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75)
제275화
275화.
데미안은 자신이 있었다.
‘죽기 싫으면 방패를 꽉 잡으라고? 감히 이 나한테?’
자신이 누구인가.
갓오세 최고의 탱커 길드인 이지스 길드의 수장이었다.
그중에서도 독보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명실상부 갓오세 최강의 탱커.
그게 데미안 알렉산더 자신인 것이다.
그런 자신한테 감히 건방지게 방패를 꽉 잡으라?
‘분위기에 휩쓸려 주제 파악을 못 하는군.’
오만해도 이리 오만할 수가 없었다.
일방적인 척살에서 비등비등한 싸움까지 이끌어낸 거? 기어코 죽지 않고 버텨서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낸 거?
거기까진 인정한다. 하지만 이건 아니었다.
‘만렙도 못 찍은 놈이 건방지게…….’
PVP 최강 캐릭터를 꼽으면 암살자를 가장 많이들 꼽지만 그건 기습이 가능한 대인전일 뿐.
늘 최상위권에 있는 직업 중 하나가 바로 탱커였다.
압도적인 방어력과 면역을 두르고 돌격하는 탱커는 전차나 다름없었으니까.
비록 공성전과 같은 다수의 싸움에서 제 힘을 발휘하긴 하나, 대인전에서도 썩 훌륭한 성능을 보였다.
‘레벨 차가 날 땐 탱커만큼 이기기 힘든 직업이 없지.’
격차가 심한 저놈이 자신의 방어를 뚫고 치명상을 입히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들 터.
하물며 체력도 깎일 대로 깎인 상태라면 말이 필요 없었다.
그뿐이랴.
아더와 레온이라면 능히 광신도를 압도할 수 있을 것이다.
여제가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녀석도 상태가 좋지 못하니 이길 수 있다.
‘정점에 이른 탱커가 어떤 존재인지 똑똑히 보여주마.’
비록 예상치 못한 고전은 있었지만, 승리의 여신은 이쪽으로 미소를 지어주리라.
그리 생각하며 데미안은 편안한 마음으로 도현과 격돌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깨져나가는 데는 채 몇 분도 걸리지 않았다.
쾅! 콰앙! 쾅!
“방패 꽉 잡으라니까?”
호언장담한 것과 달리 전투가 벌어진 지 5분 만에 데미안은 훈수를 들으며 방패를 꽉 쥐고 있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이게 겨우 80레벨대의 공격력이라고?
방패에서 전신을 타고 전해지는 충격은 결코 80레벨대의 그것이 아니었다.
최소 만렙. 아니, 초월을 두 번은 겪은 듯한 수준.
‘대체 뭐가 다르기에 이런 게 가능한 것이냐.’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저놈과 관련된 모든 것은 다 상식을 벗어나 있단 말인가.
아니, 상식을 벗어나도 정도껏 벗어나야지 이건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아니…… 데미지는 어떻게든 납득할 수 있다. 방어가 뚫릴 정도는 아니야.’
굳이 따지자면 레온과 엇비슷한 정도?
가끔 맞먹는 위력이 나오긴 하나, 평균적인 공격력을 두고 보면 레온보다 확연히 밑이었다.
생각 이상으로 강해서 이해가 안 될 뿐, 이 정도로는 자신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부웅-
“그런 걸 맞겠어? 방패나 꽉 쥐라니까.”
쾅! 콰앙!
공격이 맞질 않는다.
방패를 휘두르거나 밀쳐도 보고, 돌진을 해봐도, 저놈은 미래를 본 것처럼 가뿐하게 피해냈다.
‘도대체 왜 맞질 않는 거냐!’
데미안의 방패는 일반적인 방패가 아니다.
뛰어난 장인이 오직 데미안만을 위해 만들어준 방패로 양손으로 잡아야 할 정도로 거대한 크기를 자랑했다.
검으로 치면 투바이핸드와 같은 비정상적인 사이즈.
