓오세를 시작한 날이 자신이 게임을 처음 시작한 날과 같다니.
심지어 우연히 말을 건 게 카이저고, 그렇게 첫 파티를 하게 되다니!
마치 우연히 간 게스트하우스에서 은퇴한 연예인과 같이 식사를 하게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연예인을 본 일반인의 반응은 보통 비슷할 거다.
‘……사, 사인! 사인부터 받자!’
관심 있던 연예인이든 아니든, 이런 기회가 일생에 몇이나 있을까.
하물며 그간 도현의 전투를 직접 두 눈으로 보며 전율을 느꼈던 최정후였다.
그건 없던 팬심이 생기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본능적으로 든 생각에 최정후가 조심스레 말을 걸려던 찰나였다.
[타임 리미트 1위를 탈환하였습니다.] [랭킹 1위에 파티의 파티명이 등록됩니다.] [방패최고 님의 파티가 등록되었습니다.]-1위 : 방패최고 님의 파티
“……어?”
갑작스런 1위 탈환에 타이밍이 박살 나 버렸다.
최정후도 나름 PC게임에서 굴렀던 사람이다.
지금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무슨 실수를 저질렀는지 그 의미를 모를 수가 없었다.
‘X됐다.’
그 생각밖에 안 들었다.
사인을 받을 생각뿐이었는데 갑자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심지어 찍먹으로 가볍게 시작했던 게임인 만큼 더 당황스러웠다.
물론, 튜토리얼을 끝내고 진심 모드가 되긴 했지만 이렇게 남의 등을 쳐 먹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심지어 저 남자가 누군가.
그 유명한 카이저다.
‘이번에도 1위를 노렸던 걸 수도 있어……!’
랭커들은 랭킹을 차지하기 위해 최고의 파티를 꾸리고, 최상의 컨디션일 때만 트라이에 임한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저 남자도 최대한 빠른 길을 택해 오지 않았던가.
‘고블린 사냥 때도, 믹서기 때도, 그리고 2페이즈 때도 그랬어.’
[카이저의 귀환!] [카이저! 갓오세를 시작하자마자 1위 탈환?] [카이저가 누구인가!]다시 한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수 있었던 기회를, 그 화려한 귀환의 첫 단추를 자신이 망쳐 버렸다.
사실 도현은 별생각 없이 했던 행동들이지만, 공교롭게도 그것들이 최정후의 생각에 더욱 힘을 실어 주고 있었다.
‘……나 접어야 하는 거 아니지?’
어찌 보면 이제 시작한 건 똑같지만, 그 유명한 카이저라면 예전과 같은 명성은 못 찾아도 금방 10대 길드에 들어갈 것이다.
카이저라는 이름값이면 웬만한 10대 길드들이 다 눈독을 들일 테니까.
상징성도 있겠다, 간부까지 차지할지도 모르는 일.
그때 가서 인터뷰를 하게 될 때 이 일을 꺼내면?
‘……바로 도망자 신세야.’
누군가 듣는다면 과한 망상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최정후가 생각할 땐 결코 과하지 않았다.
겨우 게임 가지고 그러겠어?
아니, 게임이니까 더 그러는 거다.
법이 있는 현실과 달리 게임에선 힘이 법이고, 힘만 있다면 도덕관념쯤이야 쉽게 무시할 수 있으니까.
-그래 봤자 진짜 죽이는 것도 아닌데 뭐?
그런 마인드로 거슬리게 한 사람을 척살하는 것이다.
하물며 그게 갓오세라면 더하면 더했지 덜할 리가 없었다.
‘카이저의 팬은 유독 팬심이 강하다지.’
하물며 그게 마니아층이 짙어 사생도 많다는 카이저에 관련된 거라면?
지금은 위상이 죽어 숨어 지내는 그 팬들이 잘 걸렸다 하면서 득달같이 달려들 것이다.
감히 우리 카이저 님의 자리를 꿰차!?
괘씸하다며 마을에서 한 발짝도 못 움직이게 할 수도 있었다.
