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32)
제232화
232화.
수만 명의 입에서 온갖 욕설이 난무하는 진귀한 광경.
정말 어디 가서 보기 힘든 풍경이었으나 누구 하나 감탄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야 당연했다.
감탄할 시간에 한 마디라도 더 욕을 퍼부어야 했으니까.
그들을 그토록 분노하게 만든 메시지는 다름 아닌,
[위대한 사자왕의 시험이 종결되었습니다.] [더는 사자왕의 탑에 입장할 수 없습니다.] [위대한 사자왕의 시험 콘텐츠가 종료됩니다.]세 줄의 메시지였다.
“이게 뭐야! 종결? 누구 마음대로!”
“니X, 씨X럴. 이 뭔 X같은 일이라냐.”
“콘텐츠가 종료됐다고? 더는 탑에 입장을 못 해?”
“아니 하다하다 콘텐츠 강제 삭제는 뭔데!?”
살다 살다 처음 보는 콘텐츠 종료는 유저들을 날뛰게 하기 충분했다.
사자왕의 시험을 종결했다는 게 무척 놀랍긴 했지만, 감탄보다는 당장의 분노가 더 컸다.
누구 멋대로 컨텐츠를 종료한단 말인가.
“내 기회는? 난 시도도 못 해봤는데 이대로 끝난다고?”
“존버 타라며! 존버 타면 승리한다며!”
미래를 위해 일부러 존버타고 있던 이들이 수두룩했던 만큼 배신감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마 이곳에 모인 수만 명 중, 반은 도전조차 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그들의 분노는 지극히 마땅했고, 그 분노의 화살은 자연스레 표적을 찾아 머리를 기울였다.
표적이 갈리는 일은 없었다. 대상은 명확했으니까.
방금까지 최초의 히든 스테이지를 진행하던 남자.
30분 만에 세 번의 조기합격을 받아낸 남자.
대형사고를 치리라 믿어 의심치 않던 남자!
“카이저…… 와, 뭘 어떻게 했길래 컨텐츠를 끝내버리냐? 대박이다.”
“씨X, 너야 이미 시험 치렀으니까 그런 말이 나오는 거고.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
“자기만 잘 먹고 잘 살면 다야? 왜 죄 없는 우리 앞길을 막아?”
“카이저 어디 있어! 왜 안 나와!”
사고를 칠 건 알았지만, 이런 사고를 바라고 있던 건 아니었다.
어차피 위대한 사자왕의 시험을 치러도, 멸살이나 여제들이 얻은 것처럼 좋은 걸 얻지는 못할 걸 안다.
하지만 못 얻는 거랑 평생 못 얻게 된 건 달랐다.
“지가 카이저면 다야?”
“안 되겠어, 카이저 나오면 당장 따져야…….”
그렇게 유저들이 씩씩거리며 팔을 걷을 때였다.
[월드 퀘스트, 잊혀진 무덤이 발생합니다.] [월드 퀘스트는 모든 유저가 참가할 수 있으며, 공략도 점수에 따라 랭킹이 새겨집니다.] [또한, 공략 랭킹에 따라 차등 보상이 지급됩니다.] [잊혀진 무덤에 잠들어있는 잊혀진 왕을 구원하십시오.]“……응?”
“어?”
느닷없이 머리 위로 떠 오른 네 개의 메시지 창.
그건 분노를 표하던 유저들을 멈칫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눈을 끔뻑이는 이들, 턱 빠지게 입을 벌리고 있는 이들, 그저 멍을 때리고 있는 이들.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주먹을 치켜든 자세 그대로 멈춰있는 이들부터 눈을 끔뻑이며 손으로 비비는 이들까지.
“……월드 퀘스트?”
한순간에 갈피를 잃고 헤매던 그들을 깨운 건 어디선가 들려온 작은 중얼거림이었다.
단어를 읊은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미친…… 월드 퀘스트라고?”
“월드 퀘스트가 갑자기 왜 열려?”
“모든 유저가 참가할 수 있으며…… 아무리 봐도 월드 퀘스트 맞는데 뭐지?”
“아니, 반년 넘게 소식 없던 게 왜?”
“10대 길드들조차 앞으로 몇 년은 열리지 않을 거라 했잖아.”
현실감이 없어 멍해졌던 그들에게, 현실이 맞음을 느끼게 해주었으니까.
워낙 말도 안 되는 일이었던 만큼 그들은 본능적으로 이유를 찾게 되었고, 그 이유는 의외로 금방 나왔다.
지금 상황에 짐작되는 게 뭐가 있겠는가.
“……설마 시험 종결이 월드 퀘스트 발생 조건?”
“그럼…… 카이저가 월드 퀘스트 연 거야?”
“헐?”
상황을 파악하자, 태세전환은 빨랐다.
아, 하는 탄성을 흘리는 유저들 사이로 다급한 목소리들이 튀어나왔다.
“카, 카이저 어디 있어? 왜 안 나와?”
“아아…… 카신에겐 다 깊은 뜻이 있으셨군요.”
