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90)
제290화
290화.
한참을 소리치며 날뛰던 데미안이 가까스로 숨을 고르며 양손으로 머리를 꾹꾹 눌렀다.
지압하던 손길은 점점 쥐어뜯는 것에 가까워졌다.
‘이렇게 끝이라고? 이토록 허무하게?’
겨우 한 번의 패배.
하나 그로 인한 결과는 파멸이다.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였지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없었다.
└나락! 나락! 나락! 나락!
└그간 많이도 해 먹었다. 이제 나락 갈 때 됐다.
└저런 추한 놈이 갓오세 정점인 10대 길드? 어림도 없지.
└불문율까지 깨가며 신에게 닿고 싶었으나 닿지 못한 자의 말로……jpg(너덜너덜해진 채 무릎 꿇고 있는 데미안의 사진).
└날개가 아니라 사지가 찢기고 있쥬 ㅋㅋㅋ
이미지는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을 만큼 떨어지고 있으며.
거센 파도와도 같은 흐름은 거스를 수가 없는 멸망의 길로 밀어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집행 비서의 발언이었다.
‘대형 길드들까지 동의한 거면…….’
일개 대형 길드들이 두려운 건 아니었다.
10대 길드와 대형 길드의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컸으니까.
하지만 평범한 대형 길드가 아닌, 길드 순위 11위~20위의 대형 길드라면?
그중에는 자신들과 맞먹는 세력을 지닌 이들도 있었다.
10개의 길드만 자리할 수 있기에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이들.
집행 길드가 뒤에 버티고 서있으니, 그들이 작정하고 물어뜯기 시작할 것이다.
반면 이쪽은?
‘모든 간부가 탈퇴했다. 남은 건 마르파드 하나.’
그뿐이랴.
전투원들 또한 70%가량 탈퇴하여 대형 길드에도 세력이 밀릴 판이었다.
갑옷과 방패가 모두 뜯기고 허름한 나무판자나 들고 있는 꼴.
더는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병사가 남아 있지 않았다.
그건 레온과 샤오도 별반 다르지 않을 터.
‘……설령 있다 해도 저 괴물을 이길 수 있나?’
솔직한 말로 자신이 없었다.
└카이저 > 10대 길드 반박하던 놈들 어디 감? 다시 한 번 지껄여보지?
└ㄴㄴ 카이저 > 10대 길드가 아니라 카이저 >>>>>>>10대 길드임.
└에이, 아무리 그래도 집행 길드가 있는데 그건 아니지.
└솔직히 10대 길드란 게 집행 길드와 대적할 수 있는 길드를 뜻하잖슴. 기준이 집행 길드인 것부터 이미 끝났지.
실시간으로 커뮤니티에서 떠드는 채팅들.
저 말처럼 집행 길드는 10대 길드 중에서도 독보적인 위치였으니까.
소속 간부들 자체도 더 강하지만, 그런 세력 차이가 문제가 아니었다.
└초창기야 엎치락뒤치락했던 거 같은데 요즘엔 멸살 때문에라도 집행 길드가 부동의 1위 아니냐?
└ㅇㅈ 다들 이제 성장 멈추고 침체기인데 지 혼자 한계가 없음. 요즘 신대륙에 박혀있는 동안 더 강해졌다는 소문도 돌던데.
└소름;; 얼마나 강해지려고. 말이 좋아 10대 길드지 멸살은 클라스가 다른 게 맞다.
└흠, 그렇긴 한데, 그런 거면 시체광도 빼야 하는 거 아님?
└시체광? 아, 사왕. 걔는 왜?
└드러내는 걸 싫어해서 대외적인 활동을 안 할 뿐 엄청난 강자라잖아. 힘숨찐의 정석이라는 말 많던데?
└걘 워낙 소문만 무성하고 증명한 게 없어서 모르겠네.
멸살.
그의 존재가 그렇게 만들고 있었다.
지금의 멸살은 어느 수준의 괴물인지 데미안조차 짐작이 가지 않았으니까.
‘젠장…… 천마 그 년이 뒤통수만 치지 않았어도…….’
아니, 카신교가 나타나지만 않았어도.
하다못해 그 전에 여제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끝장을 낼 수 있었을 텐데.
끊임없이 탓할 걸 찾던 데미안이 순간 허탈한 얼굴이 되었다.
‘……의미 없는 핑계다.’
인정하기 싫어 발악해보지만, 실은 그도 알고 있었다.
역사는 승자의 손을 드는 법이고, 뭐가 됐든 일대일로 패배하지만 않았다면 이렇게 될 일도 없었다는 걸.
하지만 자신은 졌다.
더 뛰어난 스펙을 지닌 주제 형편없게도.
다시 상대한다 해도 결과가 변할 거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패배였다.
‘나라면…… 저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뱀이 없는 우물에 살아가던 개구리의 하찮은 오만이었다.
