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35)
제235화
235화.
[대체 어떻게 파편을 찾아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더는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 수호자의 권한으로 너의 신념을 확인하겠다.]‘음.’
눈앞에서 격노한 기색을 어김없이 보여주는 거대한 석상을 보며 도현이 침을 삼켰다.
긴장해서가 아니었다.
높이만 5M에, 몸길이는 15M는 될 듯한 달하는 거대한 사자 형상의 석상.
동굴을 가득 채운 석상은 어찌나 큰지, 눈앞에 있으니 눈과 코만 보일 정도였다.
엄청난 압박감이었지만, 그보다는 아쉬움이 더욱 컸다.
‘조금만 더 했으면 레벨 업 했을지도 모르는데…….’
수호자로 인해 강제로 빨려 들어오면서 영업 종료된 노다지 수확 작업이 너무도 아쉬웠던 것이다.
그게 도현이 뚱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이유였지만, 곧 아쉬움을 떨쳐냈다.
‘이런 편법이 계속해서 통할 리가 없긴 했지.’
도현이 써먹은 방법은 일반적인 방법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진리의 눈이라는 사기성 특성으로 인해 벌어진 오류에 가까운 해프닝일 뿐.
그대로 끝나서야 그게 월드 퀘스트겠는가.
그걸 막아야 하는 수호자의 눈이 뒤집히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덕분에 수호자가 직접 찾아오게 되었으니 오히려 좋아.’
순간 눈이 돌아가 버렸지만, 월드 퀘스트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잊혀진 왕의 구원.
무턱대고 참사율만 올려서 될 게 아니었다.
그보다는 수호자에게서 신념의 결정을 찾는 게 더 옳았다.
[돌발 퀘스트, 수호자의 시험이 발생합니다.] [수호자의 시험을 통과하여 신념을 증명하십시오.] [잊혀진 왕의 병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잊혀진 병사의 수준은 도전자의 능력치에 비례하여 정해집니다.]쿠구구구-
-저게 다 뭐야? 병사들……? 100명이 넘는 거 같은데?
-진흙으로 빚어진 것만 같군요. 하나 오히려 좀 전에 보았던 망자들보다 더 강력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물론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닐 듯했지만.
[하나하나가 너의 힘에 필적하는 병사들이다. 거기에 더불어 살아생전의 기술을 사용하는 병사들을 네가 이길 수 있을까?]호쾌하게 웃은 수호자는 천천히 그 거대한 몸을 뒤로 물렸다.
덕분에 동굴의 어둠에 가려졌지만, 사자의 두 눈만큼은 교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런 수호자에게선 확신이 느껴졌다.
이곳에서 도현이 허무하게 쓰러지리라는 확신.
하지만 그 다음 순간.
파앗!
병사들이 채 진형을 갖추기도 전에 빛살처럼 튀어나간 도현이 검을 뻗었다.
하얀 사자의 손잡이에 눈꽃이 그려진 새하얀 검신.
그것을 따라 어둠의 검기가 기묘한 빛을 발하여 한 줄기 섬광을 그린 순간.
콰드득-!
일격에 병사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무슨.]순식간에 한 놈을 처리하자 아찔한 침묵이 감돌았다.
99명의 병사들 사이에 단신으로 끼어든 상황. 포위하고 있는 건 병사들이었지만, 도리어 그들이 주춤하여 물러나고 있었다.
압도적인 퍼포먼스에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한 것.
“수준에 맞췄다라…… 잘못 맞춘 거 같은데?”
그 사이에서 맹수처럼 웃은 도현이 힐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창을 바라보았다.
[천변(千變)이 ‘하얀 사자의 설화(雪花)검을 포식합니다.] [기존의 등급보다 더 상위 등급의 아이템을 포식하였습니다.] [천변(千變)의 등급이 조정됩니다.] [천변(千變)의 등급이 ‘전설(유일)’로 변형됩니다.] [등급에 맞게 공격력과 옵션이 재편성됩니다.]‘파편 부수느라 정신 팔려서 안 끼고 있던 건데…… 이게 이렇게 도움이 되네?’
잊혀진 왕의 병사가 형성된 건 도현이 하얀 사자의 설화검을 포식하기 전.
그리고 그때와 지금의 무기 공격력은 2배 차이다.
거기에 능력치를 아득히 상회하는 각종 버프 스킬로 무장한 도현을, 겨우 저깟 병사들이 막아설 수 있을 리 만무.
‘100마리라…… 시험해보기 딱 좋겠어.’
씨익 웃은 도현이 인벤토리에서 장갑을 꺼내 손에 끼었다.
사자왕의 보물창고에서 신중하게 고민한 끝에 가져온 전설급 유물 장갑, ‘베르지나의 마도 장갑’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역천기(逆天期)를 사용합니다.] [제1 초식, 시(始)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사자왕의 시험에서 얻어낸 도현만의 시그니처 스킬.
