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69)
제269화
269화.
[왼쪽 길의 다섯 번째 마수를 처치하였습니다.] [왼쪽 길의 다섯 번째 마수를 처치하였습니다.]…….
[함정이 발동되기 전에 파괴하는 것에 성공하였습니다.] [모험의 서에 기록됩니다.]함정을 죄다 박살 내며 돌파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덧 다섯 번째 갈림길의 마수까지 깔끔하게 도륙했을 무렵 메시지가 떠올랐다.
[타이틀 ‘함정 파훼의 달인’을 획득하였습니다.] [함정 파훼의 달인]-등급 : 영웅
-설명 : 함정을 연달아 파훼한 당신! 함정 파훼의 달인이군요!
-효과 : 함정 감지 범위 + 20%, 모든 능력치 + 5
[레벨이 올랐습니다.]‘오, 타이틀에 레벨 업까지?’
3일 동안 더럽게 오르지 않던 레벨을 생각하면 엄청난 경험치를 준 거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보스급 몬스터를 몇십 마리를 잡은 격이니까.
‘감지 범위는 딱히 체감이 안 되네. 하긴 진리의 눈이 눈에 보이는 범위까지니 체감이 될 리가 없나.’
타이틀 또한 썩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영웅급인 만큼 모든 능력치 상승폭이 준수하니 나쁠 것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체감되는 건 방어구였다.
콰앙! 쾅!
-가, 같이 가 주인!
-리, 리자!
-주인이 원래 저렇게 터프했나?
-음! 새로 얻은 방어구를 극한으로 활용하고 계신 것 같네.
함정을 부수기 까다로운 것들은 그냥 몸으로 받아가며 뚫고 나가도 지장이 없었다.
방어력 자체가 높은 것도 있지만, 다른 이유가 컸다.
[역천(逆天)의 효과가 발동되어 방어구의 모든 옵션이 증폭됩니다.]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이 상승합니다.] [생명력 상승량이 높아집니다.] [받는 피해 감소가 5% 추가로 상승합니다.]‘역경을 앞에 둘수록 효과가 증폭된다…… 이 효과가 사기야.’
보스급 몬스터 사이로 수많은 함정을 대놓고 받는 게 역경으로 취급된 걸까.
증폭치가 기대 이상이라 이전보다 대놓고 맞으면서 뚫고 갈 때가 더 효율적일 지경이었다.
그게 도현이 파죽지세로 나아갈 수 있는 이유였다.
지하드와 찰리가 그 뒤를 쫓기 바쁜 기이한 그림이 펼쳐진 이유기도 했고.
‘이대로 조금만 더 잡으면 90레벨이다.’
이번엔 과연 무슨 스킬이 나올지 기대하며 달려갈 때였다.
[아스트 : 너 지금 어디냐?] [아스트 : 슬슬 같이 다니는 게 좋을 거 같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띠링-
[미로를 탈출하셨습니다.] [미궁으로 진입합니다.] [난이도가 상승하여 미궁의 길이 복잡해지며 몬스터의 수준이 높아집니다.]‘벌써?’
아스트한테서 귓속말이 날아온 것과 동시에 울리는 경쾌한 알림.
때마침 미로를 벗어나 미궁에 진입한 것이다.
그에 미궁에 들어왔다고 메시지를 보내자 금방 답이 돌아왔다.
[아스트 : 그럼 네가 여기로 와봐. 내가 위치 보내줄게. 여기 이상한 거 있더라.]대답은 그게 끝이었다.
위치를 보내는 중인지 더는 답이 돌아오지 않자 도현은 이내 시선을 돌렸다.
그런 그의 얼굴엔 묘한 아쉬움이 담겨있었다.
‘미로에서 좀 더 꿀 빨았어야 하는데.’
10대 길드와 같은 세력들은 지금 모두 미궁에 밀집되어있다.
아직도 미로에 남아있는 이들은 세력이 없는 낙오자들.
그 덕에 경험치를 독식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끝이라 하니 내심 아쉬웠던 것이다.
하나 그것도 잠시, 곧 도현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여기서부턴 천천히 간다.’
괜히 속도를 높일 필요는 없었다.
