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81)
제281화
281화.
[군단장의 심장에 깃든 기이한 물질이 운명의 그릇에 반응합니다.] [2페이즈가 스킵됩니다.] [히든 페이즈가 발생합니다.]“……히든 페이즈?”
이 상황에서 갑자기?
멍해진 도현이 상황을 이해할 새도 없이 일은 벌어졌다.
사아아아-
군단장에게서 스모그처럼 피어오른 검보라색의 무언가가 주변 대지를 빠르게 물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뭐, 뭐야?”
“아니,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야?”
“아우라가 뿜어지는데?”
본능적인 거부감이 드는 불쾌한 기운.
꿈틀거리는 대지를 보자니 마치 오염 물질을 보는 듯 꺼림칙했다.
흐름을 타고 있던 공략대원들이 주춤거리며 물러날 정도.
그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이건 또 뭔 일이냐.”
“……잘은 몰라도 좋은 상황 같진 않구나.”
“동감이다.”
기세를 몰아 휘몰아치던 아스트와 천마, 아더도 우뚝 멈춰 눈살을 찌푸렸다.
이 와중에도 쉬지 않고 대검을 휘두르던 광신도조차 점점 짙어지는 기운에 결국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
내지르는 포효의 밀도가 다르다.
공간을 찢는 듯한 날카로움이 공기를 타고 피부에 전해진다.
여제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야. 준비해라.”
“어.”
그녀의 감이 말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가벼운 몸풀기에 불과했다고.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레이드의 시작이라고.
이는 그녀만이 아닌 이곳 모두가 느끼는 것이기도 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던가.
[미궁의 심연화가 시작됩니다.] [봉인된 심연, ‘파멸의 제4 군단장’을 중심으로 지면이 심연에 물듭니다.] [현재 미궁의 심연화 10%] [심연화가 100%에 도달할 시 미궁 공략에 실패하며 미궁 밖에 영향력을 끼칩니다.]“뭐? 심연화?”
“미궁 밖에 영향력을 끼친다고? 이거 사실상 실패하면 X된다는 거 아냐!”
“잊혀진 무덤 때랑 똑같잖아! 젠장, 이러다 잘못하면 대역죄인 되는 거 아냐?”
“스케일이 이게 맞냐?”
텍스트로만 봐도 느껴지는 위기감은 혼란을 야기하기 충분했다.
심지어 이게 끝이 아니었다.
쿠구구구-
지면이 뒤흔들리더니 검보랏빛으로 물든 지면이 반투명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저, 저게 뭐야.”
“……알?”
“아니, 그런데 저거 왜 저렇게 커?”
그렇게 드러난 오염된 땅의 밑에는 거대한 알이 있었다.
한데 그 크기가 말도 안 됐다.
바닥을 내려다보는 순간 무력감이 들다 못해 허탈함마저 들 정도.
“산 넘어 산이네.”
“어쩐지 생각보다 수월하더라니…… 쯧.”
“무엇인지는 몰라도 상황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군.”
아스트와 여제도 혀를 차며 황당함을 표하고 있었다.
아더나 다른 이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유일하게 도현과 가디언들만이 심각한 얼굴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주인, 저거 설마…….’
‘어, 맞는 거 같다.’
‘……막아야 합니다, 주군.’
도현 일행은 이미 저것을 본 적이 있었으니까.
브리온에서 파멸자 게이먼을 잡았을 때 나타났던 이벤트.
‘심연의 눈.’
아직 감겨있는지 파충류의 그것과 같은 동공이 드러나지 않아, 언뜻 보면 알처럼 보이지만 확실했다.
저 코즈믹 호러와 같은 압도적인 존재감은 잊는다고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무엇보다.
“어? 저길 봐!”
“젠장, 저건 또 뭐야!?”
“오, 올라온다! 일단 막아!”
아주 옅게 뜨인 눈에서 모습을 드러낸 심연의 군단이 그 증거였다.
마치 지옥에서 올라오는 군대처럼.
지하에서 지면으로 올라오는 그들에게선 흉흉한 검보라색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얼핏 봐도 50마리 이상이야.’
그나마 다행이라면 잡졸에 불과한지 심연의 군단이라기엔 다소 약해 보인다는 것이다.
올라오다가 머리가 꿰뚫린 채 나락으로 떨어지는 놈도 있을 정도.
“어라?”
“이거다. 올라오기 전에 다 떨어트려!”
“오케이!”
