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92)
제292화
292화.
“카이저! 카이저! 카이저!”
“싸인 해주세요!”
“가면 한 번만 벗어주시면 안 됩니까!”
“옳소!”
수백만이 넘어가는 군중들로 인해 콘서트장 뺨치는 무대가 되어버린 도시.
지금 이곳은 시야에 보이는 범위가 전부 유저로 가득 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개중에는 싸인을 원하는 이도 있었고, 연예인을 마주한 듯 신기해하거나 시기 질투를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꽤나 많은 이들이 도현의 맨얼굴을 보고 싶어 했다는 건데…….
“가아아알!!!”
“무엄하도다! 어디 감히 불경하게 신의 맨얼굴을 보려 하는가!!”
그럴 때면 귀신같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외침이 막아주었다.
“아오, 하여튼 저 미친놈들…….”
“갑자기 카신교 너무 많아지지 않았냐? 숨어있던 거야, 아님 이번 일로 늘어난 거야?”
“둘 다 같은데 일단 다 모르겠고. 나는 셀카 한 번만 같이 찍고 싶다.”
“되겠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대놓고 시비를 걸지는 못하는 유저들.
단순히 도시 내에서 싸울 수 없어서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기분 탓인가? 뭔가 카신교 사람들이 눈에 잘 보이긴 하네.’
전에는 소수에 불과했던 카신교의 세력이 부쩍 늘어나 꽤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로브와 가면을 쓴 이들도 그렇지만, 그들 외에도 카신교처럼 행동하는 이들이 많은 탓이었다.
도현으로선 심히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최근 인지도가 높아지긴 했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 정도 규모의 환호는 뎀로크 때도 흔치 않았었다.
초반에는 도현이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였고, 후반에는 게임이 망해버렸으니까.
오죽하면 도현이 부담스러움을 느낄 정도.
하지만 우리의 관종 가디언들은 달랐다.
-케륵, 케르륵.
-리자!
-세상이 주군의 위대함을 깨달은 모양입니다, 주군.
헤벌쭉하게 입을 벌리고 웃는 검은 고블린과 그 옆에서 폴짝거리며 아이처럼 해맑게 웃고 있는 하얀 거미.
그리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흡족해하는 중년의 기사라.
‘누굴 닮아서 저러는지…….’
하여튼 녀석들도 영 정상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여, 왔냐.”
“뭔 얘기를 이렇게 오래 해?”
“카이저, 그대 때문에 난리도 아니구나.”
“늦었군.”
씨익 웃으며 다가온 동료들에 도현이 반가움과 의문을 동시에 표했다.
“뭐야, 안 가고 있었어?”
그런 그의 물음에 동료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이 되었다.
“사람 깔린 거 안 보여? 너 보겠다고 우르르 몰려있는데 어떻게 뚫고 가냐.”
“하여튼 저놈이 끼면 조용할 날이 없어요.”
“동의하는 바다.”
“아…….”
놈들의 말이 맞긴 했다.
“여제! 여제!”
“검성! 검성!”
“천마님 나를 가져요!”
“광신도다! 다들 입 조심해!”
“광신도? 와, 저 얼굴이면 목 잘려도 나쁘지 않을지도……?”
“? 병형신이야?”
다른 녀석들을 찬양하는 유저들도 많았지만,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니까.
하나 도현도 떨떠름하긴 매한가지였다.
최초의 심연 군단장 레이드 성적을 1위로 끝냈으니 관심이 쏠리기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몰릴 일인가?
그런 도현의 모습에 아스타가 혀를 찼다.
“딱 보니까 커뮤니티 안 봤네. 너 지금 인기 스타야 인마.”
“커뮤?”
“10대 길드를 무릎 꿇렸니 뭐니 지금 시끌벅적해. 당분간 좀 피곤할 거다,”
“아.”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곤 커뮤니티를 들어간 도현이 수긍했다.
