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91)
제291화
291화.
[오래된 금색 휘장]‘반응이…… 없다?’
휘장이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설마 거리 계산을 잘못한 건가 싶어서 몇 발짝 더 다가가 봐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뜻하는 바는 분명했다.
‘황제가 아니야.’
제국의 위대한 황제, 바하룬 드 아르니스.
그는 내통자가 아니라는 것.
그에 도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과 달라 당혹스러운 게 사실이었지만, 한편으론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황제가 적이었으면 답도 없었을 텐데.’
그랬다면 정말 반역이라도 저질러야 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인류 최강의 세력을 가진 황제를 상대로 반역?
10대 길드니 뭐니 다 힘을 합쳐도 순식간에 몰살당할 것이다.
최소한 지금으로선 불가능한 일.
시간이 흐르고 콘텐츠가 늘어나며 유저들이 성장해야 그나마 가능성이 생길 거다.
‘족히 몇 년은 걸렸겠어.’
그렇게 생각하니 황제가 내통자가 아닌 게 밸런스 면에서 자연스러운 일이긴 했다.
‘그간 깨온 메인 퀘스트들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돼서 그렇지.’
헛웃음을 짓고 있자니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제였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아. 아닙니다. 기다리게 하여 죄송합니다.”
상념에 젖느라 걸음이 느려진 도현을 의아하게 여긴 황제가 우려를 표하고 있었다.
그에 빠르게 답한 도현이 성큼성큼 다가갔다.
괜한 의심을 사서 좋을 건 없었다.
“군단장의 시체에서 이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이건…….”
불길한 잔재를 받아든 황제는 한참을 뚫어져라 살펴보더니 눈살을 와락 찌푸렸다.
“심연의 기운이로군. 한데…… 희미하나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진다.”
‘이질적인 기운?’
그에 도현이 귀를 기울였다.
당연히 심연의 흔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발언이었다.
황제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비록 의학에 대한 지식은 없지만, 이든 녀석의 치료 과정을 수도 없이 보았다.”
“…….”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치채지 못할 만큼 희미하나…… 수십 번을 봐온 나에겐 그때 느꼈던 기운과 참으로 흡사해 보이는군.”
그리 말한 황제가 이상하다는 듯 침음을 흘렸다.
“이것은 군단장에게서 나온 것이 아닌가. 이든은 미궁에 들린 적도 없건만 어찌하여 이든이 병에 걸린 것이지?”
“혹시 미궁은 처음부터 사도만 입장할 수 있었습니까?”
“그렇지 않다. 불허의 미궁은 입장할 때마다 조건과 구조가 바뀌는 곳. 처음 나타났을 때는 자국민들도 입장할 수 있었지.”
답하던 황제가 불쑥 물었다.
“한데 이건 왜 물어보나? 무언가 짐작 가는 구석이라도 있는가?”
뭐라도 아는 게 있다면 말해달라고 재촉하는 듯한 투.
도현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말을 아끼는 걸 택한 것이다.
황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둘 중 하나라는 뜻이 된다.
‘2황자가 남몰래 미궁에 들어와 휘장을 남긴 사람이거나, 다른 누군가가 악의를 가지고 계획했거나.’
뭐가 됐든 말해서 좋을 게 없었다.
말하더라도 보다 명확해질 때 말하는 것이 맞으리라.
‘직접 만나면 알게 되겠지.’
이제 남은 후보는 1황자와 2황자, 두 황자들 뿐이니까.
도현이 머릿속을 정리하는 사이 황제도 마음을 추스른 걸까.
언뜻 엿보이던 조급함이 사라지고 담담한 모습으로 돌아온 그가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리곤 도현을 똑바로 바라보며 힘주어 말했다.
“카이저라 했는가.”
“예, 폐하.”
그에 도현도 상념에서 벗어나 황제에게 집중했다.
예를 갖추지만, 주눅 들지는 않는 태도에 황제가 슬며시 미소를 머금었다.
“이 잔재를 연구해보면 뭐라도 얻는 게 있을 터. 그대가 훌륭하게 의뢰를 완수하여 처음으로 병을 치료할 희망을 얻었다.”
“……아닙니다.”
“짐의 귀가 그리 어두워 보이던가. 그대가 공략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는 건 이미 들어 알고 있다.”
직역하면 겸손 부리지 말라는 뜻이었다.
마땅히 할 말이 없던 도현이 다시금 침묵을 택했다.
무엇보다 입을 열 정신이 없기도 했다.
