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96)
제296화
296화.
[저주받은 동굴의 구조가 바뀝니다.] [일시적으로 던전의 타입이 ‘토벌’에서 ‘보스 토벌’로 바뀝니다.] [특이한 존재가 꿈틀거립니다.]‘조건부 보스.’
13번째 입장 시에만 나타나는 저주받은 동굴의 보스.
녀석이 드디어 등장한 것이다.
놈을 잡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도현으로선 이 순간만 기다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꼭 잡아야 했으니까.
‘그래. 그것보다 중요한 건 없지.’
열 번을 넘어서야 나타난 걸 생각하면 리셋된 지 얼마 안 됐다는 뜻.
운도 지지리도 없는 일이었으나 덕분에 경험치를 두둑이 먹었으니 좋은 게 좋은 거였다.
어쨌거나 조건은 만족했으니 보스만 잡으면 되리라.
[가디언 ‘지하드 블랙’이 언데드를 소환합니다.] [군단 조종을 사용하여 모두 한 개체로 판정됩니다.] [군단의 언데드의 50% 이상이 하위 도시의 몬스터로 판정됩니다. 마나 소모량이 감소합니다.] [제1 군단장, ‘고통’을 소환합니다.]따닥, 딱.
그어어-
어김없이 등장한 언데드 군단을 보며 도현이 호기롭게 외쳤다.
“빠르게 끝내보자고.”
-라저!
-리자리자!
-예, 주군. 최선을 다해 빠르게 모시겠습니다.
따닥, 딱.
그렇게 시작된 토벌은 이전과 같았다.
구조가 바뀌었다곤 하나 결국 동굴인 건 똑같았다.
차이점이라곤 두 갈림길에서 벌레 군단이 몰려온다는 것과 갈림길 중 올바른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 정도.
-가라, 따닥이!
-이 역겨운 벌레들! 감히 누구를 넘보려 하는가!
따닥, 딱!
벌레 군단이야 수가 늘어봐야 결국 찰리와 언데드 군단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자멸했고,
[진리의 눈이 발동됩니다.] [숨겨져 있던 함정이 드러납니다.]“여기네.”
-주군의 혜안은 언제 봐도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탐험가들 뭐 먹고 살려나 몰라.
-리자리자.
어느 길이 맞는지 고르는 것쯤이야 진리의 눈이 있는 도현에겐 식은 죽 먹기였다.
차라리 아무 함정이 없으면 더 어려웠을 텐데.
뎀로크 차기작 아니랄까 봐 난이도를 어렵게 만든 게 오히려 악수였다.
키에엑! 케엑!
화르륵- 푹! 콰직!
그렇게 속전속결로 돌파한 지 몇 차례.
틈만 나면 나누어져 있던 갈림길 대신 직선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왔다.
벌레 군단도 함정도 없는, 다만 조금 길게 뻗은 길.
대략 1분쯤 걸었을까?
[동굴의 90%에 달하는 벌레 군단을 토벌하여 동굴의 주인이 짙은 분노를 드러냅니다.] [주의. 심장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 [비위가 약한 이는 각오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거대한 공동이 나타남과 동시에 경고 메시지가 울렸다.
그건 실로 올바른 경고라 할 수 있었다.
키에에에에에에!!!!
귀를 찢는 비명 소리가 고막을 강타했으니까.
공포영화의 귀신들이나 낼 법한 혐오스럽고 이질적인 소리였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존재는 공포영화 이상이었다.
[저주받은 동굴의 보스, ‘동굴의 여왕 혼종 벌레’와 조우하였습니다.] [동굴의 여왕 혼종 벌레]-타이틀 : 엘리트 보스
-타입 : 혼종 벌레
-특성 : 질긴 생존력, 기민한 몸놀림, 치명적인 독
-설명 : 저주받은 동굴에서 홀로 혼돈의 저주에 걸려버린 비운의 여왕 벌레.
다양한 종족의 형태가 섞이며 신체의 밸런스가 무너져 몸 내부가 심하게 썩어가고 있다.
비교적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는 저주받은 동굴의 저주가 짙어질 때만 모습을 드러낸다.
능력 자체는 평범하다.
특이한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 이벤트성 보스라 생각하면 ‘겨우 이거밖에 안 돼?’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
하지만 직접 마주한 여왕 벌레는 그 어떤 보스보다 두려웠다.
“이런 미친……!”
-우욱, 뭐야 이 더러운 건!
-리자리…….
-으음…….
