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60)
제260화
260화.
아이손의 격한 환영 덕(?)이라 해야 할까.
도현을 바라보는 대장장이들의 시선에는 더 이상 경계심이 서려 있지 않았다. 호기심과 흥미로움이 그 자리를 대신해주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이 젊은이가 아이손 님이 말씀하신 그 인재란 말이지?”
“허어, 망치를 잡아본 손은 아닌데…….”
“자네 지금 아이손 님의 안목을 의심하는가? 다른 건 몰라도 안목 하나는 확실한 분 아닌가.”
“수상하게 가면이나 쓰고 다니니 의심하지, 에잉!”
“몇 날 며칠을 아쉬워하던지…… 내내 궁금했는데 이렇게 보게 되니 신기하구먼.”
제자 자리를 거절했을 때, 상당히 아쉬워 보이긴 했다만 생각 이상으로 소문을 많이 퍼트렸던 모양이다.
아주 동물원 원숭이 보듯 우르르 몰려와 하나하나 뜯어보며 쑥덕거리는 걸 보면.
“흐음.”
드란마저 멀찍이서 관심이 없다는 듯 벽에 기대고 있긴 했지만, 힐끔거리며 흥미를 보이고 있을 정도였다.
풍기는 기세가 무인으로 느껴지는데 대장장이에 뛰어난 재능이 있다니 신기했던 것.
그리고 신기한 건 도현도 마찬가지였다. 직접 만나본 드란은 듣던 것 이상이었다.
‘저게 100위권 끝자락에 드는 강자라…… 아까 살짝 드러냈던 기세만 봐도 보통이 아니었는데.’
‘음. 무덤에서 봤던 뛰어난 사도들을 상회하는 힘이었습니다.’
‘웬만한 하이 랭커보단 강할 거야. 10대 길드급 정도는 와야 이길걸?’
‘……여기 무서운 곳이구나, 주인.’
‘리자리자.’
겨우 100위권 끝자락이 저 정도면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70위권, 30위권은 어떨지 상상도 안 된다.
심지어 이건 칠강(七江)을 제외한 공식적인 순위일 뿐.
제국에는 마탑의 장로와 같은 은거고수도 많았으며, 또 어떤 괴물이 숨어있을지 모른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반면 이쪽은 10대 길드와 랭커들 사이의 격차가 엄청나니…… 적어도 몇 년은 제국의 세력을 뛰어넘을 리 없겠지.’
괜히 날고 기는 유저들이 제국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할 때였다.
“다들 할 일도 없으면 말을 하지 그러나. 옆방에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말이야. 정 뭣하면 내 일을 좀 도와주는 것도 좋을 것 같네만.”
“허허, 강화는 아이손 님만 한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농담도 참…….”
한 대장장이가 갸우뚱한 반응을 보이자, 옆에 있던 동료 대장장이가 핀잔을 주었다.
“예끼, 이 눈치 없는 친구야. 자기가 침 발라놨으니 그만 찝쩍대고 좀 가라는 소리지 않나.”
“아, 그런 거야?”
“자네는 그놈의 눈치가 문제일세. 그러니 매번 아내한테 바가지나 긁히지…… 이번에도 결혼기념일에 깜짝 선물이라며 친정에 데리고 갔다가 한 달을 긁히지 않았나.”
“아니, 그 얘기가 왜 나오는가? 그리고 그게 왜 문제인지 아직도 이해가…….”
“됐으니까 그만 떠들고 일단 가세.”
구시렁거리면서도 눈치껏 대장장이들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밀린 작업을 하러 가거나 적당히 휴식 시간을 가지러 갔고, 드란도 슬쩍 쳐다보다 고개를 돌려주었다.
“이제야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겠구만. 그래서 자네, 이곳까진 어쩐 일인가! 내가 기대하는 게 맞는 건가?”
“아, 그건 아닙니다.”
“아…… 하면 왜?”
대놓고 입맛을 다시며 아쉬워하는 아이손에게 손에 든 걸 건네주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 이건 칠강(七江)의 검패가 아닌가!”
“……뭣이?”
“검패라고!? 검황의 은패를 왜 저 청년이?”
그에 아닌 척하면서도 귀를 기울이던 대장장이들이 벌떡 들고 일어섰다.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진 장내.
미어캣처럼 고개를 들고 이쪽을 바라보는 눈이 어서 말해보라고 재촉하는 듯했다. 미어캣이라기엔 지나치게 근육질이긴 했지만.
“검황께서 방어구 좀 바꾸라며 주셨습니다. 이게 있으면 훌륭한 방어구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하시던데요.”
“그런 거라면 참으로 잘 찾아왔네만…… 허어, 검황께서 은패를 준 적은 거의 없는데 신기한 일이로군.”
도현의 답에 웅성거림이 커졌다.
검황이 누군가에게 은패를 준 적은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그게 사도라면 거의 전무하다 봐도 무방할 정도.
“저자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자인가?”
“한데 아이손 님이 명장이 될 재목이라지 않았던가? 검황께서 은패를 주었다는 건 뛰어난 자질을 갖춘 무인이란 소리인데.”
