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298)
제298화
298화.
워프에 발을 뻗으려는 순간 느닷없이 발동된 진리의 눈.
도현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올랐다.
‘뭐지? 여기서 발동된다고?’
이곳에 숨겨진 무언가가 있다곤 못 들었는데?
당장 열 번이 넘는 토벌 과정 중에서도 이런 적은 없었다.
예상치 못한 현상에 멈칫한 것도 잠시.
‘저기다.’
워프 너머 동굴 벽 사이로 보이는 붉은 무언가를 발견한 순간.
도현은 본능적으로 걸음을 옮겼다.
-응? 갑자기 어디가, 주인?
-리자?
-으음.
시무룩해져선 당장이라도 이곳을 빠져나갈 기세였던 주인의 돌발 행동에 의문을 표하는 가디언들.
하나 지금 그런 걸 설명할 겨를이 있을 리 만무.
도현은 그저 홀린 듯 나아갈 뿐이었다.
이윽고 벽 앞에 도착한 도현을 반긴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이건…….’
사람 머리 두 개 정도 크기의 둥근 무언가.
원형보다는 타원형에 가까운 생김새. 내부를 매끈하게 감싼 검은 껍데기.
‘……알이잖아?’
그것은 알이었다.
* * *
웅성웅성-
시끌벅적한 도시.
인파의 숲을 헤쳐 나가 비교적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 도착한 도현이 주변의 눈치를 살피다 허름한 상점 안으로 들어섰다.
[‘미약한 은신’이 해제됩니다.] [필드가 달라져 가디언들이 유저의 위치로 강제 이동됩니다.]-여!
-리자!
-성공하셨군요, 주군.
눈앞에서 뿅 하고 나타난 가디언들을 확인한 도현이 상점에서 무언가를 구입하곤 도로 나와 한숨을 내쉬었다.
“어우, 진짜 피곤하네. 매번 도시 올 때마다 이래야 하나?”
워낙 대형 사고를 쳐 놓은 탓에 온통 자신의 얘기뿐이라, 섣불리 지나갔다간 사인 공세에 휘말리기 일쑤였다.
하여 택한 것이 팔찌의 미약한 은신과, 가디언 강제 이동 시스템의 활용.
가디언들을 다른 쪽으로 보내 놓고, 은신으로 인파를 뚫고 골목길의 상점에 도착하는 기가 막힌 전략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리 어렵지 않긴 한데…….’
매번 이러긴 피곤한 게 사실.
하나 그런 도현의 고충을 저 관종 가디언들이 알아줄 리가 없었다.
-왜? 난 좋던데.
-음! 영웅은 세간의 이목을 받는 법. 주군의 위대함을 알아보는 이가 많아진 것뿐이니 즐기시는 게 마땅하다 생각합니다.
-리자리자!
“그래, 너희라면 그럴 줄 알았다.”
즐기는 자가 진정한 승자라는데 그런 면에서 저 녀석들이 위너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신이 난 이가 있었으니.
-리자! 리자리자!
“그래그래.”
바로 엘리자였다.
신남을 주체하지 못하고 폴짝거리며 시도 때도 없이 양손으로 검지를 잡고 얼굴을 비비고 있었으니까.
그런 엘리자의 모습은 이전과 조금 달라져 있었다.
-키야, 우리 엘리자. 목도리 차니까 인상이 훤하네!
-리자리자!
-거미 중 우리 엘리자가 최고 패셔니스타일걸? 그치, 찰리?
-음! 내가 봐 온 거미 중 단연 으뜸일세.
-리자!
‘그야 그렇겠지. 거미가 목도리 한 것 자체를 처음 볼 텐데.’
목도리라고 표현하나 실상은 방금 허름한 상점에서 산 손가락에 끼는 털가죽 반지다.
장비라고 하기도 뭐한, 아무런 능력치도 없는 반지.
하지만 우리의 엘리자는 자신도 장비를 받았다는 사실이 좋았는지 그저 신이 난 상태였다.
폴짝, 폴짝.
-리자리자!
-잘한다, 잘한다.
재롱 잔치를 부리는 엘리자와,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는 지하드와 찰리.
이럴 땐 호흡을 참 잘 맞추는 녀석들이었다.
‘잘 어울리긴 하네.’
똑같이 하얀 털이 달린 거라 그런가 한층 더 복슬복슬하니 귀여워졌달까.
저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 챙겨 줄 걸 그랬나 싶다.
난생처음 공주 옷을 선물 받은 조카를 보듯 흐뭇하게 바라보던 것도 잠시.
인벤토리로 시선을 돌린 도현의 눈이 진지해졌다.
[정체불명의 알] [등급 : ?] [설명 : 정체를 알 수 없는 알이다.특이한 생명체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 외에는 무엇도 알 수 없다.] [알의 포만감이 100%가 될 시 부화가 시작된다.]
저주받은 동굴에서 가져온 알 때문이었다.
여전히 진리의 눈이 발동되고 있어 살짝 붉은빛을 띠는 검은 알.
