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305)
제305화
305화.
아니나 다를까.
비밀 장소가 있는 곳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게 뭡니까?
-지도입니다, 계승자시여.
-이게요? 낙서 아니고? 초딩 때 수업시간에 딴짓한다고 종이에 휘갈긴 게 딱 이랬던 거 같은데.
-초딩……? 그게 무엇입니까?
우선 가밀리온이 즉석에서 그린 지도(?)를 받아서 비밀 장소의 입구가 있는 곳으로 간다.
지도를 알아보기가 힘들어 이 과정에만 무려 1시간이 소요됐지만, 그래도 어찌저찌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턴 쉬웠다.
-아직입니다, 계승자시여.
“알고 있어요.”
근처에 통신 구슬을 들고 숨어 신호가 올 때까지 대기하는 게 끝이었으니까.
그게 지금 도현이 스토커처럼 나무 뒤에서 숨죽이고 있는 이유였다.
[미약한 은신을 발동 중입니다.]혹시 몰라 은신까지 사용한 채로.
그도 그럴 게 지금 서 있는 곳은 무려 바하룬 황제의 거처 뒷문 쪽.
황제가 지내는 곳인 만큼 아무래도 경계가 더 삼엄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황제의 거처를 먼저 온 것은 지금밖에 타이밍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황제가 거처를 비우는 시간은 알현실에 있을 때뿐.’
그 외 대부분의 시간은 거처에서 보낸다.
그리고 황제를 공석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다.
이건 달리 말하면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자리를 비울지 아무도 모른다는 뜻.
‘가리온은 그 후에 확인해도 안 늦어.’
신중을 기해야 하는 만큼 지하드 녀석들까지 도시에 뺑뺑이를 돌리고 있었다.
어차피 지하로 들어가면 필드가 이동될 테니.
[진리의 눈이 발동 중입니다.]‘왜 눈앞에 보이는데 입장을 못하니.’
내벽과 바닥 사이, 구석진 곳에 반짝이는 붉은빛을 빤히 보며 손가락만 빤지 대략 15분.
사사삭-
구궁!
“저쪽에서 소란이라도 벌어지고 있나? 시끄러운 것 같네만.”
“안 그래도 저쪽에서 무언갈 봤다는 이들이 많더군.”
“한 번 가봐야 하는 거 아닌가?”
“으음…… 뭐, 잠깐 정도는 괜찮겠지. 한 번 가 보세.”
요란스런 소리에 고민하던 경비병들이 주변을 둘러보다 후다닥 자리를 떴다.
빠르게 확인만 하고 돌아오려는 모양.
-지금입니다!
‘오케이.’
[감지석이 생명체를 감지합니다.] [은신의 등급이 낮아 감지에 걸립니다.]후다닥 안으로 들어가자 메시지가 떠올랐지만, 상관없었다.
경비병이 자리를 비운 상태였으니까.
경비병이 돌아올 때까지 남은 시간은 길게 잡아도 5분.
짧디짧은 시간이지만 그 정도면 차고도 넘쳤다.
‘여기다.’
도현의 눈에는 정확한 입구의 위치가 보였으니까.
내벽과 바닥 사이 살짝 튀어나온 부분을 누르자 지면이 푹 꺼지며 도현을 집어삼켰다.
“에잉, 아무것도 없었지 않나.”
“쯧, 괜히 헛걸음만 했네.”
“흠, 별일 없었겠지?”
“기껏해야 3분 정도인데 무슨 일이 있었겠나. 겁도 없이 폐하의 거처에 올 놈이 몇이나 있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비병들이 돌아왔지만, 그때는 이미 도현이 사라진 후였다.
그들은 모를 것이다.
자신들의 발밑에 그 겁 없는 놈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 * *
[숨겨진 장소를 찾았습니다.] [숨겨진 장소, ‘바하룬의 비밀 창고’에 들어왔습니다.] [모험의 서에 기록됩니다.] [플레이어 최초로 ‘바하룬의 비밀 창고’에 들어왔습니다.] [최초 혜택으로 드랍 확률 +50%, 경험치 획득량 +50%가 적용됩니다.]입장하자 가장 먼저 반긴 건 무수한 메시지의 향연과,
[장소가 이동되어 가디언들이 강제 이동됩니다.]-오, 빨리 들어왔네, 주인?
