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30)
제230화
230화.
갑작스레 울린 메시지에 도현은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뭐? 월드 퀘스트?’
전혀 상상도 못 한 이름이었으니까.
월드 퀘스트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월드 단위로 주어지는 퀘스트로, 퀘스트가 시작되는 순간 유저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퀘스트였다.
인원이 인원이다 보니 당연히 대규모의 스케일로 이루어지며,
메인 퀘스트가 없었던 갓오세에서는 사실상 메인퀘로 취급되던 중요 이벤트기도 했다.
‘월드 퀘스트가 열린 건 총 두 번.’
한 번은 최고의 인기 플레이어인 멸살의 손에서.
그리고 다른 한 번은 모험왕 바리온의 손에서.
두 사람으로 인해 열렸던 두 번의 월드 퀘스트는, 지금도 화자 될 정도로 큰 관심을 받고 있었다.
‘거의 2년에 달하는 세월 동안 단 두 번밖에 열리지 않았으니 당연하지만……, 그걸 떠나서도 인기가 없을 수가 없지.’
압도적인 스케일.
이벤트에 가까운 새로운 형태의 던전과 보스.
그들만의 리그라고만 여겼던 거대한 이벤트를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없을 수가 없던 것이다.
공략 랭킹에 들었을 때 얻는 보상 또한 엄청났기에 실력에 자신 있는 이들부터 평범한 유저들까지 가리지 않고 참가하는 게 월드 퀘스트란 존재였다.
‘하지만 그것도 벌써 반년 전.’
그것도 마지막으로 월드 퀘스트를 열었던 괴짜 모험왕 바리온이 기적적으로 열었던 거고.
그 후로는 신대륙까지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마리조차 잡지 못한 게 월드 퀘스트였다.
그 잘난 10대 길드들부터, 모험의 서를 채우는 거엔 대적할 자가 없다는 바리온까지 모두 실패한 것이다.
때문에 향후 몇 년간은 월드 퀘스트가 열리지 않을 거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월드 퀘스트 아이템 ‘잊혀진 왕의 브로치’을 발견하여 퀘스트가 생성됩니다.] [잊혀진 왕의 브로치]-등급 : 월드 퀘스트
-설명 : 잊혀진 왕이 착용하던 하얀 사자의 형상을 한 브로치다.
그를 상징하는 의미이기도 했으며 당시에는 이 브로치를 본 악인들은 모두 두려움에 떨었으나, 이제는 그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
모두에게 잊혀진 왕의 한이 느껴진다. 또한, 알 수 없는 묘한 기운이 느껴진다.
브로치의 정체를 알고 있는 유일한 존재인 ‘사자왕의 정신’에게 가면 무언가 알지도 모른다.
-퀘스트 수락 시 : 본대륙에 월드 퀘스트 발생, 잊혀진 왕에 대한 정보, 연계 퀘스트.
-퀘스트 거절 시 : 월드 퀘스트 발생 취소 및 연계 퀘스트 삭제.
‘……이게 여기서 뜨네?’
황당하기 그지없는 상황에 도현이 헛웃음을 지었다.
사자왕의 탑을 올랐더니 월드 퀘스트가 발생할 줄 어느 누가 알았겠는가.
이렇게 생각하니 몇 년 후에나 열릴 거라던 랭커들의 말이 허언이 아니긴 했다.
사자왕의 정신이 했던 말에 따르면 족히 3년 후에나 시험이 종결되었을 예정인 듯했으니까.
그때쯤 되어야 종결할 수 있다는 인공지능의 판단이었든, 아니면 3년 후 탑에 변화가 일어날 예정이었든 하지 않았을까?
‘뭐, 그거야 그렇다 치고…….’
하나 도현이 가장 의문인 건 저런 게 아니었다.
‘그럼 왜 메인퀘랑 관련되었다는 메시지가 뜬 거지?’
퀘스트를 아무리 읽어봐도 월드 퀘스트에 관한 것뿐.
그럼 월드 퀘스트와 메인 퀘스트가 연관이 되어 있는 건가?
그런 거라면 좋은 일은 아니었다.
월드퀘가 열리는 순간 수많은 유저들이 우르르 몰려들 테니까. 그들 중에 누군가 조각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낭패이지 않은가.
눈살을 찌푸린 것도 잠시, 도현이 곧 침착함을 되찾았다.
‘……아니, 운명의 조각이랑 관련된 건 아닐 거야. 그랬으면 메인 퀘스트가 반응했겠지.’
단서를 얻은 거면 ‘다섯 번째 운명의 조각’ 퀘스트가 반응했을 거다.
즉, 이건 다른 루트의 메인 퀘스트일 가능성이 크다는 건데…….
‘스읍, 아직 잘 모르겠네.’
