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3)
제23화
23화.
[‘돌진베기’를 획득하셨습니다.] [돌진베기]-등급 : 일반
-제한 : 검사 계열
-설명 : 검을 휘두르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한 차례 돌진할 수 있다.
-효과 : 공격력의 150% 대미지를 주며 이동 거리는 이동 속도에 비례한다.
공격 속도가 빠를수록 빠르게 발동된다.
-쿨타임 : 10초
‘오!’
스킬 정보를 확인한 도현이 감탄을 흘렸다.
모든 직업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도현의 직업.
그런 만큼 마법이나 궁술 같은 스킬이 뜰 수도 있었는데 운이 좋게도 검 관련 스킬이 떠 주었다.
‘돌진베기 정도면 나쁘지 않지.’
아니,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
검 관련 스킬인 건 둘째 치고, 일반 스킬 중에서도 활용도가 상당히 뛰어난 스킬이었으니까.
위력 자체는 볼품없어도 이동하면서 베는 스킬 특성상 콤보로 활용하거나 적의 스킬을 끊는 등, 활용할 요소가 무궁무진했다.
짧은 쿨타임 덕에 리스크도 없다시피 하고, 급할 땐 이동기로도 쓸 수 있었으니…….
‘실제로 나도 뎀로크 할 때 많이 써먹었지.’
신이 버린 운빨을 지닌 덕에 낮은 등급의 스킬을 최대한 활용해야만 했던 그에게는 돌진베기만 한 스킬이 없었다.
그런 스킬이 이번에도 도현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번에도 잘 부탁한다.’
물론 이전에 비해 기대는 정도가 적겠지만.
피식 웃은 도현이 시스템창을 닫았다. 그러나 인벤토리만은 아직 닫지 않았다.
당연했다.
[랜덤 스킬 뽑기권]‘아직 한 발 남았다.’
갓오세에서는 10레벨 단위로 랜덤 스킬 뽑기권이라는 것을 준다.
일반 등급부터 전설 등급까지 랜덤으로 나오는 뽑기권.
당연하게도 던전을 클리어하며 10레벨을 찍은 도현도 받았었고, 마을로 가서 방해 없이 사용하기 위해 아껴 두었었다.
[랜덤 스킬 뽑기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그리고 지금, 그 뽑기권을 사용할 때가 왔다.
“그래.”
뽑기권을 사용하자 열 장의 카드가 떠올랐고, 이내 진리의 눈이 발동되며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그 빛에 눈을 질끈 감은 도현이 속으로 간절하게 외쳤다.
‘황금빛, 제발 황금빛…….’
그리고 눈을 뜨자 반겨 준 ‘그것’을 본 도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접속 제한 시간이 끝났습니다.] [5초 후 강제 종료됩니다.]‘미, 미친……!’
접속 제한 시간.
너무도 현실적인 갓오세에 빠져 시간을 망각하다 ‘아사’하거나 중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시스템이다.
이건 뎀로크 시절에도 있었기에 놀랄 것도 없었다.
다만…….
‘벌써 10시간이 지났다고?’
꽤나 넉넉한 제한 시간이라 생각지 못하고 있었는데, 겨우 아르데를 졸업한 걸로 그 시간을 다 썼다는 게 이해가 안 될 따름이었다.
심지어 그 어느 파티보다 빠르게 던전을 클리어하지 않았던가.
고블린 사냥도 거의 사냥이 아닌 양학에 가까웠건만…….
‘아.’
그때 문득 스쳐 가는 튜토리얼의 기억.
무려 6시간을 넘게 소모했던 튜토리얼이 떠올랐다.
그리고 떠오른 것과 동시에 이성이 돌아왔고, 상황 판단은 빨랐다.
[3…….] [2…….]남은 시간은 2초.
‘카, 카드! 카드부터 빨리 뽑아야 돼!’
도현의 눈이 빠르게 카드를 훑었다.
랜덤 스킬 뽑기권답게 다양한 빛을 뿜어내는 카드를 보던 도현의 눈이 한 카드에서 머물렀다.
‘이거다!’
그렇게 카드를 뽑은 순간,
화악-!
눈부신 빛이 터져 나오며 스킬 카드의 정보가 떠올랐고,
띠링-.
[접속 시간이 끝나 강제 종료됩니다.]그와 동시에 도현의 시야가 까맣게 물들었다.
그게 도현의 갓오세에서 첫날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리고 갑작스레 빛줄기를 뿌리며 사라진 도현의 빈자리를 본 방패최고 일행은 건전지가 다한 기계처럼 동시에 멈칫했다.
“아……?”
“어라?”
반응은 그로부터 몇 초가 지난 후에 나왔다.
“뭐, 뭐야? 카이저 님 로그아웃하신 거야?”
“아니, 스킬 뽑기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카이저 님도 스킬 뽑기하고 계셨던 거 아니었나?”
화들짝 놀란 친구들의 반응에 방패최고가 파티 목록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목록에 ‘카이저’라는 이름이 사라져 있었다.
