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307)
제307화
307화.
정체불명의 알.
저주받은 동굴에 13번째 입장했을 때만 얻을 수 있는 히든 피스.
그 뒤에 동굴에 가봐도 알을 볼 수 없던 것을 생각하면, 갓오세에 단 하나뿐인 알이라 할 수 있었다.
‘신수인가? 아니면 보스 몬스터?’
정체는 알 수 없으나, 범상치 않은 게 들어있을 건 분명한 일.
당연히 도현도 알을 부화시킬 방법을 찾아봤다.
각종 커뮤니티와 블로그를 뒤져보기도 하고, 죽어라 사냥을 하거나 보스 몬스터를 잡아도 보았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포만도가 조금도 오르지 않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
일반적으로 신수의 알이 몬스터 경험치를 통해 성장하거나, 일정 시간 가지고 다니면 부화한다.
하나 정체불명의 알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에 도현은 생각했다.
‘특수 조건으로만 부화하는 알이 분명해.’
간혹 그런 알이 있다.
부화 조건이 숨겨져 있고, 그 조건을 달성해야지만 부화하는 알.
대개 희귀한 신수나 최상위권 신수의 알이거나, 네임드 레이드 보스의 몬스터 알이 이러했다.
‘잭팟이거나, 빅엿이거나.’
전자면 잭팟이고, 후자면 빅엿이었지만 뭐가 됐든 나쁘지 않았다.
네임드 레이드 보스가 부화하면, 가장 먼저 레이드를 할 수 있으니 레이드 장비 보상을 독차지할 수 있었으니까.
도현으로선 뭐가 됐든 좋은 일.
그런 만큼 빨리 부화하기를 바랐지만, 당장은 마음 한 켠에 밀어두었었다.
‘당장은 내통자를 찾는 것에 집중하자.’
부화 조건은 알마다 다른데 현재로선 그 조건이 무엇일지 감도 잡히지 않았으니,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한 것이다.
꿈틀.
한데 지금.
무얼 해도 반응이 없던 알이, 처음으로 반응했다.
[수많은 문지기의 죽음으로 인해 이질적인 기운이 공기에 떠돕니다.] [정체불명의 알이 이질적인 기운에 반응합니다.] [정체불명의 알이 기운을 섭취합니다.] [포만도가 상승합니다.] [현재 포만도는 5 / 100입니다.]‘이질적인 기운? 기운에 반응해?’
도현이 한 거라곤 문지기들을 죽인 것뿐.
그렇다면 이것과 연관이 있다는 건데…….
‘……뭔가 있는 건 확실하네.’
이놈들이 심연인지 아닌지는 모르나, 자연스러운 존재는 아님이 분명하다는 뜻.
도현의 눈빛이 낮게 가라앉았다.
점점 가리온이 내통자라는 것에 확신이 섰다.
그리고 그건 찰리도 마찬가지였다.
-……좀 더 속도를 높여도 되겠습니까, 주군.
“그래.”
차갑게 내려앉은 목소리에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부터 대화는 없었다.
찰리와 도현은 묵묵부답으로 문지기들을 썰어 넘기는 것에만 집중했고,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걸 눈치챈 지하드와 엘리자는 눈치를 살피며 뒤따랐다.
그어어-
따닥, 우어우어!
콰아아앙!
들리는 소리라곤 언데드들이 날뛰는 소리와 문지기들이 스러져가는 소리.
띠링-
[수많은 문지기의 죽음으로 인해 이질적인 기운이 좀 더 짙어집니다.] [정체불명의 알이 기운을 섭취합니다.] [포만도가 상승합니다.] [현재 포만도는 15 / 100입니다.]그리고 알의 포만도가 오르는 소리뿐.
그렇게 적막 속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을 들으며 나아간 지 얼마나 지났을까?
대략 30분쯤 지났을 무렵. 찰리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무언가 이상합니다.
그런 찰리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문지기들이 점점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마치 인간처럼요.
“…….”
그 말에 도현이 고개를 돌려 언데드 군단과 싸우는 문지기들을 살펴봤다.
‘확실히.’
막무가내로 달려들던 이전의 문지기들과는 다르다.
마치 맹수 무리를 상대하듯이.
거리를 유지하며 포위망을 갖추어 교대로 전투를 이어가고 있다.
이상한 건 그게 끝이 아니었다.
서걱- 석-
타닷.
깊숙이 들어갈수록 움직임이 정교해지더니, 이제는 단체 합을 넘어 개개인의 움직임마저 결을 달리하고 있었다.
