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71)
제271화
271화.
“웃어?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건가?”
도현의 썩소에 불쾌함을 숨기지 못한 라바온이 눈살을 찌푸렸다.
싸우다 말고 갑자기 왜 처웃는단 말인가?
자신을 비웃는 듯한 기분에 살기가 들끓을 지경이었다.
마르파드도 기분이 나쁜 건 매한가지인지 썩소를 짓는 도현에게 냅다 거구의 몸을 들이박았다.
콰앙!
[‘마르파드’ 님이 무모한 돌격을 사용합니다.] [무모한 돌격을 패링합니다.] [온전한 패링에 성공하였습니다.]하나 이렇게 대놓고 돌진해오는 공격을 막지 못할 리 만무.
가뿐하게 패링하자 곧장 후속타가 날아온다.
라바온의 검이었다.
[라바온 님이 질풍쇄도를 사용합니다.]바람을 가르듯 날카로운 예기를 내뿜는 검이 목덜미를 서늘하게 식혔다.
검을 휘감은 기운이 범상치가 않다.
속도로는 최상급으로 분류되는 영웅급 스킬이었으나, 그 검은 도현의 목에 닿을 수 없었다.
카앙!
-감히 주군에게 검을 들이미는가.
쏜살같이 달려든 찰리가 라바온의 검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결 편하게 거리를 벌릴 수 있었지만, 지원군은 이쪽만 있는 게 아니었다.
척, 척, 척, 척.
도현을 감싼 포위망이 점점 더 좁혀오고 있었다.
족히 백여 명은 되는 인원.
그들 모두가 상위권 랭커들로 구성되었다는 걸 생각하면 엄청난 전력이었지만, 도현은 난처함을 보이지 않았다.
씨익.
그저 특유의 썩소를 유지한 채 주시할 뿐.
“……뭐가 그리 우습지? 카이저.”
“아, 생각보다 할 만한 거 같아서 말이야.”
“……허세도 정도껏 부려야 하는 법이다.”
와락 인상을 찡그리는 바라온과 마르파드지만, 도현은 진심이었다.
‘10대 길드의 부마스터쯤 되면 웬만한 대형 길드 마스터보다 강하다고 하던데…….’
우려와 달리 놈들의 스펙은 그리 대단치 않았다.
차라리 저 두 놈을 함께 상대하는 것보다 이전에 상대했던 시나라는 녀석이 훨씬 까다로웠다.
녀석의 분석 실력은 도현조차 인정할 정도로 정점에 달해있었으니까.
반면 저놈들은?
‘그저 스펙만 믿고 까부는 쭉정이들이야.’
하나하나가 시나와 엇비슷한 스펙이지만, 그 실력은 비교할 가치가 없다.
시나를 상대했을 때보다 더 강해진 지금이라면 말이 필요 없을 정도.
그걸 두 사람 또한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듣던 것보다 더 강하다.’
‘과연, 잊혀진 무덤의 일등공신 타이틀은 허투루 얻은 게 아니라는 건가.’
직접 피부로 체감한 카이저는 결코 자신들의 밑이 아니라는 것을.
아직 80레벨대인 유저가 만렙을 넘어 초월까지 겪은 자신들과 비빈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들은 곧 마음을 가다듬었다.
‘제대로 붙으면 이기기야 하겠지만…… 데미안 님은 확실한 일 처리를 원하신다. 자존심을 부리느라 시간을 잡아먹을 때가 아니야.’
‘확실하게 말려 죽이는 쪽으로 가자고.’
당장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임무의 성공이다.
무려 재앙의 공략 점수까지 소모한 만큼 확실하게 카이저의 숨통을 끊어야 했다.
그것이 곧 척살의 시발점이 될 테니까.
그에 마치 뱀처럼 서서히 포위를 좁히며 놈의 숨통을 조여가고 있을 때였다.
쾅!
느닷없이 울려 퍼진 굉음.
“끄어억!”
“커헉!”
그 뒤를 잇는 고통을 토해내는 침음.
쾅! 콰앙!
“커허억!”
“씨, 씨X 이게 무슨……!”
“아아악!”
소리의 근원지는 뒤쪽이었다.
사방을 둘러싼 포위망에서 카이저의 뒤쪽을 막고 있던 쪽에서 무언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뭐야, 무슨 소리야?”
순식간에 긴장되는 분위기가 깨졌고, 길드원들의 위로 물음표가 떠올랐다.
하나 그들도 어디 가서 알아주는 랭커들.
의문은 접어두고 금방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누, 누군가 포위망을 뚫고 있다!”
“어떤 새끼야!”