띠링-
[돌발 퀘스트, ‘황자의 병’을 클리어하였습니다.] [10,000골드를 획득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벌써 레벨업이? 경험치가 생각 이상인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떠오른 메시지에 한 눈이 팔려있었으니까.
많은 경험치가 보상인 건 알았지만, 설마하니 방금 레벨업을 하고 온 상황에 레벨이 오를 줄이야.
90레벨부턴 더럽게 오르지 않는 걸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특수 이벤트는 발생 안 하나?’
다만, 한 가지 의문인 건 가장 궁금했던 보상인 특수 이벤트가 감감무소식이라는 건데…….
그 의문은 금방 해소되었다.
“단서를 찾아온 그대라면 믿을 수 있을 것 같군. 병에 대해 무언가 알게 되면 그대가 다시 의뢰를 맡아줄 수 있는가?”
띠링-
[일정 시간이 지날 시 연계 퀘스트 ‘황자의 병(2)’가 발생합니다.] [연계 퀘스트를 모두 완수할 시 특수 이벤트가 발생합니다.]곧이어 떠오른 메시지가 답을 알려주었으니까.
‘최종 보상이었구나.’
하기야 그간 겪었던 특수 이벤트들 모두 여러 과정이 필요했던 걸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어차피 자신만 진행하는 퀘스트이니 조급할 필요도 없고.
“물론입니다.”
“그대 같은 사도가 있어서 다행이군.”
상념을 떨쳐낸 도현이 호기롭게 답하자 황제의 눈빛과 목소리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전에 비하면 상당히 호의적인 반응이었는데 기분 탓이 아니었다.
[타이틀 ‘시작부터 호감도 맥스?’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호감도가 더 크게 상승합니다.] [황제 ‘바하룬 드 아르니스’의 호감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황제가 당신을 쓸만한 사도로 생각합니다.]실제로 호감도가 상승했으니까.
‘쓸만한 사도라…….’
저게 호감도가 크게 상승한 사람의 인식인가 싶지만, 황제가 사도들을 얼마나 신뢰하지 않는지를 알면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었다.
“그대가 그렇게 나와주니 한결 마음이 놓이는군. 짐은 맨입으로 받기만 하는 자는 아니다. 짐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말하라.”
부드러운 목소리에 도현은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바라는 걸 말하라 한다고 물질적인 걸 말하면 호감도가 대폭 깎일 터였다.
여기선 보통 거절하는 게 맞지만…….
마침 부탁해도 괜찮을 만한 게 있었다.
“가능하다면 황자님들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특히 1황자님과 직접 만나 뵙고 싶습니다.”
“흠? 황자들을?”
“예. 그분의 무용담은 익히 들어와서 늘 직접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무용담이라…… 녀석도 벌써 그런 말을 듣는구나. 좋다. 어렵지 않은 일이니.”
도현이 발휘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아부가 잘 먹힌 걸까.
흐뭇한 얼굴이 된 황제가 흔쾌히 승낙했다.
“하나 녀석은 아직 토벌에 나서 돌아오지 않아 당장은 무리일 것 같군. 곧 돌아올 터이니 녀석이 도착하는 대로 한 번 주선하지.”
“예. 감사합니다.”
“이든은…… 아직 상태가 좋지 못하다. 치료에 진전이 생기면 부르는 것으로 괜찮겠는가?”
“물론입니다.”
결국, 당장 만날 수 있는 황자는 아무도 없다는 소리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2황자야 어차피 연계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마주칠 거고, 1황자가 복귀하면 바로 만나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으니까.
무엇보다.
“이건 이거고…… 그대는 훌륭하게 의뢰를 완수했다. 그런 그대에게 걸맞은 보상을 내려야겠지.”
띠링-
[공략 랭킹 1위를 달성한 당신에게 황제가 특별한 보상을 내립니다.]이제 추가 보상을 받을 때였다.
그에 도현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어디까지나 추가 보상인 만큼 공략 보상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그것도 10위 안에 들면 말이 달랐다.
‘꾸꾸랑 검제는 타이틀이랑 훈장을 받았었지.’
그것도 무려 전설급 타이틀과 황제의 훈장.
황제의 훈장이 가지는 가치는 검황이 준 검패 이상의 가치임을 생각하면 엄청난 보상이었다.
-왜 나만 색이 이러냐?
-그러게 4위 하지 그랬어.
-…….
다들 금색인 것에 비해 아재만 혼자 은색을 받아 뚱했었는데.
그걸 생각하면, 아마 5위 안에 들어올 시 보상이 강화되는 원리인 듯했다.
‘1위는 다를까?’
하지만 뭐든 1위는 남들과 차별점이 있기 마련.
