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54)
제254화
254화.
콰아아앙-!
대련실을 휩쓸고 지나간 충격파에 눈을 찌푸린 지하드가 소리쳤다.
-어떻게 된 거야?
-리자!
“아직 승부가 안 난 것 같은데?”
-제 생각도 같습니다.
지하드의 옆에서 툭 내뱉는 아스트와, 그런 그에게 동의하는 찰리.
따로 구경하고 있느라 접전이 없던 그들이 어느 순간 한 마음이 되어 관전하고 있었다.
그만큼 숨 막히는 비무였다.
그리고 그 비무의 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자옥하게 피어오른 먼지 사이로 보이는 두 실루엣은 어느 하나도 쓰러져있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뭐, 승패가 기울긴 했네.”
“그러게.”
다만, 곧 정해질 것 같았다.
먼지가 걷히며 드러난 건 검성의 검으로 인해 반으로 갈라진 눈보라와 그 안에서 쓰러져 가쁜 숨을 내쉬는 하얀 사자.
그리고 그 뒤에서 비틀거리고 있는 도현이었으니까.
공간을 베는 듯한 일검에 하얀 사자와 함께 베어지며 치명상을 입은 것이다.
-저게 말이 돼!?
-리, 리자…….
저게 겨우 검술이라니.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지하드와 엘리자가 입을 쩍 벌리고 있자, 곁에 있던 아스트가 피식 웃었다.
“너흰 처음 보겠네. 저게 검술을 극한까지 단련하면 일어나는 일이다. 그중에서도 저 녀석 발도술은 기똥차지. 마법이고 뭐고 다 갈라버리니 원.”
-……그게 가능합니까?
찰리의 물음에 아스트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안 될 건 없지. 일단은 시그니처 검술들이니까. 저 녀석이 만든 시그니처 검술인 게 말도 안 되는 일일 뿐이지.”
-과연…… 주군의 동료분들이군요. 대단한 자입니다.
스킬 칸 대부분을 검술로 차지한 전무후무한 유저가 검성이다.
그 중 무려 네 개가 본인이 만든 시그니처 검술인 건 이미 대다수의 유저가 아는 사실.
그리고 그 모든 검술을 그녀는 극한까지 단련했다.
그러고도 부족했는지 새로운 검술을 찾아 나서며 시그니처 검술로 얻을 수 없다면 스킬이 아닌 몸으로라도 익혀 구사할 정도.
검술에 대한 광적인 집착의 결과, 그녀는 검으론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위치에 이르렀다.
“저건 더 이상 컨셉이 아니야. 진심으로 검의 끝을 보고자 하는 놈이지.”
“……라고 포장하기엔 이게 맞나 싶던 적이 좀 많은 거 같은데. 폭포수에서 가부좌 틀고 정신 수양하는 게 말이 돼? 기술명도 패도일검이니 발도술이니…… 어휴, 이게 다 무협 중독이라니까?”
“흠흠. 조용히 좀 해봐. 얘네들 앞에서 무게 좀 잡게.”
“안 들리겠지. 귀가 그렇게 좋겠어? 설마.”
-……다 들리는데. 착한 우리가 못 들은 척해주자, 엘리자.
-리자리자.
눈치껏 모르쇠 해주는 지하드 일행이었으나, 적잖이 충격을 받기는 했다.
주인의 동료들이라 대단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직접 보니 그 이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섣불리 판단하긴 아직 일렀다.
“그나저나…… 레이드 할 때도 느꼈는데 카이저 저놈 검술도 만만치 않네. 저것만큼은 베지 못한 걸 보면.”
“그러게. 마법이 아니라는 건데 그럼 저게 순수 물리력이라는 건가?”
“어디서 또 요상한 걸 배워왔어. 얼마나 더 강해지려고.”
그도 그럴 게 검성의 발도술조차 도현의 일격을 감당하지 못했는지, 그 흔적이 여과 없이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턱.
간신히 균형을 잡고 선 도현의 앞으로 마치 폭탄이 터진 듯 풍비박산이 난 바닥과 벽이 보였다.
역천기의 제2 초식 파(破)의 여파였다.
최강 딜링기로 자리 잡은 스킬답게 자랑스럽기 그지없는 위력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도현의 눈매는 불만으로 찌푸려졌다.
“훌륭한 검술이었다, 카이저. 이런 검술이 있었다니…… 역시 검의 세계는 넓고 끝이 없구나.”
“……맞지도 않아놓고, 무슨.”
“그런 선딜이 긴 검술을 눈 뜨고 맞아줄 자는 없으니 말이야. 당했으면 위험했을 거다.”
