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4)
제24화
24화.
작은 해프닝이 지나고 다음 날.
[홍채를 인식합니다.] [ID카드를 확인합니다.] [ID카드를 확인하였습니다.]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God of Savior에 접속하시겠습니까?]“어. 빨리.”
어김없이 떠오른 메시지를 본 도현은 누가 보더라도 급해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빨리 확인해야 돼.’
어제 줄곧 도현을 괴롭혔던 고민을 지금에서야 해소할 수 있었으니까.
조금이라도 빨리 스킬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런 도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스템은 느긋했고, 이내 조곤조곤한 음성을 내뱉었다.
[모험의 낙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즐거운 여행되십시오.]그 말과 함께 시야가 점멸했고, 곧 드러난 풍경을 보며 도현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칼데의 집에서 나와 스킬 뽑기를 했던 탓에 아름다운 도시의 풍경 대신 뒷골목이 보였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스킬창.”
그저 스킬을 확인해야 된다는 생각뿐이었으니까.
띠링-.
[확인하지 않은 스킬이 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시스템도 모처럼 도현과 같은 생각인지 스킬 확인을 원하고 있었다.
고민할 여지 없이 수락하자 떠오르는 스킬창.
그리고 그것의 색을 확인한 순간, 두 눈이 커지며 떨림이 멈추었다.
“아…….”
꼬박 밤을 새우게 만들었던 고민의 답은 결국 황금색이 아닌 노란색이었다.
‘어쩐지 색감이 좀 연하더라니…….’
그래, 객관적으로 보면 노란색도 훌륭하다.
무려 영웅급 스킬 아닌가.
뎀로크 시절 도현의 최고 등급 스킬이 영웅급이었는데 그걸 벌써 가진 것이니 어찌 달갑지 않겠는가.
하지만.
‘모처럼 전설 떠 주나 했다.’
번호 하나가 가려져 있는데 그 하나만 맞으면 로또 1등일지도 모르는 상황에 하루를 기다렸는데 2등이여 봐라.
심지어 그 하나가 얼핏 떠오른 기억으로 1등이랑 같았는데 실은 아니었다면?
어쩌면 처음으로 전설급 스킬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졌던 기억만큼 아쉬움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래도 멘탈 회복은 빨랐다.
‘요즘 너무 양심 없긴 했어.’
자신이 언제부터 운이 그리 좋았다고, 요즘 너무 날로 먹다 보니 기강이 약해졌다.
애초에 그 뽑기 힘들다는 전설급이 고작 첫 뽑기 만에 나오는 게 말이 안 된다.
겨우 열 장 속에 전설급이 있을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첫 랜덤 뽑기권에서 희귀급도 못 얻는 사람이 널린 판에 영웅급이면 감지덕지였다.
아니, 감지덕지의 수준이 아니라 엎드려서 절을 해야 할 판이었다.
‘그래, 영웅급이면 지금 레벨에선 말도 안 되지.’
정신을 차리니 오히려 뭐가 떴는지 궁금했다.
갓오세 생에 첫 영웅급 아닌가.
[보유 스킬]-돌진베기
-뒤잡기
‘어? 뒤잡기?’
스킬 목록을 확인한 도현이 멈칫했다.
자신이 기억하는 게 맞는다면 이건 분명…….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도현은 곧바로 스킬 정보를 띄웠다.
[뒤잡기]-등급 : 영웅
-제한 : 암살자 계열
-설명 : 암살이란 상대의 뒤를 얼마나 잘 잡을 수 있는가의 판도.
상대의 뒤를 잡아 상대를 교란하고, 보다 강한 대미지를 줍니다.
-효과 : 일정 범위 대상의 뒤로 이동합니다.
이때 대상은 일정 시간 동안 표적으로 지정되며 표적이 사라지기 전에 한 번 더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재사용 시 다시 한번 표적의 뒤로 넘어가며 표적에게 축적된 대미지에 비례하여 치명적 일격을 가합니다.
-쿨타임 : 50초
‘역시……!’
스킬을 확인한 도현이 불끈 주먹을 쥐었다.
뒤잡기.
암살자들의 전매특허 스킬로 원거리 딜러들이 암살자를 기피하게 만든 원흉이었다.
기껏 거리를 벌려도 스킬 하나로 두 번이나 쫓아오는 데다 심리전까지 가능한, 말도 안 되는 스킬.