‘확실히.’
어느 채팅방을 들어가도 자신의 얘기로 가득했다.
카이저 >>>>>10대 길드부터 신의 재림이니 뭐니 온갖 자극적인 얘기뿐인 걸 보니 이 많은 관심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카신이시여!”
“위대한 카신께서 광명으로 이끌지니!”
“오오오!”
“아오, 저 미친놈들은 아까부터 뭐라는 거야?”
저 사람들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신처럼 떠받드는 거 아냐?’
10대 길드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부터 최초로 심연의 군단장을 처단한 것까지.
역대급 스케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도가 지나치지 않나.
아니나 다를까. 범인이 있었다.
“나의 신이시여. 마음에 드시옵니까, 눈먼 자들이 비로소 광명을 찾게 된 모습이.”
불쑥 끼어든 매혹적인 목소리의 특이한 말투.
이런 광기에 찬 말을 내뱉을 여자는 한 사람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고개를 돌리자 지척까지 다가와 맑은 눈을 반짝이고 있는 광신도가 보였다.
가슴에 손을 얹고 꾸벅 숙인 그녀는 뿌듯해 죽겠다는 얼굴이었다.
칭찬을 받고 싶어 안달 난 아이를 보는 것 같은 표정이 꼭 ‘내가 범인이오’라고 적혀있는 듯하다.
결국, 도현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네 작품이었니?”
“저의 작은 선물이옵니다. 초기에는 무지한 자들이 많아 ‘약간’의 불화가 있었사오나…… 최근 신의 위대함을 느끼고 개화한 자들이 많아 좀 더 수월했나이다.”
“불화?”
“아, 심판이란 표현이 좀 더 걸맞을 것도 같군요.”
“…….”
쟤는 대체 뭔 짓을 하고 다닌 거야?
떨떠름한 도현의 중얼거림에 광신도의 맑은 눈이 번뜩였다.
“궁금하시다면 곧장 보고를 올리겠…….”
“아니, 괜찮아. 알고 싶지 않아.”
찰나지만 눈빛에 스쳐 간 광기에 도현이 단호하게 잘랐다.
모르는 게 약일 거 같다는 본능적인 감이었다.
하나 애석하게도 그녀의 말에 아주 큰 흥미를 보이는 이가 있었으니.
-호오.
눈을 반짝이며 끼어든 찰리였다.
-흥미롭군. 검이 된 자로서 모시는 주군과 관련된 일을 몰라서는 아니 될 일. 나에게 말해줄 수 있는가?
“오, 경. 물론입니다. 처음에는 이단자들이 무수히 많았나이다. 그리하여 본보기로 한 놈을 납치하여 사지를 찢…… 소문을…….”
-오호라. 호오, 과연……!
살짝 떨어진 채 자기들 딴에는 비밀 얘기랍시고 떠들고 있었지만, 리액션이 워낙 찰져서 그런가 귀에 쏙쏙 박힌다.
그렇게 들은 대화는 하나하나가 살벌했다.
-자네에게 좋은 걸 많이 얻어가는군. 앞으로도 종종 대화를 나눌 수 있겠나?
“경처럼 깨어있는 분과의 대화는 언제든 환영이옵니다.”
-아, 그리고 이건 의견이네만. 그자는 혓바닥이 불경했던 것인데 목을 자르기보단 혀를 잘라내는 게 우선이지 않았겠나?
“오오, 듣고 보니 그렇군요. 제가 너무 큰 자비를 베풀고 말았습니다. 다음에는 경의 말대로 해보겠나이다.”
-주군을 위협하는 자에게 자비란 없어야 마땅하다는 생각일세.
“지극히 옳은 말이옵니다. 그렇다면 이런 방법은 어떻나이까? 우선 눈을 찔러 시야를…… 고, 밧줄로 몸을…….”
더 들으면 위험할 것 같은 내용에 도현이 이만 시선을 거두었다.