“막아! 막으라고!”
“마, 막을 수가 없습니다!”
하나 그뿐.
그들은 제대로 된 대응도 못 하고 태풍 앞 낙엽처럼 허무하게 날아갈 따름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바벨론은 발이 묶여있을 터인데 어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라바온. 적은 몇이냐!”
그에 덩달아 얼 타 있던 마르파드가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그러자 다급한 외침이 들려온다.
“하, 한 명입니다!”
“……뭐?”
“한 명…… 이라고?”
고작 한 명을 못 막아서 10대 길드의 간부들이 종이처럼 나풀거리며 쓰러지고 있단 말인가.
이 순간, 한 여인의 형상이 뇌리에 번뜩인 건 본능이었다.
‘……설마.’
혼자서 군단을 막아내는 압도적인 무력.
그렇기에 일인군단(一人軍團)이라 불리는 여인.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한 건 오직 그 여인뿐이었으니까.
흔들리는 눈동자가 자신을 향하자 도현이 올 게 왔다는 듯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여튼 저 새낀 조용히 등장하는 법이 없다니까.”
그리고 그리 중얼거렸을 땐, 비명 소리도 가까워져 있었다.
바로 뒤에서 들리는 듯한 소리에 라바온과 마르파드가 본능적으로 자세를 다잡은 순간.
퍽, 타앗!
“억!”
막고 있던 길드원의 안면을 밟은 여인이 높게 도약했다.
두 사람과 도현의 중간에 덩그러니 착지한 백발의 여인에게서 흉흉한 붉은 기운이 일렁이고 있었다.
“……여, 여제.”
“여제라면 그 일인군단?”
“분명 여제는 참가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일인군단(一人軍團)이라 불리는 여인이자 도현의 오랜 동료.
여제(女帝)의 합류에 웅성거림이 커졌다.
스윽.
하나 여제 특유의 적안이 훑고 지나가자 일순 소리가 멈추었다.
쥐 죽은 듯 조용해진 분위기.
마치 주민들 사이로 한 마리 맹수가 난입한 듯이 압도적인 기세에 눌린 것이다.
부마스터들 또한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허?”
그런 그들을 지나 마지막으로 피식 웃고 있는 도현과 눈이 마주친 그녀의 한쪽 입꼬리가 길게 찢어졌다.
“위험하다길래 왔는데 멀쩡하네?”
“위험은 무슨. 한창 재미 보려던 때였구만.”
사납게 웃는 그녀를 보며 실소를 지어주자 그제야 허리를 편다.
그리곤 자연스레 도현을 등지고 서며 말했다.
“혼자만 재미 보게 둘 수는 없지. 나도 낀다. 불만 없지?”
“얼마든지.”
그것만으로 판도가 바뀌었다.
기세에 눌린 길드원은 더 이상 포위를 좁혀오지 못했고, 부마스터들 또한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가장 먼저 움직인 건 그녀였다.
파앙!
공기가 찢어지는 듯한 파공음을 내며 순식간에 적진 사이로 파고든 것이다.
“커헉……?”
단숨에 한 길드원의 가슴팍을 찌른 그녀가, 뒤늦게 반격하려는 남자를 검에 꽂힌 채로 내동댕이치곤 순식간에 검을 난도질했다.
광전사의 모든 버프로 무장한 탓에 눈으로 보고도 쫓기 힘든 속도.
쑤욱.
마지막으로 목을 꿰뚫은 그녀가 검을 빼내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
하얀 피부와 머리가 피로 뒤집힌 채였다.
그 소름끼치는 광경에 압도된 유저들이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친 순간, 그녀가 툭 내뱉듯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
“내기 하나 할까?”
“무슨 내기.”
적진 한복판에 있다곤 믿기지 않는 여유로운 목소리.
그리고 그걸 당연하다는 듯 태연하게 받는 도현.
자연스럽기에 더욱 이질적인 광경에 길드원들이 움츠러든 사이, 그들은 말을 이어갔다.
“누가 더 많이 잡는지.”
“……잡고 말하는 건 너무 양심이 없는 거 같은데. 그리고 그건 네 전문 분야 아니었냐?”
“쫄?”
이윽고 마법의 단어를 들은 도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고.
“……콜.”
“오케이.”
그들은 거의 동시에 몸을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먹잇감을 찾는 듯 번들거리는 눈을 마주한 길드원들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 * *
10대 길드.
모두가 부러워하는 갓오세의 정점이라 불리는 위치.
그곳의 간부직에 올랐다는 건 자부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10억 명의 플레이어 중에서도 적수가 거의 없는 위치에 달했다는 뜻이니까.