도주를 포기하고 맞다이하다 콤보 한 번이라도 당하면 뻥튀기된 일격을 맞게 되고, 무작정 도망친다 해도 악착같이 쫓아오니 암살자를 혐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래도 암살자들이 대인전에 특화되어 있는 만큼 스킬 구성이 열받게 되어 있긴 하다.
도현조차 암살자들이 날파리 같아 좀 귀찮게 느껴졌을 정도니까.
‘그런데 그게 나한테 왔네?’
뎀로크에 뒤잡기를 두고 하는 말 중에 그런 말이 있었다.
암살자가 아닌 다른 근접 직업군이 뒤잡기를 가지고 있었으면 그만한 사기 스킬이 없었을 거라고.
대인전은 깡패지만, 레이드에서는 암살자만큼 후진 게 없기에 나온 말이었다.
때문에 도현도 모험가의 고유 능력을 확인한 순간, 가장 먼저 떠올린 스킬세트 중 하나가 뒤잡기였다.
다만, 뒤잡기는 암살자들도 필수로 여기지만 등급이 높다 보니 쉽게 나와 주지 않아 애먹는 스킬.
그렇기에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나중에라도 얻으면 좋겠다 싶은 정도?
‘그랬는데…… 이렇게 금방 얻게 될 줄이야.’
돌진베기에 이어 뒤잡기까지.
웬만한 원거리 딜러는 도현의 앞에서 숨도 못 쉴 터였다.
이대로 몇 가지 스킬만 더 얻어 내면 PVP와 PVE 모두 흠이 없는 역대급 딜러가 탄생하는 것이다.
여러 직업군의 유용한 스킬을 가져와 조합하는 것.
이것이 모험가의 진정한 힘이었다.
‘크…… 내 직업이라 다행이다.’
진심으로 그리 생각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런 직업을 얻었으면 밸런스가 폭파됐다고 항의 문의를 수십, 수백 번은 더 보냈을 테니까.
그런데 뭐? 전설급 스킬이 아니어서 아쉬워?
‘제가 오만했습니다, 카시야르이시여…….’
언제 그런 불경한 마음을 품었냐는 듯 오만방자했던 자신의 과거를 질책하는 도현이었다.
카시야르가 이 모습을 봤다면 쯔쯧 혀를 찼겠지만, 도현은 그저 기분이 좋을 따름이었다.
그렇게 행복한 참회의 시간이 지나고,
“아이템 장착.”
접속 종료되기 전에 끼지 못했던 워리어 세트까지 장착한 도현이 커스텀마이징 시스템을 켰다.
이 시스템을 켜면 전신거울을 보여 주기 때문이었다.
“오, 괜찮은데?”
거울 속에 비친 도현은 좀 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같은 가죽 재질이긴 하지만, 확실히 희귀 등급은 다른 것인지 한결 튼튼해 보이는 상의는 피를 머금은 듯 붉었고, 견장은 살짝 검은색이 섞여서 포인트가 되었다.
마침 목걸이도 붉고, 고블린 벨트는 검은색에 가까워서 디자인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척.
거기에 화룡점정으로 양손에 쥔 거대한 붉은 대검까지.
전체적으로 붉고 검은 남자가 제 덩치만큼 큰 대검을 쥐고 있으니 어딘가 한층 위험해 보이게 되었다.
이 정도면 어디 가서 X밥으로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워리어 세트가 적용됩니다.] [워리어 세트 옵션>-3set : 고블린 타입을 상대할 시 ‘위압’ 효과를 준다. 고블린 타입 상대로 추가 대미지 + 7%, 모든 능력치 + 2
워리어 세트를 착용한 아르데 졸업자를 X밥으로 볼 사람은 없을 테니까.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칼데가 제작한 은색 반지를 착용합니다.] [칼데가 제작한 은색 반지] [등급 : 희귀] [설명 : 칼데가 직접 제작한 은색 반지다. 재료는 평범하나 제작 기술이 뛰어나 높은 가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레벨 제한 : 12] [착용 제한 : 없음] [물리 방어력 : 57] [마법 저항력 : 41]-감각 + 1
-마력 + 2
-마나 회복 속도 + 6%
비록 6%긴 해도 무려 마나 회복 속도 옵션까지 붙어 있는 반지.
하필 붙어 있는 스탯이 감각과 마력이라 근접 직업군들이 아쉬워하지만, 도현에겐 이마저 나쁘지 않았다.