그 규율을 아주 잘 따랐던 게 뎀로크였고, 뎀로크가 기반인 갓오세도 그런 면이 꽤 많았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기대를 품고 있을 때.
스윽.
황제가 일어나 어딘가로 향하더니,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이윽고 친히 다가온 황제가 건네는 상자를 받아든 순간.
‘어?’
도현이 멈칫했다.
황제가 내린 보상은 훈장 같은 게 아니었다.
[타이틀 ‘황제의 인정을 받은 사도’, ‘불허(不許)의 미궁 최고 공략자’를 획득합니다.] [보상으로…….]‘이게 대체 뭐야?’
전혀 예상치 못한 보상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름들에 당황한 것도 잠시.
‘……좋은데?’
곧 자세한 정보를 확인한 도현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 * *
끼익-
문을 열고 나선 도현은 몸을 흠칫 떨었다.
알현실이 있는 복도를 빼곡하게 채운 유저들의 눈동자가 자신을 향하고 있던 것이다.
심지어 그중에는 황실 기사단의 기사들도 포함되어있었다.
‘어우, 깜짝 놀랐네. 왜 다 여길 보고 있어?’
꿈에서 꿈을 자각했을 때처럼 일제히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에 해로운데, 제국 최대 세력 중 하나인 황실 기사단까지 노려보고 있으니 더 소름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소름인 건 역시 부단장, 베르디안이었다.
‘황실 기사단쯤 되면 부단장도 넘사인가 보네.’
웬만한 기사단장들보다 더 강한 것 같은데.
뿜어내는 기세만 봐도 이전에 만났던 질풍의 기사 드란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돌아가지.”
“예.”
말없이 바라보던 베르디안이 홱 뒤를 돌자, 기사들도 우르르 그 뒤를 따라 복도를 나섰다.
‘저럴 거면 왜 기다리고 있던 거야?’
무언의 시위인가?
이상한 놈이라는 생각에 머리를 긁적이고 있자니,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뭘 얻었을까?”
“무슨 얘기 한 건지 너무 궁금한데…… 물어보면 안 되겠지?”
“되겠냐?”
“히든 퀘스트 얻은 거 아냐?”
정확히는 이전부터 들려오던 소리였다.
황실 기사단을 신경 쓰느라 듣지 못했을 뿐.
궁금해 죽겠다는 얼굴로 눈치만 살피는 유저들을 보며 도현이 피식 웃었다.
‘좋은 거 얻긴 했지.’
히든 퀘스트는 아니지만, 연계 퀘스트도 예약했고 특별한 보상도 얻긴 했다.
-콧구멍 씰룩거리는 거 보니 좋은 거 얻었나 본데?
-음! 그런 것 같네.
-리자리자.
그리고 그런 도현의 만족스러운 기분을 기가 막히게 파악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가디언들.
녀석들도 보상을 뭘 얻었는지는 모르기에 궁금한 건 매한가지인 듯했다.
“예상과 다르긴 한데 좋은 거 얻긴 했어.”
-이야, 세상 너무 불공평하게 사는 거 아냐 주인? 혼자만 보상도 다르고.
-음, 주군의 위대함을 알아본 게 아니겠나.
-리자!
촐싹거리는 지하드와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 근엄하게 끄덕이는 찰리.
도현의 어깨에 올라타 맞장구치는 엘리자.
그런 그들을 보며 도현은 지나가듯 툭 내뱉었다.
“아니, 이번엔 나만 좋은 게 아니야.”
-응?
-리자?
-그게 무슨 뜻이야 주인?
그에 동시에 고개를 모로 기울이는 지하드와 엘리자였지만, 도현은 답해주는 대신 인벤토리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서 번쩍이는 결속의 증명.
‘저놈들도 스펙 올릴 때가 되긴 했지.’
그것의 주인공은 자신이 아닌, 녀석들이었으니까.
-뭔데 뭔데? 말해줘 얼른!
-리자리자!
-음……!
대놓고 재촉하는 지하드들과 아닌 척 애써보지만, 궁금한 걸 감추지 못하는 찰리였지만, 도현은 그저 걸음을 옮겼다.
자고로 이런 건 미리 말해주면 재미가 없는 법.
저벅, 저벅.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황금으로 번쩍거리는 복도를 빠져나와 성문을 연 순간.
끼이익-
따스한 햇살이 문 사이로 도현을 비췄고,
“와아아아아아아!!!!”
“카이저다!”
“카신이시여!”
귀가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미친…… 이게 다 뭐야?’
성 주변을 빼곡하게 채운 유저들이 도현의 닉네임을 외치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