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64)
제264화
264화.
확신 어린 눈빛에 당황한 것도 잠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미쳐도 단단히 미쳤네.’
시나는 곧 콧방귀를 끼었다.
애당초 쉽사리 바뀌는 거였으면 왜 습관이라 부르겠는가.
흉터를 지우는 게 많은 자원과 노력을 투자해도 어렵듯이, 습관 또한 오랜 세월 노력해도 바뀔까 말까 한 것이다.
‘여제나 천마, 멸살 같은 피지컬 괴물들도 습관은 있어.’
그들조차 마음먹는다고 당장 바꾸지는 못할 터.
심지어 여제의 경우 피지컬로만 두고 보면 그 누구보다 뛰어남에도 불가능하리라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피지컬의 영역이 아니니까.
“그런 습관을 한순간에 바꾼다고? 허풍도 적당히 해야지…… 시간을 벌어볼 생각이었으면 잘못 판단했어.”
“글쎄. 해봐야 아는 거 아닌가? 해보기도 전에 포기하는 머저리는 아니라서 말이야.”
비웃음 가득한 얼굴을 보고도 도현은 그저 웃어 보였다.
“그리고…….”
그러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왠지 될 것 같거든.”
“하.”
기가 차다는 듯 혀를 찬 그녀가 비수를 틀어쥐었다.
‘저런 머저리를 실력자로 판단했다니…… 내 감도 많이 떨어졌나 보네.’
차라리 허풍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저 남자는 진심이다.
얘기할수록 상대하는 자신이 바보 같았다.
주제 파악이 안 된다면, 주제 파악이 되게 교육해주면 될 일.
“그래. 어디 한 번 잘 해봐. 할 수 있으면.”
폭발적인 추진력을 얻기 위해 자세를 낮추는 그녀는 한 마리 살쾡이 같았다.
살쾡이가 저러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유연한 모습.
하나 도현을 매섭게 노려보는 두 눈은 맹수의 그것처럼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귀살암멸(鬼殺暗滅)에 적용된 ‘유지’의 효과가 한 번 남았습니다.] [다음 공격 시 ‘유지’의 효과가 사라집니다.]‘기회는 두 번. 충분해.’
암살자의 주력인 상태 이상 스킬은 최대한 스킬칸에 세팅해두지 않았다.
저자가 영웅 특성 보유자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니.
‘사람들은 암살자가 기습과 상태 이상기에만 특화된 줄 알지.’
겨우 그게 끝이었으면 대인전 특화 직업이란 평을 받을 수 없었을 거다.
암살자에겐 숨은 딜 증폭 스킬들이 많이 있었다.
주로 1회 타격에 한하여 증폭시키는 류라, 레이드에선 큰 쓸모가 없지만, 대인전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은신을 주력으로 쓰는 암살자에게 첫 공격의 강화는 엄청난 성능을 자랑하니까.
특히 귀살암멸(鬼殺暗滅)을 사용한 일격이라면 그야말로 일격필살.
“살벌하네.”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기세에 도현이 피식 웃었다.
그에 시나가 자세를 낮춘 채로 눈살을 찌푸렸다.
이 상황에 웃어?
‘언제까지 웃을 수 있는지 보자고.’
이를 빠득 간 그녀가 자세를 한계까지 낮추었다.
육상선수들도 이토록 낮추진 못할 만큼 바닥과 가까운 그녀를 보며, 도현도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터벅.
보폭을 맞추고, 검을 도로 쥔다.
호흡을 가다듬고 똑바로 그녀를 마주 보는 그의 모습 어디에도 회피란 없었다.
‘정면승부를 걸어온다고? 그 데미안조차 막지 않고 피하는 일격을?’
황당하지만 카이저답다 할 수 있었다.
그는 어떤 역경에도 물러나는 법이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우스웠다.
‘그럼 그렇지. 바꾸기는 무슨…….’
저놈은 아직도 한결같았으니까.
그리고 그 한결같음이 패착의 원인이 될 것이다.
‘저 자세라면 분명 왼쪽으로 패링…… 부딪히기 직전 몸을 튼다.’
