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16)
제216화
216화.
뉴튜브에선 일정 이상 구독자 수를 달성한 뉴튜버한테 작은 선물을 보내주곤 하는데, 그것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버튼이었다.
실버부터 골드 다이아까지 다양하게 있는 버튼.
그중 도현이 받은 것이 바로 골드 버튼이었다.
‘구독자 100만 명을 달성하면 주는 축하 선물…….’
10만을 달성해야 주는 실버 버튼에 비해 기념비적이면서도 아득하지만은 않은 숫자.
때문에 수많은 뉴튜버들이 골드 버튼을 목표로 하곤 했다.
도현도 언젠가 골드버튼을 얻게 될 날이 오면 뿌듯하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는데…….
‘아니, 이게 왜 벌써? 심지어 난 신청도 안 했는데?’
막상 현실로 겪어보니 당혹스러움뿐이었다.
유명 연예인이나 비정상적으로 구독자가 늘어나는 경우 신청하지 않아도 보내주기도 한다는 건 들었지만, 그게 설마 자신일 줄이야.
아니 그것까진 좋다. 한데 왜 하필 타이밍이 이렇단 말인가!
“……미친. 오빠, 네가 카이저였어?”
“어……. 그게 아니라. 음.”
지이이잉-
약속 상대인 수연이에게 전화가 오는 것도 무시한 채 눈썹을 꿈틀거리며 묻는 현아의 모습에, 도현은 말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말을 잘 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늦게 답해서도 안 될 일.
“그, 음. 사실 내가 뎀로크를 했었잖아? 그래서 카이저의 팬이었는데…….”
“오빠, 설마 편집을 맡아주고 있니, 뭐 카이저랑 알고 지내는 사이니 하는 지나가는 개도 안 믿을 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지?”
“…….”
빠르게 판단을 마친 도현이 나름 최선의 변명을 해보았지만, 씨알도 안 먹혔다.
하기야 구X이 어디 동네 시장도 아니고 대기업인데.
설마 본인이 아닌 편집자나 팬한테 골드 버튼을 보낼 리가 없을 테니 믿어줄 리가 있겠나.
‘……이건 글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상황을 넘길 말이 떠오르지 않았던 도현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리 허무하게 들킬 줄은 몰랐지만 어쩔 수 없지.
벌써부터 현아의 반응이 두려웠지만, 이렇게 된 이상 정면돌파밖에 답이 없다.
도현은 오히려 당당하게 나가기로 했다.
“그래. 사실 내가 카이저야.”
“……미친.”
그 당당한 고백에 깊게 감명한 현아가 시원한 욕설로 받아쳤다.
그런 현아는 매우 황당해하면서도 심란해 보였다.
“오빠가 카이저……? 내 오빠가? 저 겜돌이가 그 카이저라고? 미친, 이게 현실인가? 꿈일지도 몰라.”
아니, 심란하기보단 현실감이 없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듯했다.
정말 조금도 오빠가 카이저일 거라 생각지 못했는지, 얼이 빠지다 못해 영혼이 빠져나가 있는 모습에 도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음. 저 정도인가……?’
카이저가 사라진 시기랑 자신이 군대를 간 시기도 겹치고, 다시 모습을 드러낸 시기랑 자신이 게임을 시작한 시기도 겹친다.
게다가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많은 돈을 벌 정도의 실력까지.
여러모로 완벽하게 숨기진 못했다고 생각했건만 저렇게 반응하니 괜히 기분이 찝찝했다.
“조금도 눈치 못 챈 거야?”
“……잠깐만 조용히 좀 해줄래? 나 심란하니까.”
“아, 응.”
손바닥을 펼쳐 제지시키는 현아를 보며 도현은 입을 꾹 다물었다.
쟤가 저렇게 말할 정도면 어지간히 심각한 거였다. 그런 도현의 생각처럼 현아는 지금 무척 심각한 얼굴이었다.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야? 그러니까, 오빠가 카이저라고? 히어로 길드 상대로 혼자 무쌍 찍은 그 카이저?’
그뿐이랴.
현재 갓오세 플레이어 인기순위 탑 10안에도 들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게 바로 카이저였다.
최근 들어 생긴 변화였다.
전까지만 해도 카신교 같은 진성팬 외에 팬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이 정도로 많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 이후로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었으니까.