거기에 방패면이 날카로운 검날처럼 예리했기에 대충 휘둘러도 맞아야 정상인데…….
휙, 쾅!
저놈은 미꾸라지처럼 잘도 빠져나간다.
저 신출귀몰한 움직임도 쫓기 버거운데 설상가상으로 눈보라까지 휘몰아치니 눈도 제대로 뜨기 힘들었다.
크르르-!
그럴 때면 어김없이 달려드는 하얀 사자.
그렇게 한 바퀴 뒹굴고 나면 다시금 거리가 벌어져 있었고, 창으로 변한 천변이 날아왔다.
캉!
튕겨내면 손을 뻗어 불러온 도현이 다시 검을 휘둘러온다.
거리가 좁혀졌다 싶어 냅다 들이받으면, 또 귀신같이 옆으로 사이드 스텝을 밟고는 단검으로 찔러대는 모습.
“젠장!”
결국 참다못한 데미안이 땅을 세게 짓밟았다.
[전설급 스킬, ‘지진파(地震波)’가 발동되었습니다.] [균형을 잃고 넘어질 시 상태 이상 ‘그로기’에 빠집니다.] [주의! 지형이 변형될 수 있습니다.]아무리 저놈이라도 지면 전체가 흔들리면 어쩔 도리가 없을 거란 판단이었다.
‘이렇게까진 안 하려 했건만…….’
왠지 실력에서 지는 거 같아 참고 있었는데 더는 안 되겠다.
체면도 승리해야 챙길 수 있지 않겠는가.
[전설급 스킬, ‘찬란한 의지’가 발동되었습니다.] [전설급 스킬, ‘수호신의 가호’가 발동되었습니다.]…….
최대한 스펙 차이로 찍어 누를 심산으로 온갖 버프를 몸에 두른 데미안이 자세를 낮췄다.
지진파에 놈의 균형이 무너진 틈을 타 돌진하기 위함이었다.
한데 그 순간.
[지진파(地震波)의 충격파가 ‘베르지나의 마도 장갑’에 의해 좌표가 변경됩니다.]“……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놈이 귀찮다는 듯 장갑을 낀 손을 휘젓자, 파도처럼 나아가던 지진파가 하늘로 솟구치는 게 아닌가.
콰아아-
마치 용이 승천하듯 치솟는 지진파의 모습에 데미안은 멍해졌다.
‘전설급 스킬을 튕겨내? 그런 아이템이 있다고?’
10대 길드 마스터라는 위치에 오르며 많은 아이템을 얻었지만, 저런 건 듣도 보도 못했다.
돌진은 각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억지로 쓰면 카운터 당해, 방패를 휘두르면 손쉽게 피해내.
이건 뭐 답이 없었다.
데미안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
‘침착해. 놈은 지쳐있다. 시간은 이쪽의 편이야.’
생명력은 둘째치고 유저라면 어쩔 수 없는 체력과 마나.
그것들이 바닥을 보이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어차피 놈에게 치명상을 입을 리는 없을 테니, 시간을 들여가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승산이 있었다.
‘그게 맞다.’
언제나 이성적인 판단을 해내기에 철혈의 탱커라 불리는 그다운 모습이었다.
하나 아무리 그라 해도 모든 판단이 들어맞지는 않는 법.
간혹 틀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애석하게도 이번이 그 경우였다.
쾅! 콰앙!
‘그래, 더 열심히 날뛰어봐라. 시간은 내 편이니.’
쾅! 콰아앙!
‘후후…… 뒤를 생각하지 않고 날뛰는군. 그렇게 체력을 소모해서 좋을 게 없을 텐데.’
쾅! 쾅! 콰쾅!
‘슬슬 지쳐가는 게 보이는…… 으음?’
연신 비릿한 미소를 머금던 데미안의 얼굴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갔다.
무언가 이상했다.
‘왜 멈추질 않지?’
방패를 두들기는 검이 멈추질 않는다.