감각이야 있으면 좋고, 마력도 언젠가 쓸 일이 생길 테니까.
[플레이어 : 카이저] [레벨 : 12] [HP : 1,870 / 2,050] [MP : 350 / 500] [체력 : 190 / 350] [클래스 : 최후의 모험가 [카시야르의 사도>] [타이틀 (3개)]-시작부터 호감도 맥스?
-최초의 슬레이어
-타임 어택의 왕좌
[능력치] [근력 : 35(+ 38)> [민첩 : 35(+ 35)> [체력 : 5(+ 35)> [감각 : 22(+ 35)> [마력 : 5(+ 34)>잔여 포인트 : 0
‘음. 아주 좋고.’
그렇게 한층 진화된 상태창을 확인한 도현이 만족하며 고개를 돌렸다.
이로써 아르데에서 볼일은 끝났다.
‘그럼 넘어가 볼까.’
이제 본대륙으로 넘어가는 것만 남았을 뿐.
그렇게 워프 앞에 서자 떠오르는 메시지.
[자격을 갖추었습니다.] [본대륙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본대륙으로 이동할 시 아르데로 돌아올 수 없습니다.]“예.”
[잠시 후 본대륙의 첫 번째 도시, 최초의 도시 레이븐으로 이동합니다.] [5…….]포근하게 감싸 오는 빛줄기를 보던 도현이 문득 떠오른 기억에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인사도 못 하고 그냥 나가 버렸네.’
스킬 때문에 골머리를 썩느라 잊고 있던 방패최고 일행과의 마지막이 이제야 떠오른 것이다.
나름 이곳에서의 첫 파티기도 하고, 보스까지 같이 잡아서일까.
살짝 마음에 걸렸지만,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뭐, 인연이 된다면 다시 만나겠지.’
애초에 솔로 플레이 위주로 게임 하던 도현이다.
자신의 동료들도 첫 시작은 우연이었다.
우연으로 파티를 맺은 만큼, 그 후로 쭉 함께해 오지 않았다.
그저 서로 갈 길을 가는데도 겹치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함께하는 일이 많아지고, 어느 순간 동료가 되었던 것일 뿐.
지금 생각해 보면 그만큼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모이게 된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러니 방패최고들과도 인연이 닿는다면 다시 만날 것이고, 아니라면 인연이 아닌 것일 뿐이다.
때문에 도현은 금방 아쉬움을 지워 냈다.
그 대신 그의 머릿속을 채운 건 앞으로 펼쳐질 모험이었다.
‘어디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보자고.’
부푼 기대를 안고 도현이 눈을 감았다.
[2…….] [1…….] [본대륙으로 이동합니다.]그리고 눈을 떴을 때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 * *
아르데를 졸업한 유저는 모두 부푼 기대를 안고 본대륙에 첫발을 들인다.
작고 아담한 아르데와 달리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아브타르텔의 세상이 그들을 반길 테니 감히 기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건 국적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같았다.
한국,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호주…….
그 외 어느 나라든 가릴 것 없이 전 세계의 모두가 부푼 꿈을 안고 모이는 곳.
서버가 나라별로 나뉜 아르데와 달리 모두가 한데 모여 파티를 맺는 곳.
그게 본대륙이었고, 그 첫 시작지가 레이븐이었다.
“와……! 미친.”
“이게 본대륙 클래스?”
“그냥 차원이 다른데? 미쳤다, 진짜. 와, 규모 뭐냐.”
“외국인들도 많아. 뭔가 신기해. 꼭 해외 온 거 같아.”
그리고 레이븐에 도착한 유저들은 하나같이 입을 떡하니 벌리며 순수하게 기뻐했다.
아르데와는 비교도 안 되는 압도적인 규모.
탁 트인 하늘과 폭포수가 쏟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중앙 분수대.
눈에 띄게 발전한 건물들과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
척. 척. 척. 척.
“모두 비켜라!”
“레이븐 기사단이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정신없는 길거리를 뚫고 깃발을 휘날리며 들어오는 말을 탄 기사단의 모습까지.
모든 게 이세계의 풍경 그 자체였다.
“어이, 비켜!”
“저놈 잡아라!”
“으악! 저한테 왜 그러세요! 전 아무 짓도 안 했다고요!”
“뭐라? 여인을 희롱하고 겁탈하려 한 저급한 놈이 감히 그딴 망발을……! 어서 이놈을 감옥에 집어넣어 버려라!”