지금까지 봤던 동굴 벌레는 지네와 거미, 바퀴벌레로 세 가지 형태라 하면 놈은 그 셋을 뒤섞은 모습이었으니까.
심지어 덩치는 성인 남자만 하고, 갑피 사이로 언뜻 드러난 속살은 썩어있다.
‘지네 몸통에 바퀴…… 어우, 역겨워서 더 보질 못하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끔찍한 건 외관이 아닌 냄새였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른 한여름, 길거리에 엎어진 음식물 쓰레기통의 악취가 후덥지근한 공기를 타고 전해진 듯한 느낌.
코를 막지 않고는 차마 버틸 수가 없는 지독한 냄새에 도현은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왜 이곳에 사람이 없는지 알겠네.’
‘그것’이고 나발이고 저런 보스를 누가 잡으려 들겠는가.
아주 굳은 의지가 필요한 일이었다.
‘벌레 군단 때부터 싸하긴 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자격을 시험당하는 용사의 심정이 된 도현이 천변을 꽉 쥐며 결연한 눈으로 명했다.
“……찰리. 부탁한다.”
-주군?
찰리의 눈이 지진이라도 난 듯 쉴 새 없이 흔들린다.
창백해진 안색처럼 푸른 눈이 애처롭다.
오랜 기간 다니며 처음 보는 찰리의 모습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
인생이 원래 그런 거다.
“언데드 군단이 있으니 괜찮을 거야.”
따닥……?
-…….
-파, 파이팅.
가만히 있다 세트로 휘말린 고통이가 지하드를 바라보았으나, 지하드는 작은 주먹을 들며 응원할 뿐이었다.
이곳에 그들의 편은 없었다.
……따닥.
슬쩍 눈치를 살피던 고통이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손짓했다.
그어어어! 그어!
다행히 이성이 없다시피 한 언데드 군단이 호기롭게 나서주었다.
지능이 높은 무법자들이 은근슬쩍 고통이의 뒤로 붙은 건 비밀이었다.
결국, 머뭇거리던 찰리도 눈을 질끈 감고 뛰어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전투.
키에에에에!
“어우, 난 못 보겠다.”
-나, 나도…….
찰리가 유수비화검을 휘두르면 탁한 진액이 튀며 역한 냄새가 퍼졌고,
사사삭- 사삭-
그어-
언데드 군단과 놈이 격한 몸싸움을 벌일 때마다 사삭거리는 특유의 소리가 들려온다.
차마 눈 뜨고 못 봐줄 혐오스러운 전투에 도현이 고개를 돌렸다.
갑피를 부수고 살을 찌르고, 진액이 튀는 소리가 몇 차례나 울려 퍼졌을까.
‘아, 속 안 좋아.’
점점 속이 매스꺼움을 넘어설 때쯤.
키에에에에!
쿠웅.
끔찍한 단말마를 마지막으로 보스가 비로소 쓰러졌다.
그제야 참았던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돌린 도현이 헛웃음을 지었다.
[저주받은 동굴의 보스, ‘동굴의 여왕 벌레’를 처치하였습니다.] [모험의 서에 기록됩니다.]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고 보스를 처치하는 것에 성공하였습니다.] [타이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보스를 잡다?’를 획득합니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보스를 잡다?]-등급 : 영웅
-설명 : 손 한 번 까딱하지 않고 보스를 처치한 공을 얻은 당신.
훌륭한 수하를 두었거나, 엄청난 얌체시군요?
-효과 : 보스에게 공격을 가하기 전까지 방어력 + 30% 상승.
모든 능력치 + 5
“이게 이렇게?”
너무 역겨워서 비겁하게도 가디언들에게 맡긴 것이건만.
이게 영웅 타이틀의 획득 조건일 줄이야.
‘영웅이란 수식어와 너무 안 어울리는 거 아닌가.’
뭐, 확실히 획득 난이도가 높긴 했다.
아무리 신수를 데리고 다녀도 보스를 잡는데 유저가 터치 하나 하지 않기란 힘드니까.
당장 본인만 해도 지금껏 못 얻지 않았나.
-……다녀왔습니다, 주군.
따닥. 딱.
그때 다가온 찰리와 고통이.
그런 그들은 녹초가 되어있었다.
일방적인 학살이라 상처 하나 없었지만, 마음에 심한 상처를 입은 것.
아닌 게 아니라 실연의 아픔에 몇 날 며칠을 술로 보내며 마음 고생을 한 사람 같다.