진작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졌어야 할 카이저는 너무도 쌩쌩한 모습으로 천변을 휘두르고 있었다.
반면 자신은 거북이처럼 방패를 쥐고 웅크리고 있을 뿐이었다.
어쩌다 보니 죽기 싫으면 방패를 꽉 쥐라는 카이저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있는 꼴.
‘……언제까지 버텨야 하는 거지? 체력이…… 줄어들긴 하나?’
정말 시간이 자신의 편이 맞는지 점점 의심이 커져갔다.
그리고 그 의심은 정확했다.
[체력이 매우 낮습니다.] [흑비가면(黑比假面)의 효과가 증폭됩니다.] [체력 재생률이 대폭 상승합니다.] [남은 체력이 20% 이하입니다.]‘흑비가면 효과가 좋긴 하네.’
도현은 아까부터 계속해서 20% 이하라는 메시지만 뜰 뿐, 그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었으니까.
체력이 낮으면 낮을수록 증폭되는 가면의 효과 덕이었다.
방어구의 역천(逆天) 효과가 증폭된 덕에 체력이 뻥튀기된 탓도 있으리라.
‘설령 체력이 모두 소진되어도 일정 시간 동안 싸울 수 있으니 이놈 잡을 때까지는 충분히 버티겠지.’
그걸 데미안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일까.
포커페이스였던 그의 차가운 인상이 점점 초조함으로 물들었다.
턱.
그 순간 등에 닿는 차가운 감촉.
‘벽?’
어느덧 벽까지 내몰린 것이다.
벽에 내던져지자 피할 공간은 더욱 적어졌고, 도현의 난타는 한층 박차를 가했다.
이 상황에서 데미안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방패를 꽉 쥐고 거북이처럼 웅크리는 것밖에 없었다.
‘이건…… 마치 사냥당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노련한 사냥꾼이 먹잇감을 사냥하듯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데미안은 사냥당하고 있었다.
그걸 자각하자 곧 상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크윽……. 좀 떨어져라, 이 새끼야!”
“떨어지는 건 네놈의 목이다. 감히 신을 능멸한 죄 죽음으로 갚을지니!”
“아오, 이 미친년 진짜!”
광신도쯤은 능히 압도할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애를 먹는 건 레온이었다.
후웅- 훙!
거대한 대검을 휘두를 때마다 충격파가 주변을 휩쓰는 탓에, 레온이 끊임없이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뒤로 빠지며 검을 휘두르는 레온과, 그런 레온의 검을 단칼에 날려버리며 쫓아가는 광신도.
그 모습 어디에도 압도라는 단어는 없었다.
‘……광신도가 이 정도였다고?’
그녀의 소문은 들었으나, 그저 뛰어난 다크호스 정도로 여겼다.
그녀는 갓오세를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으니까.
자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리가 없다 여긴 것이다.
한데 막상 까놓고 보니 이만한 위험분자가 없었다.
‘10대 길드와 견줄 만한 세력을 이끌고, 레온과 호각을 겨루는 실력…… 이건 사실상 10대 길드와 다를 게 없지 않나.’
그뿐이랴.
“아더, 똑바로 안 하냐? 상태 안 좋은 놈 데리고 뭐 그리 애를 먹고 있어?”
“? 시비 거냐? 야, 너부터 죽여줄게. 이리 와봐.”
“아아 신이시여,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역겨운 이단자의 목을 가져가겠나이다!”
“아오, 진짜 미친년 투성이네. 데미안 저 새끼는 왜 다 죽어가는 카이저 하나 못 잡고 저러는 거야?”
아더의 상황도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팽팽하던 카신교와 길드원들의 싸움도 조금이지만 기울고 있었다.
-다 죽여버려!
-리자리자!
-암! 감히 주군을 무시한 죄, 죽음으로 갚아야 마땅한 법!
시간을 번 덕에 어느 정도 회복한 가디언들이 난입한 것이다.
