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55)
제255화
255화.
묘하다.
검황(劍皇)의 첫인상을 표현하면 그리 말할 수 있었다.
검으로 대륙의 정상에 선 자라고 하기엔 너무도 인자한 얼굴과 평범한 체구.
길게 기른 수염과 몸집은 무예(武藝)보다는 서예(書藝)를 연구한 이 같으나, 굳건한 눈빛은 마치 호랑이와 같다.
소나무 안에 산군이 숨어있는 듯한 인상이었다.
‘어째 꼭 무협지에 나오는 고수 할아버지 같네.’
정파의 고수나 은거고수로 표현되는 노인들 있지 않은가.
왜 검제 녀석이 저 노인의 밑에 들어가 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저런 인상의 노인이 검술의 극한을 보여주니, 저 무협광이 안 빠질 수가 없었으리라.
한편으론 궁금하기도 했다.
‘어지간해선 제자로 들어갈 녀석이 아닐 텐데.’
설령 제자를 자청한다 해도 잠깐 며칠이나 몇 달 정도 배우고 말 놈이었다.
최소 반년이 넘어가도록 제자에 머물러있다는 건 둘 중 하나였다.
아직도 저 노인의 검술을 온전히 배우지 못했거나, 아직 배울 게 산더미거나.
뭐가 됐든 예외적인 일이었기에 흥미가 돋는다.
“야수와 같은 감각과 훌륭한 밸런스. 호오, 이것 참 뛰어난 아해로고. 옆의 녀석은…… 자질은 형편없으나 덩치처럼 폭발적인 힘을 지니고 있구나.”
흥미롭긴 검황도 마찬가지였는지, 대련실을 둘러보던 그가 여제와 아스트를 보며 중얼거렸다.
“……이거 칭찬 맞지?”
“에이, 그런 다섯 살배기 아이만도 못한 실력으로 용병을 하는 걸 보면 그 용병단도 어지간히 인재가 없나보다고, 방해되니 발이나 빨고 있으라던 찰리에 비하면 선녀지 아재.”
“…….”
“그때 삼재검법 얻었다지 않았어? 게시글 올렸더니 아재냐며 놀림만 받았잖아.”
“……치욕스러우니까 그만 꺼내줄래. 그래도 고유능력 업그레이드 뽑아서 나름 살만해.”
정작 칭찬을 받은 아스트는 떨떠름한 얼굴이었지만, 여제의 말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잊고 싶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때아닌 폭로전에 찰리는 눈을 끔뻑일 수밖에 없었다.
-……? 제가 말입니까?
정작 그 대상인 찰리는 금시초문이었기 때문이다.
-찰리…… 무서운 사람이구나.
-리자리자…….
-……기억이 안 나지만, 정식으로 사죄드리겠습니다.
“부정은 안 하는구나…….”
-아, 아닙니다.
-리자리자…….
모르쇠하며 헛기침을 하는 찰리와 그로 인해 더 슬퍼진 아스트를 토닥여주는 엘리자.
꽁트를 찍는 그들을 바라보던 검황의 눈에 이채가 띤 건 그때였다.
“……마물이로군? 것도 꽤나 오래 산. 이질적인 기운을 타고난 두 마물과 기사를 데리고 다니는 청년이라…… 흥미롭구나.”
놀랍다는 듯 찰리와 지하드, 엘리자를 보는 시선은 마지막으로 도현을 향해있었다.
인자하게 웃는 주름진 눈가.
그 안에 깃든 호랑이와 같은 눈이 도현과 검성을 번갈아 보더니 살풋 찌푸려졌다.
그에 도현이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뭐지? 이 못마땅해하는 장인어른을 뵙는 듯한 느낌은?’
왠지 모르지만, 자신의 존재를 탐탁지 않아 하는 것 같다.
가면을 쓴 도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쯧 혀를 차는 검황.