그중에는 몇몇 범죄자들이 마을을 호위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잡혀가는 모습도 심심찮게 보였는데, 그마저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본대륙은 적어도 도시에 한해서는 범죄와 규율에 민감하단 말이 사실인 것이다.
정신없는 도시의 광경을 본 유저들은 그저 감탄했다.
“이게 갓오세…….”
“괜히 본대륙에서부터가 진짜라고 하는 게 아니구나.”
처음 튜토리얼을 깨고 아르데에서 사냥을 하며 어느 정도 적응했다고 생각했던 갓오세가, 사실은 우물 안이었다는 게 새삼 와닿은 것이다.
그리고 그건 도현도 마찬가지였다.
‘허…….’
말이 안 나온다.
본격적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그 기대를 아득히 뛰어넘는다.
뎀로크도 퀄리티에서는 상당하다 생각했는데 이걸 보니 왜 운영진 놈들이 그리 자신만만했는지 알 것 같았다.
-……갓 오브 세이비어는 가상현실을 모방하는 VR에 지친 여러분의 공허함을 완벽하게 채워 줄 것입니다.
‘인정하긴 싫지만, 그 말이 사실이었네.’
이 광경을 보고 누가 가상현실이 아니라 생각할 수 있을까.
어느 누가 만족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갓오세는 단순한 비유가 아닌, 정말로 또 하나의 세상이었다.
그 세상에 유저들이 초대받은 것이고.
벙쪄 있는 도현을 깨운 건 NPC들의 외침이었다.
“어이, 형씨! 우리 레이븐의 명물 잿빛맥주 한번 먹고 가라고! 옷도 딱 붉은 게 잘 어울리는구만!”
“어허, 이른 대낮부터 술을 마시면 쓰나! 그보다 우리 가게 한번 오게나. 내 서비스 팍팍 드릴게.”
“붉은가재랍스터 같은 건 데이트할 때나 먹는 거지! 남자는 뜨끈한 기나피그국밥이지 않겠어?”
“그보단 쇼핑부터 하는 게 좋지~. 마침 예쁜 신상품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한번 보고 가, 멋진 오빠~.”
어벙해 보이는 도현에게서 냄새를 맡은 그들은 서로 자신의 가게로 초대하기 위해 아우성이었다.
처음 레이븐에 온 유저들 중 상당수가 사냥도 잊고 도시를 관광하는 걸 그들도 아는 것이다.
‘왜들 그리 홀리는지 알 것도 같네.’
해외여행을 가려고 수백을 쓰고 10시간씩 비행기를 타며 이동하는 게 사람이다.
한데 그저 캡슐에 접속만 해도 그런 새로운 풍경들이 펼쳐져 있는데 체험해 보고 싶은 맘이 드는 게 당연했다.
도현도 사람인지라 궁금하긴 했으나…….
‘저런 건 나중에 해도 안 늦어.’
지금은 그보다 다른 게 더 궁금했다.
‘스킬, 스킬부터 좀 써 보자.’
기본 스킬만 사용하던 유저들이 레이븐에 오면 대개 그렇듯, 도현도 2개나 얻은 스킬을 하루빨리 시험해 보고 싶었다.
이번에 얻은 아이템들도 그렇고.
[본대륙에 진입하여 잠겨 있던 시스템들이 해금됩니다.] [초보자 혜택이 사라지며 투기장, 결투, 공방 등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의 도시 레이븐은 시작을 알리는 도시입니다. 새롭게 펼쳐지는 본대륙의 무대에서 모험을 즐기세요.] [Tip. 레이븐 도시 내에서 범죄를 당했다면, 주저 말고 경비병에게 신고하세요!]그게 도현이 본격적으로 무대를 밟은 그를 반겨 주는 상큼한 메시지들을 무시하고 뒤돌아선 이유였다.
한시라도 빨리 사냥터로 돌격해야만 했으니까.
‘그럼 가 볼까.’
손을 푼 도현이 마을 밖으로 발길을 돌리려다 멈칫했다.
‘……퀘스트는 받아야지.’
아무리 사냥이 마렵다지만, 퀘스트는 필수였다.
경험치가 복사가 되는데 안 하면 바보 아닌가.
도현은 공략집을 참고하며 적당한 퀘스트들을 받아 낸 후에야 도시 밖으로 나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