분석한 그의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을 마친 시나의 허벅지 근육이 부풀었고, 눈에 승기가 깃들었다.
파앙!
하나 이윽고 땅을 박차며 대포알처럼 튀어나간 순간.
그녀의 눈이 부릅 뜨였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비로소 보인 것이다.
‘……자세를 수정하고 있어?’
아주 짧은 시간. 찰나에 불과한 순간이지만 분명 보였다.
조금씩 보폭을 수정하고 기세를 바꿔나가고 있는 도현의 모습이.
아니, 자세의 수정만이 아니었다.
후우…….
호흡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
검사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인만의 호흡이 달랐다.
손잡이를 쥐는 자세마저 비슷하지만 달랐고, 자신과 마주한 눈빛마저 이전과 달라져 있었다.
검을 대하는 마음가짐마저 다르게 느껴지는 모습.
‘……검성?’
이 순간 검성, 그 여자가 떠오른 건 왜일까?
그것은 아마 저 남자에게서 놀라울 정도로 그녀가 연상되기 때문이리라.
그 생각대로였다.
씨익.
도현은 실제로 검성을 모방하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무력화의 달인.
이 상황에 그녀의 검술보다 적합한 건 없었으니까.
‘습관을 바꾼다. 막연하게 생각하면 어렵지. 하지만 바꿀 이미지가 명확하게 존재한다면?’
수천수만 번을 대련하며 누적된 몸이 기억하고 있다.
호흡은 언제 내쉬고 검을 어떻게 쥐는지. 언제 발을 내밀고 언제 검을 휘두르는지. 보폭은 어떻게 하고 검을 대하는 자세는 어떤지까지.
그녀의 모든 습관이 지금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생생했다.
“습관이 흉터라 했나? 그렇다면 나보다 그녀의 흉터를 자주 봐온 사람은 없을 거다.”
그저 그녀를 떠올리고, 몸이 기억하는 대로 움직인다.
그것만으로 도현은 8,103번째 대련 때의 검성이 되어있었다.
시나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아무것도 안 보여.’
허풍이 아니었다.
그에게서 아무것도 보이지도, 예측되지도 않았다.
정말로 모든 습관을 버리고, 다른 이의 모든 것을 새로 입혀놓은 것이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야!? 바, 방향을 틀어야…….’
이대로 가면 역으로 당한다.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상대가 될 수가 없을 테니까.
틀어야만 하는데…….
‘아.’
이미 늦었다.
트는 속도보다 도현의 검이 더 빨랐으니까.
‘이런……!’
머리 위를 노리는 검을 보며 시나가 다급하게 스킬을 발동했다.
[뒤잡기를 사용합니다.] [표식이 생성됩니다.]급한 대로 뒤잡기를 사용해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났으나, 마치 예상했다는 듯 백스핀을 하며, 어느덧 단검으로 변한 천변을 휘둘러온다.
‘내가 했던 공격?’
피할 방법은 좀 전에 도현이 한 것처럼 구르는 것뿐.
하지만 자신은 각도를 틀며 따라올 게 뻔한 비수를 막아줄 대안이 없다.
[표식이 사라집니다.]결국 재차 뒤잡기를 사용한 그녀가 냅다 옆차기를 해보지만, 도현은 여유롭게 몸을 틀어 피해냈다.
시나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
‘검성이라면 이전에 분석한 적이 있다. 기억이 맞다면 분명 공격보다 무력화를 우선하는 습성이 있었어. 그럼 지금 나올 반응은 분명 흘리기…….’
그녀는 10대 길드의 마스터.
그 자리를 허투루 먹은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순식간에 분석을 마쳤지만,
‘부딪히기 직전 비수를 놓자.’
아쉽게도 그 분석은 빛을 발할 수 없었다.
타앗,
후우웅-!
“아? 이게 왜……?”
분명 흘려내며 제압할 줄 알고, 손을 놓으며 뒤로 힘차게 물러났는데 이게 웬걸?
흘리긴커녕 거칠게 돌진하며 내려치기를 해오는 게 아닌가?
