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59)
제259화
259화.
“짐의 제국은 사도들의 일에 크게 간섭하거나 신경 쓰지 않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가?”
무겁게 내려앉은 목소리가 알현실에 작게 메아리쳤다.
도현은 섣불리 답하지 않았다.
바하룬도 대답을 원한 건 아니었는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갈 뿐이었다.
“사도들이 무슨 짓을 해도 우리 제국에 위협을 주지 못할 걸 확신하기 때문이야.”
“…….”
일렁이는 바하룬의 눈에선 확신을 넘은 무언가가 느껴졌다.
유저의 수만 해도 10억에 달하고, 제국에 있는 이만 억이 넘어가는 걸 생각하면 실로 오만하기 짝이 없는 모습.
하지만 이 말을 들은 게 도현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하더라도 저 말에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일말의 과장도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사실을 말하는 걸 누가 감히 오만하다 평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잊혀진 무덤만큼은 다르다. 우리로선 감히 주시하지 않을 수가 없는 곳이니. 사도들이 실패한다면 우리가 직접 나서서 샅샅이 살펴볼 심산이었지.”
그런 무서울 것 하나 없는 황제가 처음으로 사도의 일에 경계심을 품고 있었다.
‘대체 왜?’
잊혀진 무덤의 난이도가 그만큼 높아서?
사도들이 실패하여 참사가 제국에 재현되면 큰일이 날까 우려되어?
‘아니, 겨우 그런 이유일 리가 없지.’
지금의 유저들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웠지만, 제국이라면 큰 어려움 없이 해냈을 거다.
설령 본 대륙에 참사가 일어났어도 마찬가지.
일반인의 희생은 있었겠지만, 며칠도 안 되어 뿌리까지 뽑아냈으리라.
“어찌 주시하지 않을 수 있겠나.”
그럼에도 제국이, 나아가 오만한 황제가 주시한 이유.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난 불허(不許)의 미궁. 점점 불길한 기운이 거세지는 그 불쾌한 미궁과 놀랍도록 흡사한 파장을 풍기는 무덤을 말이다.”
“……!”
그건 잊혀진 무덤이 제국의 오랜 골칫거리와 완전히 같은 기운을 뿜어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충격적인 사실에 황제의 말을 잠시 곱씹던 도현이 멈칫했다.
잊혀진 무덤과 같은 기운이라면 한 가지뿐이었다.
‘……심연.’
모든 게 미지로 가득한 존재들.
그들이 저 미궁에 있는 것이 확실했다.
심연이 있다는 건 메인 퀘스트와 직결될 확률이 무척 높다는 뜻.
하필 지금 이 얘기가 나온 건 우연이 아니었다.
“줄곧 미궁을 조사하고 싶었으나 미궁 스스로가 우리의 출입을 허가하지 않더군. 그렇다고 사도를 믿기엔 영 찜찜하고…….”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괜히 잘못 건드려서 탈이 날 수도 있다는 신하들의 말에 조심하고 있던 상황.
하나 잊혀진 무덤과 연관이 있는 게 밝혀진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잊혀진 무덤을 한 번 정복해본 그대라면 미궁과 무덤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알 수 있을 거라 믿네. 하여 그대에게 미궁의 조사를 맡기고자 하는 바이니…….”
“…….”
“카이저여. 짐의 의뢰를 들어줄 수 있겠는가?”
띠링-
[퀘스트, ‘불허(不許)의 미궁 조사’가 발생합니다.] [불허(不許)의 미궁 조사]-등급 : 영웅
-설명 : 어느 날 제국에 돌연 나타난 불허(不許)의 미궁.
자국민들의 출입을 허가하지 않는 특이한 미궁이나, 사도의 출입은 허가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하여 황제 ‘바하룬 드 아르니스’가 당신에게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내기를 원한다.
그의 의뢰를 받아 미궁을 조사해보자.
-불허(不許)의 미궁 조사 (0 / 1)
-클리어 시 보상 : 연계 퀘스트 발생, 3,000골드, 일정량의 경험치
-실패 시 리스크 : 연계 퀘스트 삭제 및 황제의 호감도 하락.
-제한 시간 : 120시간
황제의 말을 끝으로 나타난 퀘스트를 보며 도현은 씨익 웃었다
“물론입니다, 폐하. 샅샅이 조사해오도록 하겠습니다.”
유저 최초로 메인 퀘스트와 연관되어 있을 미궁을 살펴볼 기회를 거절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 * *
알현실을 뒤로하고 황성을 빠져나온 도현은 어딘가 찝찝한 얼굴이었다.
-응? 뭐야, 주인. 방금까지 좋아하던 거 아니었어?
-리자리자.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 다른 모습에 의아해하는 지하드와 엘리자.
그에 도현은 피식 웃어 보였다.
둘의 말처럼 분명 퀘스트를 받을 때까지는 좋았다.
월드 퀘스트의 공략 랭킹 1위인 자신에게만 독점으로 주어진 기회가 마침 심연과 연관된 퀘스트였으니까.