“어디서 굴러온 놈팡이인지 낯짝이나 좀 보고 싶었더니…… 그 칙칙한 가면은 계속 쓰고 있을 게냐?”
“아.”
뒤늦게 가면을 계속 쓰고 있는 것을 자각한 도현이 다급히 가면을 벗었다.
그러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동료들이었다.
“오, 뭐야. 생각보다 멀쩡하게 생겼네?”
“과연. 뎀로크 때랑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군.”
“지금이 더 나은데? 좀 다르기도 하고. 너희가 너무 충격적으로 변신해서 그런 거 아니냐?”
“그런가?”
쑥덕거리는 동료들의 모습에 검황이 못마땅한 침음을 내었다.
“그래서 제자야. 이 놈팡…… 아니, 이 젊은이가 네가 자주 언급하며 웃었던 자느냐. 타이밍인지 심리전인지의 천재니 하며 평가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예, 스승님.”
과거가 떠오른 듯 은은한 미소를 짓는 검성의 모습에, 검황의 눈썹이 꿈틀거린 듯한 건 기분 탓일까?
‘……언급이랑 웃었던에 악센트가 들어간 것 같은데?’
가면을 벗으라 할 때 말투도 그렇고, 왠지 찝찝한 기분에 도현이 마른침을 삼킬 때.
이젠 대놓고 불신의 눈이 된 검황이 툭 내뱉듯 물었다.
“그래, 그렇다면 사자왕의 시험을 끝낸 것도 네놈이겠구나.”
“……그렇습니다.”
“놀라운 일이구나. 비록 당시에는 경지의 초입이라 지금과 차이가 크기야 하다만 사자왕은 나조차 쉽지 않았는데 말이야.”
“사자왕 말입니까?”
“마지막 시험이 사자왕과의 생사결 아니더냐.”
검황의 말에 도현이 눈을 끔뻑였다.
금시초문이었다.
기존의 히든 피스와 다른 루트를 진행했다곤 해도, 이터널 나이트와 싸우는 정도일 텐데 사자왕이라니?
‘아.’
그 순간, 퍼뜩 떠오른 생각에 도현이 탄성을 흘렸다.
사자왕의 시험이 도전자의 수준에 맞춰 진행된다는 사실이 떠오른 것이다.
아마 검황의 수준이 너무 높은 나머지 사자왕이 직접 등판한 모양이었다.
그때도 사자왕과 엇비슷한 실력이었다는 건데…… 그렇다면 현 검황의 실력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궁금한 건 도현만이 아니었는지, 검황이 불쑥 물었다.
“아무래도 네놈은 나와 다른 시험이었나 보구나. 어떤 시험이었느냐.”
“……사자왕의 오랜 친우이자 스승이었던 자의 이터널 나이트의 검격을 받아내는 것이었습니다.”
“호오?”
처음으로 도현을 바라보는 검황의 눈빛이 변했다.
“비록 걸어 다니는 시체에 불과하나 그 사자왕의 스승에게 당당히 합격을 받아냈다라…….”
못마땅한 기색은 사라지고,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리던 검황이 검집에 손을 얹은 것도 그때였다.
“궁금하구나. 그자와 내 검 중 누가 우위일지.”
“……?”
“한 번 받아보겠느냐. 죽지 않을 정도로만 하마.”
“예?”
[돌발 퀘스트, ‘검황(劍皇)의 호기심’이 발생합니다.] [검황의 검격을 받아내어 검황(劍皇)의 인정을 받아내십시오.] [성공 시 타이틀 ‘검황(劍皇)의 인정을 받은 자’, ‘검황(劍皇)의 선물’을 획득합니다.] [실패 시 검황(劍皇)의 호감도가 대폭 내려갑니다.]‘……뭐?’
지금 뭘 받아내라고?
갑작스런 돌발 퀘스트에 멍해진 사이 검황이 검집에서 검을 뽑기 시작했다.
