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68)
제268화
268화.
[불허(不許)의 미궁에 입장하였습니다.] [입장 인원이 많아 미궁의 난이도가 상승합니다.] [미궁의 조건이 추가됩니다. 미궁에서 사망한 이는 재출입할 수 없습니다.] [미궁의 구조가 바뀌었습니다. 주의하십시오.]“……난이도가 상승해?”
입장하자마자 반기는 메시지에 도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던전 정보에는 저런 내용이 없었건만, 유저의 뒤통수를 거하게 치는 시스템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나 다 참여하게 뒀으면 난리가 났겠네. 유저들의 실력을 신뢰하지 않는 황제의 성격이 오히려 좋게 작용했어.’
만약 입장 조건을 걸어두지 않았다면 수십만이 넘어가는 유저가 입장했을 터.
인원수에 따라 난이도가 상승하는 걸 감안하면, 정말 상상하기도 힘든 난이도가 되었을 것이다.
그뿐이랴. 다시 참여하지 못하는 조건이 추가된 상태다.
‘자칫 잘못했으면 허무하게 기회를 날릴 뻔했네.’
그렇게 생각하니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다.
“아니, 이게 뭐야? 무슨 가는 길마다 몬스터가 있어?”
“함정은 또 왜 이렇게 많아. 딜 왜 이래, 이거.”
“으억! 마비 독이야 저 창! 조심해!”
소란스러운 소리에 고개를 들자 허덕이는 유저들이 보였다.
확실히 처음 입장했을 때와는 구조가 많이 다른지, 초입부터 온갖 함정과 몬스터가 도사리는 탓이었다.
‘그래도 미로에서 미궁으로 이루어진 기본적인 구조는 같아.’
동일한 틀을 가지고 더 복잡하고 까다롭게 재조합한 느낌?
이건 뭐 어딜 가도 몬스터들이 도사리고 있는 게, 진리의 눈이 의미가 없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그 몬스터의 수준이 심상치 않다.
저들은 보기와 달리 황실 기사단에게 검증된 상위권 유저들.
그런 실력자들이 애먹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졌다는 건 몬스터의 수준이 웬만한 보스급이라는 소리였다.
‘미로의 크기도 인원수에 맞게 더 커졌네.’
미리 사전 조사를 한 게 의미가 없는 수준이었지만, 도현은 씨익 웃었다.
오히려 좋았다.
‘빨리 시험해볼 수 있겠어.’
새로 얻은 방어구의 성능과 성장한 자신의 스펙을 체크해볼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도현이 인벤토리에 들어가 있는 방어구를 꺼냈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리 좋게 봐도 방어구라 칭할 수가 없는 외관이었다.
‘이 돌이 방어구라니. 처음 받았을 땐 뭔가 했지.’
작고 보잘것없는 돌.
눈에 띄는 게 있다면 짙은 흑빛이 영롱하게 빛나는 게 꼭 우주를 담은 듯 독특하다는 것뿐.
하나 공중에 돌을 놓자 신비한 일이 벌어졌다.
스으-
마치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듯 공중에 떠 있는 게 아닌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서서히 다가온 돌이 손에 닿는 순간.
촤라락- 촤작-
돌의 형태가 변하더니 검은 무언가가 팔을 타고 휘감았다.
마치 철의 증명을 했을 때처럼 어깨를 넘어 몸 전체를 집어삼킨 돌은 더 이상 돌이 아니었다.
커스텀마이징 거울을 켠 도현이 씨익 웃었다.
“오, 깔끔한데.”
검은 천으로 된 얇은 도복.
방어력이라곤 조금도 없을 듯 가벼운 복장이지만, 여러 차례 내려친 번개에 그을린 듯한 특유의 재질이 범상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흑비가면과 한 세트라 해도 될 정도로 너무 잘 어울렸다.
스윽.
답답한 갑옷을 벗고 편한 도복을 입으니 한결 편안해진 도현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먹잇감을 찾는 눈으로.
‘저기가 좋겠어.’
그리고 그 눈이 왼쪽 갈림길을 보는 순간, 날카롭게 좁혀졌다.
워낙 많은 사람이 모였기에 주변에 사람이 없진 않지만, 유일하게 몬스터와 맞붙는 유저가 없는 곳.
달리 말하면 그만큼 효율이 안 좋게 강한 몬스터란 뜻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어디 한 번 날뛰어볼까.’
성능을 확인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니.
씨익 웃은 도현이 땅을 박찼다.
* * *
“이런 X! 몬스터들 수준 왜 이래?”
“와, 이게 던전이라고? 인원 보고 금방 끝나겠다 생각했는데 황제가 의뢰한 이유가 있었구나.”
“이건 뭐 몬스터 하나하나가 웬만한 보스급인데?”
“함정까지 계속 날아오니까 미치겠네.”
미궁 공략이 시작된 지 대략 40분.