잠시 고민하던 도현이 이내 상념을 떨쳐냈다.
수락 시 열린다는 연계 퀘스트를 받으면 뭐라도 알게 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혹시 모르니 보상은 미루는 게 낫겠어.’
‘나도 같은 생각이야.’
‘음! 훌륭하신 판단입니다, 주군.’
‘리자리자.’
보상을 받는 것에 시간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은 플레이 타임도 아직 꽤 남아 있다.
사자왕의 정신에게 얘기를 듣고 판단해도 늦지 않으리라.
그렇게 브로치를 들고 문밖으로 나오자, 사자왕의 정신이 기다렸다는 듯 다가왔다.
[그래, 역시 그걸 들고나오는군. 아까는 정말 기운을 느낀 게 맞다는 건가…….]그러곤 도현의 손에 든 브로치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혹여 불쾌했다면 사과하겠네. 안 그래도 이쪽에서 부탁을 했을 거지만, 계속해서 문을 보기에 혹시나 그 안에 담긴 기운을 알아보는지 궁금했다.]“뭐…… 괜찮습니다.”
[나의 호기심이 해결되었으니, 이젠 그대의 호기심을 채워주어야겠지.]도현의 쿨한 대답에 씨익 웃어 보인 사자왕의 정신이 입을 뗐다.
[그대가 상대한 이 썩어버린 육신……. 이미 눈치챘겠지만, 나의 육신이 아니다.]“……예.”
이름부터가 잊혀진 왕, ??왕의 썩어버린 육신이니 새삼 놀라울 것도 없었다.
하나 그 뒤에 이어진 말은 도현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세상은 나를 당대에 유일하게 지고의 경지에 이르렀던 왕이라 칭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나보다 먼저 지고의 경지에 도달한 왕이 있었다. 하얀 사자와도 같던 왕이었지.]‘헐?’
‘이건…… 역사랑 너무 다른데 주인?’
지금도 위대한 사자왕이라 칭해지며 역사상 가장 강력한 왕 중 하나로 손꼽히는 게 사자왕이었다.
수많은 기사들의 존경을 사는 이가 사실은 최고의 왕이 아니었다니?
역사랑 다른 건 이게 끝이 아니었다.
“…….”
[하지만 세상은 그를 잊었다. 정확히는 그의 희생으로 잊히게 되었지.]그리 말하는 사자왕의 정신은 무척 씁쓸한 말투였다.
미안함과 죄책감, 고마움과 안쓰러움이 공존하는 목소리.
무언가를 회상하는 듯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던 그가, 곧 무거운 입술을 뗐다.
[……그대는 심연이란 존재를 아는가?]“……예.”
예상치 못한 이름에 도현이 반 박자 늦게 대답했다.
심연이라니, 모를 수가 없는 존재였다.
브리온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떨쳐낸 놈이자, 탁시넬을 살인귀로 만든 놈들이었으니까.
또한 고대에 벌어진 신과의 싸움에서 인류를 희생하게 만든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었으니 모르는 게 더 이상했다.
[지금은 거의 잊혀진 듯하지만, 당시 심연은 공포의 존재였다. 나 또한 어릴 적 전설로 전해 들은 것뿐이지만 그 공포는 또렷이 각인되어 있었지.]“…….”
[하지만 나는 정확히 인지했던 게 아니었어. 내심 지금의 경지라면 심연이든 뭐든, 상대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었으니…… 어리석은 생각이었지.]“…….”
[정작 심연이 제국을 덮치자 나는 무엇 하나 지킬 수가 없었다.]그리고 그 이름이 지금 다시 한번 나오고 있었다.
월드 퀘스트라는 형태를 빌려서.
씁쓸한 목소리로 사자왕의 정신이, 케케묵은 감정을 해소하듯 진실을 토해냈다.
[아무것도 못 지킨 나 대신, 심연의 아가리에 뛰어든 건 다름 아닌 그 왕…… 아니, 나의 친우였다.] [끔찍한 심연의 괴물…… ‘존재를 삼키는 자’에게 삼켜지며 자폭하여 세상에서 존재가 잊혀지는 대가로 제국을 구해낼 수 있었지.]띠링-
[사자왕의 탑에서 심연의 존재를 들었습니다.] [모험의 서에 기록됩니다.] [잊혀진 왕에 대한 서사를 들었습니다.] [모험의 서에 기록됩니다.] [제국의 잊혀진 역사를 들었습니다.] [모험의 서에 기록됩니다.]‘……스케일 미쳐 날뛰네.’
요란하게 떠오르는 알림에 도현이 헛웃음을 지었다.
어째 제국에 오고 나서 바람 잘 날이 없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그래, 나올 때가 되긴 했지. 브리온 이후론 처음이었으니까.’