등급도 설명도 무엇하나 제대로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나마 실마리라 할 수 있는 게 마지막 문구.
‘포만감이라…….’
일반적인 포만감은 아닌 것 같다.
혹시 몰라서 가디언 먹이를 사 둔 게 있는데, 그걸 줘도 흡수되거나 하지 않았으니까.
먹이가 아닌 다른 무언가로 포만감을 채운다는 뜻인데…….
‘경험치인가?’
당장 떠오르는 가정은 역시 경험치였다.
간혹 신수의 알을 얻는 이들의 경우 경험치를 통해 부화를 진행하곤 했으니까.
-그럼 우리 동료 생기는 거야 주인?
-리자? 리자리자!
-주군의 곁을 보필할 강한 아군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어느새 재롱 잔치를 끝낸 녀석들이 흥미를 표했으나, 도현은 선뜻 답하지 못했다.
‘이런 설명을 가진 신수의 알은 없어.’
신수의 알은 확실한 이름이 적혀 있다.
비를 다스리는 청룡의 알, 창공의 페가수스의 알 같은 식으로 말이다.
이때 적힌 수식어가 얼마나 위대하냐에 따라 신수의 잠재력이 결정되기에 알의 이름은 꽤나 중요했다.
‘정체불명의 알이라.’
그런 면에서 이 알은?
어느 면으로 봐도 신수의 알이라 하기엔 난해하다.
그나마 유추할 수 있는 게 있다면 13번째로 저주받은 동굴에 입장했을 때 떠올랐던 메시지?
[저주받은 동굴에 특이한 일이 일어납니다.] [특이한 생명체가 꿈틀거립니다.]‘보스 때문에 나타난 메시지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단 말이지.’
아마 도현이 아닌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시스템이 그렇게 유도했으니까.
‘히든 안에 숨겨진 히든.’
왕의 무덤을 발견했을 때와 비슷한 장치.
아마 도현이 아니었다면 몇 년이 지나도 발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실제로 저주받은 동굴이 명당임을 찾아낸 뽑기 갤러리 회장부터 모험왕 바리온까지 동굴을 다녀갔지만 알을 발견하지 못했지 않나.
“뭐, 부화해 보면 알겠지.”
생명체인 건 확실하니 재수가 없으면 몬스터가 들어 있을 테고, 운이 좋으면 신비로운 신수가 나와 주겠지.
그러던 그때였다.
-……몬스터?
-리자?
움찔한 지하드가 돌연 초조한 기색을 표했다.
“왜?”
-……그 알 저주받은 동굴에서 구한 거잖아?
“그렇지?”
-저주받은 동굴은 벌레 소굴이고?
“그렇…….”
무심하게 맞장구치던 도현이 순간 멈칫했다.
저주받은 동굴은 벌레 군단이 살고 있는 던전이다.
그런 곳에서 발견한 알이면…….
‘설마…… 그 끔찍한 벌레의 새끼?’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가상현실이지만 서늘해진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기분이었다.
떠올리기도 싫은 몰골과 역겨웠던 냄새가 새록새록 떠오른 것이다.
끔찍한 음식물 쓰레기 냄새를 풍기며 알껍데기를 뚫고 부화한 혼종 새끼벌레가 꿈틀거린다?
‘……생각만으로도 너무 끔찍한데.’
알의 검은 색상마저 꺼림칙하게 느껴진다.
-아, 아닐 겁니다. 주군.
찰리마저 용납할 수 없었는지 고개를 흔들며 부정했다.
모두가 심각한 지금, 홀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순진무구한 얼굴로 갸우뚱하는 엘리자.
-리자?
-엘리자, 친구면 그저 다 좋은 건 알겠는데 이건 아니야. 그런 벌레랑은 친구가 될 수 없다구!
-리…… 자!?
-아, 아니. 넌 벌레가 아니잖아. 너같이 귀여운 거미가 어딨다고 그래. 넌 거미가 아니라 털 뭉치야 엘리자.
충격받은 엘리자에게 다급히 해명하는 지하드가 도움의 눈길을 보냈으나, 지금 도현의 머릿속엔 온통 벌레뿐이었다.
‘……아니겠지. 아닐 거야. 아니어야만 해.’
고작 던전 보스의 알이었으면 ‘여왕 벌레의 알’ 같은 이름이었을 거다.
굳이 정체불명의 알이라며 숨겨져 있던 걸 생각하면 분명 다른 무언가일 터!
‘음…….’
한데 벌레가 그득했던 동굴에서 구한 알.
동굴이라 하면 박쥐나 벌레 정도밖에 생각이 안 나는데, 뭐가 됐든 끔찍한 놈이 부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생각을 이어 갈수록 피폐해지는 기분에 도현이 고개를 흔들었다.
‘……신경 쓰지 말자. 포만감을 다 채우고 생각해도 안 늦어.’
물론 혹시 모르니 부화할 때 알을 조금 떨어트려 놓을 생각이었다.