쿵짝이 맞아도 너무 잘 맞는 충신과 광신도의 조합에 이해를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흥미로 눈을 번뜩이는 찰리를 보자니 문득 걱정이 들긴 했다.
‘저러다 찰리도 흑화해버리는 거 아니겠지?’
카신교의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다소 과할 뿐이었던 찰리가 광신도에게 동화되어 미치광이 신도들의 앞잡이가 되지는 않을까?
그에 도현은 잠시 카신교를 이끄는 찰리와 광신도를 떠올려 보았다.
‘맙소사. 위화감이 없어.’
너무도 잘 어울리는 한 쌍에 심각해진 도현이 굳게 다짐했다.
저 두 사람을 자주 만나게 두지 말자고.
그렇게 도현이 때아닌 다짐을 하고 있을 무렵.
슬그머니 다가온 아스트가 물었다.
“그래서 이제 뭐 할 거냐? 할 거 없으면 길드실 와서 썰이나 좀 풀어보던가.”
나쁘지 않은 의견이었다.
도시에서 사람들한테 치일 바에는 마음 편하게 길드실에서 회포를 푸는 게 나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다음에.”
도현의 거절에 아스트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 또 인마. 뭐 히든 퀘라도 받았어?”
“그건 아닌…… 아닌가?”
“뭐? 이 새끼 진짜 세상 혼자 사…….”
“비슷하긴 한데 하여튼 지금은 아냐. 확인해 볼 게 있거든.”
“뭔데?”
궁금하다는 듯 눈을 반짝이는 아재와 대화를 듣고 미어캣처럼 고개를 들고 바라보는 검성과 여제.
천마마저 고고한 척하나 눈빛에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 깃들어 있었다.
그에 도현은 힐끔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결속의 증명] [황금 티켓]…….
[파멸의 군단장의 네 번째 반지]이번에 얻은 보상들로 가득한 인벤토리를 보며 도현이 씨익 웃었다.
“보상을 얻었으면 테스트를 해봐야지.”
입꼬리가 다소 비릿하게 올라가긴 했지만, 선물 상자를 개봉하기 전 아이처럼 진한 미소였다.
* * *
저주받은 동굴.
북쪽 숲 깊은 곳의 구석에 위치한 이곳은 레이븐의 개미굴과 같은 토벌 형태의 던전이다.
솔로 입장이 가능하나, 사실상 파티가 필수인 던전.
하나 정작 이곳은 제국 사람들에게 큰 인기가 없어 파티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으으, 벌레 몬스터들 극혐이야. 주먹만 해도 끔찍한데 사람 머리통만 한 벌레들이 득실거린다 생각해봐!”
“종류는 또 어찌나 다양한지. 박쥐는 또 왜 그렇게 징그러워?”
“위치도 별로고, 경험치도 그닥이고 몬스터는 끔찍하고…… 으으!! 다신 가기 싫어.”
거대한 박쥐부터 온갖 벌레 몬스터들이 득실거리는데 막상 들어오는 경험치는 그렇게 크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이 동굴이 유명한 이유가 있었다.
“13번째 입장 시 나타나는 히든 보스.”
유저를 가리지 않고, 13번째로 입장한 유저에게만 나타나는 히든 타입 보스 때문이었다.
하나 카운트가 따로 나타나는 게 아니기에 랜덤에 가까웠고, 말이 좋아 히든 보스지 난이도나 보상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사람들한테는 일종의 이벤트성 보스.
“혹은 귀찮은 방해꾼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
그게 특별한 요소가 많음에도 저주받은 동굴이 인기가 없는 이유였고, 이제 와서는 오는 사람만 오는 던전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동굴에 한 일행이 발을 들였다.
“어우, 뚫느라 빡셌네.”
-고생하셨습니다, 주군.
-리자리자.
-케륵, 난 좋던데.
지친 기색의 도현과 신나있는 가디언들이었다.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은 거 아니냐고.’
