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12)
제212화
212화.
“잠룡 특성을 가진 것도 아닐 텐데 대체 어떻게 저렇게 강한 거지?”
“아니, 잠룡 특성을 가졌다 해도 저 정도는 무리지 않나……? 지금 70 초반이잖아.”
아무리 고강으로 떡칠했다 해도 도무지 납득이 안 되는 강함에 의문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건 카이저 그 자체였다.
“……베르제 님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싸움이다. 그런데도 단 한 번도 정타를 성공한 적이 없다고?”
“패링 성공률 100%…… 큰 스킬은 다 패링으로 흘리고 있어.”
“저런 괴물 같은 새끼……. 저러니까 길드원들이 그렇게 쪽을 못 쓰고 털렸지.”
“카이저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게임 끝났을걸.”
움직임 하나하나가 감탄이 나오지만, 딱 그뿐이었다.
“그래도…… 마스터가 이기겠지?”
“뭐, 그러겠지.”
“격차가 너무 크긴 해. 조금만 더 성장했으면 모를까, 무난하게 이기실 거 같다.”
얼핏 보면 비등해 보이는 이 싸움은 사실 겉으로만 그래 보일 뿐.
더 큰 피해를 받고 있는 건 엄연히 카이저였으니까.
그 모습에 지하드가 불안한 목소리를 내었다.
-……이거 주인이 불리한 거 아니야? 상처가 조금씩 늘고 있는데.
-리자리자…….
-그치? 생각보다 너무 치열한 거 같은데 도와야 하는 거 아니야?
치열하게 접전을 펼치고 있는 주인이 걱정되는 것이다.
불안해하는 지하드의 말을 듣고 있던 찰리가 근엄하게 말했다.
-자네의 눈엔 정녕 그렇게 보이나?
-그럼 그렇게 보이지, 어떻게 보여?
-다시 한 번 잘 보게나.
-으음? 흐음…….
찰리의 확고하고도 근엄한 목소리에 지하드가 눈을 크게 뜨고 봤다.
그러고도 애매한지 이번엔 눈을 찌푸리고 봐보더니 아, 하는 탄성을 냈다.
-이제 자네의 눈에도 보이는 모양이군.
-……응. 보여.
찰리가 흐뭇한 듯 은은한 미소를 품으며 묻자 지하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급함을 버리고 침착하게 보니 지하드에게도 보였다.
주인이 눈빛이 얼마나 확고하고 여유로운지. 그 안에 패배라는 단어는 조금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게 이유였다.
콰앙! 쾅!
‘……찝찝하다.’
길드원들의 평가와는 달리 베르제가 불쾌함을 느끼고 있는 이유.
저놈과 싸우는 10분 동안 힘겨루기에서 패한 적도 없으며, 조금씩 상처를 입히고 있다.
베르제 본인도 피해를 입지 않은 건 아니지만, 저놈에 비하면 준수한 편이다.
아직 생명력이 70%나 남았으니까.
[생명력이 50% 이하입니다.] [주의하십시오.]반면 카이저는 50% 밑으로 내려간 상황.
압도적인 차이까지는 아니어도 유리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베르제는 그게 무척 마음에 안 들었다.
‘이 정도 차이밖에 못 만들었다고?’
저놈이 하루 사이 얼마나 많은 레벨을 올렸든 최소 25레벨 이상 차이가 날 터.
그럼에도 ‘겨우’ 이 정도 차이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찝찝한 건 저놈의 눈빛이었다.
‘무엇이냐. 도대체 뭐가 그리 여유로운 거냐, 카이저.’
지고 있는 건 저놈이다.
한데 이상하게도 또렷하게 살아있는 저 눈빛을 보고 있자면, 정작 쫓기는 건 자신인 기분이었다.
아니, 그건 기분만이 아니었다.
밀리면서도 한 번도 여유로움을 잃은 적 없이, 태연하게 공격을 받아내는 저놈과 달리 자신은 점점 움직임이 급해지고 있었으니까.
‘……아.’
그 순간 베르제는 깨달았다.
‘알겠다.’
자신이 왜 이리 조급해하고 있는지.
카이저, 그는 단 한 번도 정타를 허용한 적이 없었다.
아니, 사실 공격 자체를 성공한 적이 없었다.
저놈이 자잘한 공격이나마 허용한 건, 그저 자신에게 카운터를 넣어야 하는 상황이었을 때 뿐.
반면 자신은?
저놈의 공격을 가까스로 피해낸 적도 몇 번 있었다.
이 차이가 말하는 바는 분명했다.