한발 늦게 확인을 마친 미간딱대와 유빈뀽이 당황한 듯 중얼거렸다.
“스킬 뽑기하다가 나가신 거면…… 아무래도 튕기신 거겠지?”
“아직까지 재접속 안 하신 거 보니까 접속 제한 시간 다 되신 거 같은데.”
“아, 맞네. 어라? 근데 왜 벌써 다 끝나셨지?”
“글쎄……? 신 뽑기를 오래하셨나?”
1레벨부터 함께했으니 튜토리얼밖에 답이 없긴 했다.
설마하니 튜토리얼에서 6시간 이상을 썼을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그들이기에 그저 그런 갑다 하고 넘길 뿐이었다.
어쨌거나 상황 파악을 마친 유빈뀽과 미간딱대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렸는데 아쉽다.”
“그러게. 형님한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는데.”
“그거라면 이미 남겼을걸? 첫 사냥부터 전멸 위기를 내주는 사람은 흔치 않으니까.”
“싸우자고?”
평소처럼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이었지만, 어딘가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그건 방패최고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에 도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할 때 망설였던 말이 ‘친구 요청을 해도 되는지’였으니까.
망설이는 사이 얘기조차 꺼내 보지 못하고 단절되었으니 아쉬울 수밖에.
‘아니, 오히려 다행이다.’
하지만 방패최고는 마음을 다잡았다.
솔직히 그도 사람인지라 그 유명한 카이저와 친해지고 싶은 건 사실이었다.
아니, 그걸 떠나서 그냥 카이저라는 사람이 너무 빛이 났다.
그런 사람에게 인간적인 호감이 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 이상 바라는 건 욕심이야.’
지금까지 내내 도움만 받았는데 친구 요청까지 바라는 건 양심이 없는 일이었다.
자고로 친구란 서로 도움이 되는 존재여야 하지 않은가.
지금의 자신이 그에게 감히 도움을 줄 수 있는 요소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설령 그게 아니라도 욕심이 생길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아무런 제지나 보상 없이 자신의 실수를 쿨하게 넘겨 준 그에게 그런 마음을 먹고 싶진 않았다.
‘지금은 이게 맞아.’
마음을 다잡은 방패최고가 입을 열었다.
“너희 오늘 어땠냐.”
“오늘? 최고였지. 카이저 형님도 만난 데다 형님과 함께 랭킹 1위도 했는데 이보다 최고일 수가 있어?”
“너무 재밌었어. 이래서 다들 갓오세, 갓오세 하는구나 싶을 정도로.”
언제 싸우고 있었냐는 듯 쿵짝이 맞는 둘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자신만큼 친구들도 게임에 진심이 된 것이다.
미간딱대는 그렇다 쳐도 유빈뀽이 저렇게 빠져들 줄은 몰랐는데…….
고개를 끄덕인 방패최고가 툭 내뱉었다.
“잘됐네. 그럼 너희 매일 접속할 수 있지?”
“당연하지. 매일 안 할 생각이었음? 나 백수라 24시간도 가능.”
“바보야, 최대 10시간 제한이잖아.”
“아, 맞네. 아무튼 쌉가능.”
“나도 휴학해서 몇 달은 시간 많아.”
두 사람의 대답을 들은 방패최고가 흡족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대뜸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빨리 성장하자.”
그 말에 유빈뀽과 미간딱대가 멈칫했다.
방패최고의 진지한 눈을 빤히 바라보던 미간딱대가 피식 웃었다.
별다른 대화는 없었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보였다. 어깨를 으쓱한 미간딱대가 괜히 더 가벼운 어조로 답했다.
“그래. 무럭무럭 자라서 이번엔 우리가 카이저 형님 버스 한번 태워 드리자.”
“맞아. 너무 받기만 한 것 같아서 좀 미안해.”
“그런 의미로 빨리 본대륙 넘어가자. 내가 카이저 형님 버스 태워 드리기 전에 너희부터 한번 태워 줄게.”
“응, 그건 아니야.”
다시 가벼워진 분위기 속에서 미간딱대와 눈을 마주하던 방패최고가 슬며시 미소 지었다.
그리고 그 미소 속에 약간의 기대감이 번졌다.
‘그래,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오겠지.’
당장 다음 도시인 레이븐에서 만날지도 모를 일.
약속의 도시 브리온 이후부턴 좀 달라지겠지만, 상위 콘텐츠로 올라가다 보면 필연적으로 겹치는 순간이 온다.
몇몇 졸업 퀘스트나 레이드가 그러했다.
그러니…….
‘그때가 되면 지금과는 다를 겁니다.’
그 순간을 고대하며 방패최고가 걸음을 옮겼다.
본대륙으로 넘어가는 워프로.
“그럼 본대륙으로 넘어가자고.”
“오케이. 접속 제한 끝날 때까지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으셈.”
“같이 가~!”