“시험 종결 좀 내면 어때! 내가 월드 퀘스트를 할 수 있게 됐는데! 키야! 엄마, 저 월퀘 해요!”
“빨리 앞으로 가! 인터뷰 뭐라도 한 줄 따기만 하면 대박이라고!”
분노에 차서 씹어먹을 기세로 찾던 좀 전과는 다른 이유로, 카이저를 찾는 목소리가 하이든성 비석 앞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 * *
이런 태세전환은 현장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었다.
[느닷없는 위대한 사자왕의 시험 콘텐츠 종료. 범인은 카이저?] [카이저가 치른 검은빛 시험의 정체는?] [거대한 하얀 사자 이펙트와 함께 종결된 시험! 기다리던 이들 황당.] [고대하던 콘텐츠의 강제 종료에 모 길드의 관계자 울분을 토해내…….] [카이저의 독식!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신랄하게 카이저의 시험 종결을 비난하는 기사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하던 찰나.
-미친, 카이저 또 일냈다!!!
-워, 월드 퀘스트다! 월드 퀘스트가 떴다고!
-씨X, 내 야동! 고마워요!!
월드 퀘스트의 소식이 들려오자 순식간에 커뮤니티를 가득 채웠고, 기자들이 황급히 움직였다.
언제 비난하는 기사들을 올렸냐는 듯 바로 말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카이저, 월드 퀘스트를 열다!] [반년 만에 열린 월드 퀘스트! 시험의 종결은 사실 월드 퀘스트를 위한 밑거름이었다?] [이번 월드 퀘스트의 테마는 잊혀진 무덤!] [상상도 못 한 월드 퀘스트의 등장에 10대 길드가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여 모두 기대를…….]-사자왕 시험? 그딴 거 알 게 뭐야! 어차피 내가 해봤자 쓰레기 무기만 줄 텐데!
-몇 년 후라고 뭐 얼마나 다르겠어, 당장 월드 퀘 하는 게 더 좋지!
-와, 잊혀진 무덤이라…… 무슨 느낌일까? 벌써 기대된다.
-기레기쉑들ㅋㅋㅋㅋ 깔 땐 언제고 바로 태세전환 ㅋㅋㅋㅋㅋ
-어휴, 난 카신 믿고 있었다. 이게 다 신앙심이 부족한 거임.
-너 아까 욕하던 새끼 아니냐? 닉네임 본 거 같은데.
댓글들의 반응도 대다수가 긍정적이었다.
사자왕 시험 콘텐츠가 종료된 건 아쉽지만, 월드 퀘스트의 이름값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10대 길드들 다 나서겠지?
-대부분 신대륙이라 시간차가 좀 있긴 할 듯. 그나마 첫 번째 신대륙에 있는 얘들은 ㄱㅊ은데 멀리 있는 얘들은 늦겠네.
-뭐 월드 퀘스트가 하루 이틀 만에 끝나는 것도 아닌데 상관없지.
-와, 진짜 개꿀잼이겠다. 이번에 서열 제대로 가르겠는데?
-기 싸움 오지긴 할 듯. 쟤네 암묵적 협정 맺고 안 싸운 지 오래됐잖아.
무엇보다 그들을 기대하게 하는 건 거대 세력들이었다.
협정 아닌 협정이 맺어진 지 어언 1년.
그나마 반년 전에 모험왕 바리온에 의해 열렸던 월드 퀘스트 때 이후로는 접전이랄 게 없었던 판국이다.
그런 상황에 제대로 맞붙은 기회가 생겼으니 설렐 수밖에.
[10대 길드, 천외천.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어…….] [10대 길드, 바벨론도 입구 앞에서 포착! 페가수스의 주인과 무기고의 주인 격돌하나!?] [푸른 마탑주의 제자, 최강의 빙결사 레피아스. 공략 참여 의사 밝혀 화제…….] [신대륙에 있던 10대 길드를 비롯한 하이 랭커들 비상! 발등에 불 떨어져 황급히 이동…….] [용들의 싸움! 과연 1위를 쟁탈하는 곳은 어디인가.] [한편 그들만의 리그라고 불리는 그들과 달리, 제국 외 도시들에선 축제와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와, 매치업 보니까 벌써부터 랄부가 1초에 5,000번씩 떨려온다…….
-멸살은? 멸살은 언제 옴?
-멸살은 한참 후에나 오겠지. 거리가 어지간하잖아.
-항해 이거 개편해야 한다니까.
-천외천이랑 바벨론만 계 탔네. 보통 이럴 때 제국 소속 하이 랭커들이 선점하는데 시작부터 동일하게 시작하는 거잖아.
그런 유저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시작부터 초거대 세력들이 나섰으니 오죽하겠는가.
커뮤니티가 온통 그 얘기로 가득했다.
“거참…… 하여튼 남의 싸움 구경이 제일 재밌지.”
“마스터께서도 그렇지 않습니까.”
“뭐, 글긴 해. 솔직히 불구경, 싸움 구경은 못 참지 않겠어?”
커뮤니티 창을 끄고 고개를 든 남자, 아스트가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지금이야 태연하게 있지만, 조금 전만 해도 경악하다 못해 까무러칠 지경이었다.
