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76)
제276화
276화.
“젠장…… 저 새끼들까지 데리고 오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아스트가 똥 씹은 얼굴로 불평을 늘어놓았다.
부우웅- 카앙!
그러면서도 손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럴 수가 없었다.
사방에서 밀려오는 공격을 받아치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
길드원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카앙! 캉!
요란스레 울려 퍼지는 쇳소리.
“밀어붙여!”
“버텨! 한 번 뚫리면 답도 없다, 최대한 밀어내!”
“백마부대 돌격!”
“방패 세워!”
쇠와 쇠가 맞닿으며 불똥이 튀고, 백마부대와 바벨론의 군단이 얽히며 화려한 전투가 펼쳐지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천외천의 백마부대는 유명하지만, 바벨론의 화력도 만만치 않았기에 능히 버텨낼 수 있었으니까.
“앞으로 20분…… 한 방만 더 던지면 승산이 있다.”
“마스터가 시간을 벌 수 있게 도와라!”
“오늘 둘 중 하나는 사라진다! 건방진 천외천 놈들을 본 대륙에서 지워버리자고!”
시간만 주어진다면 승리를 얻을지도 몰랐다.
저들에겐 없는 한 방이 아스트에겐 있었으니까.
그것도 그냥 한 방이 아니었다.
[+15 위대한 용살자(龍殺者)의 철퇴]‘좀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무려 최고 강화된 전설+ 등급의 유물급 철퇴.
아스트가 가진 무기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무기가 인벤토리에 고이 보관되어있었으니까.
초월 버전의 업그레이드 능력을 사용하면 저 잘난 백마부대를 한 줌의 먼지로 만들 수 있을 터였다.
그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승리한다.
그런 확신이 바벨론의 사기를 증폭시키고 있었다.
타앗!
서걱- 석-
“으아아악!”
“끄헉!”
“뭐, 뭐야! 뒤에 무슨 일이냐!”
“누, 누군가 뒤에서 난입했습니다!”
“대체 지금 상황에 누가 난입한단 말이냐!”
놈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천외천의 백마부대를 막기 위해 병력이 집중되어있어 허술한 뒤쪽을 습격한 것이다.
번쩍거리는 갑옷을 입고, 예술 작품 같은 검을 손에 쥔 기사들.
그들의 주변으론 성스러운 기운이 은은하게 흘러나오고 있었고, 가슴팍엔 화려하게 수놓아진 십자가가 그려져 있었다.
“……성기사?”
“저 마크! 더 킹이잖아!?”
“더 킹이 난입했다! 다들 정신 차리고 뒤를 막아!”
“아니, 전력을 분산시키면 위험하다! 성기사들은 내가 막을 테니 앞을 막아라!”
10대 길드 더 킹을 상징하는 마크.
갓오세 최고의 성기사들이 천외천의 편으로 지원을 온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마스터인 아더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으나, 상황이 좋게 돌아가지 않았다.
“루디? 맙소사! 십성기사단이다!”
“저놈들이 여길 왜…….”
더 킹의 최고전력인 십성기사단의 등장 때문이었다.
다른 10대 길드의 간부 모두를 합친 것만큼 강한 전력이라는 10명의 기사단.
서걱- 석-!
그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십성기사단은 물밀 듯이 몰려드는 바벨론의 길드원들을 무참하게 썰며 전진해왔다.
부마스터가 급히 소규모의 병력을 이끌고 막아서지만 버티는 것도 버거웠다.
조금씩 밀리고 있는 게 멀리서도 보일 정도.
‘저 녀석이 저렇게 버거워하다니…… 과장된 말이 아니었나.’
낭패였다.
팽팽하던 줄다리기에 사람 하나만 끼어들어도 밀리게 되는 법인데, 이건 뭐 헤비급 선수들이 우르르 합류해 줄에 매달린 격이었다.
“아더 그 고지식한 녀석이 이런 치졸한 짓에 가담할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치졸은 무슨. 현명한 거지. 그리고 고지식하니까 이렇게 되는 거야,”
“뭐?”
“데미안한테 진 빚을 청산해야 하거든. 그냥 무시하면 그만인데 그놈의 신념이 뭐라고…… 남자들은 참 쓸데없는 거에 목을 맨다니까.”
샤오가 비아냥거리듯 입꼬리를 비죽 올렸다.
그에 아스트의 미간에 그려진 川자가 깊어졌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나불거렸다.
“오늘 둘 중 하나는 사라진다 했던가? 안 됐네. 그게 바벨론이라서.”
“……썩을 년.”
“후후, 그 저급한 말 듣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좀 덜 역겹네? 최근 본 상판 중 가장 보기 좋은걸?”
당장 저 주둥이를 잡고 잡초 뽑듯 댕겨주고 싶은 욕망이 치솟는다.
하지만 지금은 분노를 가라앉혀야 했다.