그렇게 워프에 선 방패최고 일행이 눈부신 빛과 함께 점멸되었다.
* * *
한편 그 시각 도현의 집.
그의 여동생 현아는 지금 몹시 기분이 안 좋았다.
“현아야~ 오빠 있으면 잠깐 나오라고 해 줄래?”
“아…… 나 중요한 장면인데?”
“빨리~.”
“하, 알았어.”
본방 사수를 위해 10분 전부터 대기하던 드라마가 끝을 향하는 중요한 장면이었는데 어머니 채미숙의 부탁(?)으로 오빠 놈을 부르러 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부엌과 오빠 놈의 방이 가장 멀기에 일어난 해프닝이기도 했다.
마음 같아선 그냥 드라마를 보고 싶지만, 그랬다간 채미숙에게 등짝 스매시와 더불어 용돈 끊기기 형벌에 처해질 게 뻔했기에 좋게 말할 때 듣는 현명함을 택한 현아.
“아씨, 까톡도 안 받고 뭐 하는 거야? 아직도 게임 하나?”
벌써 밤 10시인데 설마 아직까지 게임 하나 싶었지만, 오빠 놈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다.
그의 게임 폐인력은 보통이 아니었으니까.
친구도 잘 안 만나고 하는 거라곤 헬스, 게임밖에 없는 사람이 그녀의 오빠였던 것이다.
그렇게 방 안으로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덩그러니 놓인 캡슐이 현아를 반겨 주었다.
“어휴, 그럼 그렇지.”
쯧, 혀를 찬 현아가 고개를 저었다.
‘내일 하라 해야겠다.’
채미숙도 급한 일이었으면 당장 나오라 하라고 했을 터.
괜히 지금 강제 종료시켰다간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들 것이다.
갓오세 어플로 메시지를 보내면 되기는 하지만…… 저 친구 없는 오빠 놈이 첫날부터 그런 걸 설치했을 리도 없고.
어찌 됐든 현아는 할 만큼 했으니 채미숙도 뭐라 하지 않을 거란 판단이었다.
휙-.
그렇게 현아가 방을 나가기 위해 등을 돌리던 찰나였다.
푸슈-.
“으아악!!”
“끼야악!”
느닷없이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들려온 고함에 현아가 새된 비명을 질렀다.
그걸로는 놀란 감정을 표현하기 벅찼는지 스프링처럼 폴짝 뛴 그녀가 기겁하며 물러나 소리가 난 곳을 살폈다.
소리의 원흉은 캡슐이었는데, 정확히는 캡슐 안에 앉아 있는 도현이었다.
“깜짝이야, 이 미X놈아. 갑자기 소리는 왜 질러!? 심장 떨어질 뻔했잖아!”
냅다 소리를 지르는 현아였지만, 도현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릴 뿐.
“와, X발…… 와…….”
“와…… 그게 내 마음이야. 이상한 짓 그만하고 빨리 나와. 엄마가 불러.”
현아가 뭐라 떠드는 소리가 들렸지만, 도현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에 뜬 스킬의 색이 머릿속에 아른거리고 있었으니까.
“뭐야, 내 말 안 들려? 여보세요?”
“…….”
현아가 앞에서 휘휘 손을 휘젓거나 말거나 그런 걸 신경 쓸 정신이 도현에겐 없는 것이다.
느닷없이 캡슐에서 나와 소리를 지르다가 욕을 내뱉더니 정줄을 놓아 버린다?
결코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고, 현아는 솔직함을 장점으로 삼고 있는 여인이었다.
“엄마, 엄마! 오빠 이상해! 드디어 게임 하다가 미친 것 같아!”
“얘가, 오빠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니!”
“아니, 진짜 이상하다니까? 병원 데리고 가야 하는 거 아냐?”
멀어져 가는 현아의 목소리와 채미숙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도현은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얼굴을 한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로댕이 이 모습을 보았다면 생각하는 사람의 모티브는 바뀌었을 것이다.
‘그 눈부신 색……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금색이었어.’
도현을 이토록 고민에 빠지게 한 것은 다름이 아니었다.
‘아닌가? 금색이라기엔 좀 연하고 눈뽕이 덜한 게 노란색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스읍, 아닌데. 그 정도면 밝은 편 아닌가?’
노란색이냐, 금색이냐.
그것으로 영웅과 전설이 갈리는 희대의 문제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뭐가 됐든 행복한 고민인 건 사실이었지만, 이건 로또 1등이냐 2등이냐 만큼의 차이였기에 생각이 안 들려야 안 들 수가 없었다.
특히 뎀로크에선 전설급 스킬이 하나도 없던 그였다.
어쩌면 생에 첫 전설급 스킬을 가지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인 만큼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 1초, 아니 0.5초만 더 봤어도…… 하필 딱 빛이 터져 나오는 순간에 꺼지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고민은 현아의 닦달에 방으로 끌려온 채미숙의 잔소리를 들은 후에야 멈출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