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22)
제222화
222화.
한편 그 시각 하이든성의 비석 앞에는 제법 많은 이들이 모여있었다.
그래 봐야 30명 정도지만, 처음과 비교하면 2배가량 늘어있었다.
“사람들 왜케 많이 모이냐.”
“반년 만에 치르는 시험이니까 당연하지.”
“심지어 그 대상이 카이저면 뭐…… 말 다 했지. 앞자리 선점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벌써 소문을 듣고 모여든 사람들 덕이었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사람이 늘어나고 있으니 이대로면 금방 북적해질 게 뻔했다.
그런 점에서 처음부터 성에 있던 이들은 편하게 맨 앞을 선점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파리만 날리는 하이든성에서 철목 인형만 패고 있던 게 그리 한탄스러울 수가 없었는데, 그게 도움이 다 될 때가 있었다.
“입장했으니까 곧 시작하겠지?”
“그러겠지. 한계 시험은 입장하고 바로 치러지니까.”
“와, 베르제 참교육 방송 이후로 인기 너무 많아져서 다가가기도 힘들었는데…… 이렇게 만나니까 신기하네.”
“심지어 우리가 있는 성으로 오다니. 대박이다.”
당연하지만 그들의 얘기 주제는 다름 아닌 카이저였다.
가뜩이나 한창 뜨거운 감자인 카이저가, 자신들이 있는 기사성에 위대한 사자왕의 시험을 보러왔다니.
타이밍이 기가 막히지 않은가.
이 기이한 우연에 신이 나서 떠들던 찰나, 한 사람이 주변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레 말을 뗐다.
“그래서…… 어떻게 될까?”
“뭐가?”
“뭐긴 뭐겠어, 인마.”
“아.”
그에 심드렁하게 답하던 다른 훈련생들도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파악한 것이다.
“흐음…….”
잠시 신중하게 생각해본 결과 답은 금방 나왔다.
“글쎄……. 아무리 카이저라도 좀 힘들지 않을까?”
“레벨이 겨우 70레벨 초반이야. 전문가들도 끽해야 73레벨 정도일 거라고 했잖아.”
“아무리 카이저라 해도 이번엔 너무 급했어. 굳이 지금 들어갈 이유가 없을 텐데 말이야. 안정적으로 100레벨 찍고 초월도 하고 들어갔으면 오죽 좋아?”
“합격이라…… 글쎄. 붉은빛은 못 낼 듯. 하다못해 85레벨 정도면 생각해보겠는데 이건 너무 차이 나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부정적인 의견밖에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었다.
“어차피 수준에 맞춰서 시험이 치러지는데 그게 의미가 있나?”
“상관있지. 만렙을 찍고 나서 얻는 시스템적인 이득들이 있잖냐. 이것까진 반영이 안 되니까 만렙 찍는 게 무조건 이득이긴 해.”
“하긴…… 초월은 둘째치고 봐도 스킬칸 개수부터 차이 나긴 하네.”
“에이, 그래도 카이저인데? 초월한 베르제도 발랐는데 못할 게 뭐가 있음.”
“검황 성적이야 뭐 말도 안 되니 패스하고, 그래도 카신인데 붉은빛까진 잘하면 도달하지 않을까?”
“그렇게 들으니까 또 그런 거 같기도?”
그래도 카이저가 보여준 것들이 있는데, 저리 당당히 입장한 거 보면 믿는 구석이 있는 거 아니겠냐는 의견이었다.
어느 정도 갈리기는 했지만, 그들 모두 동의하는 의견이 하나 있었다.
카이저가 너무 급하게 들어간 느낌이 있다는 것.
한 번뿐인 기회를 이리 빠르게 소모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설마 메인 퀘스트?”
“아니면 뭐 공략법이라도 얻은 거 아냐?”
“사자왕의 시험에 공략법이 어디 있냐? 시험 똑같이 다 끝내도 마음에 안 든다고 노란빛 뿜는 놈인데.”
“그야 애초에 시험 통과 기준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니까 그렇…… 어? 저거 뭐냐?”
“뭐, 왜 그…… 헉?”
그렇게 그들 나름대로 머리를 굴릴 때였다.
말하다 말고 경악하는 동료의 모습에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린 훈련생이, 이내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게 시작이었다.
“헐…… 저게 뭐냐?”
“와, 실화냐?”
“지금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거 아니지?”