수치상으론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수천 명이 공략 중인 걸 생각하면 상당한 시간이었다.
특히 이번처럼 소규모로 이뤄지는 게 아닌, 길드 단위로 진행되는 공략이라면 더더욱.
“길드 놈들은 물량으로 뚫고 나가더만.”
“에효, 길드 없는 우리만 죽어 나가지. 하필 NPC 세력은 못 들어올 게 뭐람.”
“길드 놈들 입 찢어지겠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아직도 초입에 남아있는 이들은 낙오자에 가까웠다.
길드가 아닌 NPC 휘하의 소속인 이들이 보통 이러했는데.
눈치 빠른 유저들은 진작 NPC 소속 유저끼리 팀을 짰지만, 이들은 그마저도 못 낀 이들이었다.
아쉬운 대로 남겨진 이들끼리 급하게 모인 오합지졸이나 다름없는 공략대.
아니, 공략대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소규모 파티.
“그래도 우리도 나름 랭커 아니겠냐. 최대한 공략해보자. 떡고물은 먹어야 할 거 아냐.”
하지만 그들도 밖에선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니는 상위권 유저들이다.
이대로 씁쓸하게 퇴장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 어디 뚫어볼래?”
“당연히 오른쪽이지, 왼쪽으로 가냐?”
의욕을 불태우던 유저가 경기를 일으켰다.
처음에 뭣도 모르고 왼쪽 갈림길로 향했다가 큰코다쳤던 게 생각난 것이다.
“왜? 길드들은 다 왼쪽으로 가드만.”
“함정만 몇십 개에 몬스터 공격력도 말도 안 되게 세서 빡세. 거긴 세력 없으면 힘들어.”
대신 오른쪽 몬스터들에 비하면 방어력이 많이 약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저 함정의 도가니 속에서 제대로 일격을 먹이기도 힘들 텐데.
괜히 객기 부리다가 잘못 스치기라면 하면 치명상이었다.
최소 수십 명은 모여서 뚫고 가야 수월했다.
“그래, 그럼 네 말대로 하…… 음?”
얘기를 들은 일행들이 깔끔하게 포기하려던 때였다.
무언가를 발견한 일행이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야, 그럼 저건 뭐냐?”
“? 뭔데……어?”
그게 의문을 품던 유저의 눈이 왼쪽을 향한 순간 크게 흔들렸다.
말도 안 되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저거 지금 혼자 싸우고 있는 거지?”
“뭐지? 방금까지 아무도 없었는데?”
“뒤에 일행들은 왜 가만히 있…… 잠시만, 저 금발 찰리잖아.”
“어? 저 가면! 서, 설마 카이저?!”
복장이 달라졌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그의 가디언들은 워낙 유명인사가 된 탓에 못 알아볼 수가 없었으니까.
아무리 카이저라도 혼자서 저걸 뚫고 간다고?
굳이 편한 오른쪽 길 두고?
이해할 수 없는 행위에 저도 모르게 말리려고 소리치려던 순간, 그들은 입을 다물었다.
“가능…… 하네?”
“심지어 날아다니는데?”
“뒤에 눈이라도 달렸냐? 왜 함정을 맞질 않아.”
카이저가 몬스터들을 그야말로 학살하고 있었다.
휘릭- 콰각!
빠드득!
신기에 가까운 몸놀림으로 함정과 공격들을 피하며 카운터를 먹이는 모습은 가히 예술의 경지였다.
이해가 안 되는 건 간혹 일부러 멈춰서 맞는 듯한 모습이 보였는데…….
“저 몬스터들 공격력 세다 하지 않았어? 맞아도 생채기 하나 안 나는데?”
“……이상하다. 도복인데 분명? 왜 저렇게 단단하지?”
중갑을 입은 자신도 날아간 공격인데, 도복을 입은 카이저는 꿈쩍도 않고 도리어 역관광을 시전하고 있었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광경을 보자니 납득이 갔다.
‘……혈살의 마스터를 잡았다는 게 정말 사실이었구나.’
‘10대 길드들도 저렇게 뚫진 않았는데.’
‘카이저, 그는 신인가?’
그런 그들의 얼굴에 좀 전까지 품던 근심걱정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저 눈 앞에 펼쳐진 압도적인 전투에 빠져있을 뿐.
* * *
푸욱!
[왼쪽 길의 마수를 처치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마지막 마수의 턱을 꼬챙이마냥 꿰뚫자 떠오른 알림에 도현이 멈췄다.
주변을 둘러보니 즐비하게 쌓인 마수의 시체들이 보였다.
그 수만 족히 다섯 구가 넘어갔다.
반면 사냥에 소요된 시간은 겨우 5분 남짓.
‘확실히 스펙이 말도 안 되게 뛰긴 했어.’
3일 동안 레벨을 올린 영향도 있었지만, 역시 방어구의 효과가 가장 컸다.
