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52)
제252화
252화.
싸늘한 침묵을 깬 건 재앙이었다.
정확히는 재앙의 아가리를 뚫고 튀어나온 하나의 창.
창은 이내 거대한 방패가 되었고, 넓어진 면적으로 인해 거대한 입이 벌어지며 한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씨, 더럽게. 입 닫힌 채로 봉인되고 있어.”
“……카이저!”
검은 가면을 쓴 남자, 카이저였다.
아가리에서 빠져나와 불쾌하다는 듯 몸을 털고 있는 그의 모습에 유저들의 입이 쩍 벌어지던 그때.
띠링-
[거대한 재앙을 봉인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잊혀진 왕의 오랜 염원을 이루어 혼을 구원하였습니다.] [월드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공략 랭킹에 변동이 생깁니다.] [월드 퀘스트 공략 랭킹]-1위 : 카이저
-2위 : 아스트
-3위 : 여제
-4위 : 검성
-5위 : 아더
…….
[공략을 시도한 모두에게 랭킹에 비례하여 차등보상이 주어집니다.]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른 메시지가 그들을 반겼고.
“카, 카이저가 월드 퀘스트를 끝냈다!!!”
“우와아아아아아!!”
“씨X 미쳤어! 미쳤다고!!”
“카이저, 그는 정말 신이야!!”
“오늘부터 카신교 가입한다!! 으아아아!!!”
곧 우레와 같은 함성이 무덤을 떠들썩하게 장악했다.
울부짖다시피 소리를 지르고, 이리저리 날뛰며 놀라워하는 그들을 보고 있는데, 무언가 툭 어깨를 쳤다.
-믿고 있었다구, 주인.
-리자리자.
-해내실 줄 알았습니다. 주군이 자랑스러울 따름입니다.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가디언 녀석들.
그리고 그 뒤로 슬며시 미소 짓고 있는 동료들이었다.
가디언들의 호들갑을 듣고 있자니, 천천히 다가온 여제가 특유의 사나운 미소를 품으며 주먹을 내밀었다.
“고생했다, 새끼.”
“너도 인마.”
그와 어울리지 않는 여성의 목소리에 피식 웃은 도현이 마주 주먹을 내밀었다.
툭.
주먹을 맞대자 폭발적으로 올라오는 채팅들.
-크으…… 이게 낭만이지.
-클리어 실화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ㄹㅇ
-여제가 그럼 꾸꾸닭꾸꾸고, 검성이 검제인 건가? 아스트는…… 그럼 그 변태?
-카이저 파티를 다시 볼 날이 올 줄이야.
-1위에서 4위까지 다 카이저 파티 ㅋㅋㅋㅋ
-다 해먹네 ㄹㅇ
-카이저 펀치! 카이저 펀치! 카이저 펀치! 카이저 펀치!
-여제 눈나 날 가져요–!!!
-검성! 검성! 검성!
어느덧 1억 9천만 명을 돌파한 시청자가 열광하고 있었다.
불가능하다고 여기며 포기하고 있던 월드 퀘스트를 당당히 클리어했으니 그럴 법도 하리라.
우르르- 콰직-
사아아-
흡족한 미소를 지은 도현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메시지의 말처럼 무덤에 가득했던 참사가 사라지고 있었다.
불타는 건물들과 망자들이 신기루처럼 흩어지고, 어둠에 잠겼던 하늘이 맑게 개었다.
기분 좋게 내려앉는 달빛을 보며 도현이 다시 고개를 내렸다.
와아아아아아-!!!
우렁찬 함성을 지르는 유저들을 바라보며 도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나쁘지 않네.’
성공적인 카이저 파티의 첫 레이드였다.
그리고 이 순간, 누구보다 월드 퀘스트 클리어를 기뻐하는 이가 있었으니.
우당탕!
“으아아아아! 카이저!! 그는 신이야! 신이라고!!!! 으아아아!!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의자를 내팽개치며 일어나, 펄쩍 뛰면서 소리를 지르는 해링턴이었다.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그에게는 무궁한 감사함과 신앙심이 엿보였다.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얼핏 광기처럼 보이는 모습에, 때마침 문을 열고 들어오려던 간부 겸 집사가 멍하니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제 마스터가 참으로 낯설다.
끼익-
입술을 달싹이던 집사는 이내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런 그의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륵 흘러내렸다.
‘……나는 아무것도 못 봤어. 아무것도.’
카신교 열혈 신도의 재목이 싹을 트고 있는 순간이었다.
