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33)
제233화
233화.
[월드 퀘스트 던전, ‘잊혀진 무덤’에 입장하셨습니다.] [참사의 현장 속에서 잊혀진 왕을 구원하십시오.] [현재 참사 재현율은 14%입니다.]“잉? 14퍼센트?”
던전에 입장한 아스트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보통 0퍼센트에서 시작하거나 하다못해 10퍼센트에서 시작하는 게 정상이다.
한데 입장하자마자 14%라니?
‘누가 벌써 잡고 있었나?’
초조해진 아스트가 주변을 둘러보자 처참한 현장이 드러났다.
그어어- 그어-
타다닥-
지독한 한기를 뿜어내는 망자들과 언데드가 된 말을 타고 다니는 기사들.
불에 타고 있는 건물들과 검게 그을린 바닥.
어두운 밤이지만, 건물을 휘감은 불길이 타오를 때마다 처참한 풍경이 드러났다.
과연 참사를 재현한 무덤이라는 컨셉답게 불쾌한 무대였지만, 그것을 보는 아스트의 눈빛은 침착했다.
“마스터.”
“그래. 이곳은 우리가 처음인 거 같다.”
조심스레 말을 거는 부마스터를 보며 아스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참한 현장이긴 하지만, 원래 이런 무대고. 특별히 사냥한 흔적이나 인적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재현율이 14%나 된다는 건 둘 중 하나였다.
‘다른 쪽에서 사냥을 했거나, 생각보다 재현율이란 게 금방 올라가거나.’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를 일.
‘……설마 너 때문이냐?’
순간 카이저가 떠오른 아스트였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건 말이 안 되지.’
월드 퀘를 발견한 사람에게 우선 입장권이 주어진다지만 그래 봐야 겨우 1시간이다.
그 영향이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녀석 하나 때문에 이런 수치가 된 건 말이 안 되었다.
그렇다는 건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
‘기존의 월퀘와 달리 압도적인 속도…… 신대륙에 있는 것들 표정 볼 만하겠는데?’
통쾌하다는 듯 씨익 웃은 아스트가 곧장 명령을 내렸다.
“얘들아, 아무래도 빨리 움직여야겠다. 다들 전투 준비해라.”
참사율이 빨리 오른다면, 사람이 없을 지금 빨리 독점을 해야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계획은 처음부터 차질이 생겼다.
“흐응, 이곳이 잊혀진 무덤인가.”
거의 바로 옆이라 할 수 있는 곳에 빛무리를 뿌리며 입장한 이들 때문이었다.
하얀 백마를 탄 수백 명의 플레이어와 그들의 선두에 선 갈색 머리의 여인.
무협지의 선녀처럼 묘한 분위기를 돋보여주는 여인은, 그 분위기에 맞는 동양의 옷차림을 입고 있었다.
사뭇 남자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외모.
“천외천…….”
“저놈들도 같은 곳으로 떨어졌나. 시작부터 경쟁하겠군.”
“저 녀석들이랑 엮이면 피곤한데…….”
하지만 정작 그녀를 바라보는 길드원들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설레기는커녕 불쾌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천외천의 마스터, 샤오.
저 여인이 선녀 같은 얼굴과 달리, 얼마나 집착이 심하고 거머리 같은지.
‘한 번 목표로 정하면 절대 포기를 안 하는 년. 하필 저년과 같은 곳에 떨어지네.’
아스트가 골치 아프다는 듯 미간을 주물렀다.
천외천과 엮이면 쉽게 흘러갔던 적이 없어서 내심 같은 곳에 떨어지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건만.
오죽하면 아스트가 가장 싫어하는 두 여자 중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게 샤오였다.
설상가상으로 이게 끝이 아니었다.
파앗- 팟-
“대박! 뭐야 여기?”
“와씨, 이게 던전이라고? 월드 퀘라 그런가 다르긴 다르네.”