사자왕의 시험이 종결되었다는 메시지 때문이었다.
노가다의 결정체답게 극한의 인내심을 발휘하며 존버타고 있었건만 대뜸 강제 종료라니, 그게 웬 말이냐 싶었으니ᄁᆞ.
믿었던 동료한테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이 얼얼했다고 해야 하나.
그 뒤로 떠오른 월드 퀘스트 메시지가 아니었다면, 고혈압으로 뒷목을 잡고 쓰러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른 루트의 히든 스테이지를 진행하고 있다곤 들었는데…… 종결이라니, 거참.’
어째 그놈만 나타났다 하면 사건 사고가 벌어지는 건지.
2년 가까이 갓오세를 했지만, 강제 콘텐츠 강제는 처음 보는 일이라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
균형을 이룬 후로 잠잠했던 갓오세에 폭풍과도 같은 존재.
여전한 동료를 생각하며 피식 웃은 아스트가 천천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뭐, 순간 좀 회까닥할 뻔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상황이야.’
좀…… 이라기에는 뒷목을 1분 동안 붙잡으며 ‘카, 카이저 이 색…….’ 이란 말만 중얼거리긴 했지만, 진심이었다.
이번 월드 퀘스트의 무대는 NPC의 출입을 허가하지 않는 곳.
그렇다면 휘하에 유저가 많지 않은 제국 소속 랭커들보다 길드 단위로 움직이는 10대 길드가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타이밍도 완벽해. 한창 신대륙 공략에 혈안인 지금 열렸으니.’
이곳에 남은 10대 길드는 천외천과 바벨론 뿐.
충분히 선점할 수 있으리라.
‘새끼, 선물 고맙다.’
병 주고 약 주고인 기분이 없잖아 있었지만, 월드 퀘스트 공략의 탑 랭커가 되면 막대한 보상과 명예를 얻을 수 있으니 뭐.
자리에서 일어난 아스트가 마지막으로 힐끔, 커뮤니티를 염탐했다.
-그런데 카이저는? 카이저는 왜 안 보임? 뭐 소식도 없네.
-아 맞네? 뭐야, 사자왕 시험 종결 냈었다며. 그 뒤로 안 나왔음?
-모르겠음. 월드 퀘에 정신 팔려서…….
-뭐, 월드 퀘 열었으니 최초 입장했겠지.
-하긴…… 그리고 뭐. 솔직히 지금 카이저가 메인은 아니지. 지금 매치업이 미쳐 날뛰는데 낄 틈이 있겠냐.
‘이 자식은 어디서 뭐 하고 있는 거야? 귓속말도 안 보고. 좀 도와줄까 했더니만…….’
정작 월드 퀘스트를 연 장본인이 깜깜무소식이니.
괜히 신경 쓰여서 쩝 소리를 내던 아스트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가 연 건데 알아서 하겠지.’
그와 뎀로크 시절 오래 붙어 다니면서 알게 된 게 있다면,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카이저 걱정이라는 것이다.
히어로 길드와 엮였을 때야 아직 레벨이 너무 낮았으니 걱정했지만, 글쎄.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었다. 제 앞가림도 못 할 놈은 아니었으니까.
‘남의 앞가림 막는 거면 모를까.’
피식 웃은 아스트는 그대로 길드 건물을 빠져나와 걸었다.
오늘따라 부쩍 떠들썩한 거리를 지나 분수대 앞으로 가자, 옹기종기 모여있는 유저들이 보였다. 그 너머에는 다소 거칠고 투박한 포탈이 보였다.
“아, 오셨습니까 마스터. 부마스터.”
각기 다른 세력의 유저들 사이에 있던 그의 부하들이 아스트를 보곤 고개를 꾸벅 숙였다.
“준비는 다 됐지?”
“예! 완벽하게 마쳤습니다. 모두 입구가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
바벨론 휘하 길드원들답게 번쩍번쩍한 고가의 장비들로 무장한 부하들을 보니 든든하다 못해 흐뭇했다.
그때, 포탈의 빛이 선명해진다 싶더니 경쾌한 알림이 울렸다.
…….
타이밍 좋게 열린 포탈을 보며 아스트가 호기롭게 말했다.
“그럼 가자.”
10대 길드, 바벨론.
그들이 거침없이 월드 퀘스트 던전, 잊혀진 무덤에 입장했다.
그리고……,
“바벨론, 그 무식한 템빨러 놈들에게 밀리는 멍청이들은 없겠지? 좋아, 그럼 입장한다. 다들 입장하자마자 태세를 갖춰라.”
“……마탑주님께 선물할 만한 재료가 있으면 좋겠군요.”
“우리는 세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 기동성으로 승부한다. 잊혀진 왕을 찾아!”
“공략? 난 다른 거 모르겠고, 시원하게 한 번 부딪혀보자고!”
천외천과 레피아스.
그 외에 수많은 하이 랭커들까지.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포탈을 통해 입장하고 있었다.
역대급 스케일의 던전 공략이 시작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