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14)
제214화
214화.
뇌룡강림에 처음 어둠 두르기를 사용했던 건 한참 전이었다.
파이어볼에 어둠 두르기를 사용해봤을 때.
대폭 강화된 위력에 맛이 들려 이곳저곳 파이어볼을 쏴대다가 문득 떠올랐던 생각.
‘어? 마법에 두를 수 있는 거면…… 뇌룡강림에도 두를 수 있나?’
엄연히 따지면 무도가 계열 스킬이고 마법은 아니지만, 뇌룡강림 자체가 뇌룡의 힘을 빌려오는 스킬.
특히 첫 발동에 떨어지는 뇌룡은 마법이라 불러도 무방한 이펙트와 성능을 자랑한다.
그렇다면 어둠 두르기도 적용되지 않을까?
-뇌룡이…… 검은색? 그럼 흑룡……?
-리…… 자?
-주, 주인. 빨리 써봐. 아, 이건 못 참지!
-흑룡은 무슨……. 아, 알았어. 그만 팔 흔들어.
첫 만남부터 흑염룡을 깨울 듯 오글거리는 대사를 내뱉던 지하드 아니랄까 봐.
녀석답지 않게 도현을 재촉했고, 궁금한 건 도현도 마찬가지였기에 망설임 없이 스킬을 사용해보았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주의!] [비정상적인 루트로 흑룡의 힘에 접근합니다.]‘……어?’
파이어볼이나 천변에 어둠을 둘렀을 때처럼, 그냥 방깎딜이나 좀 주고 소리만 좀 없애줄 줄 알았건만.
예상과 달리 이상한 메시지가 연신 떠오른 것이다.
‘흑룡? 웬 흑룡?’
비정상적인 루트? 흑룡의 힘?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이해하기도 전에 스킬이 발동되었고, 그렇게 발동된 건 뇌룡강림이 아니었다.
문자 그대로 흑룡의 힘을 빌린 뇌룡강림.
기존의 뇌룡강림과는 전혀 다른 스킬이 탄생한 것이다.
‘미친…….’
‘와…… 너무 멋있다. 주인…….’
그렇게 발동된 새로운 뇌룡강림에 도현은 감탄을 금치 못했고, 한동안 자기도 쓰게 해달라는 지하드의 닦달에 시달려야 했는데…….
파지직- 파직-
마나 문제로 사용하지 못했던 그 스킬이 지금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번개처럼 물든 머리. 주변에 튀고 있는 검은 스파크.
기존에 보았던 뇌룡강림과 다른 이질적인 기운과 한층 더 위협적이고 불길한 기운이 느껴진다.
“크윽, 이게 무슨……. 그 모습은 뭡니까! 그런 스킬은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그에 베르제가 무릎을 펴고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그는 도저히 이 상황을 납득할 수가 없었다.
저게 뇌룡강림이라고?
1년 8개월이란 시간을 갓오세에서 보냈지만, 저런 모습의 뇌룡강림은 없었다.
아니, 애당초 저런 스킬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 저놈은 뭐란 말인가?
‘초월도 하지 못한 놈이 이럴 수는 없다.’
하다못해 초월이라도 했으면 이해라도 하지, 이건 너무도 상식을 벗어난 일이었다.
억울함 반, 황당함 반이었지만, 베르제는 어떻게든 정신줄을 붙잡았다.
[생명력이 40% 이하입니다.]‘젠장……. 방심했다.’
상황이 좋지 못했다.
떨어진 번개에 직격당해 순식간에 20%가 넘는 생명력이 빠져나간 탓이었다.
베르제가 조심스레 고유능력을 발동했다.
[고유 능력 ‘꿰뚫어 보는 자’가 발동됩니다.] [대상과의 격차를 파악합니다.] [격이 낮은 상대입니다. 승리를 예상합니다.]‘……괜한 걱정이었나. 하긴 좀 달라져 봐야 결국엔 뇌룡강림. 스킬 하나로 이 격차를 뛰어넘을 수는 없겠지.’