그걸 너무 늦게 깨달은 것뿐.
그러니 이제, 그 오만의 대가를 치를 때였다.
* * *
그리고 그들이 대가를 치르고 있을 때.
웅성웅성-
황성.
일개 유저가 감히 들어갈 수 없는 그곳이 지금은 수많은 유저들로 붐비고 있었다.
“키야~ 이게 황성이구나. 복도 삐까번쩍한 것 보소.”
“저거 다 황금이냐? 미친…… 현실이었으면 저게 다 얼마야.”
“대륙 최고의 권력가나 다름없는데 돈이 썩어 넘치겠지.”
“이런 곳도 와볼 기회가 생기고…… 크, 진짜 레이드 이 악물고 버티기 잘했다.”
불허(不許)의 미궁 공략에 참여한 랭커들이었다.
황제가 직접 보상을 내리기로 약조한 만큼, 오늘에 한에서 공략대의 출입을 허가한 것이다.
그런 그들의 얼굴과 목소리엔 설렘과 흥분이 가득했다.
“이건 기회야. 형님…… 아니, 황제께 깊은 인상을 남길 기회.”
“같이 사진 찍자 하면 몰매 맞겠지?”
“깜방에서 죄수랑 셀카 찍고 싶으면 그렇게 해.”
“염병. 괜히 찍히면 X되니까 그냥 얌전히 보상이나 받으셈. 눈도장만 찍어도 어디임.”
“눈도장은 무슨, 백 명이 넘는데 일일이 기억해주겠냐. 황제가 서비스직도 아니고.”
“서비스직도 그러진 않음.”
“이 새끼들은 아까부터 왜 자꾸 찬물을 끼얹다 못해 얼음물을 퍼붓고 난리야?”
평생 게임 해도 얻을 수 있을까 싶은 기회가 주어졌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참에 든든한 인맥을 쌓겠다는 희망으로 부풀기도 잠시.
끼익.
“와…… 소름.”
“눈빛이 무슨…….”
“시답잖은 얘기하면 바로 벨 거 같더라.”
“옆에 황실 기사단 맞지? 눈빛 살벌한 것 보소. 부단장 같던데 부단장이 저 정도면 단장은 얼마나 센 거야?”
“인맥은 무슨…… 그냥 알현실 바닥 밟아본 거로 만족하련다.”
알현실에서 나온 그들의 안색은 창백해져 있었다.
인맥을 쌓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오만한 것이었는지를 몸소 느끼고 온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대화랄 것도 없이, 허겁지겁 보상만 받고 나와야 했다.
“와, 그래도 보상 괜찮은데? 100위 밖인데 이 정도라고?”
“나랑 똑같은 거 얻었네. 야, 넌 뭐 얻음? 너만 100위 안이잖아.”
“턱걸이긴 한데…… 뭐 나도 똑같아. 근데 타이틀 얻긴 했어. 불허(不許)의 미궁 공략자?”
“뭐야, 100위 안만 타이틀 얻는 건가 보네.”
“마르파드 님이랑 라바온 님은 황실 기사단 부단장한테 훈장도 받던데? 보상도 더 얻었을 듯?”
“대박. 뭐 받았는지 궁금…… 어?”
기존의 목적인 황제와의 친분은 얻지 못했지만.
이미 한 차례 미궁 보상을 얻은 후로 추가 지급되는 보상치곤 나쁘지 않았기에 나름 만족하고 있을 때.
끼익.
알현실의 문이 열리며 나오는 성스러운 갑옷을 입은 남성.
아더였다.
아더를 시작으로 우르르 나온 이들은 그들도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여제다!”
“검성이랑 천마, 광신도에 무기고의 주인까지?”
이번 레이드의 핵심 멤버들이었으니까.
그들의 등장에 양옆으로 길을 비킨 그들이 힐끔 곁눈질하며 쑥덕거렸다.
“와…… 포스 미쳤네. 저 맴버에 껴있으면 무슨 기분일까.”
“방금 봤냐? 여제랑 정면에서 마주쳤는데 와 씨, 눈 찌푸리는데 숨멎.”
“아니, 근데 뭐 저렇게들 예쁘냐? 무슨 연예인들 보는 줄 알았네.”
“눈이 정화된다……. 아, 아스트 좀 옆으로 비키지 다 가리네. 덩치가 뭐 저리 커?”
살벌하지만 치명적인 여제. 청순하면서도 날카로운 검성.
위에 군림하는 듯 고고한 분위기의 천마.
육감적인 몸매의 혼혈 광신도.
이들 모두 뛰어난 실력과 남심을 훔치는 외모를 겸비한 여성 플레이어로 갓오세에서 유명했다.
때문에 한 외모 하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있는 걸 보니 더 크게 와닿은 것이다.