그에 자신감을 찾은 유저들이 허겁지겁 놈들을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벌써 4분의 1에 달하는 수를 떨어트리는 데 성공했지만, 애석하게도 이 정도가 한계였다.
캬아아아-
크르르-!
“위에도 있다!”
“아오, 미치겠네.”
하늘에서 펄럭이는 거대한 와이번과도 같은 심연의 마수.
아직 남아있던 놈들이 이곳으로 날아와 훼방을 놓기 시작한 탓이었다.
그…… 어어…….
끼기긱…….
그사이 올라오는 것에 성공한 심연의 군단은 놀랍게도 사람이었다.
정확히는 과거 사람이었던 듯 반은 사람의 피부를 하고 있었고, 반은 심연에 오염되어 꿀렁이고 있었다.
불쾌한 생김새에 유저들이 움찔한 순간 누군가 큰소리로 외쳤다.
“돌격하라!”
“놈들은 생각보다 약하다! 물러나지 말고 쓸어버려!”
마르파드와 라바온이었다.
“……예?”
“하, 하지만 그럼 군단장은…….”
그들의 지휘에 퍼뜩 정신을 차린 유저들이 반문했지만, 그들은 단호했다.
“마스터들을 믿고 맡겨라.”
“어차피 군단을 처리하지 않는 이상 군단장에게 집중할 수 없다. 그러니 최대한 빠르게 군단을 잡는 게 도와주는 것이다. 알겠나!”
“예!”
반박할 여지가 없는 정확한 지휘에 그들도 더는 반문하지 않고 명에 따랐다.
물론 카신교들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신도들이여 이단자들을 처단하라!”
“예!”
“전능하신 카신을 위하여!”
그들은 광신도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군단 사이로 뛰어들었다.
끔찍한 몰골도, 흉흉한 기세도 그들의 광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에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랭커들이라고 판단이 빠르네.’
돌발상황에도 빠르게 수습한 덕에 방해 없이 군단장과의 싸움에 집중할 수 있었다.
만약 저들이 어리바리해서 군단까지 끼어들었다면…….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최악을 면했을 뿐, 상황이 좋지 못한 건 여전했다.
‘10퍼센트가 되었을 때 군단이 나타났어. 그 뒤로 2퍼센트가 오르는 동안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10퍼센트를 기준으로 군단이 나타난다는 건가?’
졸지에 레이드에 타임 리미트가 생겨버렸으니까.
이제 더는 지금처럼 천천히 시간을 들여 안정적으로 공략하면 안 된다.
브리온 때의 경험을 떠올리면 100%에 도달했을 때 나타날 심연은 뻔하지 않겠는가.
‘심연의 강자들.’
그들이 나타나면 모든 게 끝이었다.
최대한 빠르게 승부를 봐야 한다.
[봉인된 심연, ‘파멸의 제4 군단장’이 ‘군단장’ 특성을 발동합니다.] [파멸의 제4 군단장이 군단을 이끄는 동안 ‘넉백 면역’, ‘상태 이상 면역’ ‘무자비’ 효과를 받습니다.]이전보다 더 강해진 군단장을 더 적어진 멤버로.
“다들 돌아가는 상황 이해했지? 늦어지면 우리가 진다. 속전속결로 끝내야 돼.”
“같은 생각이다만…… 가능하겠느냐. 심연화 되는 속도가 심상치가 않다.”
“으음.”
천마의 물음에 아스트는 차마 답하지 못했다.
이 잠깐 사이 진행률이 2%가 더 올라 14%가 되었다.
이대로 가다간 저 군단이 다 죽기 전에 새로운 심연이 나타나게 생겼다.
그것도 지금보다 더 강한 심연이.
반면 군단장은 아직도 생명력이 50%나 남아있는 상황.
병력이 줄었으니 단순 계산으로 생각해도 남은 2시간은 족히 걸릴 터였다.
“아니. 놈을 잡는 게 공략법이 아니다.”
그때 입을 연 건 아더였다.
“? 보스를 잡는 게 공략법이 아니면 뭔데?”
“뭔가 아는 게 있는 눈치로군.”
“짐작이다.”
“시간 없으니까 뭐든 좋으니 빨리 말해.”
여제의 재촉에 아더는 침착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군단장의 옆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알…… 아니, 심연의 눈이 있는 곳이었다.
“저곳에 있는 게 보이나?”
“저게 안 보일 리가 있겠어? 실눈 떠도 보이겠다.”
“자세히 봐라.”