이전과 달리 수월함이라는 단어가 빠졌지만, 승리를 점지하고 있는 건 변함없었다.
심지어 저놈의 생명력은 바닥을 향해가고 있을 터.
아직 40%나 남은 이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유리한 건 나다. 일단은 지켜……!?’
그래도 혹시 모르니 신중하게 지켜보려던 찰나였다.
베르제가 눈을 부릅떴다.
파직,
놈의 주변으로 스파크가 커진다 싶더니, 한 줄기의 번개가 된 것이다.
뇌전이동과는 달랐다.
검은 번개가 된 카이저가 번쩍인다 싶더니, 아차 싶은 순간 이미 몸을 꿰뚫고 지나간 것이다.
[흑뢰전(黑雷電)을 사용했습니다.] [번개가 되어 빠르게 이동하며 닿은 모든 것을 뚫고 지나갑니다.] [남은 사용 횟수 1회]흑룡의 기운이 깃들며 강화된 뇌전이동의 힘이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뇌전이동이 생명체를 뚫고 지나간 것도 놀라운데, 데미지가 미쳐 날뛰었다.
생명력이 눈에 띄게 빠져나가는 게 보인 것이다.
도무지 이동기라곤 생각이 들지 않는 데미지.
아니, 애초에 뇌전이동에 데미지는 없어야 정상인데 왜 자신을 뚫고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 미친 건 그 후에 일어났다.
“흐읍……!”
등 뒤에서 멈춘 카이저가 숨을 들이켠 순간.
[천변(千變)이 ‘살수의 단검’으로 변형됩니다.]푸푹! 푹푹! 푹!
푹! 푸푹!
“커헉……!?”
순식간에 쏘아진 수십 발의 찌르기가 장기와 급소 곳곳을 찔러왔다.
[생명력이 30% 이하입니다.] [주의하십시오.]‘이게 무슨……!’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데미지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분명 아까까진 저런 데미지가 아니었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마치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말도 안 되는 딜이 박히는 것이다.
그에 아찔해진 정신이 돌아오기도 전에 떠오르는 메시지들.
[상태 이상 ‘피폐’에 걸립니다.] [정신이 피폐해지며 모든 능력치가 저하됩니다.] [상태 이상 ‘혼란’에 걸립니다.] [정신이 혼란해지며 감각에 이상이 생깁니다. 특히 방향감각이 크게 상실합니다.]루이드라의 귀걸이와 팔찌로 인한 디버프 효과였다.
심지어 디버프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빙기류(氷氣流)에 노출되어 움직임이 느려집니다.] [상태 이상 ‘둔화’에 걸립니다.] [이질적인 기운에 노출되었습니다.]빙기류로 인한 둔화와 난생 처음 보는 종류의 메시지까지.
베르제는 직감했다. 저 마지막 문구가 지금 이 비정상적인 데미지의 원인이라고.
아주 훌륭한 추측이라 할 수 있었다.
[이질적인 기운으로 인해 기존의 뇌룡강림에 추가 효과가 부여됩니다.] [신체 능력이 크게 상승합니다.] [대상에게 피해를 입힐 시 불안정한 기운에 노출시킵니다. 기운에 노출된 적을 공격 시 방어력을 일부 무시합니다.] [중첩이 가능하며 중첩에 비례하여 대상에게 가하는 데미지가 늘어납니다.]‘방깎에 데미지 증폭…….’
심지어 뇌룡강림의 속도 증가에 이어 신체 능력 상승까지.
뇌룡강림의 효과가 사라지는 게 아닌, 추가적으로 흑룡의 힘이 깃드는 설정이다 보니 그야말로 약점이 없는 팔방미인이 따로 없었다.
덕분에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스펙을 보유할 수 있었다.
‘스킬에 이런 이스터 에그가 있다니, 신기하단 말이지.’
적어도 도현이 알기로 흑룡이라는 존재는 아직 갓오세에 알려진 바가 없다.