파아아-!
그러자 기류가 달라졌다.
그저 검을 뽑아내는 일련의 과정.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한 동작일 뿐인데 신경이 곤두서고 시선이 집중된다.
마치 슬로모션처럼 보이는 세상 속에서 검황의 모습 하나하나가 세세하게 보였다.
작게 내뱉는 숨결, 흔들림 없는 손과 얼굴.
그 안에 담긴 검술의 묘리까지.
‘……소나무.’
잊혀진 왕이 검에 설산 위의 눈보라를 담았다면 검황은 숲의 소나무였다.
소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듯한 착각이 일기도 잠시.
곧 산의 정상에 서서 세상을 오시하는 호랑이의 그것과 같은 눈이 번뜩인 순간.
“미친.”
도현이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으며 자세를 잡았다.
거대한 산이 앞에 있었다. 마치 거대한 산이 자신을 짓뭉개려 다가오는 듯한 기분.
자연 앞에 보잘것없음을 깨달은 인간과 같은 경건함마저 들 지경.
두 발이 못처럼 지면에 고정되어 떨어지질 않는다.
[역천기(逆天期)] [제1 초식 시(始)를 사용합니다.]애써 한 발짝 나아가보지만, 그런 도현을 반긴 건 도리어 더 가까워진 거대한 재해였다.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저건 제2 초식으로 깨트릴 수 없다고.
[더없이 높은 경지의 검격과 조우하였습니다.] [현재의 경지로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시스템조차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도망도 치지 못한다.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가만히 죽음을 기다리는 것뿐.
빠득.
‘웃기는 소리.’
하지만 도현은 이를 악물며 한 걸음 나아갔다.
불가능한 일이라며 순순히 받아들이는 건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의지를 불태워줄 힘이 도현에겐 있었다.
[극복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에 집념이 반응합니다.] [내부에 잠재되어있던 집념이 발동됩니다.] [포기하지 않는 한 집념이 당신의 의지에 힘을 실어줄 것입니다.]미약한 한 줌의 기운이 도현이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이러할까.
보잘것없이 작은 굳건한 기운을 담고, 한없이 거대한 산을 향해 뛰어들자 놀랍게도 기적이 일어났다.
[한계를 깨고 나아가 다음 초식의 길이 열립니다.] [다음 경지의 너머를 보았습니다.] [제3 초식의 이미지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입니다.]흐릿한 시야 속 언뜻 드러난 건 하늘이었다.
드높은 하늘 위에 떠 있는 태양. 그 태양에 반사된 숲이 번성하고, 바다가 크게 출렁인다. 숲의 짐승이 목을 축이고, 거대한 물고기가 그런 짐승을 잡아먹는다.
그 모든 변화에는 하늘이 있었다.
사아-
이를 자각한 순간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저 거대한 재해와도 같은 검격에 대항하지 않고, 그저 포용하듯 녹아 들어간다.
콰아아앙!
하나 아쉽게도 그게 끝이었다.
녹아 들어가던 기운은 끝내 한계에 다다랐고, 결국 거대한 쓰나미가 되어 휩쓸려가고 말았으니까.
검황의 검이 온전히 내리그어지자, 슬로모션처럼 지나가던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오며 엄청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
“커헉.”
동시에 도현의 몸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처박힌 벽이 깨지다 못해 움푹 파였고, 피를 토한 도현이 이내 힘없이 늘어졌다.
검황을 시작으로 대련실 전체에 거미줄처럼 퍼져나간 균열은, 끝내 도현에 달해서 가장 큰 크레이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주, 주인 괜찮아!?
-리, 리자!!
-주군! 감히 주군을……!
깜짝 놀란 지하드와 눈이 뒤집힌 찰리가 검을 꺼내려던 찰나.
여제가 손을 뻗어 이를 제지했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슬쩍 턱짓하며 툭 내뱉듯 말했다.