* * *
갓오세 커뮤니티는 지금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비단 커뮤니티뿐만이 아니었다.
초록창 실시간 검색어부터 각종 포털 사이트에 대문짝만한 기사들이 떠오르고 있었으니까.
[역대급 난이도 월드 퀘스트 공략!] [10대 길드를 비롯한 하이 랭커들, 역대급 월드 퀘스트 앞에 허무하게 무너지다.] [난세의 영웅 카이저?] [카이저 파티 재앙을 물리치다!] [여제와 검성, 아스트의 과거는 어떠했을까?] [남성 플레이어들의 이상형으로 손꼽히기도 하는 두 사람이 과거 남자로 활동…… 특히 아스트의 패션이 굉장히 난해했던 것으로 밝혀져 큰 화제…….]월드 퀘스트의 공략부터 카이저 파티의 재림까지.
여러모로 역대급 월드 퀘스트였다 보니 수많은 얘깃거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중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건 역시 카이저 파티에 대한 이야기였다.
-와. 한때 쟤네들 사이로 돌았던 소문이 사실이네, 그럼.
-저 예쁜 얼굴이 그 중후한 검객 안에 들어있던 거야? 레전드.
-난 아스트가 제일 충격임. 그 보라성애자 빤스 괴물이 아스트였다니.
-이래서 어린 것들이란. 그게 낭만이란 거다. 라떼는 그게 고인물의 상징이었어!
-아 아재요 ㅋㅋㅋㅋ
-아니 갑자기 아스트 극호감ㅋㅋㅋㅋㅋㅋㅋ
-어디 재벌가인 줄 알았는데 그냥 게임 좋아하는 아저씨였음 ㅋㅋㅋㅋ 재앙 레이드할 때도 혼자만 숨 헐떡이더라.
숨겨왔던 그들의 과거가 밝혀지자 댓글이 웃음바다로 채워진 것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카이저였다.
-내가 누구? 카이저 소유 국민!
-신이 우리를 지킬지어다!
-월퀘에선 카이저 아무것도 못 할 거라던 안돼무새들 다 사라졌쥬? 다 틀렸쥬? 카이저는 신이쥬?
-월퀘 1위 바로 탈환해버리는 클라스 키야~
유독 팬과 안티가 많았기도 하고, 아직 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던 상황.
그런 와중에 당당하게 1위로 월퀘를 마무리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리라.
-아니 근데 대체 어떻게 잡았냐? 아무리 그래도 10대 길드보단 약할 텐데.
-직접 보면 그런 말 안 나옴. 당연하다는 듯이 빛의 궤도 패링하는 거 ㄹㅇ 숨멎…… 개멋있음.
-사실상 빛의 궤도 패턴만 아니었어도 10대 길드가 진작 공략했을걸. 빛의 궤도 패턴이 워낙 벨붕이라 저거 하나 때문에 괴멸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그걸 ㅈㄴ 쉽게 끊어버린 카이저는?
-카이저? 그는 신이지.
-카이저! 그는 가면을 벗어라! 우리도 얼굴을 보고 싶다!
-갈!!!! 무엄하도다!! 어디 감히 신의 얼굴을 마주하려 하는가!!!!
-아, 아앗……!
-아니, 난 그보다 왕 어떻게 잡았는지 ㅈㄴ궁금. 영상 언제 올려주려나.
카이저, 그가 다시 한 번 자신의 클라스를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카이저가 월드 퀘스트 공략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요. 과연 이게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요?”
“전투 분석 전문가 최박사님을 모셔왔습니…….”
“아, 예. 여기 이 장면 보시면 카이저가 패링을 하잖아요? 이 타이밍이 사실 말이 안 되거든요. 알고 해도 못 할 건데 아마 뛰어난 동체 시력과 거리조절을 바탕으로 타이밍을 맞추는…….”
“……렇군요. 그렇다면 핵심은 타이밍이네요?”
“예. 카이저, 그가 단순히 피지컬이 뛰어난 줄로만 아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볼 때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이것에 있다 봅니다. 그야말로 타이밍의 천재라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그 소식은 널리 퍼져나가 인터넷을 넘어 공중파 방송에도 전해졌고.
수많은 이들이 카이저 파티의 전투 장면을 보며 분석하고 감탄했다.
[패링? 너도 할 수 있어!] [때아닌 패링 열풍. 유저들 사이로 곡성이 울려퍼져…….] [트롤 제조기 카이저의 재림?] [카이저, 그는 대체 패링을 어떻게 하는가? 전례 없는 패턴 끊기에 패링에 대한 연구가 이어져…….]당연히 그에 대한 기사와 콘텐츠가 파생되었고, 아주 자연스럽게 그를 따라 하려는 이들이 생겨났다.