2시간.
수백만 명이 넘어가는 인파를 뚫고 이곳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이었다.
수많은 이들이 팬이라며 달려드는데 이것도 처음에나 좋지.
몇 시간을 저러니 원체 사람을 상대하지 않는 도현으로선 지치다 못해 기가 빨려버린 것이다.
‘그나마 대검이랑 찰리가 있어서 금방 끝났지…….’
팬이 많으면 간혹 도를 넘어서는 이들도 나타나는 법.
몇몇 선을 넘으려는 이들도 있었으나, 그럴 때마다 눈을 번뜩이며 검을 잡는 광신도와 찰리 덕분에 알아서들 물러났다.
그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저들은 진짜라는 걸.
‘이걸 든든해야 할지 말려야 할지.’
어쨌든 덕분에 수월하게 이곳까지 온 것은 맞았기에 입을 다문 도현이었다.
굳이 이곳에 온 것도 그런 이유였다.
솔로 입장이 가능한 이곳만큼 마음 편히 테스트해볼 무대가 없었으니까.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그건 좀 있다 생각할 일이고.
“와! 카이저다.”
“광신도 없…… 지? 싸인 받을까?”
“찰리 눈 부라리는 거 안 보여? 여기 도시 아니야 인마. 괜히 까불다 죽지 말고 눈치 챙기자.”
그때 들려온 소곤거리는 소리에 지하드가 신기하다는 듯 탄성을 냈다.
-생각보다 사람이 아예 없지는 않네, 주인?
“뭐, 오는 사람은 오는 곳이니까.”
-사람 피해서 온 건데 이래도 괜찮아?
“어차피 입장하면 끝인데 무슨 상관이야.”
가볍게 대답한 도현이 아무것도 없는 벽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경쾌한 알림과 함께 떠오르는 메시지.
[저주받은 동굴에 입장하시겠습니까?] [저주받은 동굴]-등급 : 희귀
-타입 : 자유 던전
-특성 : 토벌
-설명 : 저주받은 동굴의 기이한 기운으로 인해 동굴 안의 몬스터들이 거대해졌다.
수많은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동굴을 토벌하라.
단, 비위가 약한 이들은 다소 주의가 필요할 수 있다.
[입장 제한 인원 : 4인 이하] [간혹 특이한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주의. 솔로 플레이는 다소 위험할 수 있습니다.]“입장한다.”
[저주받은 동굴에 입장합니다.]경고에도 가볍게 답하자 환한 빛이 앞을 가렸고, 곧 시야가 반전되었다.
그렇게 도착한 무대는 어두침침한 동굴이었다.
갈림길 없이 일자로 이어지는 꽤나 크고 습한 동굴의 내부.
사사삭- 사삭-
그곳에서 천장과 벽면, 바닥을 타고 기어오는 것들은 틀림없는 벌레였다.
사람 머리통만 한다는 건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오히려 축소했다고 봐야 했다.
저건 웬만한 성인 남자 머리통의 1.5배는 되었으니까.
-리자!
그중에 섞여 있는 거미를 발견한 걸까.
엘리자가 폴짝거리며 반가움을 표시해보지만, 이성이 없는 몬스터들은 그저 독니를 드러내며 달려올 뿐이었다.
-리자…….
시무룩해진 엘리자의 볼을 검지로 쓰다듬은 도현이 천변을 꺼내 쥐었다.
[천변(千變)이 ‘하얀 사자의 설화(雪華)검’으로 변형됩니다.] [‘가밀리온의 반지’를 착용 해제하고, ‘파멸의 군단장의 네 번째 반지’를 착용합니다.] [‘피의 맹약의 목걸이’를 착용 해제하고, ‘파멸의 군단장의 네 번째 증표’를 착용합니다.]‘그럼 가볼까.’
도현의 눈이 맹수처럼 날카롭게 번뜩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