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5)
제25화
25화.
레이븐에는 2개의 입구가 있다.
정문으로 불리는 동문과 후문으로 불리는 서문.
이 중 처음 레이븐에 입성한 유저들이 사냥터로 삼는 곳이 바로 동문 밖 초원이었다.
[레이븐 초원]본대륙에서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사냥터이자 가장 특색 없는 사냥터.
그 명성답게 몬스터마저 평범하다.
레드 고블린과 블루 고블린 같은 여러 부족의 고블린들이 나오니까.
아르데와 다른 게 있다면 부족이 다양한 만큼 고블린이 다루는 무기나 공격 방식이 특색이 있다는 것 정도?
‘괜히 본대륙에서 가장 평범한 사냥터로 뽑히는 게 아니지.’
달리 말하면 그만큼 적응하기 쉬운 곳이기도 하다는 소리였다.
이제 막 초보자 도시를 졸업한 유저들에게는 이만한 곳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게 워리어 세트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는 이유이자 아르데의 졸업템인 이유였다.
[워리어 세트 옵션>-3set : 고블린 타입을 상대할 시 ‘위압’ 효과를 준다. 고블린 타입 상대로 추가 대미지 + 7%, 모든 능력치 + 2
‘고블린 상대로 이만한 게 없지.’
고블린 한정으로 상태이상은 물론 추가 대미지까지 야무지게 박을 수 있으니까.
씨익 웃은 도현이 초원 한복판을 걸었다.
사방에 각 부족별로 무리 지은 고블린들이 퍼져 있었지만, 그 누구도 감히 도현을 공격하지 못했다.
[워리어 세트 옵션의 효과로 적에게 ‘위압’ 효과를 줍니다.] [레드 고블린이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블루 고블린의 사기가 꺾입니다.]위압의 효과였다.
구체적으로 능력치를 내리거나 스턴 효과 같은 걸 주는 건 아니지만, 사기를 꺾는다는 건 중요한 효과였다.
‘위축되면 판단이 느려지고, 곧 그게 행동으로 드러난다.’
또한 사냥터 한복판을 걸으면서도 놈들에게 기습받을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괜히 전쟁에서 사기를 올리는 걸 중시하는 게 아닌 것이다.
어쩐지 반격 의사가 없는 선량한 고블린을 패려는 양아치같이 느껴졌지만, 놈들은 본래 선공 타입.
워리어 세트가 없는 이들에겐 곧 저들이 양아치였다.
‘레드 고블린은 공격력이 높고, 블루 고블린은 체력이 높다 했지.’
시험하기엔 블루 고블린이 적합할 듯했다.
판단을 마친 도현이 곧장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 ‘돌진베기’를 사용합니다.]그러자 몸이 순식간에 미끄러졌다.
대검을 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한 속도.
목걸이와 타이틀의 효과로 속도가 15%나 상승한 덕이었다.
후욱-!
키릭!? 키릭!!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지자 살살 눈치를 살피던 블루 고블린들이 화들짝 놀라 물러났다.
하나 애석하게도 가장 앞에 있던 놈에겐 그럴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서걱!
아차 하는 순간, 이미 몸이 베인 후였으니까.
그리고 그 직후.
띠링-.
[워리어 세트 옵션의 효과로 추가 대미지를 입힙니다.] [블루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응?”
경쾌한 알림을 남기고 블루 고블린이 사라졌다.
한 방에 죽은 것이다.
“이건 예상 못 했는데.”
도현은 살짝 얼이 탈 수밖에 없었다.
블루 고블린은 다른 고블린보다 1.5배는 체력이 높다. 아르데에서 잡았던 그린 고블린에 비하면 2배가 넘는 수치.
한데 그런 놈을 일격에 잡아 버렸다.
그것도 뭐 특별한 스킬도 아닌 겨우 돌진베기 한 방에.
‘이게 워리어 세트의 힘?’
사실 세트빨뿐만은 아니었다.