드디어 이것들을 써먹어 볼 때가 온 것이다.
“그럼 어디 몸 좀 풀어볼까.”
포식자와 피식자의 입장이 뒤바뀐 순간이었다.
* * *
수호자는 지금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내가 무얼 보고 있는 것이냐.]무려 위대한 왕의 병사들을 재현한 인형들이다.
과거 엄청난 명성을 떨쳤던 이들인 만큼 그들의 검술과 실력은 진짜였다.
[분명 그럴진대…….]그 위대한 병사들의 검이 저자에게는 전혀 닿지 못하고 있다.
[저 힘은 뭐란 말인가! 분명 도전자의 힘에 맞춰 시험이 시작됐을 텐데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다!]아니, 이것 때문만이 아니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지만, 그래도 병사의 수가 무려 100명이다.
저 정도 스펙 차이로 100명을 압도할 수는 없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저 남자의 실력이 병사들을 웃돌고 있었다.
‘겨우 일개 사도가 찬란했던 시절의 엘리트 병사들보다 압도적인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무엇보다 저놈의 검술만 따지면 그리 뛰어나지도 않건만…….’
뛰어나긴 하지만 검술의 묘리를 알고 움직이는 느낌이 아닌 눈대중으로 보고 배운 느낌.
그저 말도 안 되는 동체 시력과 반사신경을 이용한 거리계산.
그것을 통해 압도적 우위를 점하며 유리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을 뿐.
다만, 조금 이상하긴 했다.
‘분명 배운 건 아닌데…… 기이하게도 몇몇 검술만큼은 ’진짜‘다.’
누군가에게 검술을 시사받은 느낌은 없다. 대충 어느 각도에서든 검을 휘두를 수 있으면 휘두른다는 느낌이다.
터벅, 서걱-!
하지만 저 동작을 펼칠 때만큼은 달랐다.
터벅.
한 발짝 앞으로 내딛는 간단한 동작.
검술의 기초라 할 수 있는 보법, 혹은 스텝.
기본 중의 기본이라 누구나 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지만, 사용자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여주기 마련이기에 보법만 보고도 그 사람의 수준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저놈은 비상식적이었다.
‘보법을 밟는 순간, 태산처럼 굳건해진다. 동시에 맹수처럼 날카로워지니 정말 방금까지 보여주었던 남자가 맞는 건가?’
걸음을 옮길 때는 어떠한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단단하며, 검을 뻗는 순간에는 무엇이든 물어뜯을 만큼 날카롭게 번뜩인다.
그렇다고 그저 굳세고 매섭기만 하느냐?
휘릭-
사납게 날뛰다가도 부드러워질 땐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한없이 유한 검술을 펼쳤다.
마치 한 그루의 버드나무처럼.
태풍에 휘말리지 않고 몸을 맡기며 흘려보내는 것이다.
타앗, 푹!
그러다가도 다시 맹수처럼 이를 드러내는 남자.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검술에 왕의 병사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상한 놈이다. 그렇기에 위험하다.’
갑작스레 눈에 띄게 강해진 힘.
어리숙하다가도 검술의 달인처럼 검을 휘두르는 기묘한 검술.
동급의 스펙과 뛰어난 검술을 가진 적 백 명을 돌파하는 것. 본래 이 시험은 백 명의 병사를 잡으라고 만든 게 아니다.
‘결코 포기하지 않는 ’신념’을 보여주라고 만든 시험.’
사실 신념을 확인하기보다는, 못된 짓을 하고 있는 저놈을 골려주고 싶은 마음에서 내린 시험이기도 했다.
한데 지금 저놈은 모든 게 상식을 벗어난다.
수호자의 감이 말하고 있었다. 저자는 위험하다고.
‘참사의 파편을 찾아내는 눈, 압도적인 무력. 혹시 저자야말로…….’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에 수호자는 고개를 저었다.
‘구원자가 될지, 파멸자가 될지…… 이곳에서 파악해야 한다.’
그런 수호자의 의지에 반응하기로 한 걸까.
수없이 많은 병사들이 꾸역꾸역 앞을 가로막았지만 남자, 도현은 물러나지 않았다.
그저 한 발짝 나아갈 뿐.
서걱-
휘두른 검에 병사가 스러지고, 도현은 다시 묵직한 발을 옮긴다.
그 무엇이 와도 그가 나아가는 것을 멈출 수는 없을 듯했다.
역천기(逆天期).
제1 초식, 시(始).
‘초식이라 해서 검법을 기대했는데 보법이었을 줄이야.’
예상치 못한 초식이었지만, 도현은 도리어 기껍다는 듯 씨익 웃어 보였다.
미소가 지어질 수밖에 없었다.
보법은 모든 검술의 기본.