‘거기까진 좋은데…… 결국 황실이 내통하고 있는지는 못 알아냈네.’
그뿐이랴.
2황자와 황제의 몸이 그토록 붉었던 이유도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사실상 알아낸 게 전무한 상황.
그게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뭐 기회는 이번만 있는 게 아니니까.’
퀘스트를 진행하는 동안 황성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제한 시간도 무려 120시간으로 넉넉한 시간.
이런 상황에 조급함은 오히려 독이다.
시간은 있으니 천천히 알아가는 게 옳은 판단이었다.
‘1황자를 만나보면 뭐라도 알 수 있겠지.’
지금은 타 도시로 떠난 상태라 못 만났지만, 곧 돌아온다 하니 그때를 고대하기로 했다.
1황자는 현 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니까.
-훌륭하신 판단입니다, 주군. 급하게 움직여선 될 일도 안 되는 법이지요. 지금은 눈앞의 일에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흡족해하는 찰리의 곁에서 지하드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럼 바로 미궁부터 가는 거야?
-리자?
“아니.”
미궁이 궁금한지 초롱초롱하게 눈을 반짝이는 엘리자에게는 미안하지만,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눈에 띄게 시무룩해지는 엘리자.
“너무 풀 죽지 마, 엘리자. 가긴 갈 거니까. 조사하기 전에 먼저 들릴 곳이 있을 뿐이야.”
-……리자?
-들릴 곳? 아, 그 동료들 만나는 거야?
“……내가 들린다 하면 떠오르는 게 동료들뿐이냐?”
-케헴, 주인 친구 없긴 하잖아.
오랜만에 꿀밤이 마려웠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
텅 빈 친구목록은 이제 겨우 세 칸이 채워져 있었으니까.
-아스트
-수련
-눈깔착하게
‘아재는 뭔 회의가 있다 했고, 저년은 다시 수련하러 떠난다 했나. 폭포수 맞으면서 명상하고 있겠네.’
심지어 그중 여제의 이름에는 초록불이 들어와 있지 않았다.
밤낮이 꼬여있는 그녀의 특성상 아직 꿈나라에 있는 것이리라.
‘저 닉네임들은 지금 봐도 어이가 없네.’
어제 접속이 해제되기 전, 두 사람과 친구를 맺었을 때 느낀 황당함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스트라는 멀쩡한 닉네임으로 플레이 중인 보라아재와 달리, 두 사람은 닉네임부터가 범상치 않았던 것이다.
“……눈깔착하게? 너 닉네임 왜 그따구냐?”
“이렇게 흥행할 줄 몰라서 대충 지었지. 그리고 뭐, 눈 착하게 뜨면 좋잖아? 안 패도 되고.”
“…….”
그리 말하며 사납게 웃는 여제는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납득할 수 있었다.
미친년이 미친 짓을 했다는데 이상할 건 없었으니까.
가장 황당한 건 검제 녀석이었다.
‘수련에 정진하고자 하는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수련이라니 뭔……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가만 보면 저 새끼가 더 미친놈이라니까.’
꾸꾸가 대놓고 도른자라면 검제는 은근히 돌아버린 년이랄까.
한 번씩 남다른 정신세계를 가진 녀석이었다.
매번 상극이라며 싸우지만, 알고 보면 동족 혐오가 아니었을까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저러니 사람들이 닉네임으로 안 부르고 별칭으로만 부르지…….’
시스템이 인정한 공식적인 별호가 있는 이들은 닉네임 대신 별호를 쓸 수 있는 탓도 있었다.
보통 공식 랭킹에도 닉네임이 아닌 별호를 등록하는 이들이 많았으니까.
검성과 여제도 그런 경우였고.
아마 지금에 와서는 정말로 닉네임이 여제와 검성인 줄 아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당장 나만 해도 그랬으니까.’
피식 웃고 있자니 지하드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 주인 동료들인지 알 거 같아. 응.
-리자리자…….
“? 무슨 뜻이냐? 나만큼 정상적인 사람이 어디 있다고.”
-어…… 인간이 쓰는 정상이랑, 내가 아는 정상이 뜻이 다른가?
“오랜만에 맞고 싶다고…… 음?”
정의의 꿀밤을 꺼내며 살갑게 웃어주었을 땐 이미 찰리의 뒤에 숨은 지하드였다.
저 정도면 무릎반사 급 반사신경이다.
이 정돈 되어야 전투가 펼쳐져도 안전하게 잘 도망 다니는 건가?
황당함에 헛웃음을 지은 도현이 주먹을 내려놓았다.
“잡담 그만하고, 이제 가자.”
-응, 주인!
그러자 지하드가 냉큼 나와 뒤를 따랐고, 그 뒤를 찰리와 엘리자가 따라왔다.
-그런데 어디 가는 거야 우리?
-음, 저도 궁금하군요.
두 녀석의 물음에 도현은 짤막하게 답했다.
“힘들게 얻었으니 써먹어 봐야지.”
그런 도현의 손아귀에 쥐어진 철패가 햇빛에 반사되어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 * *
깡! 까앙!