미궁을 돌파하면 나오는 ‘그것’이 깨어나기 전까지는.
폭주 기관차처럼 달리던 발을 멈추자, 몇 초 후에 도착한 지하드가 가쁜 숨을 내쉬었다.
자존심 때문에 마지막에 가서는 찰리한테 업히지 않고 달려온 탓이었다.
-헤엑, 헤엑, 이젠 좀 천천히 가는 거야?
“그래.”
-후아…… 이제 좀 살겠네.
-리자리자!
폴짝, 머리 위로 점프한 엘리자를 검지로 쓰다듬은 도현이 걸음을 옮겼다.
체력관리도 할 겸 느린 속도였다.
‘여기도 저번이랑은 좀 다르긴 하네.’
미로도 그랬지만, 미궁도 변화가 있긴 했다.
전체적으로 더 커지고 더 꼬아져 있다는 느낌이 강했으며, 붉게 보이는 숨겨진 함정들이 보다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단지 그뿐.
결국, 한 길로 이어지는 건 전과 같았고, 함정 따위는 도현에게 방해물이 되지 못했다.
쾅! 휙-
그렇게 함정을 피하며 이동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길이 점차 넓어진다 싶더니 어느 순간부터 벽면에 피가 묻어있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자 미궁에 진입한 후로 처음으로 저 멀리 사람이 보였다.
비로소 앞서 나간 유저들을 따라잡은 것.
“이건…….”
40분이나 늦게 진입한 걸 생각하면 믿기지 않는 속도였지만, 정작 그들을 본 도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 때문이 아니었다.
캬아아아-! 캬아!
“이런 X! 이게 대체 뭐야!?”
“또 재앙이야?”
“탱커진 빨리 어그로 안 잡고 뭐 해! 떠들 시간에 진형 유지에 신경 써!”
등을 돌린 유저들 앞으로 얼핏 보이는 실루엣.
그건 거대한 마수였다.
사자의 갈기가 달려있고 여러 가지 짐승이 섞인 듯한 끔찍한 생김새.
[봉인에서 깨어난 재앙, ‘리아드나’와 조우하였습니다.] [모험의 서에 기록됩니다.]-주인, 저거…….
“……어. 맞는 거 같다.”
그건 분명 이전에 봤던 심연의 형상을 본뜬 석상이었다.
캬아아아아!
키에에!
한데 하나가 아니었다.
“이게 무슨 괴수 대전이냐, 젠장!”
“그래도 여기는 양반이지. 저 안쪽에는 한 번에 두 놈씩 레이드하고 있다잖아.”
“새꺄! 어그로 튄다! 집중해!”
사방에서 마수들이 판을 치고 있었고, 각기 다른 세력들이 모여 잡고 있었다.
당장 보이는 마수의 수만 대략 세 마리.
한 마리를 잡는데에도 여러 세력이 모여 잡는 기이한 난이도를 보니 확실히 심연의 마수가 맞았다.
자연스레 의문이 떠올랐다.
공동 안에 세워져 있어야 할 것이 왜 이곳에 있단 말인가.
‘아니, 그보다 왜 깨어난 거지?’
설마 난이도가 상승했다는 게 이런 의미였나?
‘이렇게 되면 계획이 꼬이는데…….’
천천히 레벨을 올리고, 앞서 나간 길드들을 몸빵 삼아 ‘그것’에 접근한다.
그것을 위해선 석상을 깨우지 않는 게 핵심이었으니까.
‘잠깐만. 석상이 깨어났다는 건 ‘그것’도 깨어났다는 건가?’
그렇다면 골치 아파지는데…….
도현이 난감한 표정이 되었을 때였다.
키아아아-!
-주군!
-주인, 앞을 봐!
난데없이 울린 기이한 괴성.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찰리와 지하드의 다급한 외침에 번쩍 고개를 들자 보였다.
짙게 드리워진 그림자와 거칠게 날아드는 거대한 발톱이.
콰앙!
돌발상황에 머리가 아닌 몸이 먼저 반응했다.
몸을 낮게 숙여 발톱을 피하자 드러나는 놈의 하체.