-음!
-리자리자!
멍하니 도시를 돌아다니던 지하드 녀석들이었다.
녀석들의 인사를 받으며 둘러본 비밀 창고의 감상은 적당했다.
“……진짜 적당하네.”
-그러네.
-리자.
-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적당하다.
딱히 크지도 작지도 않은 크기와 적당히 밝은 내부.
무려 황제의 비밀 창고라기엔 어딘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흔한 생김새다.
전형적인 영화 속 악당들의 지하 창고 같은 느낌?
‘뭐, 외관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
중요한 건 안에 무엇을 숨겨두었는가다.
황제씩이나 되는 양반이 과연 무얼 숨겨두었을지, 내통자라면 어떤 흔적이 남겨져 있을지.
샅샅이 찾아볼 심산이었다.
[오래는 안 됩니다, 계승자시여. 황제가 곧 돌아올 시간이니 1시간 안에는 나오셔야 합니다.]“알았어요.”
[그럼 무운을 빌겠습니다. 무언가 찾으면 바로 말씀 주십시오.]통신 구슬을 통해 들려오는 가밀리온의 말에 적당히 대꾸한 도현이 걸음을 옮겼다.
길은 어렵지 않았다.
넓게 트인 하나의 길이 쭉 이어져 있는 단순한 구조였으니까.
그렇게 걷다 보면 보물 상자나 장식품들이 보이곤 했는데…….
끼익.
“음, 별거 없네.”
휘황찬란하긴 하나 별다른 수상한 것 없는 평범한 보물들이었다.
다만, 각종 보석과 예술품들 중에서도 유독 많은 게 있었는데.
-전부 금과 관련되어있군요.
“2황자 병 때문이 아닐까?”
-그 오만한 왕도 자식은 소중한가 봐.
-부모 마음이야 다 비슷하지 않겠나.
-리자리자.
심지어 나아갈수록 금의 수는 더욱 많아졌다.
이제는 어디를 둘러봐도 금밖에 없을 정도.
그 많은 금이 어디서 나왔나 했더니 이곳에 있었던 건가 싶다.
‘비밀 창고라기엔 너무 평범한데? 이 정도면 금 보관소 아냐?’
어느덧 길도 끝이 보이고 있건만 마땅히 수상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황제는 내통자가 아니라는 쪽으로 저울이 기울어 갈 그때.
“이, 이건!”
구석진 곳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도현이 눈을 크게 떴다.
거세게 흔들리는 그의 동공에 사방에서 반응이 튀어나왔다.
-뭐야, 주인!? 떴어?
-리자!
-제가 가겠습니다, 주군!
찰리는 아예 칼까지 꺼내 들고 경계할 정도.
하나 정작 다가온 그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도현이 들고 있는 것.
-응?
-주군……?
-리자?
그건 책이었다.
다만 평범한 책이 아니었다.
왜인지 묘한 제목.
그리고 어째서 제목에 스테이크가 들어가는지 의문이 드는 민망한 표지.
[침실엔 발이 네 개였다.] [사교회의 목적]“……음.”
잠시 제목과 표지들을 훑어보던 도현은 조심스레 책을 도로 집어넣었다.
[무슨 일입니까, 계승자님! 무언가 흔적을 발견했는지요!]때마침 들려온 가밀리온의 목소리에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모 만화의 한 인물에 빙의하여 근엄하게 답했다.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그렇군요. 아무래도 황제는 내통자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차라리 다행이지요. 황제가 내통자라면 여간 골치가 아픈 게 아니니…… 한데 분명 무언가 발견하셨던 거 같은데…….]“알면 다치십니다.”
[……?]통신 구슬로도 전해지는 의아함에 도현은 힐끔 뒤를 보았다.
빨간 표지들을 보니 같은 남자로서 지켜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샘솟는다.