후끈하게 달아오른 열기에 후덥지근한 공기.
철과 철이 부딪히며 명쾌하게 울려 퍼지는 쇳소리.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힘든 기색 하나 없는 장인들까지.
-과연…… 가시는 곳이 이곳이었군요.
“죽을 고비 넘기고 얻은 건데 안 오면 배 아파서 안 되지.”
이곳은 대장장이 공방이었다.
NPC들은 물론 많은 유저들이 이용하는 게 공방이지만, 이곳은 평범한 공방이 아니었다.
-음! 하나같이 실력 있는 장인들 같습니다. 좋은 방어구를 얻을 수 있겠군요.
전(前) 기사단장이었던 만큼 장비에 까다로운 찰리가 눈대중으로 본 것만으로 실력을 인정할 정도로 뛰어난 대장장이들이 즐비한 곳.
아르니스 제국에서 가장 실력 있는 공방을 꼽으면 늘 한 손에 꼽히는 곳.
검황(劍皇), 가필드 드류가 애용하다 못해 전속계약을 맺은 유일한 공방.
[아르게틀람 대공방]‘여기가 그렇게 장비를 잘 만든다지?’
제작에도 여러 분야가 있다.
무기, 방어구, 악세사리 같은 큰 분류 안에서도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끝도 없이 많은 게 제작의 세계였으니까.
‘적어도 근접 무기와 방어구만큼은 아르게틀람 대공방이 최고로 꼽힌다고 들었어.’
그중 제국의 3대 제작 공방 중에서 근접 장비를 담당하는 곳이 바로 아르게틀람 대공방이었다.
괜히 검황(劍皇)이 전속계약을 맺은 게 아닌 것이다.
그런 만큼 예약제로 돌아가며, 너무 많은 예약이 밀려 무기 하나 구하려면 수개월이 소요될 정도였다.
‘그마저도 유저의 수준이 부족하면 장비를 만들어주지 않는다지.’
그렇기에 아르게틀람 공방은 유저들 사이에서 일종의 보증수표와도 같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곳의 장비를 들고 다닐 정도면 능력을 입증한 거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까앙-
일정하게 울려 퍼지던 쇳소리가 멈춘 건 그때였다.
무기를 완성했는지 그제야 고개를 든 대장장이 한 명이 도현을 발견하곤 주름진 눈매를 좁혔다.
“흠? 뭐냐, 네놈은. 누가 온다는 말은 없었는데? 어이, 예약 명단 제대로 확인해봤어?”
“예! 다음 손님은 제브란 님으로 2시간 후 방문으로 잡혀있습니다.”
“이봐, 젊은이. 그쪽 이름이 제브란이야?”
“뭐야? 누가 왔어?”
“흐음, 이상한걸. 내가 기억하기로 저놈은 제브란이 아닌데.”
“아, 형씨가 예약받았었나? 그걸 용케 기억하네그려.”
“그 손님은 여자였으니 당연하지 않나.”
참으로 반전인 성별이었으나 지금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예약된 손님이 아니란 걸 자각한 대장장이들의 분위기가 험악해진 것이다.
제작을 멈추고 다가오는 그들의 근육이 꿈틀거렸다.
키는 작아도 하나같이 덩치가 크고 근육질이라 그런지, 저러고 있으니 깡패처럼 보일 지경이다.
그뿐이랴.
“……건방진 손님이 있나 보군요.”
뒤편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기사의 기세가 범상치 않다.
도현도 아는 얼굴이었다.
커뮤니티에서 재미로 제국의 강자를 꼽는 토너먼트를 할 때마다 저 얼굴을 봤었으니까.
‘질풍의 기사 드란이었나? 100위 안에 드는 강자였던 거 같은데.’
제국에서 100위면 엄청난 강자였다.
10대 길드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고 평가받는 게 Top 100의 강자들이었으니까.
괜히 잘못 얽힐 필요는 없기에 재빨리 철패를 보여주려 할 때였다.
“이게 무슨 소란인가.”
힘이 담긴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흉악한 기세를 몰아내며 대장장이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건 한 노인이었다.
“대장장이라면서 이런 사소한 일에 이리들 소란인 겐가. 제작에만 몰두하기 위해 드란 경이 힘을 써주고 있거늘 이 무슨 추태…… 잉?”
“……어?”
한데 그 노인의 낯이 익었다.
그건 도현만이 아닌지 꾸중을 하던 노인도 도현과 눈이 마주치더니 묘한 눈빛이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어!?”
“자네는!?”
거의 동시에 두 사람의 눈이 커졌다.
커진 눈망울 사이로 반가움이 깃들었다.
“아이손 님?”
“자네는 카이저 아닌가! 드디어 나의 제자가 될 마음을 굳힌 겐가?”
도현에게 강화전에서 패배한 르온을 파문하고, 제자로 도현을 탐내고 있던 장인 중의 장인이라 불리는 위대한 대장장이.
아이손과 뜻밖의 재회를 하게 된 순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