정작 저 폭발적인 위력은 검성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시 바인드를 걸어놓지 않으면 무용지물인가.’
격의 차이가 크지 않는 한, 궤도에 있는 모든 것을 깨트리는 사기적인 검술.
데미지 또한 무척 뛰어난 검술이지만, 명중 난이도가 극악이다.
수호자 때처럼 대놓고 맞아주거나, 맞아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만 맞출 수가 있는 것이다.
“슬슬 마무리를 지을 때가 된 거 같군. 즐거운 비무였다, 카이저.”
그리 말하며 다가오는 검성은 진심이었다.
새로운 검술의 진면목도 제대로 체험해봤고, 생각 이상으로 박진감 넘치는 비무였으니까.
만족스럽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하나 그건 그녀 입장이고, 도현은 아직 만족할 수 없었다.
생명력도 벌써 바닥이고 더는 비장의 수가 되어줄 검술도 없었지만,
‘이대로 끝난다고? 누구 마음대로.’
제2 초식 파(破)의 단점을 제대로 파악하게 되었다.
이걸 극복할 방법을 조금이라도 얻어야 했다.
아니, 그 전에 최소한 한 방은 먹여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이렇게 탈탈 털려서야 면이 서지 않지 않은가.
터벅. 서걱-
도현이 다시금 발걸음을 내디디며 기운을 순환하자 검성이 검을 휘둘렀다.
그것만으로 걸음이 멈추었다.
제2 초식 파(破)의 두 번째 단점.
“이전 초식을 통해 걸음을 이어가며 얻은 태산의 기운을 순환하여 한곳에 폭발시키는 초식.”
“…….”
“분명 대단한 초식이지만, 연계되게 두지만 않으면 그만인 초식이지. 끝이다, 카이저.”
한 번 본 것만으로 검술의 원리를 파악하고, 대처하는 게 과연 검성다웠다.
다른 이라면 모를까, 그녀에겐 더 이상 역천기가 통하지 않을 거다.
그녀의 제공권은 절대적이었으니까.
[역천기(逆天期)] [제1 초식 시(始)를 사용합니다.]하지만 도현은 다시 걸음을 내디뎠다.
단순한 오기가 아니었다.
상대가 검성이기에 오히려 약점을 보완할 방법을 연구할 수 있을 테니까.
그녀에게 통하면 웬만한 이들에겐 다 통한다는 뜻 아니겠는가.
서걱- 휙-
스윽-
검을 휘두르고 찌르고 보법을 튼다.
더는 보법을 이어가지 못하도록 방해해도 도현은 꿋꿋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패링과 특유의 거리조절을 활용하며 어떻게든 나아갔고, 그 결과 조금씩 기운을 중첩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었다.
터벅. 푹.
하지만 결국 세 번째가 한계.
허무하게 흩어져 사라진 기운에 지칠 법도 하건만, 도현은 아랑곳 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도리어 그를 지켜보는 검성이 혀를 내둘렀다.
‘엄청난 집중력…… 저건 오기나 고집 따위가 아니다.’
분명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다.
저건 세상에 검과 자신밖에 보이지 않는 자의 눈빛이었으니까.
그래서일까. 검성의 눈에는 보였다.
슥.
도현의 자세가 조금씩 안정화되어가는 것이.
터벅.
보폭의 너비와 검을 잡은 손, 하다못해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까지.
모든 것이 더없이 완벽하게 체계가 잡혀가고 있다.
분명 흠잡을 곳이 없었는데, 다음 걸음을 걷는 순간 더 완벽한 보법이 내디뎌진다.
미세한 차이들이 모여 큰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저 괴물 같은 놈. 이 와중에 또 성장하고 있네.”
“새끼…… 또 몸이 근질거리게 하네. 끝나고 한 판 붙어야지, 안 되겠다. 뭔가 느낌이 오고 있어.”
“어휴, 하여튼 재능충 새끼들. 소시민은 억울해서 살겠나.”
이쪽 분야에 문외한이라 할 수 있는 아스트마저 감탄할 모습에 여제가 손을 우드득 풀었다.
갈색이었던 그녀의 눈이 점차 붉게 물들어간다.
당장이라도 끼어들고 싶은 기색을 온몸으로 표현하듯 여제의 몸이 흥분으로 떨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도현은 무아지경이었다.
터벅, 서걱-
휘릭.
언제부터일까?
거듭되는 실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재정비하길 반복하던 중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극복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에 집념이 반응합니다.] [내부에 잠재되어있던 집념이 발동됩니다.] [포기하지 않는 한 집념이 당신의 의지에 힘을 실어줄 것입니다.]‘집념…….’