“대체 뭐가 있길래 그런…… 어?”
아더의 차분한 대꾸에 눈살을 찌푸리던 여제가 멈칫했다.
정말로 무언가 있었다.
심연에 오염된 지면과 색이 같아 얼핏 보면 오염된 땅의 일부인가 보다 하고 넘어갈 정도로 자연스러운 것.
“구슬?”
그것은 그냥 구슬이 아니었다.
군단장의 등과 그것의 사이로 마치 혼이 연결된 것처럼 희미한 줄이 이어져 있었다.
어찌나 희미한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
‘이건 나도 몰랐는데.’
실제로 도현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숨겨진 게 아니라 진리의 눈이 발동되지 않고 있던 탓이었다.
“객관적으로 100%가 되기 전에 놈을 정공법으로 잡는 게 말이 된다 생각하나?”
“……안 되지. 많이 안 되지.”
“저 구슬이 열쇠가 아닐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함정일 수도 있겠지만…….”
“흐음. 그렇단 말이지?”
가만히 듣고 있던 여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해보면 되지.”
“응?”
“잠시만. 여제. 함정일 가능성도 있다. 좀 더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오, 저 화상…… 또 말 안 듣고 튀어나가는 것 봐라.”
그리곤 아더와 아스트가 말릴 새도 없이 땅을 박차고 나간 그녀는 순식간에 앞을 가로막는 군단을 뚫고 구슬로 향했다.
이윽고 구슬 앞에 선 그녀가 냅다 검을 후려갈겼다.
쾅!
“뭐야, 아무 일도 안 일어나잖아?”
“그러니까 좀 더 생각해보고…….”
“더 패 보면 알겠지.”
“아오, 안 되겠다. 군단장 시선 끌어.”
포기하지 않고 내려치는 여제의 모습에 결국 급한 대로 군단장의 어그로를 끄는 일행들.
콰아아앙! 콰앙! 쾅!
그렇게 몇 방을 내려쳤을까.
쩌적- 쩌저적-
퍼어어엉!
구슬에 금이 간다 싶더니, 이내 빛이 폭사했다.
마치 어둠 속에서 후레쉬를 켠 듯 팍 하고 터진 빛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잠시.
크아아아아!!!
군단장이 괴로움에 몸부림을 쳤다.
동시에 올라오는 메시지.
[‘파멸의 제4 군단장’의 봉인된 혼을 일부 파괴하였습니다.] [군단장이 심각한 피해를 입습니다.] [봉인된 심연, ‘파멸의 제4 군단장’의 생명력이 40% 이하입니다.]“오?”
“허, 이게 되네?”
그에 아스트가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지을 때였다.
[봉인된 혼이 파괴되어 둘로 나누어집니다.] [둘로 나누어진 봉인된 혼을 동시에 파괴해야 합니다.] [단일 공격만 데미지가 누적됩니다.]갑작스레 떠오른 메시지와 함께 구슬이 둘로 나뉘어 양옆으로 흩어졌다.
“아?”
“이거 설마?”
“그런가. 이제 좀 알겠구나.”
이쯤 되면 공략법을 모를 수가 없었다.
군단장과 군단은 함정이었다. 그들이 집중해야 할 건 저들이 아니다.
‘군단장의 어그로를 끄는 사이, 누군가 구슬을 부순다.’
한 번 부술 때마다 10%씩 깎이는 것 같으니 이걸 네 번 반복하면 끝이 날 터.
다섯으로 늘어난 게 흠이지만, 이쪽의 수는 활잡이까지 포함하면 일곱.
충분히 해볼 만하다.
그렇게 생각했다.
띠링-
곧이어 떠오른 메시지를 보기 전까지는.
[봉인된 혼이 파괴되어 ‘파멸의 권능’의 억압이 해제됩니다.] [‘파멸의 제4 군단장’이 봉인되었던 권능 중 하나를 사용하게 됩니다.] [파멸의 기둥을 사용합니다.] [군단장의 어그로가 10초 이상 풀려날 시 파멸의 기둥이 생성됩니다.] [파멸의 기둥이 세 개 이상 생성될 시, 기둥이 터지며 광역의 피해가 발생합니다.] [위험! 파멸의 기둥의 광역 피해는 즉사 판정입니다.]“…….”
“…….”
눈앞을 어지럽히는 메시지의 향연에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다.
싸늘한 침묵을 깬 건 천마의 고고한 목소리였다.
“아무래도 조진 것 같구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