7%의 추가 딜을 입히는 건 엄청나긴 하지만, 그것 외에도 도현의 깡스탯 자체가 아르데 때와는 말도 안 되게 상승했으니까.
거기에 낡은 철검 따위가 아닌 희귀+ 등급의 대검까지 꼈으니 오죽할까.
특히 대검이 검 중에서도 공격력이 최상위권인 걸 생각하면 이런 무지막지한 딜이 뜨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적을 처치하여 변종 고블린 워리어의 붉은 대검의 공격력이 상승합니다.]놀라운 건 사냥할수록 이것보다 더 강해진다는 것.
10분 내로 적을 처치 못 하면 다운되긴 하지만, 양학에 이보다 잘 어울리는 옵션이 없었다.
그 무지막지한 성능에 반응한 건 단연 도현만이 아니었다.
키…… 키릭!
동료가 죽었는데도 블루 고블린들이 달려들기는커녕 덜덜 떨며 뒷걸음질 치기 시작한 것이다.
호전적인 고블린들의 성격과 다른 모습.
가뜩이나 ‘위압’ 때문에 사기가 꺾인 상황에 원킬쇼를 보여 주니 아예 의지가 꺾여 버린 모양이었다.
“와…… 저 사람 뭐야? 방금 한 방에 잡은 거 아냐?”
“뭐? 에이, 잘못 봤겠지. 무슨 블루 고블린이 한 방에 죽어.”
“아닌데…… 그냥 슥 하니까 죽었어.”
그에 주변에서 사냥하던 유저들의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행히(?) 제대로 본 사람이 몇 없는지 대부분 믿지 않아 했지만, 달리 말하면 그만큼 상식을 벗어난 일이라는 소리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주제는 금방 다른 쪽으로 옮겨졌다.
“근데 저 사람 옷이 특이하다. 왜케 붉어?”
“응? 헐, 워리어 세트? 맞네. 고블린들 쫄아 있는 것 봐.”
“워리어 세트? 그게 뭔데?”
다만, 그 주제는 여전히 도현에 관한 거라는 게 문제였다.
“아르데 졸업템인데…… 저거 매물 적어서 얻기 엄청 힘든데 어지간한 갑부인가?”
“그 정도야? 얼만데?”
“글쎄…… 돈 천은 써야 할걸. 보통 이 구간에서 저렇게 현질하는 사람 별로 없거든. 어차피 다음 도시 가면 무쓸모라.”
“아하. 그럼 뭐 하러 사는 거야?”
“그런데 여기선 성능이 넘사야. 고블린 한정 깡패라…… 그래서 돈 많은 사람들이 빨리 성장하려고 지르는데…… 쯧.”
대뜸 혀를 찬 남자가 짜증 난다는 듯 중얼거렸다.
“하여튼 여기도 돈 많으면 장땡인 건 똑같다니까.”
“더 보면 배 아파. 그냥 다른 데로 가자.”
여자가 적당히 비위를 맞추며 남자를 데리고 떠나는 걸 슬쩍 본 도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음. 10원 한 장도 안 질렀는데.’
오해를 받긴 했지만, 딱히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현질이면 차라리 정직하기라도 하지, 자신은 말 그대로 사기를 치고 있긴 했으니까.
자신이 저들이어도 배 아파 죽으려 했을 것이다.
‘그보다…… 확실히 아르데랑 분위기가 다르긴 하네.’
죄다 파티를 구하며 함께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였던 아르데와 달리, 이곳은 철저하게 남인 느낌이었다.
파티 규모로 사냥하는 이들도 있고, 아닌 이들도 있는데 그 사이에 벽이 쳐져 있는 느낌이랄까?
하기야 그럴 만도 했다.
파티하면 경험치가 나누어지니 이론적으로는 솔플을 하는 게 당연히 좋다.
하지만 대략 3분의 2는 파티 플레이를 선호한다.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지 않고는 사냥이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 말은 솔플을 하는 이들은 모두 신이든 특성이든, 혹은 아이템이든…… 뭐가 됐든 파티를 하는 이들보다 더 좋다는 소리였다.
