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89)
제289화
289화.
도현이 손에 든 작은 무언가를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런 게 심장에 박혀있었다고?’
깜짝 놀라게 한 것의 정체는 운명의 조각 같은 거창한 게 아니었다.
[오래된 금색 휘장을 획득했습니다.] [오래된 금색 휘장] [등급 : ??] [설명 : 낡고 오래된 금색 휘장이다. 복원하면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을 듯하다.]-기존 소유자가 5M 내에 있을 시 반응한다.
그것은 작은 휘장이었다.
오래되어 색이 바래고 금이 간.
파멸의 제4 군단장의 심장에 박혀있었다곤 믿기지 않는 볼품없는 모양새였지만, 그렇다고 정말 볼품없는 물건은 아니었다.
[메인 퀘스트와 연관된 아이템을 획득합니다.]무려 메인 퀘스트와 관련된 휘장이었으니까.
고작 이런 오래된 휘장 하나가 메인 퀘스트까지 나올 건가?
의문스러운 일이었으나, 휘장에 새겨진 특유의 문양을 보면 그런 망발을 내뱉지 못할 것이다.
‘금색 테두리에 황금용…….’
오래되어 고풍스럽고 화려한 느낌은 사라졌지만, 희미하게 보이는 이 금색 테두리와 황금용이 상징하는 건 하나뿐이었다.
황족.
[오래된 금색 휘장에 녹아든 잔재를 발견합니다.] [2황자의 병의 단서를 획득합니다.] [제국의 황제 ‘바하룬 드 아르니스’에게 돌아가 퀘스트를 완수하십시오.]‘하.’
때마침 클리어된 퀘스트에 도현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황족의 휘장이 봉인된 군단장의 심장에 박혀있고, 휘장을 획득하자 병의 단서를 얻었다?
이게 뜻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결국, 잊혀진 왕의 말이 맞았네.’
황족.
제국의 태양이라 할 수 있는 그들이 심연, 혹은 월령단과 내통하고 있었다.
내심 아니길 바랐건만, 좋지 않은 일이었다.
‘이건 뭐, 제국이 적이란 소리잖아.’
제국에서 황제의 명은 곧 법.
황족을 상대한다는 건 제국을 상대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예상은 했다만, 이렇게 확실한 증거를 얻게 되니 막막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차라리 운명의 조각이었으면 오죽 좋아.’
그랬으면 지금까지의 패턴을 보면 뭐라도 보상을 얻었을 텐데.
조금이라도 더 강해져야 하는 도현의 입장에선 아쉬울 따름이었다.
한데 조금 생각해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황족이 범인이면 왜 굳이 공략대까지 보냈지?’
만약 황제가 범인이라면 굳이 긁어 부스럼을 일으킬 필요가 없지 않은가.
‘아니면 증거 인멸을 위해?’
사도만이 들어갈 수 있으니 그나마 합리적인 추측이었으나 그것도 이상했다.
증거 인멸이 원인이면 굳이 자신에게 따로 2황자의 병의 단서를 얻어오라 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아니, 애당초 원인을 이곳에서 찾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었다.
그럼 2황자나 1황자인가?
‘스읍…… 잘 모르겠네.’
머리가 복잡해진 도현이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털어냈다.
기존 소유자가 5M 내에 있을 시 휘장이 반응한다고 하니, 직접 만나면 뭐라도 알게 되리라.
[불허(不許)의 미궁이 무너집니다.] [워프가 생성되었습니다.] [워프를 통해 빠져나가십시오.]“신이시여. 무슨 일인지는 감히 헤아릴 수 없으나 지금은 빠져나가야 할 듯합니다.”
-주군, 시간이 없습니다.
그때 워프를 보자마자 후다닥 다가온 광신도와 찰리가 거의 동시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가야 하옵니다.”
“저희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그러자 그 뒤로 일제히 무릎을 꿇는 카신교.
무너지는 미궁 속, 가면과 로브를 쓴 수십 명의 남녀가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이야, 아주 제대로네. 우리는 뭐 없나?”
“본좌는 그리 부럽지 않구나.”
“……그래, 네 길드원들도 한 충성하지.”
“나랑 검성이야 그렇다 치는데 아재는 길드원도 많으면서 왜 그래? 마스터고 뭐고, 뒷전인데?”
여제의 말에 힐끔 뒤를 돌아보자, 허겁지겁 워프로 달려가는 바벨론 마크를 단 길드원들이 보였다.
“마스터는?”
“알아서 오시겠지. 상남자는 뒤돌아보는 거 아니라 하셨잖아. 빨리 가는 게 도와주는 거야.”
“아하. 그럼 인정.”