그러면서 이전에 쌓아둔 업적이나 행보가 댐이 무너진 것처럼 한 번에 터진 것이다.
때문에 지금 친구들 단톡방에 들어가거나, 갓오세 얘기를 하면 언제나 카이저 얘기로 가득했고.
‘나도 이번 일로 더 팬이 된 건데…….’
친구들마저 카이저의 매력에 완전히 흠뻑 빠졌을 정도였는데…….
그 카이저가 오빠라니?
찬물을 끼얹어도 이렇게 끼얹을 수는 없었다.
‘생각해보면 이상하긴 했어. 뎀로크를 그렇게 하면서도 닉네임은 물어봐도 절대 말 안 해주고, 군대 간 시기랑도 겹치고…….’
심지어는 군대 복귀하니 떡하니 카이저가 복귀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왜 지금까지 몰랐는지 이상할 정도였다.
현아에게 각인된 남매의 DNA가 본능적으로 거부한 게 아닐까 합리적인 의심을 하고 있을 무렵.
‘……자, 잠시만.’
퍼뜩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무수한 기억들.
프라텔에서 필드 보스를 잡던 카이저에게 다가가 싸인을 요청했던 것과 도현에게 달라붙어 카이저를 찬양했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럼 난 오빠 앞에서 오빠 칭찬을 그렇게 한 거야?’
심지어 방금까지도 카이저가 멋있니 반했니 하며 극찬을 늘어놓지 않았나……?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머릿속에 무언가를 지탱하던 줄이 끊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아아아악!!”
동시에 거실에 울려 퍼지는 하이톤의 샤우팅.
그에 도현도 당황해서 소리쳤다.
“뭐, 뭐야. 갑자기 왜 그래? 너 미쳤어?”
아니, 혼자 심각해 하더니 갑자기 왜 머리를 잡아 뜯으며 미친년마냥 소리를 지르고 있단 말인가.
“어, 미쳤어! 미칠 거 같아! 아아으아악!! 우욱, 우웩!”
“아니, 이년이 갑자기 왜 이래? 토할 거면 화장실 가서 해 이년아! 어어? 뭐야, 진짜 가네? 야, 거기 화장실 아니고 네 방이야!”
“아악! 제발 지금 말 걸지 말아줘!”
콰앙!
다급하게 방에 들어간 현아가 풀썩 주저앉아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오빠가 카이저라니…….’
오빠가 카이저인 거?
그것까진 괜찮다.
조금 충격적…… 아니, 좀 많이 충격이긴 해도 받아들일 만한 얘기였으니까.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자랑스러워할 일이기도 했다.
제 오빠가 게임에 미친 방구석 아싸 히키코모리인 줄 알았더니, 최근 연예인보다도 더 핫한 그 카이저라는 게 충격적이긴 해도 나쁠 건 없었으니까.
‘뭐? 분명 존잘일 거야? 카이저처럼 포부가 있어야 남자? 아악! 이 미친년아! 그런 말을 왜 한 거야 대체!’
하지만 이건 아니다.
오빠가 카이저일 줄 꿈에도 모르고, 면전에다 대고 칭찬을 그렇게 해대다니.
수치플도 이런 수치플이 없었다.
‘그때 잘못 들은 게 아니었어…….’
불현듯 프라텔에서 카이저를 처음 봤을 때가 떠올랐다.
얼핏 씨X이라고 들렸던 것 같았는데, 워낙 갑작스러워서 착각이겠거니 했건만.
카이저가 왜 욕을 했는지, 이 얘기를 했을 때 오빠가 쉴드를 쳐주었는지.
새삼스레 퍼즐이 맞춰졌다.
수줍게 싸인을 요청하는 자신을 보며 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지 떠올리니 창피해서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탁, 타닥.
몸이 후끈해지고, 얼굴이 터질 것 같던 현아가 생각을 떨치기 위해 폰을 켰다.
다른 것에 집중하면 조금이나마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었던 탓이다.
하나 그건 잘못된 선택이었다.
-마지막에 서 있는 놈이 강한 거지. 그러려고 이 게임 하는 거고.
서걱-
덜덜 떨리는 손이 폰을 켜자, 뉴튜브 속 카이저…… 아니, 오빠의 음성이 흘러나온 것이다.
마지막에 영상을 돌려보고 있던 탓이었다.
-아아, 전지전능하신 카신의 어록이 늘어나는구나.