“……정말 최선을 다했구나.”
-……예.
“고생했어. 고맙다 정말.”
-……예.
씁쓸한 미소를 머금는 찰리.
저 와중에도 호감도 하나 내려가지 않는 모습이 진정한 충신의 표본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찰리의 어깨를 토닥여주려고 손을 뻗던 도현이 멈칫했다.
‘……음. 아니다.’
차마 진액 묻은 갑옷을 터치할 자신이 없었다.
보스가 죽으며 역한 냄새가 빠지긴 했지만, 이젠 저 진액만 봐도 그 냄새가 떠오른다.
-……주군? 무슨 문제라도…….
-아냐. 고생했어.
결국 속으로 고마움을 표하는 거로 넘어가고 있을 때.
고통이가 불쑥 끼어들었다.
따닥. 딱.
자신도 함께 했다고 표현하는 걸까?
따닥거리는 고통이에 지하드에게 눈짓하자, 지하드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따닥아, 넌 뒤에서 손짓만 하지 않았어?
딱? 따닥.
-아닌데, 내가 봤는데.
-리자리자.
따닥?
모르쇠로 일관하는 고통이.
안하무인의 극치를 보이는 저 모습이 어딜 봐서 종족의 모든 고통을 떠안은 비운의 왕인가 싶다.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는데 지하드한테 물이 든 건가?
‘뭐, 그만큼 친해졌다는 거겠지.’
늘 티격거리긴 하지만, 전보다 많이 친밀해진 게 눈으로도 보이니 말이다.
-이제 다 끝난 거지, 주인? 뭐 또 이상한 거 나오고 그러는 거 아니지?
-리자리자.
“이게 끝이긴 해.”
-그, 그럼 빨리 나가자. 이제 벌레라면 지긋지긋해.
-……동감하는 바입니다.
이번 일로 아주 단단히 질린 녀석들이 재촉했다.
도현도 당분간 벌레의 ‘ㅂ’자도 듣기 싫을 정도라 저 마음이 이해가 되지만,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어, 어째서……?
-아아…….
하늘이 무너지는 표정이 되어버린 지하드와 찰리에게 미안하지만 별수 없었다.
애당초 이곳에 온 목적은 따로 있었으니까.
‘그래. 나는 ‘그것’을 하러 왔지.’
그리고 지금.
그 목적을 달성할 때가 왔다.
“이곳이 뭐라 불리는지 알아?”
-뭐긴 뭐야. 저주받은 동굴이지. 진짜 여긴 저주받았어. 그게 아니고서야 이럴 수는 없어.
“맞긴 해. 제국에서 가장 기피되는 던전 탑5에 드니까.”
-아니, 지금 그런 곳을 온 거야 주인?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 나도.”
이곳이 겨우 탑5면 나머지 후보들은 대체 뭐 하는 곳일까?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몇몇 유저들 사이에서 이곳은 다르게 불려.”
-벌레 소굴? 토하고 싶을 때 찾아오는 곳? 아니면 인생이 지루하면 찾아오는 곳?
“아니.”
단호하게 고개를 저은 도현이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저 말도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몇몇 유저들에게 이곳은 꽤 핫한 장소였고, 그렇기에 다른 별명으로 불렸다.
멀쩡한 사람도 눈이 돌아가게 만드는 이름.
갓오세의 모 커뮤니티 채널 사람들에겐 클럽 그 자체인 곳.
“명당.”
-……응?
-리자?
전혀 생각지 못한 단어에 벙 찐 그들을 뒤로하고 도현이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곳의 한구석엔 세 장의 아름다운 카드팩이 있었다.
[랜덤 스킬 뽑기권] [가디언 ‘지하드 블랙’의 랜덤 스킬 뽑기권] [가디언 ‘찰리’의 랜덤 스킬 뽑기권]“여기가 바로 뽑기 갤러리 명예 회원들만 아는 히든 명당이거든.”
-……그럼 설마 이곳에 온 이유가?
“맞아. 카드깡 해야지.”
-맙소사.
경악한 지하드를 무시하며 도현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뽑기 갤러리에서 이곳을 처음 전해 들었을 때, 어찌나 기대했던가.
이 순간을 위해 당장이라도 카드깡을 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참으며 그 많은 벌레들과 몸을 부대꼈다.
‘아, 전설급이 세 개나 나와버리면 어쩌지?’
카이저 23세.
그는 카드깡에 누구보다 진심인 남자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