그대로 살수의 단검으로 바꾼 천변으로 급소를 찌른 후 도화선 – 실을 꺼내 날개를 휘감자, 놈이 볼품없이 나뒹굴었다.
[도화선 – 폭을 사용합니다.] [도화선에 어둠 두르기를 사용하여 어둠 특성이 적용됩니다.]—-!
후속타를 대비해 도화선을 터트려 시간을 번 도현이 빠르게 정비했을 때였다.
[봉인에서 깨어난 재앙, ‘리아드나’의 특성이 발동됩니다.] [특성 ‘되갚음의 거울’의 효과로 물리 데미지를 준 만큼 랜덤한 적에게 피해를 입힙니다.] [리아드나를 처치하였습니다.] [마지막 일격을 가해 높은 공략 점수가 주어집니다.]“……?”
대뜸 특성이 발동되며 죽어버리는 리아드나.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저러고 죽어버렸다.
‘이게 뭔…….’
상황파악이 안 된 도현이 멍한 표정을 지을 때, 뒤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끄허억!”
“이런 X! 어떤 놈이 물리 공격했어?”
“그보다 누가 잡았는데?”
잔뜩 성이 난 채로 달려온 그들은 도현과 눈이 마주치자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건 도현도 마찬가지였다.
‘……저 마크.’
어깨와 가슴팍에 사자 갈기가 돋보이는 마크.
10대 길드, 레온느 길드의 마크였다.
그뿐이랴.
우르르 몰려온 놈들 중에는 다른 길드의 마크도 섞여 있었는데 레온느 길드만큼 유명한 마크였다.
‘저 방패 마크는 이지스 길드인가.’
10대 길드 두 곳에서 힘을 합쳐 레이드하고 있었던 모양.
졸지에 10대 길드가 레이드하던 보스를 도현이 스틸하게 된 상황이었다.
당연히 그들이 고깝게 볼 리 만무.
“우리 길드가 아니잖아?”
“……카이저?”
“뭐야, 지금 카이저가 우리 걸 스틸한 거야?”
“허, 어이가 없네.”
험악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우르르 모여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오는 그들의 모습이 눈에 띈 걸까.
“……야, 저기 봐.”
“카이저랑 10대 길드 연합팀이랑 시비 붙은 거 같은데?”
“카이저? 카이저가 여기 있어?”
주변에 있던 다른 세력의 유저들도 조금씩 반응하기 시작했다.
눈알을 굴리며 상황을 파악하는 얼굴에 흥미가 돋았다.
“야야, 대박. 카이저가 스틸한 거 같음.”
“미친…… 대형사고 아니냐? 가뜩이나 시나 죽인 거로 지금 논란…….”
“쉿! 입조심해. 그러다 찍히면 어쩌려고.”
“아무튼 미쳤다. 이건 그냥 안 넘어갈 거 같은데. 다 요리해놓은 거 막타친 거잖아.”
“무려 황제가 내린 제국 퀘스트잖아. 공략에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면 절대 곱게 안 넘어갈걸.”
소곤거리는 그들의 말처럼 10대 길드 연합팀이라는 사람들은 좋게 넘어갈 분위기가 아니었다.
서서히 포위하며 주변을 둘러싼 것이다.
-……주인.
-리, 리자.
-건방진…….
움츠러든 지하드와 엘리자.
그런 그들의 앞에서 불쾌하다는 듯 검집에 손을 가져가는 찰리.
충분히 포위를 좁혔다고 판단했는지 그들의 대표격으로 보이는 유저가 앞으로 나와 툭 내뱉듯 말을 걸어왔다.
“이봐, 카이저. 이 일을 어떻게 책임질 거지?”
“…….”
“더 물어볼 게 있나? 우리가 힘들게 잡던 걸 스틸하고 사과 하나 없는 놈이다. 명백한 시비로 보이는데.”
조용히 압박해오는 놈의 옆으로 덩치가 눈을 찌푸리며 끼어들었다.
무게를 잔뜩 잡고 있는 그들은 이름 꽤나 날리는 자들이었다. 어디 가서 어깨 힘주고 다닐 이곳의 세력들 사이에서도 으뜸일 정도로.