“내가 월퀘를 하는 날이 다 오다니 미쳤다. 진짜.”
이곳저곳에서 빛무리를 뿌리며 유저들이 입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헐, 야야. 저기 봐봐. 샤오 아니냐?”
“미친, 아스트도 있어.”
“와, 나 샤오 처음 봐. 예쁜 건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까 진짜 존예네.”
“무슨 미녀와 야수 같냐. 아스트 떡대 봐라, 저게 한국인 맞냐?”
“이게 10대 길드구나…… 포스 장난 없다. 나도 빨리 제국 가고 싶다.”
나름 고레벨로 보이는 유저들부터, 타 도시에서 온 듯 반짝이는 눈으로 두리번거리며 설레하는 유저들까지.
갑작스런 유저들의 등장에 아스트가 멈칫한 순간 옆에서 히이잉,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페가수스다!”
“와아!”
두 쌍의 찬란한 날개를 활짝 펴며 고고하게 서 있는 백마.
신화종 신수, 페가수스였다.
신성함에 사로잡힌 유저들은 입을 쩍 벌리고 감탄했다.
5M가 넘어가는 덩치와 거대한 날개가 그리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여유 부릴 틈이 있나 봐, 무기고의 주인.”
“……샤오.”
“그럼 잘 있어, 나 먼저 선점하러 가볼게.”
히이잉-!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페가수스에 올라탄 샤오가 피식 웃고는, 그대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와 동시에 샤오가 꺼내든 봉에서 뿜어지는 찬란한 이펙트.
“흐읍……!”
한 차례 숨을 참은 그녀의 얇은 팔이 순간 폭발적인 힘을 내었다.
그러자 무언가 번뜩인다 싶더니 봉이 날아가 언데드 말을 탄 기사의 머리를 꿰뚫었다.
콰드득!
원 킬.
눈 깜짝 새에 한 놈을 처리한 샤오는 유유히 다른 표적을 찾아 날아갔다.
이번엔 페가수스가 날개를 한 차례 휘젓자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며 몬스터들을 한곳으로 쓸어왔다.
번쩍-!
콰드득-! 콰득!
그리곤 좀 전의 섬광과도 같은 봉 던지기로 순식간에 정리해버리는 그녀.
“와아!”
“……저게 말이 돼? 난 한 마리도 잡기 힘든데.”
“빈부격차 오지네 진짜.”
박탈감을 느낌과 동시에 경이로움을 느끼는 유저들을 뒤로하고, 샤오가 아스트를 내려다보았다.
“그렇게 굼떠서야 되겠어?”
“……하.”
페가수스에 올라탄 채 보란 듯이 생긋 웃는 그녀를 보자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작부터 페가수스를 꺼냈다는 건 일종의 선포나 다름없었다.
그의 계획과 똑같이, 다른 10대 길드 녀석들이 오기 전에 최대한 선점해놓겠다는 선포.
또한, 굳이 떠나지 않고 이곳에서 사냥을 한다는 건…….
‘한 판 붙어보자는 거지?’
그 도발에 아스트가 으르렁거리며 양손을 옆으로 뻗었다.
그러자 손을 뻗은 곳에서 균열이 일어나며 거대한 입이 튀어나왔다.
“신수? 그거 너만 있는 거 아니다.”
뎀로크에서 우청룡좌백호를 시전하며 다녔던 그가 이곳에서라고 신수를 구하지 않았을까.
자신이 어째서 다른 이명을 두고, 무기고의 주인이라 불리는지.
그것을 톡톡히 보여줄 생각이었다.
[신수, ‘무기를 삼키는 환수’가 무기고를 열었습니다.] [신수, ‘무기를 삼키는 환수’가 무기를 빨아들입니다.]쩌억-
양쪽의 거대한 입이 벌어지자 소유권이 없는 몬스터들의 무기가 순식간에 빨려 들어왔다.