그어어- 그어!
딱- 따닥-
고통을 필두로 한 언데드 군단과 찰리.
그리고 난전에 효율적인 엘리자의 거미줄 지원이 더해지자, 전투의 양상이 확연하게 달라진 것이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지고 있다고?
10대 길드 연합이 겨우 저런 놈들한테?
“내가 말했지.”
데미안이 현실을 부정하고 있자 도현이 말을 잘랐다.
싸늘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공해야 할 거라고. 실패하면 죽는 건 네가 될 테니까.”
“…….”
“난 분명 말했는데 실패했네?”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린 도현이 툭 내뱉었다.
“그럼 죽어야지.”
그와 동시에 눈 밑에 맺힌 눈물이 검게 물들었고,
[신의 눈물의 두 번째 능력을 사용합니다.] [일시적으로 마나를 소모하지 않습니다. (쿨타임 70분)] [성왕(聖王)의 징표를 사용합니다.] [뇌룡강림(雷龍降臨)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뇌룡강림(雷龍降臨)에 어둠 두르기를 사용합니다.]수많은 메시지를 끝으로, 하늘에 검은 스파크가 튀며 먹구름을 불러왔고.
이내 하늘이 번쩍이며 용의 형상을 한 검은 번개가 내리꽂혔다.
[뇌룡강림에 어둠 두르기를 사용합니다.] [뇌룡이 어둠 두르기에 영향을 받아 어둠 특성을 갖습니다.] [비정상적인 루트로 흑룡의 힘에 접근합니다.] [어둠 특성의 효과가 추가로 적용되어 뇌룡과 흑룡의 기운을 동시에 지니게 됩니다.]도현의 최종 단계라 할 수 있는 흑뇌룡 모드였다.
이걸 사용했다는 건 한 가지 의미뿐이었다.
“이제 끝내보자고.”
“……건방진.”
슬슬 마무리 지을 때가 왔다는 것.
그 의미를 모를 데미안이 아니었다.
아직 생명력이 반이 넘게 남아있는데 끝내겠다는 건, 그만큼 얕보였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그에 데미안의 표정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
“오만하기 짝이 없군. 남겨둔 게 네놈만 있을 줄 아나.”
“네가 더 뭘 할 수 있는데?”
“십성기사단을 비롯한 더 킹의 성기사들이 샤오 쪽에 붙은 걸 잊은 건 아니겠지. 지금쯤이면 바벨론은 정리되었을 거다. 그들이 합류하면…….”
“아 그거?”
도현이 어깨를 으쓱이자 데미안이 입을 다물었다.
여유로운 반응에 불길한 예감이 든 것이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틀린 법이 없다던가.
잠시 허공을 보며 뭐라 중얼거리던 도현이 피식 웃어 보였다.
“그럴 일 없을 거 같은데?”
“……뭐?”
“오히려 너희가 위험할지도…… 설마 이 녀석이 도와줄 줄은 나도 몰랐는데 말이야.”
“알아듣게 설명…….”
데미안의 말은 끝내 이어지지 못했다.
띠링-
[샤오 : 야!!! 너 이 년 동의받은 거 아니었어!? 이 년이 왜 끼어드는 건데!] [샤오 : 빨리 정리하고 이쪽으로 넘어와, 지금 난리 났으니까.] [샤오 : 빨리 오라고 경고했어. 안 오면 동맹이고 뭐고 갈아엎을 거니까 알아서 해!]‘……이게 무슨.’
분노에 찬 귓속말이 연신 날아오고 있었으니까.
데미안으로선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여제도 왔고, 카신교도 이미 난입했다. 여기서 더 끼어들 녀석이 대체 누가 있단 말인가.
하나 곧 날아온 귓속말을 들은 순간, 데미안은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샤오 : 천마 이 년이 대체 왜 날 공격하냐고!]‘……?’
천마신교(天魔神敎)의 교주, 천마(天魔).
그녀가 적으로 돌아서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