‘……이 싸움은 저놈의 페이스대로 흘러가고 있다.’
큰 격차를 가졌음에도 주도권을 빼앗긴 것.
그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어 찝찝함이 들었던 것이다.
만약 자신이 조금만 더 약했다면, 저놈과의 격차가 조금만 더 적었다면…….
그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제는 따라잡았다 느꼈는데…… 아직도 이 정도의 실력 차이가 있었던 건가.’
그리고 전투가 좀 더 이어지자, 베르제가 유리하다고 외치던 이들도 조금씩 의문을 표하기 시작했다.
그건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뭐냐? 베르제랑 카이저 격차가 어느 정도인데…… 생각보다 너무 비등한 거 아니냐?
-아까까진 베르제가 더 유리하다 생각했는데… 뭐지? 나만 카이저가 더 여유로워 보임?
-뭔가 숨기는 수가 있나?
-솔직히 카이저가 더 잘 싸우는 듯?
-베르제 퇴물이었누 ㅋㅋㅋ
-퇴물 ㅇㅈㄹ ㅋㅋㅋ 이건 카이저가 미친 거지.
이질감을 느낀 이들이 하나둘 늘어나며 채팅의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던 것이다.
그때 베르제가 돌연 멈추었다.
“흐흐……. 푸흐흐하!”
그리곤 혼자 실성한 듯 웃음을 터트리는 모습에 도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저 새끼 또 중2병 돋은 거 같은데.’
이곳에서는 자제하고 있는 것 같지만, 뎀로크 시절 도현은 수도 없이 보았다.
저놈이 영웅뽕에 심취해서 소설 속 영웅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다녔던 모습을.
사극풍 컨셉계에 검제가 있다면, 기사풍 컨셉에는 저놈이 있었다.
커마도 전형적인 판타지의 영웅처럼 해놨었는데……. 그땐 참 가지가지 한다 싶었는데 오히려 그게 나은 것 같다.
기생오라비같이 잘생긴 얼굴로 저러고 있으니 괜히 더 보기가 싫달까.
“정말이지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나도 네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
같은 말, 다른 의미의 말을 주고받은 베르제는 도현의 말을 무시하며 말을 이어갔다.
“좋습니다. 인정하죠. 당신의 실력이 전혀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요. 줄곧 저보다 몇 수 앞을 두고 있더군요.”
“…….”
“부러울 지경입니다. 당신이 보는 세상은 대체 어떠한지…….”
저놈이 웬일로 옳은 말을 하나 싶어서 가만히 듣고 있을 때였다.
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칭찬이 아닌 거 같은데.’
저놈에게선 분함이나 감탄보다는 그게 뭐 어쨌냐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는 탓이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오만함에.”
아니나 다를까.
놈이 비릿하게 웃으며 본심을 드러냈다.
“더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면 이런 그림이 나오진 않았겠죠. 그럴 기회를 스스로 버린 그 오만함이 당신을 파멸로 이끌 겁니다.”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의문을 표하는 도현을 보며, 베르제가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거리가 좁혀질수록 그의 미소에 담긴 비릿함도 짙어졌다.
“당신도 알 겁니다. 100레벨을 찍은 자와 아닌 자의 격차.”
“…….”
“100레벨을 찍으면 스킬칸이 하나 늘어나죠.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격차가 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스킬칸이 하나 늘어난다는 건 스킬을 하나 더 사용할 수 있다는 뜻.
사소해 보여도 이건 DPS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저벅, 저벅.
하지만 베르제는 확답할 수 있었다.
“그리고 100레벨을 찍은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있다는 걸 알고 계시겠죠.”
지금 자신이 행하려는 경지에 비하면 스킬칸 개수 하나 정도는 귀엽게 보일 정도일 거라는 것을.
스윽.
그 순간 지척 거리에 도달한 베르제가 천천히 검을 뻗었다.
그러자 무형의 검기를 두르던 검에서 이상 현상이 일어났다.
화륵-
마치 도현이 어둠을 두를 때처럼.
화아아아-!
아니, 그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센 기운이 퍼져나갔다.
그 기운은 붉은 화염이 되었고, 순식간에 검신을 모조리 뒤덮어버렸다.
그러고도 부족한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불타오르는 화염 때문에 그 주변에 아지랑이가 피어났다.