그건 무기만이 아니었다. 무기의 재료가 되는 것들.
이를테면 철.
씨익.
소유권이 없는 모든 철물과 무기들을 삼킨 걸 확인한 아스트가 아가리에 자신의 무기를 집어넣었다.
[신수, ‘무기를 삼키는 환수’가 +15 극진태황검을 삼켰습니다.] [조합을 시작합니다.]그러자 환수가 잠시 멈춰 있더니, 이내 하나의 무기를 뱉어냈다.
[신수, ‘무기를 삼키는 환수’가 +15 망자를 베는 극진태황검을 뱉어냅니다.]10대 길드 바벨론의 마스터, 아스트.
그가 무기고의 주인이라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자본을 바탕으로 수많은 무기를 구입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핵심은 따로 있었다.
[고유 능력 ‘무기 업그레이드’를 발동합니다.] [일시적으로 무기의 강화가 +1 상승합니다.] [+16 망자를 베는 극진태황검이 완성됩니다.]현존하는 최고 강화 단계인 15강을 넘어 16강의 무기를 다룰 수 있는 유일무이한 유저였으니까.
더불어 주변 무기를 삼켜 적에게 맞는 최적의 옵션을 추가해주는 사기급 신수까지.
“보스 데리고 와. 대가리 한 번에 부숴버리게.”
그로 인한 압도적인 한 방 딜.
그것이 아스트가 부족한 재능을 가졌음에도 당당히 지금의 자리에 오른 이유였다.
* * *
이런 장면은 아스트가 있는 곳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들과는 다소 떨어져 있는 곳.
불길마저 적어 으스스한 기운을 물씬 풍기는 이곳의 바닥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비유적 표현 따위가 아니라, 정말 차갑다 못해 시릴 정도였다.
“아씨, 추워. 갑자기 뭐야?”
“저기 레피아스 지나가잖아. 이게 다 빙기류야.”
“미친…… 범위 실화냐.”
이게 모두 한 사람 때문이었다.
얼음처럼 푸른 머리와 하얀 피부와 안경.
표정이라 할 게 없어 딱딱하고 냉철한 이미지를 주는 미남자.
푸른 마탑주의 수제자이자 빙결을 다루는 분야에선 가히 적수가 없는 최강의 빙결사.
저벅, 저벅.
레피아스, 그가 걸을 때마다 주변의 공기가 차갑게 내려앉았으며 걸어온 길은 얼어붙었다.
그런 그에게 도망칠 수 있는 몬스터는 없었다.
뛰어난 기동성을 자랑하는 말을 탄 기사들은 미끄러지기 일쑤였고, 이동수단이 없는 망자들은 쩌적, 소리를 내며 얼어붙을 뿐이었다.
“아이스 로드까지 깔아놨네.”
“조금 전엔 블리자드 쓰더라.”
“아오, 그냥 지가 다 먹으라 해. 다른 곳으로 가자.”
“저거 빙결 묻힌다고 선제공격도 아니라서 공격할 수도 없고…….”
“공격하면 이길 수는 있고?”
유저들로서는 레피아스가 나타나면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압도적인 강자라 대항할 수 없음을 떠나서, 그가 나타나면 움직임이 느려져 사냥이 불편해졌으니까.
“빙결사 X사기 아니냐? 왜 안 함?”
“레피아스니까 사기지, 빙결사를 누가 데리고 가주냐? 폭딜 센 불법사 데리고 가지.”
“아 몰라, 더럽다 정말. 저기 옆에는 하이든 성주 수제자가 날아다니고 있다던데 어딜 가야 하냐.”
불평불만을 늘여놓는 유저들도 많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유저들도 많았다.
“뭐…… 어차피 우리가 순위권에 드는 건 무리잖냐. 그냥 경험 삼아 온 거지.
“난 솔직히 만족스러움. 이럴 때 아니면 레피아스나 10대 길드가 제대로 싸우는 걸 언제 볼 수 있겠냐?”