그야 당연했다.
‘부마스터들인가.’
눈매가 사나운 갈색 머리의 기사가 레온느 길드의 부마스터인 라바온.
그리고 저 옆의 덩치 큰 근육질 남자가 이지스 길드의 부마스터 마르파드였으니까.
무려 10대 길드 부마스터가 둘인 상황.
포위를 갖추고 있는 녀석들도 하나같이 만만한 자들이 아니었다.
정예만 모여있는 이번 공략대의 특성을 생각하면 최소 간부급들로 구성되어있을 터.
-주인, 어떻게 하려고.
-그냥 넘어가선 안 됩니다, 주군.
-이건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리자…….
각기 다른 가디언들의 말에도 도현은 말없이 서 있었다.
반응은 조금 뒤에 나왔다.
“하.”
헛웃음이었다.
우습다는 듯 실소를 짓던 도현의 눈에 경멸이 담겼다.
“……뭐가 그리 우습지? 상황파악이 안 되는 건가?”
“상황파악?”
터벅.
기가 찬다는 듯 한 발짝 다가가자 거리가 확 좁혀졌다.
숨결이 지척 거리에서 느껴질 정도. 그야말로 코앞에서 마주한 도현이 입꼬리를 비죽 올렸다.
상황파악이 안 되냐고?
아니, 너무 잘 돼서 문제였다.
“머리 썼네. 참 애쓴다 너희도.”
“……뭐?”
우연히 한 대 맞으면 죽을 피인 보스가 공교롭게도 미궁에 막 진입해온 자신을 공격해온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어그로 하나 제대로 못 잡는 초보자들이라면 모를까.
10대 길드 두 곳에서 연합을 한 공략대가 그런 실수를 저지를 리가 없었다.
하물며 부마스터 둘이 참여한 공략대라면 더더욱.
‘무엇보다 날아들던 리아드나는 제대로 자세가 잡혀있지 않았어.’
본인이 날아왔다기보단 밀쳐진 것에 가까운 수준.
정말 어그로가 튄 거면 그리 엉성한 자세로 공격해올 리가 없었다.
이게 말하는 바는 명백하다.
‘하,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일부러 자신이 지나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명분을 만들어낸 것.
뎀로크에서 자신에게 시비를 걸던 길드들이 써먹던 수많은 방법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하여튼 길드라는 것들은…… 명색이 10대 길드라는 양반들이 부끄러운 것도 모르는지.”
“……뭐라 했나.”
“길드에 대한 모욕은 참지 못하겠군.”
딱딱하게 굳은 놈들의 얼굴을 보며 도현이 비죽 웃었다.
“길게 끌 거 있어? 어차피 이게 목적이었을 텐데.”
“듣던 대로 오만하군.”
“우리는 분명 원만하게 넘어갈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 네 그 자만이 널 파멸로 이끌 것이…….”
“뭐 이리 혓바닥이 길어? 닥치고 들어오기나 해.”
도현이 천변을 쥐며 사납게 으르렁거리자 놈들도 기다렸다는 듯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포위해오던 길드원들이 무기를 꺼내 들고 전투태세를 갖춘다.
“역시나 치졸하게 나오는구만. 베르제랑 너희가 다를 게 뭐냐?”
“이건 응징이니 당연한 일…….”
“라바온, 굳이 놀아나지 마라. 우린 할 일만 끝내면 되니.”
“……그래.”
마르파드의 말에 침착함을 되찾은 라바온이 자세를 잡았다.
한 손으로 검을 쥐고 옆으로 선 것과 동시에, 옆에 있던 마르파드가 방패를 쥐고 돌격해왔다.
그러자 방패에서 화려한 이펙트가 터지며 발산되는 충격파.
타앗!
몸을 뒤로 던져 거리를 벌린 도현이 날카로운 눈으로 응시했다.
동시에 터져 나오는 함성.
“와아아아!!”
“카이저랑 10대 길드 연합이랑 붙었다!”
“대박! 미쳤다!”
[RCD 녹화 중입니다.]‘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고.’
카이저와 10대 길드가 제대로 맞붙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