아니, 팬까지 갈 것도 없다.
그냥 분위기를 탄 악질 유저들이 이때다 싶어서 분풀이 대상으로 삼을 게 뻔했다.
‘실제로 비슷한 사례도 있었고…….’
이런 타임 리미트는 아니지만, 상위 콘텐츠에서 한 유명 랭커가 심혈을 기울이던 것을 빼앗은 유저가 어떻게 됐는지는 갓오세 유저라면 모두가 알 만큼 유명했다.
갓오세를 처음 하는 최정후조차 게시글 몇 번 뒤져 보면 나올 정도로.
‘수없이 이어지는 척살을 못 견뎌서 결국 접었다고 했어.’
과도한 처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갓오세의 현실이었다.
게임답게 도덕관념이 다소 무너져 있으면서도, 게임으로만 치부하기엔 현실에 너무 많은 영향과 수익을 내고 있었으니까.
“죄송합니다. 어떻게든 변상하겠습니다.”
빌자.
일단 빌고, 보상하라면 어떻게든 보상하자.
그 생각만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이제 막 재미 들린 갓오세를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접기는 너무 억울했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소문은 빠르게 퍼질 거고, 김우진과 유빈에게까지 피해가 갈 게 불 보듯 뻔했다. 김우진도 그렇고, 게임에 재미를 붙인 유빈까지 접게 둘 수는 없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강한 책임감에 고개가 숙여지다 못해 허리까지 접히려는 모습에 김우진과 유빈이 손을 뻗어 왔다.
그들도 상황을 파악한 것이다.
그들은 최정후 혼자 독박으로 책임을 지게 할 생각은 없었다.
‘우리도 사과하자.’
책임을 지더라도 같이. 그게 맞았다.
그리 생각하며 함께 허리를 굽히려던 찰나였다.
“괜찮습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요.”
“……예?”
“별거 아닙니다. 그것보단 보상이 중요하죠.”
그리 말하는 저 남자는 전혀 배 아파하지도, 아쉬워하지도, 원망하지도 않았다.
딱히 기분이 나빠 보이거나 언짢아 보이지도 않았다.
“괜찮으니까 이제 그만 나가죠.”
툭 내뱉은 카이저의 태도는 정말로 별거 아닌 듯 보였다.
마치 같이 지나가다 500원 주운 친구를 보는 듯이 대수롭지 않게 나가자는 모습.
그건 최정후를 멍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명예는 좇는 게 아니라 따라오는 것이다.]불현듯 언젠가 들은 적 있던 그 말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아마도 저 남자만큼 이 말이 잘 어울리는 남자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남자가 과연 세상에 얼마나 될까?
“…….”
어쩐지 열심히 머리를 굴리던 게 허무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허무함을, 곧 다른 무언가가 채웠다.
그것은 전율이기도 하고, 감동이기도 했으며 안도감이기도 했다.
뭐라 한 단어로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이로써 더 확신이 들었다.
“……아.”
그리고 그리 확신한 건 최정후만이 아닌 듯했다.
눈이 마주친 김우진과 유빈.
두 친구들의 확신에 찬 눈과 멍해진 얼굴이 같은 생각임을 표현하고 있었으니까.
그중 먼저 입을 연 건 김우진이었다.
“나, 솔직히 카이저 찬양글 보면서 과하다고 생각했거든?”
평소의 가벼움이 사라진 딱딱한 목소리가 옅게 떨리고 있었다.
평소라면 바로 놀렸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들도 같은 마음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알겠어.”
“…….”
“이게 카이저…… 진짜 우리와는 사는 세계가 다르구나.”
그에 최정후가 조용히 전율하며 생각했다.
‘……등을 보고 멋지다고 느끼는 건 이런 거구나.’
뒤를 따르고 싶게 만드는 뒷모습이라는 건 저런 거구나…….
늘 탱커만 해 오던 그가 남의 등을 바라보고 있는 건 묘한 기분이었지만, 왠지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