“드란 경, 자네 생각은 어떤가? 자네도 검황께 은패를 받았던 적이 있지 않나.”
예외적인 상황에 떠들썩하던 찰나, 한 대장장이의 말에 순간 실내가 조용해졌다.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대뜸 이목이 쏠리게 된 드란은 뜸을 들이다 답했다.
“……제가 보았던 검황님이 은패를 하사하는 경우는 오직 한 가지 경우였습니다.”
“그게 뭔가?”
“검황님을 ‘검’으로 만족시키는 것.”
그게 현재의 강함이든, 앞으로의 자질이든.
무언가는 보여야 한다며 말을 끝낸 드란은 이젠 아예 대놓고 호기심을 보이고 있었다. 여태까지와 달리 한 번 겨뤄보고 싶어 하는 눈빛.
도현을 보는 대장장이들의 시선도 전과는 달라졌다.
‘아이손 님이 탐낼 정도의 대장장이 재능에 검황님을 만족시킨 검이라…….’
‘허어, 누가 이딴 소리를 했으면 개소리하지 말라고 욕을 박았을 터인데.’
‘증거가 떡하니 있으니 참…… 믿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아트람 님이 아시면 흥미로워하실 것 같군.’
단순히 탐나는 인재를 보던 눈이, 이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을 바라보는 듯했다.
그에 아이손도 더는 욕심을 표하지 않고 진중한 얼굴로 임했다.
“자네, 내 생각보다 더 뛰어난 인재였군 그래.”
“……과찬이십니다.”
“겸손이 지나치네. 검황님이 인정하셨다면 더는 인재 수준이 아니니까. 그래, 검황께서 자네의 방어구를 만들라 했다고?”
은패를 받아들며 꼼꼼히 살피던 아이손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몰라 확인해봤네만 역시 진품이 맞군. 그럼 언제 시험을 치르겠나?”
“시험이요?”
갑자기 웬 시험?
물음표가 떠오른 도현의 반응에 아이손이 고개를 모로 틀었다.
“음? 설명을 못 들은 겐가?”
“……예.”
“허…… 하기야 검황님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럴 법도 하군.”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이 된 아이손의 입가가 꼬이듯 올라갔다.
“따라와 보게. 신비한 경험이 될 테니.”
“……?”
진한 확신이 담긴 미소였다.
* * *
아이손을 따라 도착한 곳은 복도 끝 깊숙한 곳에 숨겨진 방이었다.
‘……아무것도 없는데?’
텅 빈 공간.
특이한 건 강화유리로 보이는 유리 사이로 두 개의 방으로 분리되어있고, 그곳에 이상한 스위치 같은 게 있다는 것이었다.
하나 마나에 민감한 지하드와 엘리자의 눈엔 다르게 보였던 걸까.
-……이게 뭐야? 저렇게 순도 높은 마나가 느껴져?
-리자리자.
-음,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만.
적잖이 감탄하는 둘을 보며 의아함을 품을 때.
곁으로 다가온 아이손이 자랑스레 말했다.
“아무것도 없는데 뭘 보라고 데리고 왔나 하는 얼굴이군 그래.”
“……아닙니다.”
“허허, 아니긴 무얼.”
뜨끔한 도현이 반 박자 늦게 답하자 아이손이 나이에 맞지 않게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대뜸 유리창 너머로 넘어가더니, 네모난 상자 같은 곳에 손을 넣었다.
스위치가 있는 곳이었다.
[‘철의 증명’이 대상의 신체 능력 및 마나를 확인합니다.] [‘철의 증명’이 대상의 자질을 확인합니다.] [‘철의 증명’이 대상의 가능성을 확인합니다.]그러자 갑작스레 뜬 메시지와 함께 주변이 요동치더니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작은 네모칸에 불과했던 것이 손을 타고 어깨로 퍼져나가더니 이내 몸 전체를 뒤덮은 것이다.
어느새 아이손의 두 눈밖에 보이지 않을 그때.
은색이 서린 회색빛이 유리창 너머 공간 전체를 뒤덮는다 싶더니 아이손의 두 눈이 번뜩였다.
[확인을 끝냈습니다.] [위 정보를 토대로 대상에게 가장 적합한 무구의 재료가 될 광물을 선별합니다.] [저장된 광물이 확인됩니다.] [‘철의 증명’이 ‘강철’과 ‘은’을 내뱉습니다.]동시에 나타난 메시지.
그걸 끝으로 요란스런 현상이 끝이 났다.
언제 몸을 덮었냐는 듯 스르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 상자는, 메시지의 내용대로 강철과 은을 뱉고는 미동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이게 무슨…….”
-와…….
-리, 리자…….
그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놓치지 않고 목격하게 된 도현과 가디언들이 입을 벌리며 감탄했다.
양손에 강철과 은을 들고나온 아이손은 자랑스런 얼굴이었다.
“전(前)대 하얀 마탑주님의 걸작을 본 소감이 어떤가. 신체 능력과 가능성을 분석해 본인조차 모르고 있는 자질까지 감안하여 가장 적합한 광물을 추천해주는 마도공학의 산물이네. 이제 와선 다시는 만들 수 없는 것이지.”