“인정. 던전도 재밌음.”
“하기야, 타 도시에서 온 얘들은 소풍 온 것 같더라. 크큭.”
상식적으로 이 많은 유저들 사이에서 특급 보상을 받거나 S급 보상을 받는 건 말도 안 되는 일.
경험을 더 중시하는 유저들이었다.
“그리고 혹시 모르지 않냐? 우리가 잊혀진 왕 찾아내 버릴지도. 어차피 최고 공략점수는 잊혀진 왕 찾는 거잖아. 우리가 찾아내서 구해버리면 바로 1위 찍어버리는 거여~”
“응, 개소리 자제 좀요~”
“아니면 뭐 보물이라도 있을지도? 히든 피스라거나.”
“그나마 그건 좀 가망 있긴 한데 우리가 되겠냐?”
“왜, 우리라고 못 할 게 뭐가 있어. 월드 퀘에서 히든 피스? 키야, 이걸 어떻게 참냐? 보상 장난 아니겠지?”
핀잔을 듣고도 깔깔 웃으며 부푼 꿈을 꾸고 있을 때였다.
[참사의 재현율이 20%에 도달합니다.] [지금부터는 거대한 참사가 재현됩니다. 보스 몬스터가 출몰합니다.] [주의하십시오.]“뭐야, 벌써 20퍼센트야?”
“이번 월드 퀘스트는 진행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냐? 왜 이렇게 빠르지?”
“이러다 신대륙에 있는 10대 길드들 도착하기도 전에 끝나겠어.”
“아, 멸살 사냥하는 거 보고 싶었는데.”
“난 여제.”
그에 잠자코 듣고만 있던 한 유저가 문득 이상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카이저는 왜 아무 소식이 없지?”
“응? 카이저?”
“듣고 보니…….”
그러고 보니 카이저에 대한 소식이 통 없었다.
커뮤니티를 봐도 카이저를 봤다는 사람이 없었으며, 건너건너 들려오는 얘기조차 없던 것이다.
정작 월드 퀘스트를 연 장본인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셈.
하지만 그들은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뭐, 막상 참가해보니 너무 난이도가 높아서 활약을 못 한 거 아니겠어? 아직 10대 길드나 제국 강자들 직속 제자급에 비할 바가 아니긴 하니까.”
“하긴, 몬스터가 너무 세긴 하더라. 점점 더 강해지던데 이제 겨우 20퍼면 100퍼 때는 어떻게 되는 거야?”
“10퍼 때랑 20퍼 때랑 거의 1.5배 차이던데…… 50퍼센트만 넘어도 잡을 사람 별로 없을…….”
크어어어-!
그 순간 들려오는 귀를 찢는 괴성에 유저들이 말을 멈추었다.
[주변에 보스 몬스터가 출현했습니다.]“……야, 보스 떴다! 일단 빨리 가자!”
“어어, 같이 가!”
“빨리 안 오면 구경 못 해! 레피아스 바로 달려간 거 못 봤어?”
서둘러 달려나가는 그들의 머릿속에 카이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당장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를 카이저보다는, 보스를 잡으러 오는 하이 랭커들이 더 기대되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 * *
그리고 그 시각.
모두에게 잊히다시피 한 카이저, 도현은…….
[진리의 눈이 발동됩니다.] [숨겨진 장소, ‘수호자의 동굴’을 발견하였습니다.]“이야…… 이렇게 빨리 찾을 줄은 몰랐는데. 재현율 올라가는 속도 봐라, 이러다 대참사 나는 거 아니냐?”
-오, 뭐야. 주인이 그런 것도 신경 써? 내 알 바 아니라고 할 줄 알았는데.
“너무 빨리 올라가면 내가 이거 다 쓸어 담기 전에 끝나버릴 수도 있잖아. 그건 안 되지.”
-아하.
인적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동굴 속에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