뛰어난 보법을 지닌 검술은 이후 초식의 성능 또한 뛰어난 게 당연했으니까.
‘내가 검술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지만…… 나한테 이보다 잘 어울리는 검술은 없을 거야. 보법이 이 정도 성능이면 다음 초식은 어느 정도일지 상상도 안 되네.’
또한 기대되었다.
자신에게 찰떡같은 검술의 다음 초식은 과연 무엇일지.
당장 그 정보를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게 미치도록 아쉬웠다.
아쉬운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정작 장갑이랑 설화검 능력을 못 써봤네.’
설화검의 기본 공격력과 역천기의 성능이 기대 이상이라 다른 걸 써먹어 보질 못한 것이다.
‘이제 이놈이 끝인가.’
반면 남은 병사는 이제 한 명.
병사로 가득했던 길을 헤쳐나가 끝자락까지 도달한 것이다.
도현이 망설임 없이 마지막 병사의 목을 꿰뚫은 순간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잘못 판단한 것 같군.]웅장한 목소리가 동굴을 가득 채우듯 울려 퍼졌다.
[돌발 퀘스트, 수호자의 시험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수호자의 인정을 받으며 비상식적인 속도로 클리어하였습니다.] [숨겨진 조건을 달성하였습니다.] [수호자의 시험의 연계 퀘스트가 모두 삭제됩니다.] [히든 이벤트, ‘늙은 왕의 신념’이 발생합니다.] [잊혀진 무덤의 수호자, ‘늙은 왕의 신념’에게서 신념을 얻으십시오.] [신념을 얻어낼 시 수호자의 보물을 얻을 수 있으며, 특수 이벤트가 열릴 수 있습니다.] [주의하십시오. 수호자의 일격이 날아옵니다.]동시에 나타난 메시지의 향연이 도현의 눈과 귀를 정신없이 어지럽혔다.
‘이게 뭔…….’
당혹스러운 상황에 멍해진 도현.
하나 상황을 파악할 시간 따윈 없었다.
—-!
“……!?”
무언가 번뜩이는 감각에 도현이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본능적인 판단에 베르지나의 마도 장갑을 낀 손을 뻗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묵직한 감각이 느껴지며 도현의 몸이 붕 떴다.
콰아앙-!!
-주, 주인!
-주군!!
-리자!?
병사를 뚫고 나아간 게 무색하게도, 첫 시작지의 벽에 처박힌 도현이 먼지를 뚫고 일어났다.
머리 위로 정신없이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베르지나의 마도 장갑의 효과가 발동되었습니다.] [특수 옵션, ‘어루만지는 손길’의 효과로 무형의 기운을 만질 수 있습니다.] [특수 옵션, ‘좌표 변경’의 효과로 무형의 에너지의 좌표를 바꾸어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두 번 사용 후 횟수당 쿨타임 400초 적용)] [사용자의 수준으로 감당 불가능한 일격입니다. 일부 기운의 좌표만을 변경합니다.] [생명력이 50% 이하입니다.]‘이런 미친 깜짝 선물을 봤나…….’
기습도 정도껏이지.
베르지나의 마도 장갑이 아니었으면 한 방에 골로 갈 뻔했다.
‘장갑을 써먹어 보지 못해서 아쉽다곤 했지만, 이런 걸 바란 건 아니었는데…… 아니, 그보다 대체 뭘 맞은 거야?’
말 그대로 섬광이 번뜩인 느낌이었다.
하지만 덜덜 떨리는 손을 내려다본 순간. 정확히는 장갑에 묻은 차가운 기운을 본 순간 도현을 알 수 있었다.
잊혀진 왕의 검격을 받았을 때와 같은, 눈이 내려앉은 듯한 흔적이었으니까.
[지금 수준으로는 결코 반응할 수 없어야 정상이거늘……. 역시 너는 이상하다. 그렇기에 위험해.]낮고 늙은 목소리.
모습을 드러낸 건 거대한 사자 형상의 석상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작은 몸. 그건 사람이었다.
석상일 때에 비하면 한없이 작을 뿐, 2M에 달하는 거인이었지만 늙고 병든 기색이 역력한 모습의 노인.
[그러니 시험하겠다.]하지만 터벅터벅, 다가온 노인이 풍기는 기세만큼은 그 무엇보다 거대했다.
그 압박감에 지하드와 찰리가 긴장한 기색으로 전투태세를 하였고, 도현도 본능적으로 천변을 바로 쥐었다.
[나의 신념을 맡겨도 되는지.]모두에게 잊혀진 채 늙은 모습으로 무덤에 버려진 왕.
그러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늙은 왕이 끝내 죽으며 남긴 하나의 신념.
띠링-
[잊혀진 왕의 신념, ‘집념의 결정’을 발견하였습니다.]‘……결정이라는 게 수호자였어?’
잊혀진 왕의 늙은 시절.
그것이 수호자의 정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