저 여자의 말처럼 이대로 가다간 정말 몰살 엔딩으로 끝날 게 틀림없었으니까.
화를 못 참고 눈이 돌아서 날뛰었다간, 자신만 믿고 있는 길드원들이 모두 회색 배경을 보게 될 것이다.
‘꾸꾸 녀석은 카이저한테 갔고…… 아오, 검성 이 녀석은 언제까지 수련하는 거야? 닉값도 적당히 해야지. 소식도 안 듣고 사나.’
수련할 땐 거기에만 집중하기 위해 귓속말 설정을 잠그는 녀석이라 통 소식이 전해지질 않는다.
카이저나 꾸꾸 녀석은 잘 하고 있는 건지 이쪽이 걱정되는 판이고.
여타 10대 길드와는 동맹관계인 곳이 없었다.
특히 이번에 카이저의 동료였다는 게 밝혀지고 나서는 물어뜯지나 않으면 다행일 정도.
서걱- 석- 캉!
“커헉!”
“끄으으…….”
“젠장…… 저놈들만 어떻게 할 수 있었어도…….”
찬찬히 주위를 둘러봐도 답이 보이지 않는다.
짙어지는 패색만이 느껴질 뿐.
‘……여기까진가.’
뎀로크에선 거창한 세력 같은 거 없이 네 명이서도 두려울 게 없었건만.
지금은 훨씬 많은 머릿수를 가지고도 쩔쩔매고 있는 꼴이 우스웠다.
‘에휴, 내가 그럼 그렇지. 뭐가 나만의 군단이냐.’
자신만의 군단을 만드는 것.
똥망겜이라 사람이 없어 이루지 못해 한이 맺혔던 꿈.
그 꿈을 비로소 이루었다고 생각했는데 이토록 허무하게 사라진다 생각하니 허탈하기까지 했다.
피식,
쓴웃음을 지은 아스트가 인벤토리에서 무기를 꺼내 쥐었다.
고이 간직하고 있던 위대한 용살자의 철퇴였다.
“모양 빠지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질 땐 지더라도, 저 히죽거리는 싸가지없는 녀석의 얼굴에 크게 한 방 먹여야 하지 않겠는가.
최소한 샤오, 저 여자는 데리고 간다.
그리 다짐한 아스트가 신수, 무기를 삼키는 환수를 소환하려던 때였다.
촤아아-
“……?”
굳건한 얼굴로 고개를 들던 아스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피?’
하늘에서 피 분수가 솟구치고 있었다.
아니, 하늘이 아니었다.
머리 위에서 정신 사납게 움직이던 하늘을 나는 백마들이 날개가 잘린 채 일제히 피를 뿜어내고 있었다.
“어어?”
“가, 갑자기 뭔…….”
“떠, 떨어진다!”
당혹스러운 상황에 멍해진 것도 잠시.
볼품없이 떨어져 내린 그들을 바벨론의 길드원들이 놓칠 리 만무. 이때다 싶었던 그들이 잽싸게 놈들의 목숨을 끊었다.
“이게 무슨…….”
그 과정을 지켜본 샤오의 표정이 멍해졌다.
하늘을 나는 백마는 무척 귀했고, 천외천에서도 최고 간부들만이 가졌기에 그 수가 많지 않았다.
고작 한 부대만이 있을 정도. 그리고 그 부대가 지금 전멸했다.
영문 모를 기습 한 번에 허망하게.
“아…….”
“…….”
전장이 일순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쇠와 쇠가 맞부딪히는 소리가 그치고,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일 것이다.
터벅.
낮게 울리는 발소리가 이토록 뚜렷하게 들리는 것은.
터벅. 터벅.
여유로운 발걸음.
허리를 빳빳하게 선 채 걸어오는 그녀는 고고한 분위기를 가득 머금고 있었다.
흑색 도복과 길게 기른 흑색 머리는 새하얀 도자기 같은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하였다.
터벅.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전장을 좌시하듯 검은 눈동자를 움직였다.
그런 그녀의 눈이 길드원들과 십성기사단, 마지막으로 샤오를 지나 아스트를 향한 순간.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고고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 샌드백을 데리고 무얼 하는 거지?”
“……무슨 백?”
영문 모를 말에 어리둥절해 하던 샤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천마, 이게 무슨 짓이지?”
“무얼 말이냐.”
“분명 동맹에 약속한 거로 아는데. 배신하고도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이번 전쟁에 동의한 다섯 길드.
그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천마신교가 뒤통수를 친 상황에 샤오는 질책을 숨기지 않았다.
대놓고 압박을 가하는 모습이었으나 천마는 여유롭게 갸우뚱할 따름이었다.
“동맹? 나는 약조한 적이 없다만.”
“……무슨 소리야. 동의했으니까 반지를 받은 거 아니야?”
“그래서?”