‘황제님 이런 취향이구나. 그래도 위엄은 지켜줘야지.’
바하룬의 비밀 창고.
이곳은 금 보관소로 위장한 딱따구리 폴더였다.
* * *
그렇게 황제가 의문의 1패를 한 사소한(?) 해프닝이 지나고.
비밀 창고를 빠져나온 도현은 연이어 가리온의 비밀 장소가 있는 아르렌 성으로 향했다.
‘거처에 이어 성이라…… 뭐 등잔 밑이 어둡다 이건가?’
둘 다 자신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곳에 비밀 장소를 둔 걸 보면, 무언가를 숨길 때 이래야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드는 게 아닐까 싶다.
거처와 성은 엄연히 사이즈부터가 달랐지만, 이번에도 방식은 같았다.
가디언들은 도시를 돌아다니게 하고, 가밀리온이 신호를 주기 전까지 미약한 은신을 쓴 채 대기하기.
[지금입니다, 계승자시여!]“알겠어요.”
그리고 신호가 오면 후다닥 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한 번 해봤던 거라 그런지 더 빠르고 수월하게 성공할 수 있었다.
오고 가는 NPC들이나 유저의 수는 많았지만, 은신을 감지하는 마도구가 없기에 더 난이도가 쉬운 덕도 있었다.
[숨겨진 장소, ‘가리온의 비밀 장소’에 들어왔습니다.] [모험의 서에 기록됩니다] [플레이어 최초로 ‘가리온의 비밀 장소’에 들어왔습니다.] [최초 혜택으로 드랍 확률 +50%, 경험치 획득량 +50%가 적용됩니다.] [장소가 이동되어 가디언들이 강제 이동됩니다.]-여!
-리자!
그렇게 도착한 곳은 거대한 동굴이었다.
‘아니, 동굴이라기보단 지하 통로에 가까운가.’
한 길로 쭉 이어졌다는 점에선 황제의 비밀 창고와 같으나, 더 은밀하고 묘한 냄새가 난다는 점에서 달랐다.
무엇보다 창고라 할 수 있던 그곳과 달리, 이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어두운 통로만 이어져 있을 뿐.
‘밀수하기 딱 좋은 곳이네.’
왠지 느낌이 온다.
이곳에 무언가 숨겨져 있을 거라는.
-……아무것도 없는데, 주인?
-으음, 이상하군요. 더 나아갈 길은 없어 보이는데.
하나 호기롭게 나선 게 무색하게, 통로 끝까지 도착할 때까지도 아무런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황제의 비밀 창고에선 빨간책이라도 있었지.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없다고? 그럼 비밀 장소를 왜 만든 거야?’
진짜 밀수라도 하려고 만든 건가?
그런 합리적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
-음, 고위 귀족쯤 되면 뇌물과 청탁이 많이 들어오기는 합니다.
“……그래?”
-예, 주군. 저 때도 그런 귀족은 많았습니다. 허나 그렇다 해도 아르렌 성의 주인이라는 것이 그런 더러운 짓을 서슴지 않고 있다니…… 아르렌 성의 수치로군요.
내통자인 것보다야 낫지만, 이 또한 귀족으로서의 수치.
아르렌 성의 기사단장 출신이었던 찰리로선 용납할 수 없었는지 치욕스러운 기색을 표했다.
그런 찰리를 보는 도현은 심란해졌다.
‘둘 다 내통자가 아니라면 대체 누가?’
두 황자는 가능성이 거의 없었고, 황제도 아니다.
당연히 가리온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되니 혼란스러웠다.
‘아니야. 내가 흔적을 못 찾은 걸 수도 있어.’
혹은 그저 이곳에 흔적이 없는 것뿐일지도 모르는 일.
비밀 장소인 만큼 가장 먼저 신경 썼어도 이상하지 않으니 말이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조사를 해보자.’
귀찮지만 이럴 땐 정공법이 답이었다.