-마지막까지 서 있는 자가 강한 사람이다……. -카신 어록 23항-
-띵언 키야~
-미연시 게이쉑 바로 참교육 당해버렸쥬?
-히어로 길드 가뜩이나 미운털 오지게 박혀있을 텐데, 길드까지 사라지면 이제 어쩌냐 ㅋㅋㅋ
-영입 경쟁 벌어지겠지 뭐. 유망주들이잖냐 나름. 길드원들은 문제없음. 베르제가 이제 X망한 거지.
카이저에 대한 찬양으로 가득한 댓글들을 보며 현아가 마른세수를 했다.
자신도 좀 전까지 저 댓글들을 보고 옳소, 옳소! 하며 친구들한테 퍼 나르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실 카신교까지 가입했는데…….
“하아…….”
손으로 얼굴을 덮은 현아가 작게 중얼거렸다.
“이제 오빠 얼굴 어떻게 보냐.”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사실은 내 오빠였다?
소설에도 안 나올 법한 막장 전개를 현실로 겪게 된 22세 소녀의 깊은 한숨이 방을 맴돌고 있었다.
* * *
[갓 오브 세이비어에 접속하셨습니다.] [모험의 낙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주인, 어서 오고.
-리자리자!
-오셨습니까, 주군.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여느 날과 같이 일어나자마자 게임에 접속한 도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응? 오늘은 어째 기운이 없네? 무슨 일 있어 주인?
-리자? 리자리자?
-주군을 심란하게 하다니! 그 불경한 자가 누구인지 이 미천한 검에게 말만 하십시오. 언제든 목을 쳐서 대령하겠…….
그런 도현의 반응에 지하드가 갸웃해 하자, 엘리자가 머리 위로 폴짝 올라오더니 걱정스레 물어왔다.
찰리는 아예 호들갑을 떨며 당장이라도 검을 빼낼 기세였다.
[가디언 엘리자의 충성도가 최대치입니다.] [가디언 첫 번째 검 찰리의 충성도가 최대치입니다.] [가디언 ‘지하드 블랙’의 충성도가 높습니다.] [충성도 80 / 100]저 둘이야 원래도 충성도 맥스였으니 비교가 안 되지만.
지하드의 충성도를 보고 있자니, 그간 저 녀석들과 많이 친해진 게 체감되었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뭐 저런 저열한 가디언이 다 있나 싶었건만.
역시 뭐든 시간이 약이었다.
‘……그래. 시간이 약이겠지?’
어제 있던 일을 떠올린 도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어제 이후로 현아가 눈만 마주치면 비명을 지르며 도망 다니고 있었다.
원래도 서로 좋은 말을 하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바퀴벌레라도 본 것처럼 도망 다니는 사이는 아니었건만.
자신이 카이저였다는 게 어지간히 충격적이었던 모양이었다.
‘……아닌가. 오히려 저래서 다행이라 해야 하나.’
솔직히 그 녀석 성격을 생각하면, 이걸 약점 삼아 친구들한테 말하니 뭐니 하며 협박해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그것 때문에 더 들키면 안 된다 생각한 것도 있었는데.
그런 면에서 차라리 지금처럼 반응하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친구들한테까지 들키진 않게 되었으니까.
물론 저 짓도 계속된다면 문제겠지만…….
‘뭐, 그러다 말겠지.’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한 도현이 눈길을 돌렸다.
그곳에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
[아스트 : 이 새끼, 드디어 접속하네. 내가 너 접속하기만을 기다렸다.] [아스트 : 당장 내 집무실로 와.] [아스트 : 대체 어떻게 한 거냐? 영상을 보면 볼수록 이해가 안 되네. 궁금한 게 지금 한두 개가 아니야.] [아스트 : 현기증 나니까 바로 와라, 바로!] [아스트 : 할 말도 있으니까, 다른 데로 세지 말고.]접속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쉴 새 없이 들려오는 아스트의 귓속말이었다.
‘아재, 어지간히도 궁금했나 보네.’
하기야 강화운이 없기로 유명한 자신이 전부 12강으로 도배해, 전설급 스킬도 하나 더 뽑아서 두 개에 흑룡의 힘까지 사용했으니…….
‘나라도 이건 못 참지.’
궁금한 게 산더미일 만도 했다.
피식 웃은 도현이 지금 가겠다고 귓속말을 보내고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였다.
“저…….”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