“? 네가 우리 차단해서 엽서도 보냈잖아. 네 녀석도 카이저가 위험…… 아니, 성가시다고 느끼니까 동의한 거 아냐?”
그제야 기억났다는 듯 탄성을 흘린 천마가 씨익 웃었다.
“아아. 그게 그런 내용이었나. 귀찮아서 엽서를 확인하지 않았는데 잘한 선택이었구나.”
“뭐?”
“샤오. 네 녀석은 내가 이런 치졸한 짓에 가담할 정도로 줏대 없는 사람으로 보이느냐.”
“……너 뭐라 했어.”
샤오의 눈빛이 살벌해졌지만, 천마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실력이 부족하면 얌전히 찌그러져 있어야지, 꾸역꾸역 이겨 먹으려고 단체로 발악하는 게 보기 좋진 않은 것 같은데.”
“이익……!”
오히려 한술 더 떠서 비아냥거리는 모습 어디에도 악의는 없었다.
그저 팩트를 나열하듯 담담한 어조.
그게 샤오를 더욱 약 오르게 만든다는 걸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네가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너는 지금 잘못 건드려도 단단히 잘못 건드렸……… 아주 처참하게…….”
발악하듯 소리치는 샤오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리며, 천마는 태연하게 아스트와 눈을 마주했다.
“네가 여긴 웬일이냐?”
“길을 잃었다.”
“……미궁에서 길을 잃어? 길이 하난데?”
“그러기도 하더구나.”
황당하다는 듯 헛웃음을 짓는 아스트를 위아래로 훑어본 천마가 툭 내뱉었다.
“넌 내 전용 샌드백이라 했지 않나. 왜 자꾸 엄한 곳에서 얻어터지는 것이냐.”
“얻어터져? 내가? 지금 줘패려고 철퇴 꺼낸 거 안 보여?”
“그런 굼뜬 공격을 누가 맞아준다고.”
“이년은 오랜만에 봐도 지랄이네. 너 이제 뇌룡강림 없어 인마. 한 대 맞아볼래? 좀 따끔할 텐데.”
“……말했지 않느냐. 못 얻은 게 아니라 안 얻은 거라고.”
“무도가가 뇌 속성을 못 쓰면 그게 못 얻은 거지 무슨.”
그걸 시작으로 이어진 디스전에 천마가 처음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얻은 직업이 더 강하니라.”
“응, 그래놓고 뇌룡강림 볼 때마다 군침 흘리죠?”
“네 녀석은 여전히 나잇값을 못 하는구나.”
“그러는 너도 컨셉 좀 버려라. 네가 검성이냐? 오글거리는 말투 들어주기 힘드네.”
그렇게 폭풍 같은 디스전을 펼친 지 몇 초나 지났을까.
이제는 안부 인사나 다름없는 두 사람의 대화를 끝낸 건 샤오였다.
“……이 새끼들이 날 무시하고 떠들어?”
“아, 네 녀석이 있었군.”
“야, 적당히 해. 너 혼자서 되겠어?”
“혼자라…….”
그에 천마가 대화를 멈추고 중얼거리더니 피식 웃었다.
“내가 혼자로 보였느냐.”
“……뭐?”
“죽여라.”
그 말을 끝으로 천마가 손가락을 튕기자, 벽에서 수많은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수십 명이 넘어가는 그림자들은 검붉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스으-
피는 곧 하나의 무기가 되었다.
사슬부터 낫, 너클, 단검과 같은 다양한 무기로 변한 피를 쥔 그들은 어딘가 위험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천마천세 만마앙복!”
“천마천세 만마앙복!”
경외심과 투지를 불태우는 목소리에 샤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천마신교.”
단순히 이름만 마교가 아닌, 정말 천마의 명령이라면 무엇이든 따르는 마교와도 같은 극악의 집단.
그들을 이끌었을 때의 천마는 심각한 위험분자였다.
[마교원들의 혈기를 받아들입니다.] [마교원들의 투지를 받아들입니다.]…….
[모든 능력치와 속도가 증폭되며 광기 효과를 얻습니다.]그들의 충성이 있는 한, 그녀는 끝없이 강해질 수 있었으니까.
그녀의 검은 눈이 한층 더 검게 일렁였다.
“……너 이거 우리한테 전쟁 거는 거야. 알아?”
“1년이 조금 넘었던가. 불문율이 생겨난 지.”
샤오의 마지막 경고에 그녀는 살포시 눈웃음을 치며 답했다.
“그곳에선 그런 평화로운 불문율 따위 없었다. 이곳에서도 전쟁이 한 번 일어나도 나쁠 거 없겠지.”
그 모습에 아스트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웬일로 여기선 얌전하나 했더니만, 결국 성격 나오네.”
천마신교의 교주 천마.
동시에 과거 뎀로크 랭킹 7위, 뇌제(雷帝)라는 이명으로 불리었던 여인.
천지아, 그녀의 또 다른 별명은 전쟁광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