[으음…… 어쩔 수 없군요. 하지만 지금 같은 경우는 속도가 중요한 만큼, 제가 최대한 의심되는 장소들을 뽑아놓겠습니다.]“부탁할게요.”
[맡겨만 주시지요, 계승자니…….]그렇게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려던 때였다.
뾱-
-리자!
주머니에서 몸을 녹이고 있던 엘리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지하드였다.
-엘리자? 너 입에 그거 뭐야?
-리자! 리자리자!
-바닥에 뭔가 작은 게 반짝이고 있어서 주웠다고?
“……반짝?”
그 말에 도현도 홱 고개를 돌렸다.
정말로 엘리자의 작은 입에 웬 보석 같은 게 물려있었다.
웬일로 말할 때 안 끼어들고 조용하나 싶더니, 저걸 물고 있느라 그랬던 모양.
-정말이군요. 무언가 물고 있습니다.
“그러네?”
다들 자신을 바라보니 무언가 잘못했다 생각한 걸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호기롭게 머리를 내밀었던 엘리자가 움츠러들었다.
-리, 리자…….
마치 몰래 간식을 물고 있다 주인한테 혼나는 강아지 같은 모습.
그런 엘리자를 보는 도현의 눈매가 좁아졌다.
엘리자를 탓하려는 게 아니었다.
‘……진리의 눈은 숨겨져 있는 걸 찾는 특성.’
보통 중요한 건 꽁꽁 숨겨놓기 마련이고, 진리의 눈은 그걸 귀신같이 찾아내는 사기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런 진리의 눈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다.
‘오히려 대놓고 드러나 있는 건 못 찾아.’
만약 저 보석이 무언가 중요한 역할이라면?
어차피 자신만 아는 비밀 장소.
가리온이 굳이 보석을 숨기지 않고 대충 던져놓은 거라면…….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순간, 도현은 곧장 행동으로 실천했다.
“엘리자, 그거 잠깐만 줘볼래?”
-리……자!
-……너 내가 달라 할 땐 안 주지 않았니?
-리자?
슬쩍 눈치를 보다 보석을 주는 엘리자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자니, 볼멘소리를 해오는 지하드.
모르쇠를 시전하는 엘리자와 투닥거리는 녀석을 뒤로하고, 도현은 보석을 든 채 몇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 순간.
[진리의 눈이 발동합니다.]보였다.
보석에서 새어 나온 붉은빛이 실처럼 늘어져 이동하는 것이.
그리고 그 실이 끝난 지점에 도달한 순간.
구궁-
일순 밑에서 무언가 돌아가는 감각과 함께 지면이 흔들리더니 메시지가 떠올랐다.
[입장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숨겨진 문이 열립니다.]‘찾았다.’
잭팟이었다.
-지하 밑에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두었군요.
-와, 엘리자가 이걸 찾은 거야?
-리자? 리자리자!
그저 반짝이기에 호기심이 동해서 물어왔었을 뿐인데.
본의 아니게 한 건 해낸 엘리자가 의문을 표하던 것도 잠시, 곧 칭찬해달라는 듯 폴짝거렸다.
“그래그래, 엘리자. 네 덕분이야. 자랑스럽다. 우리 엘리자!”
-리자리자!
잔뜩 신이 나서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녀석을 보며 피식 웃는 도현.
오구오구 해주는 분위기였지만, 정말 엘리자 덕인 게 맞았다.
엘리자가 아니었으면 입구를 앞에 두고 돌아갈 뻔했으니까. 그랬다간 가리온에게 흔적을 지울 시간을 주었을 것이다.
그 뒤에 돌아왔을 땐 이미 늦었을지도 모를 일.
‘어디 뭘 숨겨놨길래 이중으로 해놨는지 보자고.’
그렇기에 더욱 궁금했다.
과연 무엇이 있기에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해놓았는지.
“그럼 입장해보자고.”
-리자!
-좋아.
-예, 주군.
그렇게 지면에 열린 입구를 통해 입장하자, 곧 떠오른 메시지와 함께 무언가가 그들을 반겼다.
그에 도현의 눈이 크게 뜨이더니, 이내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것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