그들의 뒤로 퍼져서 대기하던 유저들이 깜짝 놀라 소리친 것이다.
그건 그 뒤로 새롭게 줄줄이 들어오고 있던 유저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경악한 이유는 다름 아닌 비석이었다.
파앗-
“……저게 왜 벌써 빛을 뿜지?”
비석 밑에 그려진 사자의 형상을 한 마법진과 같은 이펙트.
그리고 비석 전체를 휘감다 못해 그 위로 영롱하게 솟아오르고 있는 빛.
벌써 나타날 리 없는 빛이 뿜어지고 있던 것이다.
이는 사자왕의 탑에 들어선 지 10분 만에 두 번째 등급의 성적까지 도달했다는 뜻이었다.
“들어간 지 이제 10분 정도 지나지 않았어!?”
“아니, 10분이면 기껏해야 한계 시험 1단계일 시간인데 이게 무슨…….”
“심지어 초록빛도 아니고, 노란빛이잖아!?
“말도 안 돼!”
소요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경악스러운데 심지어 초록빛도 아닌 노란빛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감탄하는 의미의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말이 안 된다.
“시험 다 끝내도 노란빛인 애들도 허다한데 10분 만에 노란빛이라고?”
“최소 시험 두 개는 만점을 받았다는 소리잖아.”
“미친…….”
초록빛, 노란빛, 은빛, 황금빛, 붉은빛.
다섯 단계로 이루어진 등급의 측정 기준은 다름 아닌 시험을 만점으로 통과한 개수였다.
그리고 지금 비석이 내는 빛은 노란색.
이건 카이저가 10분 만에 사자왕이 내린 시험 두 개를 만점으로 돌파했다는 뜻인데…….
“……그런데 그럴 수가 있나?”
“한계 시험 깨는 데만 최소 4시간이 걸리는데?”
“어지간한 하이 랭커들도 2시간은 걸림. 시간적으로 말이 안 됨.”
아무리 카이저라 해도 이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1시간이면 어떻게든 믿어보겠는데 10분?
이건 카이저 할아버지가 와도 안 되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가정은 하나였다.
“사자왕의 인정…….”
탑에 깃든 사자왕의 정신이 기사를 인정하는 것.
하나로 묶어 편하게 인정이라고 표현하지만, 사자왕의 정신을 감복시키거나, 놀라게 하거나, 인정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이 성적에 반영된다.
그리고 그 수치가 기준을 넘어서면 몇몇 시험 항목에 조기 합격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조기 합격을 받았다는 건 당연히 만점처리가 되었다는 뜻.
“맙소사…….”
“그걸 해냈다고? 10분 만에?”
공식적인 설정이지만, 사자왕의 인정이란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
그들은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다.
“멸살이나 여제 같은 하이 랭커들도 하나밖에 못 했잖아.”
“그것도 몇 시간이 지나서 이뤘던 거 같은데…….”
“1시간도 안 돼서 합격한 애가 누가 있지? 최초 아니냐 이거?”
“……아니, 있긴 있지.”
그때였다. 누군가 한 NPC의 이름을 언급한 것은.
“……검황.”
칠강(七江)의 검.
검황(劍皇), 가필드 드류.
“검황이 유일하게 30분이 채 지나기 전에 조기 합격 두 개를 이뤄냈잖아.”
“……잠깐만, 그럼 카이저는 검황보다 속도가 빠르다는 거야?”
“미친…… 30분도 아니고 10분…….”
“허, 이걸 커뮤에 말해야 돼, 참아야 돼. 말해도 안 믿겠는데.”
유일했던 검황의 압도적인 기록이 처음으로 깨져나간 것이다.
그에 사람들의 주제는 자연스레 검황과 카이저에 대한 비교로 바뀌어있었다.
“이 정도면 카이저가 검황 기록 넘는 거 아님?”
“와, 그럼 유저 최초로 히든 시험 클리어하는 건가?”
“에이, 그건 아니지. 칠강이 X으로 보이냐?”
“맞지. 심지어 검황은 조기 합격 개수가 3개나 되잖아. 아무리 그래도 검황이랑 비교 대상은 아니긴 하…….”
그러던 그때였다.
파앗-!
“흐이익!?”
“와씨, 깜짝이야.”
“뭐, 뭐야?”
갑자기 앞에서 솟구치는 거대한 빛에 소스라치게 놀란 그들은 본능적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은빛?”
“세 번째 조기 합격이라고?”