[아트람의 역작(力作) – 역천의(逆天衣)] [등급 : 전설 (유일)(성장)] [설명 : 아르게틀람 공방의 명장(名匠), 아트람.모든 장인의 선망을 받는 그가 세상에 하나뿐인 특수한 광물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역작이다.
광물에게 선택받은 자만이 착용할 수 있으며, 선택받은 자의 허락이 있어야만 타인이 제련할 수 있다.
하늘을 거스르며 어떤 역경이 다가와도 굳건하게 버텨줄 것이다.] [착용 제한 : 하늘을 거스르는 돌의 선택을 받은 자] [물리 방어력 : 3,594] [마법 저항력 : 3,275]
-근력 + 10
-민첩 + 10
-체력 + 10
-HP + 1,000
-MP + 1,000
[깨지지 않는 돌 : 받는 피해가 20% 감소하고, 연이어 피해를 받을시 방어력이 증가한다. 또한 착용자의 허락이 없는 한 결코 훼손되지 않는다.] [역천(逆天) : 역경을 헤쳐나갈 시 모든 옵션이 증폭된다. 거대한 역경일수록 크게 증폭되며 한계치에 달할 시 숨겨진 옵션을 사용할 수 있다.]‘이 얇은 도복이 판금 갑옷보다 단단하다니.’
물리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이 여타 전설급 판금 갑옷을 가뿐하게 상회했으니까.
덕분에 공격을 맞아가며 사냥해도 되니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었다.
그뿐이랴. 능력치 또한 도합 30이나 상승했다.
생명력과 마나도 크게 늘려주는 국밥 같은 기본 옵션 덕에 마나 부족도 많이 줄어서 더 효율적인 사냥이 가능해졌다.
‘모든 받는 피해 감소에 방어력 증폭…… 옵션도 뛰어나.’
그중에서도 역천(逆天)의 옵션이 조금 독특했다.
역경을 헤쳐나갈수록 강해진다는 컨셉의 방어구는 처음이었으니까.
하지만 역천기를 다루는 도현에겐 이보다 잘 어울리는 옵션이 없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성공할 확률을 보다 높여줄 테니까.
‘메인 퀘스트를 깰 때 이만한 옵션은 없겠지.’
저 숨겨진 옵션이 뭔지 내심 궁금했건만.
이 정도 몬스터들은 역경 취급도 안 되어 옵션조차 발동이 안된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벌써 88레벨인가.’
사흘 동안 겨우 2레벨이 올랐는데 방금의 사냥 한 번으로 1레벨이 올랐다.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경험치가 채워진 거에 불과하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경험치가 높은 편이었다.
왼쪽 길이 오른쪽보다 난이도가 높으니 당연했다.
‘보통 모여서 뚫고 가니 경험치가 분배되어서 결국 도긴개긴이지만…….’
혼자 움직이는 도현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진리의 눈이 발동됩니다.]그의 눈에는 함정의 위치가 어디인지, 어떤 종류의 함정인지.
몬스터는 또 어디에 숨어있는지까지 모두 보였으니까.
‘사람 없고 경험치 높은 사냥터? 개꿀이네, 이거.’
자고로 사람 없는 사냥터가 가장 꿀단지인 법.
씨익 웃은 도현이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갔다.
쾅! 콰앙!
갖가지 함정들이 거칠게 환영 인사를 걸어왔지만, 도현은 손쉽게 피해내거나 쳐내었다.
나중에는 그마저도 시간이 아까운데 아예 함정이 오기 전에 미리 터트리거나, 몸으로 받아가며 돌파하는 경지에 이를 정도.
“……저게 뭐냐.”
“모르겠다, 나도. 그냥 사람 아닌 듯.”
“그냥 포기하자. 우린 안 될 거 같아.”
“응…….”
그 뒷모습을 황당하게 바라보는 유저들은 결국 이해를 포기하기로 했다.
어쩐지 현자타임이 온 유저들이 터덜터덜 물러나자 이곳에 더는 사람은 없었다.
터벅.
유저들 무리에서 낙오자인 척 자연스레 껴있던 남자를 제외한다면.
도현이 향한 왼쪽 갈림길을 바라보던 그가 조용히 입술을 달싹였다.
“……들어왔습니다. 예, 혼자입니다. 왼쪽 길로 향합니다. 그런데…… 특이한 방법으로 돌파하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더 빠르게 미궁에 도달할 것 같습니다.”
조심스런 목소리에 끝나자, 곧 싸늘한 음성이 돌아왔다.
-설마하니 여기서조차 혼자 다닐 생각을 하다니…… 오만하기 짝이 없군.
“…….”
-이렇게 되면 우리도 준비를 해줘야겠어.
“……예, 마스터.”
낮고 굵지만, 어딘가 뱀처럼 비릿한 목소리.
-부디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군, 카이저. 이곳이 너의 무덤이 될 테니.
10대 길드 이지스의 마스터.
데미안 알렉산더, 그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