그러니 좀 전의 남자도 워리어 세트를 입고 솔플하는 도현을 아니꼽게 봤던 걸 테지.
‘어딜 가든 그런 이들은 있는 법이지.’
뎀로크에서도 조금이라도 잘나가면 아니꼽게 보고 뒤에서 험담을 하는 이들이 즐비했다.
그들의 험담 대상에는 도현도 있었다.
신이라고 칭송받으며 왕좌에 앉아 있던지라 팬이 많았지만, 반대로 그만큼 안티도 많았으니까.
기습을 하는 이들도 있었고, 선량한 척 파티를 맺은 후 독약을 탄 음식으로 마비시키려고 한 놈도 있었다.
명성을 얻기 위해서, 그냥 마음에 안 들어서, 의뢰를 받아서…….
이유야 다양했다.
‘뭐, 다 짓밟아 줬지만.’
동료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버라이어티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동료들과 고정 파티가 된 후론 기습도 버겁다 생각했는지 더 이상 날파리가 꼬이지 않았던 것이다.
오랜만에 옛 생각을 하던 도현이 피식 웃으며 몸을 돌렸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어찌 됐든 그건 과거일 뿐.
지금 도현의 상대는 한낱 고블린일 뿐이었다.
“그럼…… 몸 좀 풀어 볼까?”
슥 몸을 돌리자 눈이 마주친 고블린들이 움찔 떨었다.
마주친 도현의 미소에서 왠지 모를 불길함을 느낀 것이다. 메시지가 뜨진 않았지만, 분명 저들의 사기가 한층 더 깎였을 거라 확신할 수 있었다.
[스킬 ‘돌진베기’를 사용하셨습니다.]키에엑!
그렇게 도현의 무쌍이 시작되었다.
* * *
“와…… 저 사람 뭐야?”
“그냥 혼자 무쌍을 찍네…… 템이 얼마나 좋으면 저래?”
“쯧. 지금 즐겨 두라 그래. 어차피 후반 가면 저 짓도 못 하지.”
“하긴…… 그래도 뭔가 배 아프네.”
사냥을 이어 간 지 얼마나 지났을까?
주변의 감탄(?)을 한 귀로 흘리며 일대의 고블린들을 모조리 쓸어 넘기자 곧 알림이 울렸다.
[검술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검술 숙련도가 LV8이 되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오, 검술 숙련도에 레벨업까지.’
대략 50~60마리 정도 잡았나?
고블린 무리를 열 무리 넘게 잡은 건 확실하니 못해도 그 이상은 잡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보상이 이거였다.
[플레이어 : 카이저] [레벨 : 15] [HP : 1,810 / 2,250] [MP : 340 / 600] [체력 : 200 / 350] [클래스 : 최후의 모험가 [카시야르의 사도>] [타이틀 (3개)]-시작부터 호감도 맥스?
-최초의 슬레이어
-타임 어택의 왕좌
[능력치] [근력 : 35(+ 38)> [민첩 : 35(+ 35)> [체력 : 5(+ 35)> [감각 : 22(+ 35)> [마력 : 5(+ 34)>잔여 포인트 : 21
무려 세 단계나 올라간 레벨.
‘생각보다 잘 오른단 말이지.’
아직 레벨이 낮아서도 있겠지만, 솔플을 해서 나누어지는 경험치가 없는 덕이 컸다.
경험치를 독식하는 주제에 웬만한 파티보다 빨리 잡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사냥을 하며 알게 된 게 하나 있었다.
‘스킬을 쓰기 시작하니까 체력이 더 빨리 닳아.’
더 낮은 체력으로도 딱히 불편함을 못 느꼈었는데 지금은 벌써 110의 체력을 썼다.
고작 돌진베기가 추가된 것뿐인데 말이다.
이런 추세라면 뒤잡기를 사용하거나 더 나아가 여러 스킬을 사용하게 되면 순식간에 줄어들 게 분명했다.