적어도 길드 세력 사이에선 함부로 대할 사람이 없었다.
그런 만큼 무궁한 자부심을 가진 그들은 실력에도 자신이 있었다.
애당초 간부에 오르려면 그만한 실력이 기본으로 탑재되어야 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미친…….’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이게 뭔.’
한데 지금 그 자부심에 처음으로 금이 가고 있었다.
그것도 실금 정도가 아니라, 아주 산산조각이 나기 일보 직전이었다.
콰앙! 쾅!
“마, 막아! 막으라고!”
“다리라도 붙잡고 있어 봐! 수십 명이서 한 명을 커버 못하는 게 말이 돼?”
“씨X 네가 한 번 잡아 보던…… 끄헉!”
뛰어난 딜러가 모인 레온느 길드와 최강의 탱커 길드라 불리는 이지스 길드.
그곳의 간부직인 우수한 딜러와 탱커들이 우후죽순 떨어져 나가고 있다.
겨우 여제 하나를 막지 못해서.
콰득!
푹! 푸욱!
“커헉!”
“이런 미친……!”
그런 여제의 학살극은 압도적이었다.
보통 수십 명이 달려들면 회피를 하든, 추격전을 하든 하는 게 일반적이다.
아무리 뛰어난 고수라도 다굴 앞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니까.
그렇기에 수많은 고수들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지 않게 조절해가며 싸우는 것이고.
한데 그 진리와도 같은 법칙이 저 여인에겐 통하지 않았다.
“왜, 왜 나만 맞지?”
“아니 저게 사람이야? 이건 뭐 짐승 새끼지……. 떨어지질 않잖아!”
“짐승? 너 이리 와봐. 너부터 죽여줄게.”
“히이익!”
그저 돌진. 돌진하고 또 돌진한다.
오직 앞만 보이는 사람처럼 몇 명이 달려들든 초근접전으로 파고들 뿐이었다.
전략이나 심리전 같은 건 조금도 없는, 개싸움이나 다름없는 전투방식.
한데 압도적인 무력이 받쳐지자 그토록 위력적일 수가 없었다.
[혈기의 효과로 70초 동안 피를 뒤집을수록 강해집니다.] [광폭의 효과로 80초 동안 받는 데미지가 크게 상승하는 대신, 공격력이 크게 상승합니다.] [다이하드의 효과로 생명력을 제물로 바친 만큼 신체 능력이 상승합니다.] [생명력의 80%를 바쳤습니다.] [광기 효과로 90초 동안 초당 1%의 생명력이 줄어들며 현재 체력의 %에 비례하여 능력치와 모든 속도가 상승합니다.]심지어 여제의 직업은 광전사 계열.
지치기는커녕 싸움이 길어질수록 점점 더 강해지니 그야말로 폭주전차와도 다름없었다.
그럼 카이저 쪽은 좀 괜찮냐?
“이런 씨X 왜 공격이 안 맞아!?”
“왜 같이 때리는데 자꾸 나만 맞냐고!”
“아 좀 붙잡아봐! 다굴을 쳐야 뭘 하든 할 거 아니냐.”
“아니 거리를 안 주는데 어떻게 잡아? 좀 좁혔다 싶으면 뒤잡기니 뇌전 이동이니 난리법석을 피우는데.”
“패링 전설 스킬로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고. 저게 어떻게 일반 스킬이…… 커헉!”
이쪽도 패색이 짙다 못해 넘쳐흐르고 있었다.
여제가 최상위 포식자인 맹수가 피지컬로 찍어누르는 느낌이라면, 카이저의 전투는 예술의 경지에 가까웠다.
유능제강(柔能制剛)
버드나무의 춤.
휘릭-
“커헉?”
때론 부드러운 검술로 흘려내고,
[역천기(逆天期)] [제1 초식 (始)를 사용합니다.]때론 태산과도 같은 묵직함으로 버텼으며.
[뇌전 이동을 사용합니다.] [뒤잡기를 사용합니다.]파직-
때론 빛살과도 같이 쇄도하여 진형을 헤집었다.
변화무쌍의 극치.
한 사람이 행할 수 있는 게 맞나 싶을 만큼 상황에 맞춰 적재적소의 전투방식은 그저 경이로울 따름이었다.
동료라기엔 서로 극과 극의 방식이지만, 한 가지는 명확했다.
‘저게 같은 사람이라고?’
‘……나는 지금 무얼 상대하고 있단 말인가.’
자신들은 지금 인간의 탈을 뒤집어쓴 두 괴물과 싸우는 중이라는 것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