[특성(초월) ‘불타는 의지의 검’을 발동합니다.] [사용자의 의지에 비례하여 검에 불의 힘이 깃듭니다. 불의 의지는 결코 꺾이지 않으며 목표하는 바를 이루도록 도울 것입니다.] [불의 의지가 깃든 검에 베일 시 의지의 불이 피어오릅니다.] [의지의 불에 비례하여 모든 능력치와 데미지, 속도가 대폭 상승하며 적에게 지속 피해를 줍니다.] [단 한 번, 참격을 가할 수 있으며 참격을 가할 시 화염이 모든 걸 집어삼킵니다.]-떴다, 불검!
-저 X사기 특성 진짜.
-와, 저걸 벌써 쓰네.
-이젠 진짜 끝났다…….
베르제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대인전에서 다소 약한 모습을 보였던 베르제의 약점을 극복하게 해준 능력.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능력이다.’
지금의 베르제를 만들어준 두 개 중 하나.
그리고 카이저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
이 차이가 베르제를 승리로 이끌 것이다.
불검을 쥐고 자세를 잡은 베르제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만렙 위의 만렙……. ‘초월’이 무엇인지 보여드리죠.”
* * *
초월.
만렙에 도달한 사도가 모든 대륙의 시련을 완수하고 한계까지 성장했을 때.
그 이상의 경지로 도약하는 시스템.
‘뎀로크에는 없던 시스템.’
특성과 마찬가지로 갓오세로 넘어오며 새로 도입된 시스템으로 이걸 처음 들었을 땐 무척 흥미로웠다.
‘뎀로크와 달리 만렙이 100이라 해서 밸런스를 어떻게 조정하나 싶었는데…… 별 참신한 방법을 썼다 싶었지.’
갓오세는 뎀로크에서 많은 시스템과 설정을 따왔지만, 엄연히 후속작이니만큼 새로운 요소가 많았다.
만렙이 100으로 설정되어있다는 거나 특성 등이 그러했는데…….
그중 특히 도현의 흥미를 산 게 몇 개 있었고, 그중 하나가 초월이었다.
초월은 말 그대로 무언가를 한계 이상으로 돌파하는 것.
당연히 조건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았고, 달성하더라도 초월식의 과정에 따라 수준이 달라진다.
‘이런 걸 몇 번이고 할 수 있다라…….’
그리고 이 초월은 한 번에서 그치지 않고, 단계별로 나누어진다.
10대 길드 마스터쯤 되는 이들은 최소 두 번의 초월을 겪었다고 하며 그 이상인 놈들도 있었다.
하여튼 그런 초월의 첫 번째 단계는…….
‘특성 초월.’
베르제가 저런 압도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는 이유이자, 10대 길드와 100대 길드 사이에 압도적인 격차가 나는 이유였다.
초월 하나 차이가 엄청난 수준 차이를 내었으니까.
화륵-
“초월도 겪지 못한 당신이, 이것을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죠.”
그런 의미에서 아직 초월은커녕 만렙도 찍지 못한 카이저가 승리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할 수 있었다.
[뇌룡강림의 지속시간이 끝나 해제됩니다.]설상가상으로 기가 막힌 타이밍에 뇌룡강림의 지속시간도 끝이 났다.
-카이저 어떡하냐.
-ㄹㅇ 만렙도 안 찍은 사람 상대로 초월 특성까지 꺼내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
-그런 게 어딨음 지 능력인데. 그럼 뭐 특성 아예 안 쓰고 싸우라는 소리임?
-이렇게 되면…… 끝났네.
숨 막히는 전투를 보고 어느 정도 의견이 갈리던 시청자들의 민심이 단번에 베르제 쪽으로 기우는 것도 당연했다.
이건 더 이상 희망을 품을 수 없는 수준이었으니까.
척, 척, 척, 척.
주위를 포위하고 있는 정예전투원들은 이미 승리하기라도 한 듯 비릿한 미소를 품으며 포위망을 좁혔다.
-……이것도 이길 수 있는 거 맞지?
-흠흠……. 나는 주군을 믿고 있네.
-리자?
찰리마저 슬쩍 지하드와 엘리자의 눈을 피하고 있을 정도.
모두가 카이저의 패배를 예상하고 있을 그때.
오직 도현만이 담담한 얼굴이었다.
‘초월?’
대단하긴 하다. 솔직히 신기하고 부럽기도 했다.
도현은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이니까.
하지만 딱 그 정도일 뿐.
초월이라 해봐야 결국 하나뿐인 특성을 강화한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난 여섯 갠데.’
자신은 여섯 개의 특성을 가진 갓오세 유일한 플레이어였다.
그리고…….
“이제는 쓸 때가 됐네.”
도현에겐 아직 남겨둔 비장의 수가 있었다.
인벤토리에서 유독 빛이 나고 있는 신의 눈물을 보며 도현이 입꼬리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