그게 이유였다.
‘일단은 킵해 두자.’
잔여 포인트를 투자하지 않고 모아 둔 이유.
지금도 고블린들이 한 방 컷이 나는 판국이니 굳이 투자할 필요도 없었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남겨 두기로 했다.
체력 상황을 보고 체력에 투자할지 지켜보기 위함도 있었지만…….
‘언제 무슨 스킬이 뜰지 모르니까.’
도현은 올 마스터다.
지금은 다행히 감각과 민첩이 주 스탯인 암살자의 스킬이 나와서 망정이지, 만약 영웅급이나 전설급 스킬이 나와 줬는데 마법사나 탱커 스킬이면?
‘눈물 흘리는 거지.’
그런 상황을 대비해 여유 스탯을 남겨 두는 게 좋았다.
상태창을 끈 도현이 이번에는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이번에 사냥을 하며 얻은 수확물들을 보기 위함이었다.
-블루 고블린의 가죽 (21)
-레드 고블린의 가죽 (23)
-고블린의 이빨 (11)
…….
그 외에도 아르데에서 얻었던 여러 잡템들까지.
인벤토리에 여러 템들이 가득했지만, 놀랍게도 하나같이 잡템들뿐이었다.
아무리 드롭으로 템다운 템이 뜰 확률이 극악이라곤 해도, 보통 이쯤 사냥하면 못해도 하나는 얻기 마련이건만…….
‘……그래, 이게 나답긴 하다.’
뎀로크 최악의 운을 지니고 있던 도현에겐 참으로 익숙한 현상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사소한 것 따윈 타격이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도현이 노리는 건 장비 아이템이 아니었다.
[고블린 퇴치]-등급 : 일반
-설명 : 요즘 레이븐 초원에 고블린들의 수가 늘어 말썽이라고 한다. 그에 정찰병 ‘팔슨’은 고블린의 수를 줄여 주기를 원한다.
-부족에 상관없이 고블린 처치 (40 / 40)
-클리어 시 보상 : 70실버, 일정량의 경험치
-실패 시 리크스 : 없음
-제한 시간 : 24시간
[사냥꾼의 부탁]-등급 : 일반
-설명 : 레이븐 골목길에 살고 있는 사냥꾼 ‘테버’는 고블린의 이빨을 모으는 악취미를 가지고 있다. 그에게 고블린의 이빨을 가져다주자.
-고블린의 이빨 (11 / 10)
-클리어 시 보상 : 80실버, 일정량의 경험치, 짐승의 이빨로 만든 목걸이
-실패 시 리스크 : 테버의 호감도가 깎일 수 있다.
-제한 시간 : 24시간
-등급 : 일반
-설명 : 고블린 가죽을 재단하는 재단사 ‘에밀리’가 부탁한 의뢰다. 늘 손님이 끊이지 않는 그녀를 위해 가죽을 모아 주자.
-레드 고블린 가죽 (21 / 30)
-블루 고블린 가죽 (23 / 30)
-클리어 시 보상 : 1골드, 일정량의 경험치, 레드 고블린 가죽 벨트 or 블루 고블린 가죽 하의
-실패 시 리스크 : 에밀리의 호감도가 깎일 수 있다.
-제한 시간 : 24시간
‘고블린 퇴치’, ‘사냥꾼의 부탁’ 두 퀘스트는 이미 조건을 만족했지만, 아직 가죽을 다 모으지 못한 것이다.
더 많은 고블린 무리를 찾아 좀 더 깊은 곳으로 가기 위해 걸음을 뗄 때였다.
‘……음?’
도현의 눈에 이상한 게 들어왔다.
그건 정말 이상하다고밖에 설명할 게 없었다.
전체적으로 붉은빛을 내고 있어 얼핏 보면 붉은 점처럼 보이는 그것은…….
‘사람…… 아니, 귀신?’
반투명하지만 분명 사람의 형태를 띠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도현을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