그 모습 어디에도 검성은 없었다.
검성보다는 차라리…….
“……여제?”
“대련한 횟수로만 치면 그 녀석이랑 더 자주 해서 말이야.”
빙고라며 씨익 웃은 도현이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처음 해보는 거라 이제 좀 감이 잡히고 있었는데…….”
‘처음 해본다고? 이게?’
제 습관을 모두 버리고 누군가를 모방하는 게.
처음 시도하는 사람이 해낼 수 있을 만큼 쉬운 일이었나?
해를 가려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내리쳐지는 검날에 시나가 눈을 파르르 떨었다.
머저리에 기대 이하? 주제 파악을 못 해?
‘……괴, 괴물.’
주제 파악을 못 한 건 자신이었다.
그것을 깨달았을 땐, 이미 도현의 일격에 두 동강이 난 후였다.
[플레이어 ‘시나’ 님을 처치하였습니다.] [상대가 선제공격을 한 것으로 판단되어 카르마 수치가 오르지 않습니다.]메시지를 확인한 도현이 그제야 자세를 풀고 천변을 집어넣었다.
-주인!! 믿고 있었다구!!
-과연 주군이십니다.
-리자리자!
-너무너무 대단해 주인. 그러니까 이 올가미 좀 풀어주면 안 될까?
-리자!
오늘따라 더 격한 반응이다 싶더라니, 스킬이 아니라서 올가미가 자연적으로 풀리지 않았나 보다.
초롱초롱하게 바라보는 엘리자를 봐서라도 올가미를 해체해주자, 뜻밖의 보상이 주어졌다.
[구속(拘束)의 올가미를 획득하였습니다.] [구속(拘束)의 올가미] [등급 : 영웅+] [설명 : 조건만 부합하면 그 어떤 대상도 구속시킬 수 있는 올가미. 구속당한 대상은 스스로 구속을 풀 수 없다.단, 구속당한 대상은 올가미에 묶인 동안 피해를 받지 않는다.
[구속(拘束) : 대상마다 다른 조건이 부여되며, 조건을 달성하면 상대가 누구라도 구속할 수 있다.]“오, 이건 기대 이상의 보상인데?”
-케헴! 다 이걸 위해 내가 묶여있던 거라구!
-리자리자!
“그래, 잘했어. 엘리자.”
-나는? 어? 나는 왜 말이 없어? 저기요? 이봐요?
고개를 들이미는 지하드를 손으로 밀쳐낸 도현은 흡족한 얼굴이었다.
정수 구슬을 떨어트리지 않아 실망했었는데 이런 선물을 얻게 될 줄이야.
‘이거라면 정수 구슬보다 훨씬 좋지.’
영웅+등급임에도 옵션이 하나뿐이지만, 그 하나가 여타 옵션 두세 개만큼의 가치를 했다.
[가디언 ‘지하드 블랙’을 대상으로 올가미를 사용합니다.] [대상을 구속시키는 조건은 두 가지로 ‘대상보다 능력치가 높을 것’, ‘동시에 두 생명체를 묶어낼 것’입니다.]“이런 식이구나. 조건이 꼭 하나는 아닌가 보네.”
-……주인, 그 올가미 빛나는데. 설마 우리한테 쓰려던 거 아니지?
-리, 리자?
“에이, 설마. 아니야.”
이번에야 조건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대상에 따라서 말도 안 되는 조건이 나올지도 모를 일.
까다로운 옵션이었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훌륭했다.
상황에 따라 조커 카드가 될 수 있는 패였으니까.
인벤토리를 열다 구석에 반짝이는 초록색 구슬을 발견하여 클릭하자, 밀린 메시지가 떠올랐다.
[친구 ‘아스트’님에게서 귓속말이 왔습니다.] [친구 ‘아스트’님에게서 귓속말이 왔습니다.] [친구 ‘아스트’님에게서 귓속말이 왔습니다.]“아재?”
이 아재가 웬일이지?
심지어 하나도 아니고 세 개였다.