언제 한 번 위기 상황에서 허세를 부리며 먼저 가라 했던 적이 있긴 하다.
언제부터 그리 말을 잘 들었다고, 참 잘도 빠져나갔었는데…….
그때가 오버랩되는 모습에 아스트는 조용히 다짐했다.
‘……나가면 바로 집합이다.’
그렇게 자칭 상남자(?)가 군자의 복수를 다짐할 때.
눈앞에 놓인 장관을 보던 도현이 천천히 입술을 뗐다.
“돌아간다.”
“예!!”
수십의 목소리가 겹치며 울리는 우렁찬 대답을 끝으로 워프에 서자, 시야가 환한 빛으로 물들었다.
‘그럼 어디 어떤 놈이 내통자인지 볼…….’
띠링-
[아르니스 제국으로 돌아갑니다.] [황제 ‘바하룬 드 아르니스’에게 돌아가 추가 보상을 지급받으십시오.]반전되는 시야 위로 떠 오른 메시지에 도현이 입을 다물었다.
‘……일단 이것까진 받고.’
내통자든 뭐든 보상은 죄가 없었다.
* * *
그리고 그 시각.
갓오세 홈페이지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정확히는 홈페이지를 비롯한 각종 포털 사이트에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폭탄이었다.
[불허(不許)의 미궁 던전의 보스는 군단장?] [갓오세 최초의 군단장 레이드!] [역대급 스케일의 레이드에 세간의 시선 집중!] [10대 길드조차 두려워하는 보스 군단장, 그들은 대체 누구인가.]온갖 사이트의 메인 배너를 차지한 기사들.
그에 사람들이 떠들썩해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아니 이게 뭔 일임?? 군단장 레이드라니?
└미궁 보스가 심연의 군단장이라는데? 그럼 잊혀진 무덤 보스보다 센 거 아니냐?
└월드 퀘스트보다 난이도 높은 던전이 있다? 뿌슝빠슝
└ㅁㅊ 공략 어케 했누;;
아니, 떠들썩한 정도가 아니었다.
[최초의 군단장 레이드의 주연은 카이저!?] [카이저 파티, 또 한 번 역사를 써내다!] [충격 실화! 최강의 성기사 아더, 광신도에게 밀리다! 카신교의 세력이 세간의 평가를 웃돌아…….] [카신교, 그들은 대체 누구인가.] [천마신교와 카신교의 기묘한 만남.]군단장 레이드의 공략 랭킹 1위가 카이저라는 소식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뿐만 아니라 순위권이 모두 카이저 파티로 채워져 있었기에 그 파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번에도 카이저야?
└젠장, 또 그를 숭배해야만 해.
└데미안이랑 레온은? 분명 연합한 거로 기억하는데?
└랭킹표 봤는데 걔넨 순위권에도 없음 ㅋㅋㅋㅋㅋ 정작 부마스터인 라바온이랑 마르파드는 50위권. 뭐냐 대체
어김없이 카이저를 숭배하는 이들부터.
└가만, 생각해보니 순위권에 탱커가 없는데? 탱커 없이 군단장 레이드를 한 거?
└탱커가 없긴 왜 없누. 킹갓제너럴카이저사마가 계시는데.
└와, 레이드 영상 보고 싶다. 대체 어떻게 한 건지.
└지인이 레온느 길드 소속이라 참가했는데 ㄹㅇ 지린다 함. 영상 올라오면 꼭 보라던데. 걍 사람이 아니래. 괴물들 사이에서 차력쇼 했다는데.
└사람 아닌 거 맞잖아.
└아 ㄹㅇㅋㅋ 카이저, 그는 신이라고.
└아니 그래서 데미안이랑 샤오, 레온은 어디 감? 왜 뜬금없이 천마랑 아더가 순위권인 건데.
대체 어떻게 레이드가 진행되었는지 영상을 기다리는 이들과, 어떻게 이런 구도가 형성된 건지 의문을 품는 이들까지.
커뮤니티가 터져나가려던 그때.
[10대 길드 연합 VS 카이저 연합] [10대 길드 연합, 카이저에게 무릎 꿇다.] [?? : 데미안? X밥이던데?] [역대급 레이드에 이어 역대급 전쟁이 발발했다!?]└???
└?
└이런 ㅁㅊ?
└누가 뭘 꿇어?
대형 폭탄으로 인한 여파를 수습할 틈도 없이 핵미사일이 떨어졌다.
군단장 레이드가 벌어지기 직전.
10대 길드 연합과 카이저 연합이 전쟁을 벌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아니 그 와중에 기사 제목 ㅋㅋㅋㅋㅋ 저따구로 지어도 고소 안 당하냐?