도저히 몬스터라고 생각할 수 없는 지성적인 움직임.
누군가에게 배운 게 느껴지는 절도 있는 보법.
-……검술?
그건 검술이었다.
검술부터 창술 단검술 등 다양한 무기술을 다루고 있었는데, 그들 모두 같은 류파의 무기술을 다루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건 지금까지와는 다른 복장의 문지기가 나타났을 때였다.
쿠웅!
[엘리트 영웅급 네임드 보스, ‘론드’와 조우하였습니다.]썩어 문드러졌음에도 귀티가 나는 중갑 갑옷.
어둠에 뒤덮였지만, 화려한 장식이 언뜻 보이는 거대한 대검.
엘리트 보스라는 수식어답게 론드가 펼치는 검술은 이전의 문지기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후우웅-!
타닷, 쇄애액!
절제된 동작.
부드럽게 이어지는 유려한 보법.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 거칠게 돌변하여 쇄도하는 묵직한 검날.
그것들을 보는 찰리의 부릅 뜬 눈이 파르르 떨려왔다.
꽈악-
어찌나 세게 쥐었는지, 꽉 쥔 주먹 사이로 피가 새어 나온다.
-감히……!
이를 악문 소리가 살벌하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어느 누구도 찰리를 말릴 수 없었다.
탓, 쇄애액!
론드가 펼치는 동작은 놀랍도록 찰리와 비슷했으니까.
물처럼 유려한 찰리와 달리, 때론 거칠고 패도적이지만 그 줄기는 분명 같았다.
그야 당연했다.
[론드]-타이틀 : 엘리트 영웅급 네임드 보스
-타입 : ??
-특성 : 제국 방어술, 아르렌 검술, 기사단장.
-설명 : 가리온의 비밀 장소에 숨겨져 있던 히든 스테이지, ‘???’을 지키는 문지기들을 이끄는 단장.
많은 경험이 쌓여있어, 일반 문지기들과는 수준이 다른 검술을 구사한다.
론드.
그는 전(前) 아르렌 성의 기사단장 중 하나였으니까.
마치 형제가 싸우듯이 흡사한 보법이 이어지고, 같은 타이밍에 검을 휘두른다.
카앙! 캉!
유수비화검과 거대한 대검이 부딪힐 때마다 날카로운 쇳소리가 비명처럼 울려 퍼졌다.
거칠게 몰아붙이는 론드의 눈은 울고 있었다.
새액, 새액.
적대감으로 붉게 번들거리는 눈으로 당장이라도 죽일 듯 거친 호흡을 내쉬고 있지만, 그는 울고 있었다.
주륵.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검은 무언가는 분명 눈물이었으니까.
‘검은 눈물…….’
파멸자 때 보았던, 심연에 잠식되었다는 증거.
인간성을 유지하고 싶어 발악하고 있지만, 그는 이미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그저 심연에 잠식된 혼종일 뿐.
“……내가 할게.”
차마 찰리에게 맡기기엔 너무 잔인했기에 도현이 나서자, 찰리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제가. 제가 하게 해주십시오, 주군.
담담한 목소리.
하나 그의 눈이 너무 애절했던 탓일까.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 찰리의 눈은 그저 슬퍼 보였고, 도현은 거절할 수 없었다.
“……그래.”
-……감사합니다.
낮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찰리와 론드의 검이 부딪혔다.
캉! 카앙!
합을 겨누며 퍼지는 쇳소리가 론드가 낼 수 있는 유일한 울음소리처럼 느껴지는 건 착각일까.
찰리의 검에서 나는 맑은 쇳소리가, 마치 그를 위로하는 듯 보였다.
이 상황에서 도현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카앙! 캉!
‘…….’
-리자…….
그저 끝까지 바라보는 것밖에.
* * *
카앙! 캉!
대략 백 번의 공방이 이어졌을까.
푸욱-!
처음으로 검과 검이 부딪히는 쇳소리 대신, 살을 파고드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살과 뼈를 파고들어 심장을 찌르는 소리였다.
끝내 찰리가 승리한 것이다.
털썩.
무릎 꿇은 론드를 잠시 바라보던 찰리가 담담하게 검을 빼내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엘리트 영웅급 네임드 보스, ‘론드’를 처치하였습니다.] [모험의 서에 기록됩니다.] [문지기의 보스를 처치하는 것을 넘어 ‘론드’의 한을 정화하였습니다.]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히든 스테이지, ‘???’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정체불명의 알이 기운을 섭취합니다.] [포만도가 상승합니다.] [현재 포만도는 30 / 100입니다.]-찰리…….