“……놀랐습니다.”
“자네에게 가장 잘 맞는 광물을 토대로, 자네의 신체조건을 분석하여 맞춤 방어구를 제작해줄 걸세.”
놀란 정도가 아니었다.
가장 알맞은 광물을 토대로, 제국에서도 정점으로 꼽히는 장인들이 제작한다?
이건 결코 실패할 수가 없는, 이론적으로 더없이 완벽한 맞춤제작 무구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니까.
‘진짜 미쳤네.’
과연 아이손이 그리 호언장담할 법도 했다.
아르게틀람 공방은 예시 목록에 있는 무구 중 하나를 골라서 주문하면 만들어줄 뿐이다.
이렇게 한 사람만을 위한 맞춤 방어구를 제작해주는 경우는 없었다.
‘……주군, 이건 말도 안 되는 혜택입니다. 놓쳐서는 안 될 기회입니다.’
‘리자리자.’
‘이런 경우가 원래 흔해 주인?’
‘아니, 아마 유저 중에는 검성 녀석이랑 멸살, 슬레이어 정도밖에 없을걸. 나도 잘은 모르겠다.’
공식적으로 은색 검패를 받았다고 알려진 유저는 저 세 명뿐.
그들이 엄청난 보상을 얻었다곤 들었는데, 설마하니 이 정도 혜택이었을 줄이야.
“자네의 놀란 얼굴을 보니 면이 사는 구만 그래.”
뿌듯하게 어깨를 펴던 아이손이 비밀 얘기를 하듯 작아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곳에 있기야 하지만, 명백히 검황님의 소유이기에 우리도 평상시엔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네. 은색 검패를 보여주었을 때만 사용할 수 있지.”
“……그렇군요.”
“그것이 은색 검패가 특별한 이유일세. 대제국에서도 오직 검황님께 검패를 받은 자만이 이 권리를 누릴 수 있으니까.”
아이손의 말이 왼쪽 귀를 통해 들어와 오른쪽 귀로 빠져나가는 듯했다.
지금 도현에겐 저런 말들이 귀에 들어오질 않았다.
‘뭐가 나올까?’
무슨 재료가 나올지, 또한 그 재료로 만든 가장 적합한 방어구는 무엇일지.
기대되어 죽겠으니까.
크리스마스 선물을 개봉하기 전의 아이의 심정이 된 도현이 콧구멍을 벌렁거리려는 걸 억누르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그럼 들어가 보게나.”
“……예.”
옆으로 비켜주는 아이손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고 들어갔다.
그리곤 아이손이 했던 것처럼 똑같이 네모난 상자 앞에 서서 손을 집어넣었다.
[‘철의 증명’이 대상의 신체 능력 및 마나를 확인합니다.]그러자 전과 같은 메시지가 떠오르며, 상자가 변형되어 팔을 타고 스멀스멀 올라왔다.
철로 된 구멍에 빨려 들어가는 듯, 차갑고 기이한 감촉이었다.
보는 것과 달리 생각보다 꺼림칙하단 생각을 하던 찰나.
–!
무채색의 빛이 터져 나왔다.
광물 중 가장 흔한 철들의 대표적인 색인 회색에 가까운 색상.
“흐음, 강철인가…… 음?”
아이손이 분석하듯 그 빛을 보며 중얼거릴 때였다.
빛이 강렬해지더니 은색과 금색을 품기 시작했다.
“황금? 황금이 적합하다고 평가받는 건 또 오랜만인데.”
그에 아이손이 흥미롭다는 듯 반응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지만 역시 남다른 젊은 친구였다. 황금과 강철, 은의 조합으로 만들 방어구를 머릿속으로 궁리하고 있을 때였다.
파앗-!
“……청색과 흑색? 청동에 흑강철까지?”
번쩍!
“자, 잠깐. 어디까지 빛이 퍼지는 것이야?”
빛의 증폭이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온갖 색상이 뒤섞여 우주와도 같은 빛이 유리창 너머를 장악하는 광경에 아이손이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할 때였다.
“맙소사!”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빛이 뿜어지며 공간 전체를 물들였다.
그 무엇보다 강렬한 기운에 여태껏 보였던 빛들은 힘없이 집어 삼켜졌다. 마치 모든 것을 포식하듯 범위를 넓혀가는 빛을 보는 아이손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듣도 보도 못한 현상이다. 이런 게 가능한 거라면 그것밖에 없을 터인데……?”
하지만 말이 안 된다.
그건 그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광물이니까.
심지어 검황에게조차.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려 한단 말인가. 자네는 대체…….’
아이손이 꿀꺽 침을 삼키며 도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도현은.
[‘철의 증명’이 대상의 자질을 확인합니다.] [‘철의 증명’이 대상의 가능성을 확인합니다.] [‘철의 증명’이 이질적인 기운을 감지합니다. 더욱 자세한 감지를 시도합니다.] [깊숙한 곳에 잠재된 자질의 일부가 드러납니다.]‘이건……?’
눈 앞에 펼쳐진 처음 보는 풍경에 넋을 놓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