“저길 봐.”
-……아.
잠자코 그녀의 말대로 도현이 있는 곳을 바라보던 찰리의 눈이 커지더니 이내 검을 잡던 손을 놓고 허리를 폈다.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검황의 목소리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놀랍구나. 조절했다곤 하나, 이토록 완벽하게 받아내다니.”
“……이게 완벽한 거로 보입니까?”
“내 눈에는 그리 보인다만. 사지 멀쩡하고, 기절하지도 않지 않았느냐.”
그리 말하는 검황은 진심이었다.
방금의 검격은 사실 반죽음을 만들 생각으로 한 일격이었으니까. 그리고 일격을 가한 순간 검황은 느꼈다.
‘저 놈팡이 놈…….’
분명 막아내는 걸 넘어 반격하려 했다.
그러다 경지가 부족한 걸 직감하고, 안 된다 싶으니 검격을 흘려보내는 노련함까지.
‘허……. 요망한 놈이로고. 천둥벌거숭이처럼 굴더니, 쌈박질은 뱀처럼 하는구나.’
하나 그리 중얼거리는 검황의 입가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어찌하여 제자 녀석이 그리 입이 닳도록 칭찬했는지 알 것 같았던 것이다.
“네놈을 인정해주마.”
“……?”
“하나 명심해라. 가까이 있는 것을 인정한 것뿐이니. 더욱 정진해야만 할 것이야.”
인심 썼다는 듯 말하면서도 옅은 경계심을 품은 목소리에 도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까부터 뭔 소리야 저 영감은?’
아까부터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소리뿐이었다.
적당히 한 귀로 흘려들으며 끙, 몸을 일으킨 도현은 눈앞에 뜬 메시지를 보자 뚱한 표정이 되었다.
[온전한 패링에 실패합니다.] [공격을 완전히 흘려내지 못하여 데미지를 입습니다.]‘마지막에 급하게 패링을 섞지 않았으면 못 막았어.’
검황은 막아냈다 인정했지만, 이러고도 생명력이 반이나 깎였는데 이걸 막았다고 해도 될까?
그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너무 아쉬웠다.
‘얼핏 보였던 그 초식. 그것만 완전히 발휘했더라면…… 스읍, 감이 잡힐 것도 같은데 찍먹만 하고 만 느낌이라 영 찝찝하네.’
일부나마 받아들였을 때 지금까지와는 수준이 다른 경지가 발휘되었다.
그렇다면 온전히 받아들였을 땐 어떤 힘을 발휘할까?
어쩌면 지금의 검격조차 막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막아내는 걸 넘어 그 이상을 볼 수 있을지도…….
‘이게 겨우 전설급 시그니처 검술이라…… 확실히 평범한 전설급은 아닌 건 분명해.’
이 정도면 일반적인 전설 시그니처 검술의 성능을 초월했다.
모든 초식을 개방하고 온전한 모습을 갖춘 역천기는 어떨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릴 지경.
어쩌면 검성에게 검술로 한 방 먹여줄 날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설레하고 있을 때였다.
띠링-
[돌발 퀘스트, 검황(劍皇)의 호기심을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타이틀 ‘검황(劍皇)의 인정을 받은 자’, ‘검황(劍皇)의 선물’을 획득합니다.] [타이틀, 시작부터 호감도 맥스?의 효과로 호감도 상승도가 증가합니다.] [검황(劍皇)의 호감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타이틀 효과를 받았는데도 미세하게 상승한 건 뭐야? 원래는 어느 정도로 늘었다는 건데?’
절로 헛웃음이 나왔지만, 달콤한 보상들이 있었기에 괜찮았다.
이름만 봐도 평범하지 않은 것들이었으니까.
특히 저 마지막 검황(劍皇)의 선물이 가장 궁금했다.
‘어디 그럼 보상 좀 확인해볼까.’
씨익 웃은 도현이 정보를 열람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