└ㄹㅇ 조회 수에 영혼을 팔았네 ㅋㅋㅋㅋ
└클릭 마렵긴 함 ㅋㅋㅋㅋㅋ
└어차피 이제 10대 길드 아니게 될 판인데 뭐~
└와, 근데 진짜 어떻게 연합하고도 지냐. 카이저가 이 정도였다고?
└천외천도 바벨론한테 개 털린 거 같던데?
└애초에 샤오는 라이벌호소인이잖슴. 무기고 주인 아재한테 상대가 안 되는데 자꾸 까부는 게 맘에 안 들긴 했음.
└ㄹㅇ 아재가 성격이 둥글둥글하니 망정이지. 멸살이었으면 가차 없었음.
그에 자연스레 군단장 레이드에 집중되었던 화제가 전쟁으로 쏠려 있었다.
자고로 불구경 다음으로 재미있는 게 싸움 구경이라지 않던가.
정점에 선 유저들의 전쟁 소식에 흥미가 당기지 않으면 그건 게이머가 아니었다.
자연스레 기자들도 어떻게든 전쟁에 관한 소식을 퍼 나르기 시작했다.
[10대 길드 이지스와 레온느의 연합, 카이저를 상대로 척살하려던 게 전쟁의 발발 원인?] [척살하려다 역으로 척살 당한 길드 연합.] [불문율을 깬 그들에게 10대 길드의 자격은 없다. 수많은 질책과 논란이 잇따르고 있…….] [이지스 길드의 마스터 데미안. 카이저와 일대일 승부에서 패배.]전쟁이 발발한 이유부터 과정까지.
그 모든 것이 세간에 퍼지는 건 그야말로 순식간이었고, 데미안의 이미지가 나락을 가는 건 그보다 더욱 빨랐다.
└일대일 패배 ㅋㅋㅋㅋㅋ 심지어 다굴빵 놓다가 실패하고 지친 카이저한테 개털림.
└심지어 레온은 광신도한테 발렸다는데?
└와, 저 덩치로 쫄아서 다굴빵 ㅋㅋㅋㅋ 그러고도 털린 거면 말 다 한 거 아님?
└이건 회생 불가다. 쉴드를 칠 건덕지가 없네.
└단체전에서 발린 거면 어떻게든 수습할 수라도 있지. 먼저 다굴빵 놓았는데도 못 끝내고 있다가 결국 일 대 일 해서 털렸는데 이걸 어케 회생하노 ㅋㅋㅋㅋ
└몬스터 공격만 막을 줄 알지, 지 나락 가는 건 못 막네 ㅋㅋ
└이지스 잘 가고~
└카이저 > 10대 길드 밈 돌자마자 바로 증명해버리는 클라스.
└카이저, 그는 신이야! 카이저, 그는 신이야! 카이저, 그는 신이야!
데미안과 레온, 샤오를 선두로 한 10대 길드 연합의 추한 짓들이 모두 까발려진 것이다.
살기 위해 내부고발을 하는 길드원들도 있었기에 수습도 불가능했다.
콰아앙!!!
순식간에 길드원의 반이 탈퇴하는 걸 보던 데미안이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쳤다.
하나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는지 씩씩거리던 그가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으아아아아!!! 카이저어!!!”
누군가 보았다면 그 철혈의 탱커라 불리는 남자가 맞나 두 눈을 의심할 모습.
그건 비단 데미안만이 아니었다.
“젠장, 난 억울하다고! 광신도한테 진 게 아니라 보스한테 죽었는데 왜 기사가 저따구로 난 거야!”
“씨X, 지금 그게 중요해!? 어차피 털리던 거 사실이잖아!”
“닥쳐 이년아. 넌 뭐 잘했다고 소리를 빽빽 지르고 있어!”
한자리에 모여있던 레온과 샤오도 분을 참지 못하고 표출하느라 바빴으니까.
덕분에 길드실을 지나가는 유저들이 소곤거리며 뒷말을 하고 있었으나, 지금의 데미안에게 그런 건 안중에도 없었다.
-집행 비서 : 소식은 들었습니다. 분수에 안 맞는 자리에 올라 멋대로 굴었으니 그 책임을 지라는 마스터의 말씀이십니다.
-집행 비서 : 다른 10대 길드들도 같은 입장이며, 수많은 대형 길드들도 동의한 바입니다.
-집행 비서 : 그럼 이만.
-집행 비서 : 아, 마지막으로 그토록 좋아하는 전쟁을 원하면 언제든지 받아주겠다 하는군요. 부디 현명한 선택 하시길.
콰아앙!!
“카이저어어!!!”
인생을 바쳐 쌓아둔 모든 게 한순간에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있었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