애초에 뇌룡의 존재 유무도 모르는 게 현실이었으니 당연했다.
그저 스킬 설명에 뇌룡을 숭배하는 무도가들의 스킬이라는 단서 빼고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으니까.
‘어둠 두르기가 흑룡의 힘과 연관이 있나?’
아니면 다른 조건에 부합한 걸지도 모르리라.
다른 스킬이나 무기, 대상에는 적용해도 별 반응이 없던 걸 생각하면 애매하긴 하니까.
뭐가 됐든 유저들이 알 수가 없는 조건이었다.
어둠 두르기를 뇌룡강림에 쓸 수 있는 유저가 도현 말고 있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
‘다른 스킬에도 숨겨진 게 있을지도 모르겠어.’
오직 올마스터인 도현만 알 수 있는 조건들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투에 집중할 때였다.
흑룡의 힘을 얻어 베르제 동등한 조건으로 싸울 수 있게 되었지만, 아쉽게도 여기엔 시간제한이 걸려있었으니.
[정상적인 루트로 얻은 힘이 아닙니다.] [페널티가 주어집니다.] [마나 소모량이 666% 늘어나며 사용 후 탈진 및 실명 상태에 빠집니다.] [신의 눈물의 힘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30초 후 힘이 사라집니다]‘30초……. 그 안에 승부를 낸다.’
사실상 신의 눈물이 없으면 10초도 유지하기도 힘든 사기적인 마나 소모량.
다른 스킬과 함께 쓴다면 5초도 채 버티기 힘들 터였다.
그러니 도현이 지금 할 일은 하나였다.
타앗! 휘릭-
쾅! 콰아앙!
“크윽……, 카이저어!!”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것.
혹시라도 베르제가 다른 생각을 품기 전에 계속해서 몰아쳐서 승부를 내야 했다.
쾅! 콰앙!!
검은 번개를 두른 낫과 의지의 불을 휘감은 검이 부딪히며 화려한 이펙트가 튀었다.
스파크가 튀고, 화염이 번지며 묵직한 굉음이 울려 퍼진다.
정신없이 공격이 부딪혔다.
일 초에도 수차례의 검격이 울렸고, 정신없이 싸우는 두 사람은 마치 서로만 보인다는 듯 몰입한 상태였다.
타닷.
베르제가 뒤로 밀려나면 도현이 따라붙어서 낫을 휘둘렀고.
푸푹!
베르제가 자빠지면 그대로 올라타서 단검으로 변한 천변을 찔렀으며.
거리를 벌린다 싶으면 창으로 변한 천변을 내질렀다.
베르제가 검을 휘둘러 불을 지피면 도현은 순식간에 뒤잡기로 사라졌고, 그걸 예상하기라도 했다는 듯 베르제는 곧장 뒤로 검을 휘둘러 서로의 무기를 맞대었다.
“으악!”
“뒤, 뒤로 좀 더 물러나!”
“휘말린다, 빨리!”
그렇게 정신없이 서로를 몰아세우던 그들은 포위하던 길드원들 사이로 떨어져서도 검격을 멈추지 않았다.
치열한 싸움이었지만, 왜일까.
길드원들은 감히 입을 뗄 수가 없었다. 섣불리 응원의 말이 나오지 않았다.
쾅! 콰앙!
“크윽…….”
이제는 그들의 눈에도 보였다.
밀리고 있는 게 어느 쪽인지.
점점 밀린다 싶더니 어느 순간 베르제는 카이저의 발끝도 제대로 스치지 못하고 있었다.
속도에서도, 실력에서도. 모든 면에서 밀렸다.
휘청- 푹!
“커헉…….”
처음에는 치열해 보였던 싸움이 이제는 처절하게 보일 지경.
비틀거리면서도 베르제는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하나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베르제와 달리, 도현의 표정은 점점 담담해지고 있었다.
베르제, 그가 지고 있는 것이다.
턱.
휘청거리는 중심을 가까스레 잡은 베르제가 각종 상태 이상으로 흐릿해진 눈을 치켜떴다.