수호자에게서 얻었던 강화된 보상.
그 후로 단 한 번도 발동되지 않았던 효과가 비로소 발동된 것이다.
동시에 기이한 감각이 느껴졌다.
뚝.
내부 깊숙한 곳에서 물방울이 떨어진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한계에 도달했던 몸에 미약한 청량감이 깃들었다.
링에서 한계에 도달한 선수가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을 때. 주먹 한 번을 내지를 수 있는 힘을 주었다고 해야 할까?
혹은 갈증에 지쳐 쓰려지기 일보 직전인 이에게 사막을 건널 수 있게 물 한 모금을 뿌려준 거에 가깝다 해야 할까?
“……!”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마지막 한 줌.
죽어라 노력해도 닿지 않을 그 한 줌이 등 뒤에서 밀어주는 기분이었다.
그것은 한계를 깨주는 한 줌.
그리고 사람은 한계를 깼을 때 성장하는 법이다.
터벅.
“네 번째 걸음……!”
줄곧 실패했던 걸음을 내딛는 것에 성공한 순간.
눈이 커진 검성이 재빨리 몸을 낮추고 파고들었다.
본능적인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적절한 판단이라 할 수 있었다.
더없이 완벽하게 내디딘 그의 걸음은, 이젠 더 이상 가볍게 검을 휘두르는 정도로는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한계를 깨고 나아가 다음 초식의 길이 열립니다.] [다음 경지의 일부를 보았습니다.] [제3 초식의 이미지가 흐릿하게나마 보입니다.]‘아. 이건……?’
이미 도현의 검술은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안개가 낀 듯 흐릿한 시야 사이로 무언가 얼핏 보였다. 그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경지였다.
그것을 머리가 파악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사아-
반쯤 초점을 잃은 눈.
힘없이 늘어진 등.
하나 그에 비례되는 섬뜩한 기운에 파고들던 검성이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타앗!
정신을 차렸을 땐 뒤로 크게 물러난 후였다.
‘……내가 왜?’
왜 물러났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본능적인 행동이었으니까. 그녀의 감이 외치고 있었다. 더 나아갔다간 위험할 거라고.
본인이 느끼고도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지금 카이저와 자신의 스펙 차이는 실력으로 뒤집을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하물며 대련도 아니고 검술 비무라면 말이 필요 없다.
‘그런데도 위험하다 느꼈다.’
뎀로크 시절 카이저와 수많은 검술 비무를 해왔지만,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각이었다.
경악스럽기 그지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의 오랜 동료가 무언가 틀을 깨고 성장하고 있다고.
‘재밌구나, 카이저.’
그에 검성은 도리어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카이저의 성장도 흥미로웠지만, 과연 어떤 검술을 보여줄지 감도 잡히지 않는 자세에 설렘마저 느껴질 지경이었다.
“나도 진심으로 임해줘야겠지.”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며 검성이 자세를 잡았다.
그녀가 만든 네 가지 시그니처 검술 중 마지막이자 비기라고 할 수 있는 검술.
힘 조절이 잘 되지 않기에 웬만하면 꺼내지 않던 그것을, 오랜만에 꺼내 들 심산이었다.
스으으-
검도 자세를 잡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녀는 하나의 검이었다.
더없이 차분하고 고요하지만, 눈이 마주치는 순간 목이 서늘해지는 감각.
마치 처형대에 목을 들이민 자를 오시하는 처형인처럼. 차갑게 내려보던 그녀가 천천히 몸을 숙이려던 찰나였다.
“그만하거라. 늙은 스승의 대련실을 다 부술 심산이냐?”
살벌한 기세를 뚫고 들려오는 묵직한 목소리.
인자하지만 힘이 담긴 목소리를 듣는 순간 검성의 눈빛이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건 도현도 마찬가지였다.
흐릿하던 눈에 초점이 잡혔고, 늘어져 있던 등이 펴졌다.
“……헐?”
“미친.”
정신을 차리자 들려온 건 여제와 아스트의 경악스런 반응이었는데, 고개를 돌린 순간 그 반응이 대번에 이해되었다.
대련실 문 앞에 서 있는 백발에 주름이 가득한 인자한 인상의 노인.
머리와 같이 희게 변한 수염을 길게 기른 노인은 도현도 익히 아는 자였으니까.
“……검황.”
칠강(七江)의 검.
대륙제일검, 검황(劍皇) 가필드 드류.
역대급 거물이 눈을 마주하며 모두를 좌시하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