강제로 찝찝한 기분을 떨쳐 낸 도현이 스킬창을 열었다.
찰리와 지하드의 스킬창도 함께였다.
그곳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스킬들이 때깔 좋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래, 이럴 땐 역시 새로 얻은 스킬을 시험해 보는 게 최고지.’
벌레가 득실거리는 곳이 아닌, 심신이 안정될 만한 평화로운 사냥터를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접속 제한 시간을 모두 사용하였습니다.] [5초 후 강제 종료됩니다.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주십시오.] [RCD 녹화가 종료됩니다.]“아.”
아무래도 내일로 미뤄야 할 듯했다.
* * *
푸슈우-
“끄으으…….”
캡슐이 열리며 안에서 나온 도현이 기지개를 켜며 몸을 풀었다.
그런 도현의 얼굴은 다소 뚱해 있었다.
‘어째 벌레만 주구장창 잡다가 끝난 기분인데.’
그 전에 심연의 군단장과도 한판 뜨고, 황제랑 단독 대면도 했었지만, 마지막 기억이 중요한 법.
득실거리는 벌레들의 움직임이 아직도 생생했다.
찝찝한 기분을 떨쳐 내며 습관처럼 컴퓨터 앞에 앉은 도현이 갓오세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카이저, 그의 행보는 어디까지?] [10대 길드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카이저, 이번에는 황제와 단독 대면?] [철옹성 같던 10대 길드의 자리에 균열이 가다.] [멸살의 반응은?]“난리가 나 있긴 하네.”
당장 배너부터 온통 자신의 얘기뿐이다.
커뮤니티에서도 별반 다를 게 없는 반응. 도시에서 겪었던 일들이 넷상에서 그대로 벌어지고 있었다.
[유종현 : ㅁㅊㅁㅊㅁㅊㅁㅊ 카이저, 그는 신인가?] [곽재열 : 10대 길드 바로 찌발라 버리는 클라스~ 키야!] [김현수 : 사진을 보냈습니다.] [김현수 : 실시간 카신교 회원 수 늘어나는 속도 보셈 ㅋㅋㅋㅋㅋㅋ 벌써 4천만 명 돌파함. 외국인들 왜 이렇게 많냐.] [유종현 : 그만큼 이번 일 파급이 컸던 거지. 군단장 레이드는 둘째 치고 미국 대표 격인 데미안 발라 버린 게 더 충격이었을 듯.] [김두형 : 카이저 펀치! 카이저 펀치! 카이저 펀치! 카이저 펀치!] [곽재열 : 아, 영상 언제 올라오냐고 ㄹㅇ 어떻게 싸운 건지 궁금해 죽겠네.]‘이놈들까지 난리네.’
쉴 새 없이 울리는 까톡도 만만치 않았다.
무음으로 바꾸고 대충 한 곳에 휙 던진 도현이 컴퓨터로 눈길을 돌렸다.
찬양하는 글들 대부분이 영상을 원하고 있었다.
“지금 올리면 조회 수 짭짤하겠는데.”
원래는 피곤해서 밥부터 먹고 생각할까 싶었건만.
이 정도면 대충 편집해서 올려도 조회 수가 미친 듯이 오를 게 틀림없었다.
모두가 기다리는데 귀찮다고 미룰 수는 없는 일.
결코 조회 수 때문이 아니었다.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서일 뿐.
‘그렇고말고.’
양심에 가책도 느끼지 않는 듯한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은 도현이 빠르게 마우스를 놀렸다.
다행히 이번에는 편집할 게 크게 없었다.
대중에게 보여선 안 될 것들만 적당히 삭제하고, 지루할 수 있는 앞뒤 부분만 자르면 끝이었으니까.
‘음, 완벽해.’
그렇게 탄생한 영상은 네 개였다.
[전쟁 (1)] [전쟁 (2)] [군단장 레이드 (1)] [군단장 레이드 (2)]데미안이 도착했을 때를 기점으로 1, 2편을 나누어 올렸고, 군단장 레이드는 검성이 도착한 걸 기준으로 나눈 것이다.
그래도 요즘 영상을 좀 올려 봤다고, 흥미로운 부분에서 딱 자른 것.
편집이라 할 만한 것도 이 정도가 다였지만, 워낙 자극적인 소재에 전투로 가득한 영상이라 그런가 볼거리가 충분했다.
‘이 정도면 오늘 지나기 전에 천만 조회 수 정도는 노려볼 만하지 않을까?’
벌써 밤 9시 30분이니 겨우 2시간 반 만에 천만을 찍겠다는 뜻.
물론 설령 억 뷰를 달성할 만한 영상이라 해도 불가능한 속도이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한 소리였다.
그냥 그 정도로 흐름이 좋다는 정도의 말.
[모든 영상이 업로드되었습니다.]하나 막상 영상이 업로드되고 나자, 그런 가벼운 마음은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ㅁㅊ, 떴다 내 야동!
└아아, 카신이시여 기다렸습니다.
└존버는 승리한다
영상이 올라오자마자 댓글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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