하기야 제국에 오기 전에도 그 난리였는데, 그 거대한 아르니스 제국에 왔으니 스케일도 더 커지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심연에 대한 건 한동안 잠잠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심연과 연관이 있다면 저 브로치가 메인퀘와 관련된 아이템이라는 알림이 뜬 것도 납득이 된다.
-그 저열한 놈들이 또다시…….
그때 들려온 목소리에 옆을 보니 검을 잡은 손을 부르르 떨고 있는 찰리가 보였다.
당장이라도 눈앞에 있었다면 베어 버렸을 듯한 기세.
심연에게 강한 증오심을 품고 있는 찰리로서 참기 힘든 얘기였던 모양이었다.
“……찰리.”
-……죄송합니다, 주군. 기사답지 못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니, 괜찮아.”
-리자리자…….
그래도 금방 정신을 차린 모습에 엘리자가 다가가 어깨를 토닥였다.
분위기를 깨기 위해 도현이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안타까운 일이군요. 진실을 들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죠. 제가 무얼 하면 되겠습니까?”
[이런 얘기를 듣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니, 과연 내가 인정한 기사의 자질이다. 역시 그대라면 믿고 맡겨도 되겠어.]그에 흡족해진 사자왕의 정신이 비로소 퀘스트를 말해 주었다.
[잊혀진 왕의 육신이 있다면 혼 또한 있지 않겠는가. 그대에게 부탁하고 싶은 건 이거다. ‘잊혀진 무덤’에 갇혀 있는 나의 친우의 혼을 구원해 주는 것.]“얼마든지요.”
띠링-
[월드 퀘스트, 잊혀진 무덤이 발생합니다.] [월드 퀘스트는 모든 유저가 참가할 수 있으며, 공략도 점수에 따라 랭킹이 새겨집니다.] [또한, 공략 랭킹에 따라 차등 보상이 지급됩니다.] [잊혀진 무덤에 잠들어 있는 잊혀진 왕을 구원하십시오.]메시지가 뜬 것을 보며 도현이 씨익 웃었다.
이제 얼른 대화를 끝마치고, 연계 퀘스트를 얻어서 참여하면 되리라.
하지만 세상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던가.
[후우…… 정말 고맙군. 그대의 공은 평생 잊지 않도록 하지. 그런 의미에서 혹여나 해서 묻는 것이다만…… 잊혀진 왕의 망령에 대해 들어봤나?]“아니요, 처음 듣……?”
즉답하던 도현이 말끝을 흐렸다.
그러곤 잠시 멈춰서 생각했다.
‘뭐지? 왜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분명 처음 들어 봤어야 할 이름이 어쩐지 익숙했던 탓이다.
그에 차근차근 과거를 되짚어보던 도현이, 프라텔과 루이드라를 떠올린 순간 창백해졌다.
떠올랐던 것이다. 어디서 들었는지.
‘정화의 불씨와 루이드라의 비석…….’
그 안에 깃들어 있던 망령.
죽기 전 이럴 수는 없다며 애달프게 소리 질렀던 망령의 이름이, 다름 아닌 잊혀진 왕의 망령이었던 것이다.
그런 도현의 속은 알지도 못하고, 사자왕의 정신은 말을 이어갔다.
[듣기로는 꿈의 마녀라는 존재가 지키고 있는 비석에 봉인되어 있다더군. 사실 이해가 안 되긴 해. 누군가 힘을 쓴 게 아니고서야 어찌하여 그곳까지 흘러갔는지 납득이 안 되니까.]“……그…… 렇군요.”
[뭐, 지금에 와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중요한 건 그 망령이 아주 중요하단 거야.]“……중요해요? 많이?”
[잊혀진 왕의 망령은 친우의 부정적인 감정이 뭉쳐 만들어진 사념이니까.]“아!”
순간 도현의 안색이 밝아졌다.
그런 거라면 오히려 퇴치해서 다행이지 않겠는가!
분명 꼭 퇴치했어야 한다 그런 뜻이었을 터.
하마터면 대역죄를 저지를 뻔한 위기에서 벗어난 도현이 숨통이 트이는 걸 느낄 때였다.
[그 사념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게 있거든. 예언에 따르면 사념의 선택을 받은 영웅이 될 사도가 있을 터인데…… 혹시 들어본 적 없나?]“…….”
확실하게 쐐기를 박아주는 사자왕의 정신의 말에 도현은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
사념의 선택을 받은 영웅? 들어본 적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거다.
망령은 비석에 봉인된 채로 장렬하게 부수고, 영웅이 될 뻔한 애들은 얼마 전에 잘근잘근 밟아버렸으니까.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륵 흐르던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씨X.’
아무래도 X 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