-리자리자…….
터벅터벅 다가오는 찰리를 보며 지하드와 엘리자가 눈치를 살폈다.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르겠는 눈치였다.
“……수고했다.”
잠시 망설이던 도현이 끝내 무거운 입을 열자,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전력을 발휘하지 않았습니다.
“…….”
-마지막 순간, 막을 수 있었음에도 막지 않고 눈을 감더군요.
“…….”
-심장이 찔린 순간에 그는 처음으로 저와 눈을 마주했습니다.
그런 그의 입은 미약하지만, 분명 이리 말하고 있었다.
-고맙네, 경.
“…….”
-그는 마지막 한 줌의 의지를 끌어내 전사로서 죽기를 택했습니다.
찰리의 담담했던 목소리는, 어느덧 분노로 떨려오고 있었다.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감히 기사의 긍지를 더럽히는 이런 인간만도 못한 짓을 하다니요.
그것도 다른 누구도 아닌, 아르렌 성의 기사단장이란 놈이.
같은 아르렌 성의 기사단장에게 말이다.
아니, 기사단장뿐만이 아니었다.
정황상 지금껏 보았던 무기술을 쓰던 문지기들도, 분명 아르렌 성의 소속이거나 제국 소속의 병사들이었을 터.
-알아야겠습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무얼 하려고 이러는지.
빠득.
이를 부숴버릴 듯 갈며 찰리가 말을 끝맺었다.
-알아내서, 갈가리 찢어버리겠습니다.
잠자코 듣던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만은 확답할 수 있었다.
“그래. 꼭 그렇게 만들어 주마.”
-……예, 주군.
가리온.
놈을 어떻게든 잡아 숨통을 끊어낼 거라는 것.
[히든 스테이지, ‘???’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그러려면 이곳의 끝을 봐야 한다.
그래야 놈이 무얼 숨겨두었는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
“가자.”
-……응, 주인.
-리자리자…….
도현이 낮게 읊조리듯 말하며 걷자, 가디언들이 뒤를 따랐다.
길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 뒤로 한 번씩 문지기들이 나타났지만, 론드와 같은 보스급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어떠한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럴 수가 없었다.
[문지기를 처치하였습니다.] [문지기를 처치하였습니다.]…….
[문지기를 처치하였습니다.]“…….”
이제는 저 문지기들이 본래 제국의 병사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개중 몇은 아르렌 성의 기사라는 것도.
서걱- 푹-
석-
찰리는 묵묵히 그들의 숨을 끊어주며 나아갈 뿐이었다.
어떠한 분노도, 원통함도 표출하지 않았다.
그저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그것만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뿐.
터벅, 터벅.
저벅.
그렇게 영겁과도 같았던 20분을 더 걸었을 즈음.
“아.”
끝없이 이어지던 길이 처음으로 끊겼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
보이는 거라곤 그저 벽밖에 없는 이곳에 나란히 선 순간.
[히든 스테이지, ‘???’의 가장 깊숙한 곳에 도달하였습니다.]메시지가 떠올랐고,
사아아-
곧 벽이 허물어진다 싶더니, 신기루처럼 흩어졌다.
그리고 드러난 광경에 도현은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이, 이게 뭐야!
-……이게 무슨.
-리, 리자!?
가디언들의 반응도 도현과 비슷했다.
그런 그들을 반긴 것은, 거대함을 넘어 웅장하다는 단어가 떠오르는 크기의 공동.
아니, 무덤이었다.
낡은 무덤에는 각종 무덤들이 즐비했고, 척 봐도 꺼림칙한 흔적과 물건들이 늘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이목을 끄는 게 있었다.
“저건…….”
중앙에 세워진 채 열려있는 석관.
그 위에 수분을 모조리 뺏긴 듯 말라비틀어진 미라가 매달려 있었다.
그에 도현이 저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간 순간.
띠링-
“……뭐?”
메시지가 떠올랐고, 도현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기존 소유자와의 거리가 5M 이내입니다.] [오래된 금색 휘장이 기존 소유자에게 반응합니다.]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오래된 금색 휘장이 ‘바이란의 금색 휘장’으로 바뀝니다.] [모험의 서에 기록됩니다.]위대한 제국의 황제 바하룬의 형님이자, 사자왕의 환생이라 불리었던 황태자.
동시에 가리온의 주군이었던 남자.
[무덤에 진입하여 히든 스테이지의 이름이 밝혀집니다.] [바이란의 무덤에 입장하였습니다.]“……미친.”
바이란 드 아르니스.
그가 이곳에 잠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