“……갑자기 카이저가 밉다.”
“야야, 쉿쉿. 광신도 앞에 두고 무슨…… 나까지 죽을 일 있어? 아직 카신교도 황성에 있다고.”
화들짝 놀란 동료가 다급히 입을 가리고 눈치를 살펴보자, 다행히 듣지 못했는지 맑은 눈을 끔뻑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
그에 안심한 그들이 주변을 둘러보다 의문을 표했다.
“해링턴은?”
“아가 호다닥 들어갔다 나가던데.”
“이미 정체 다 아는데 뭘 굳이 그렇게까지 한대?”
“몰라, 직접 마주할 수가 없다잖냐.”
“독하다 독해. 원래 해링턴이 그런 이미지였나?”
“아니었던 거 같…… 잠깐만. 근데 카이저는?”
“어?”
그리고 그 의문은 곧 카이저에게로 향했다.
해링턴마저 파악된 상황에 유일하게 카이저가 나온 걸 목격한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반대로 알현실에 입장한 걸 목격한 이들은 많았다.
“뭐지? 여제랑 다 같이 들어갔던 거 같은데?”
“그럼 카이저만 안 나온 거네?”
“……설마?”
다 같이 들어갔는데 카이저만 두고 나왔다?
그에 의문을 느끼기 무섭게 이번엔 알현실에서 기사들이 빠져나왔다.
그중에는 황실 기사단의 부단장도 있었다.
“미친…… 이건 빼박이네.”
이쯤 되면 확실했다.
카이저, 그가 황제와 독대를 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한텐 그렇게 모질던 황제가 기사단까지 내보내고 독대를 하네.”
“이게 카이저 클라스인가?”
“공략 랭킹 1위잖냐. 애초에 공략 퀘 만들어지기 전부터 황제랑 만났기도 했고.”
“아아, 신을 영접하고 계시는구나.”
“아, 그쪽이? 진짜 미친놈이구나.”
덕분에 시끌벅적해진 그들이었으나, 지금 이 순간 그들은 모두 같은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것은 호기심과 궁금증이었다.
‘대체 무슨 대화를 하고 있길래 기사단까지 내보낸 거지?’
‘얼핏 들으니까 여제가 받은 보상이 전설급 타이틀이라던데…… 그럼 1위인 카이저는?’
‘아씨, 궁금해 죽겠네.’
‘기사단 눈치 보여서 엿들을 수도 없고…….’
과연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에 대한.
* * *
한편, 모두가 궁금해하는 알현실 안.
기사들까지 모두 자리를 비운 걸 바라보던 황제가 느긋하게 팔을 괸 채로 말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예. 물론입니다. 청을 들어주어 감사합니다, 폐하.”
그에 도현은 정중하게 감사를 표했다.
황제의 검이라 할 수 있는 황실 기사단까지 내보내라는 건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 요청.
그게 아니더라도 감히 황제에게 제안할 수 없는 행위였지만, 황제는 전혀 개의치 않은 모습이었다.
“그래, 어디 한번 말해보아라. 그곳에서 무얼 보았는지.”
독대는 황제 또한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황자의 병에 대한 단서를 얻어올 것을 도현에게만 의뢰했었으니까.
그래서일까.
스윽.
그러며 괴던 팔을 거두며 황제가 등받이에 기대던 허리를 뗐다.
귀찮다는 듯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진중한 눈이 도현을 옥죄듯 주시했다.
왜일까. 저 눈이 전과는 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불안한 것인지, 기대하는 것인지 모르겠네.’
그저 기분 탓일까.
[진리의 눈이 발동됩니다.]‘붉은색의 범위가 더 늘어났어.’
아니면 황제의 가슴팍과 어깨쪽만 차지하던 붉은색이 더 넓어진 것과 연관되어있을까.
그저 묵직하게 내려다보는 황제를 보며 도현도 인벤토리를 열었다.
오래된 금색 휘장을 얻었을 때 떨어져나오며 얻게 된 잔재.
2황자의 병의 단서가 되는 놈이었다.
“자세한 설명해 드리기에 앞서…… 군단장을 처리하고 이것을 얻었습니다.”
“가까이 오라.”
잔재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을 느낀 것일까.
딱딱하게 굳은 황제가 묵직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에 고개를 숙인 도현이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다.
[오래된 금색 휘장]반대 손에 휘장을 쥔 채로.
‘……대략 7M.’
황제와 자신의 거리다.
거리조절이 특기인 도현이기에 거의 확실하다 자부할 수 있었다.
앞으로 몇 발짝만 더 가면 진실을 알 수 있으리라.
저벅.
6M.
긴장되는 침묵 속에서 도현의 발을 내딛는 소리가 낮게 울렸다.
저벅.
이윽고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도현의 눈이 휘장을 향했고, 곧이어 눈이 부릅 뜨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