-아오, 씨X 카이저 따라 하는 새끼들 때문에 야마도네.
-뎀로크 때도 그러더만 또 시작이야.
-아니 카이저는 신이니까 되는 거지, 왜 자꾸 신을 따라 하려 드냐고.
-당분간 파티에 검사는 받지 마라. 이 새끼들 지능적이라 선량한 척하고는 중요한 순간에 패링쓰다 뒤진다. ㅆㅂ
-아니 방송 퍼진지 몇 분이나 됐다고;; 이럴 때만 또 조혼나게 빨라요. 엿 같네 진짜.
곡성과 욕설이 난무하는 댓글들이 현 상황을 실시간으로 대변해주고 있었다.
바야흐로 대패링 시대가 열린 것이다.
현실에서도 이럴진대 갓오세에 있는 유저들이 소식을 듣지 못할 리 만무.
10대 길드들의 귀에도 들어왔고, 그건 신대륙에 있는 멸살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월드 퀘스트의 클리어라…… 분명 불가능하다지 않았나?”
“……예, 마스터.”
“아더마저 실패한 걸 가능케 했다라……. 생각보다 더 빠르게 강해지는군. 이럴 줄 알았으면 참여해볼 걸 그랬어.”
“운이 좋았던 게 아닐까요? 이런 거에는 과장이 들어가기 마련이니까요.”
사이클롭스를 쓸어 담고 있던 멸살이 검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그의 위로 떠 올라있던 다섯 자루의 검이 스스로 내려와 허리와 등의 검집에 차곡차곡 들어갔다.
“운이라…….”
가만히 비서의 말을 곱씹던 멸살이 피식 웃었다.
“그만큼 그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도 없겠군.”
“……예?”
“그런 게 있다. 다른 얘기는 없나?”
등을 돌린 멸살이 불쑥 묻자, 비서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 답했다.
“회담을 열자고 합니다.”
“회담을?”
“예. 되도록 빠른 시일 내로 모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별 게 아니라면 곧장 히든 피스를 마저 진행하려던 멸살이 멈칫했다.
여기서 나올 회담이라면 10대 길드들이 모이는 회담뿐일 터.
무언가 중요한 안건이 걸렸을 때 상의하기 위해 종종 열리곤 했지만, 멸살의 표정은 묘해졌다.
“별일이군.”
각자 바쁘기도 하고 사이가 썩 좋지만은 않은 관계라, 근래 6개월간 열리지 않은 탓이었다.
하나 곧 알 것 같다는 듯 비웃음을 머금었다.
지금 이 타이밍에 회담을 열자는 이유가 뭐겠는가.
저들은 못 한 걸 카이저가 해냈으니 똥줄이 타기 때문일 거다.
“마스터의 참가를 원하시는데…… 어떻게 할까요?”
“일 없으니 알아서 처리하도록.”
“……괜찮으시겠습니까? 벌써 세 번째 거절이신데.”
“그깟 불평 늘여놓는 시간보다 히든 피스가 중요하다. 그리고…… 내가 그들의 말을 들어야 할 이유가 있나?”
“……아닙니다. 제 선에서 커트하겠습니다.”
멸살은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는 거로 답을 끝내곤 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걸었을까.
비서와의 거리가 제법 멀어졌을 즈음 멸살의 걸음이 느려지더니 이내 멈춰 섰다.
천천히 북쪽을 바라보는 멸살의 눈이 흥미롭다는 듯 번뜩였다.
‘그 엉덩이 무거운 놈들이 이리도 호들갑을 떤다라…… 이곳에서도 바람 질 날이 없구나, 카이저.’
이번엔 아쉽게도 만나보지 못했지만, 다음에 기회가 있을 터.
그와 만날 날이 기대되는 멸살이었다.
* * *
한편 세상이 떠들썩해지기 전.
아직 도현이 잊혀진 무덤에서 감회에 젖어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
왠지 모르게 진지한 얼굴을 한 검성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카이저.”
“음?”
“못 본 사이 신기한 검술들을 쓰는군.”
듣기 좋은 차분한 목소리.
중후하기 짝이 없던 뎀로크 때와 너무도 달라 이질적이지만, 그 특유의 말투는 여전했다.
눈을 마주치자 검성이 검집을 뻗으며 입가에 옅은 호선을 그렸다.
“비무 한 판 하지. 오랜만에 말이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