비석에서 눈부신 은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던 것이다.
은빛이 나왔다는 건 세 번째 만점을 받았다는 뜻.
갓오세 출시 이후를 떠나서, 갓오세의 배경 설정으로 봐도 검황 이후 최초인 일이었다.
꿀꺽.
믿을 수 없는 일에 어디선가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나 그걸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모두가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멍한 얼굴로 은빛을 뿜어내는 비석을 보는 그들 사이로, 누군가 낮게 중얼거렸다.
“……대체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도무지 상상도 안 되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저 안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최초가 될 거라는 것을.
‘설마 진짜로 검황 성적 깨나?’
‘대, 대박……. 이건 무조건 찍어야 돼.’
‘뭔지는 몰라도 미쳤다……. 손 떨리네 진짜.’
카이저, 그가 또다시 사고를 칠 거라는 것을.
* * *
[사자왕의 정신이 경악합니다.] [성적에 반영됩니다.] [사자왕의 정신이 놀람을 금치 못합니다.] [성적에 반영됩니다.] [사자왕의 정신이 이건 사기라며 항의합니다.]…….
[사자왕의 정신이 무언가 잘못됐다며 머리를 부여잡습니다.] [성적에 반영됩니다.]사자왕의 정신은 아찔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이건…… 이건 말이 안 된다.’
탑에 입장한 저 한 명의 기사 때문이었다.
기사 주제 테이머처럼 가디언들을 주렁주렁 달고 온 놈.
그래서일까. 내심 실력이 없어 가디언에게 의지한다고 생각하며 무시하고 있었건만.
‘저게 다 뭐란 말이냐!’
말도 안 되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쾅! 콰득-!
퍼펑! 서걱- 푹!
놈에게 한 번 스치면 해골 병사들이 골이 부서지고, 두 번 스치면 골로 간다.
해골 병사들이 우르르 모여 달려들어도, 어찌나 움직임이 날쌘지 공격 한번 제대로 스치기도 힘들었다.
더 어이없는 건 어쩌다 공격이 적중해도 큰 데미지를 입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마 나의 측정이 잘못됐단 말인가?’
그럴 리가 없다.
사자왕의 눈은 그 대상의 경지를 꿰뚫어 보는 눈.
사도라는 것들의 용어로 따지면 레벨을 확인할 수 있는 눈이다.
이 시대의 검황이라는 놈조차 완벽하게 측정했는데 일개 사도를 측정하지 못할 리가?
‘사도들이 유독 같은 경지를 이루어도, 격차가 큰 경우가 많긴 했다만…….’
그래서 한계 시험이 있는 거였다.
눈대중으로 본 측정만으로는 기사의 한계를 알 수가 없었으니까.
하나 차이가 있을지언정 얼추 비슷하기 나름이었고, 보통은 한계 시험조차 극복하지 못하고 쓰러지기 일쑤였다.
[1단계를 더없이 완벽하게 클리어하였습니다.] [2단계가 시작됩니다.]…….
[2단계를 더없이 완벽하게 클리어하였습니다.]…….
[4단계를 더없이 완벽하게 클리어하였습니다.]‘……저건 뭐라 설명해야 하는가. 마치 초월자가 하찮은 고블린을 때려잡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한데 저놈은 뭐란 말인가.
본래 자신의 수준이어야 할 경지를 아득히 뛰어넘은 파괴력과 맷집, 스피드였다.
그뿐이랴, 마나 회로도 비정상적으로 견고했다.
그렇다고 단순히 신체 능력만 비정상적으로 강한 것도 아니다.
휘릭- 콰득!
-어우, 머리 꺾이는 거 봐라. 소름 돋네.
-음! 언제봐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움직임……. 주군의 전투는 언제 보아도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군.
-리자! 리자리자!
움직임 하나하나가 모두 계산된 듯 철저한 거리계산을 바탕으로 대상을 압도하고 있었다.
‘내 시대의 기사들도 저렇게는 하지 못하였다. 저건…… 다른 사도라는 놈들과 비교해도 격이 다르지 않은가?’
이 순간 사자왕의 정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1년 전에 들어온 한 사내였다.
검 하나로 모든 것을 제패하던 남자.
살아있었다면 한 번쯤 겨뤄보고 싶을 만큼 엄청난 경지를 이루어낸 이 시대 최강의 검사.
‘……검황(劍皇).’
왜인지 그 사내가 떠오르는 사자왕의 정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