[아스트 : 야 지금 회담 중인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스트 : 조심해라. 특히 이지스, 레온느, 천외천 이놈들을 주의해. 무슨 작당을 꾸미는 거 같으니까. 하여튼 넌 늘 왜 이렇게 적이 많냐?] [아스트 : 안 되겠다. 쟤들한테 길드원 붙여서 감시하고 있다가 이상 생기면 바로 말해줄게.]“흠. 10대 길드라…….”
가볍게 확인한 메시지건만 생각보다 내용이 심각했다.
그에 곰곰이 생각해보던 도현이 탄성을 냈다.
“시나? 그러고 보니 혈살 길드 마스터 이름이 시나잖아?”
-혈살 길드라 하면…… 설마 10대 길드입니까?
-뭐야, 찰리 알아?
-제국에선 유명인사나 다름없는데 모를 수가 없지 않나.
과연 관심 있는 것만 주워듣는 지하드와 달리, 열린 귀로 정보를 듣는 찰리였다.
‘10대 길드가 나를 주시한다라…… 그럼 혈살에서도 나를 노린 건가? 아니, 그랬으면 간부들을 이끌고 왔겠지.’
아닌가?
그 사기적인 은신을 생각하면 오히려 혼자 움직이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르리라.
뭐가 됐든 10대 길드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건 확실했다.
‘엉덩이 무거운 양반들이라 하지 않았나? 너무 가벼운 거 같은데.’
잊혀진 무덤에서 워낙 화려하게 일을 벌였으니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만, 설마 이토록 빠르게 움직일 줄이야.
장난 어린 투로 말하지만, 이는 심각한 사안이었다.
‘스읍, 좀 빡셀 거 같은데.’
혈살 길드는 암살 길드. 그런 만큼 시나의 주력은 암살이었다.
사기적인 은신도 그렇고 철두철미한 준비와 습관까지 분석하는 스타일까지.
솔직히 동료들을 따라 하지 않았다면 무척 위험했을 거다.
아니, 그 전에 진리의 눈이 없었다면 이미 첫 기습에서 죽었을지도 모를 일.
‘달리 말하면 무력으로는 저 여자가 최하위라는 거겠지.’
실제로 세간의 평가에서도 그녀의 암살 실력만큼은 인정하나, 순수 전투력으로는 10대 길드라 하기엔 너무 약하다는 평이 많았다.
뭐 그거야 당연한 일이었다.
저런 사기적인 암살 능력을 가지고, 무력까지 세면 그게 더 밸런스 붕괴였을 테니까.
‘……지금은 위험해. 좀 더 빠르게 성장해야겠어.’
새로 얻을 방어구에만 기대해서는 부족하다.
그래도 90레벨은 찍어야 좀 비벼볼 수 있지 않을까?
최소한 이번 미궁 조사를 통해 뭐라도 한몫을 챙기면 좀 더 안심이 될 듯했다.
“……가자. 빨리 움직여야겠어.”
-그게 좋긴 하겠다, 주인.
-리자리자.
-음! 이 미천한 검의 생각도 그렇습니다, 주군.
맞장구치는 녀석들을 뒤로하며, 도현이 걸음을 옮겼다.
마침 지도가 가리키는 미궁은 이 근처.
이대로 바로 미궁에 들어갈 심산이었다.
[RCD 영상 녹화 중입니다.]‘……이 영상은 당분간 안 올리는 게 낫겠어.’
괜히 10대 길드들에게 움직일 수 있는 명분을 주거나, 불을 지피게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도현은 모르고 있었다.
판단을 마친 도현이 점점 멀어져, 시나가 죽은 장소를 벗어났을 때.
바스락-
수풀에 숨어있던 한 남성이 고개를 들었다는 것을.
“와…… 대박.”
초롱초롱한 눈으로 몸이 흩어져가는 시나의 시체와 점이 되어가는 도현의 뒷모습을 번갈아 바라보던 그가 꿀꺽 침을 삼키며 사진을 찍었다.
“대형사건이다!”
당장 커뮤니티에 떠들 생각에 입이 근질거리는 걸 참으면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