이젠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여러 개로 보이는 카이저가 어느 쪽이 진짜인지도 분간이 가지 않는다.
‘내가…… 내가 진다고? 이렇게?’
겨우 70레벨 초반대인 저 남자에게?
이곳에서만큼은. 적어도 지금만큼은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건만.
결국 자신은 저자에게 닿을 수조차 없었다는 말인가?
애초에 허황된 꿈을 좇았단 말인가?
“어째서……! 어째서 닿지 않는 거냐! 카이저어!!!”
인정하기 싫었다.
납득이 되지 않았으니까.
저 이상한 검은색 번개를 휘감기 시작한 후로,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말도 안 되게 강해지긴 했지만…….
“아직은 내가 더 강하다. 내가 더 유리하단 말이다. 한데 왜 내가 지고 있단 말이냐!”
그렇다고 자신보다 강한 건 말이 안 되었다.
그만큼 저놈과 자신의 사이에는 압도적인 격차가 있었으니까.
하물며 꿰뚫어 보는 자 또한 자신의 생각이 맞음을 증명하지 않았던가!
“그야 내가 더 강하니까 그러겠지.”
“그럴 리가 없다……. 메시지가 말해주고 있…….”
“넌 게임을 너무 수치로 하려 해. 그럴 거면 가상현실게임이 아니라 방치형 RPG 게임을 했어야지.”
“뭐……?”
멍해진 베르제의 눈이 부릅 뜨였다.
그 순간.
피잉-!
도현의 푸른 검에 치인 베르제의 검이 허망하게 날아갔다.
떨어진 검은 맹렬하게 타오르던 불은 온데간데없고, 초라한 모닥불 같은 불만을 피우고 있었다.
[생명력이 1% 이하입니다.]‘아…….’
그 모습이 마치 자신과 같다고, 베르제는 생각했다.
털썩-
힘없이 무릎을 꿇은 베르제를 향해 검은 스파크를 뿌리며 다가온 도현이 툭 던지듯 내뱉었다.
“수치가 더 유리해? 능력치가 더 높아? 그게 뭐가 중요해.”
“…….”
“결국, 마지막까지 서 있는 놈이 더 센 거지. 그러려고 이 게임을 하는 거고.”
담담하게 말하는 도현의 주위로, 격렬하게 튀던 스파크가 사라졌다.
머리도 평범한 생머리로 돌아왔으며 주변이 온통 조용해졌다.
화려했던 만큼 차가운 적막이 내려앉은 무대.
푹-!
그곳에선 차가운 검 끝이 목덜미를 꿰뚫는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 이렇게 끝이 나는…….’
지그시 감은 베르제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휘황찬란한 미래를 꿈꾸던 게, 저 남자를 여러 차례 몰아붙였던 기억이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땐 회색 화면만이 그를 반길 뿐이었다.
사망하며 강제로그아웃이 된 것이다.
털썩, 베르제의 몸이 힘없이 떨어지고 지독한 침묵이 맴돌길 수 초.
“……친.”
“미쳤다.”
“마스터가 진 거야 지금?”
“그, 그럼 우린 어떡해?”
중얼거리는듯한 목소리를 시작으로, 상황을 파악한 길드원들이 기겁하며 경악에 찬 비명을 내질렀고.
-씨X, 미쳤다! 미쳤다고!!
-베르제가 무조건 이긴다고 정배라고 지껄이던 놈들 어디 갔냐? 닉네임 다 외웠다 빨리 나와라.
-오이오이, 믿고 있었다구!!
-와!! 씨X!!!
-제국 입성하자마자 단신으로 100대 길드의 본진에 쳐들어가 다 부숴버리는 유저가 있다?
-카이저, 그는 신이야! 카이저, 그는 신이야! 카이저, 그는 신이야!
-신, 그는 카이저야! 신, 그는 카이저야! 신, 그는 카이저야!!!!
채팅방이 그야말로 폭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