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31)
제31화
31화.
도현이 당황하거나 말거나 둘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뭐, 진짜 카이저겠냐. 그냥 팬이겠지.”
“하긴…… 그래도 팬이든 뭐든 덕분에 걔네들 참교육한 게 속은 시원하긴 하다.”
“어? 잠시만. 그럼 그놈 혼자 셋을 다 때려잡은 거야?”
“듣고 보니 그러네? 걔네 졸업 레벨일 텐데 말이 되나? 레이븐 초원이면 높아 봐야 16레벨일 거 아냐.”
합리적인 의문이었다.
상식적으로 레이븐 초원에서 사냥 중이던 유저 혼자서 졸업 레벨에 도달한 세 명을 때려잡았다는 게 말이 안 되니까.
심지어 어중이떠중이들도 아니고, 한창 말썽을 피우던 놈들이다.
이 구간에서 나름 실력자들이니만큼 의심할 법도 했다.
“검사가 뒤잡기를 썼니 뭐니 떠들던데.”
“평타 한 방에 반피가 까였다며?”
“주먹이 보이지도 않았다잖냐.”
의문의 꼬리가 길어질수록 도현은 내심 똥줄이 탔다.
‘뭐야. 지들이 양학범이면서 저걸 다 적은 거야?’
설마하니 이리도 양심이 없을 줄이야.
객관적으로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
핵을 쓴 것도 아니고, 그저 합당하게 참교육을 해 줬을 뿐이니까.
‘벌써 소문이 퍼지면 좀 곤란한데.’
문제는 지금 도현의 위치였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도현의 직업은 선을 세게 넘었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성능을 지니고 있다.
거기에 더불어 특성도 무려 6개나 가지고 있는 상황.
방패최고 일행들이야 선하기도 하고, 그땐 다른 직업 스킬을 쓴 것도 아니니 상관없었지만 이번 일은 아니었다.
‘지금 알려지면 육성하기 힘들어.’
검사가 암살자 스킬을 쓰고, 여러 특성을 지닌 데다 딜이 어딘가 이상하다?
순식간에 관심이 쏠릴 것이다.
수많은 길드가 접근할 거고, 그중에는 손을 뻗는 이들도 있겠지만 싹을 자르려는 이들 또한 있을 것이다.
자기들의 밥그릇을 빼앗을 씨앗을 그냥 놔둘 리가 없으니까.
‘가질 수 없다면 부수는 게 그놈들 심리지.’
이곳의 10대 길드가 어떨지는 모르지만, 랭커 중에 뎀로크 출신이 많다면 별반 다르지 않을 터였다.
아니, 10대 길드까지 갈 것도 없다.
어딜 가든 배알이 꼴린 놈들이 뒤져 봐라 하며 골탕을 먹이려 할 것이다.
충분히 강해진 후라면 모를까, 아직 도현은 저레벨이었다.
대륙에 레벨 제한이 걸려 있다고는 해도, 작정하고 척살단이라도 꾸려서 몰려오면 성장에 방해가 되는 게 사실이었다.
‘아직은 시기가 일러.’
그래서 당분간 최대한 솔플을 할 생각이었던 것이건만.
이렇게 되면 계획을 수정해야…….
“푸흐흡. 하여튼 개소리도 가지가지지. 그게 말이 되냐고.”
“핵 이 X랄 크큭. 거짓말을 칠 거면 좀 적당히 간을 치든가, 그걸 누가 믿겠냐고.”
“그냥 지가 털린 거 창피해서 부풀리는 거지.”
“저걸 믿는 머저리가 있을까?”
……아무래도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다.
그들의 확고한 반응에 잠시 생각해 보던 도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나라도 안 믿겠네.’
상식적으로 누가 숨겨진 신이 있을 거라 생각할까.
한낱 양학범이 백날 떠들어 봐야 그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
“그래도 혼자 다 잡은 건 신기하긴 하다. 템이 좋아도 그렇지…… 엄청난 실력자인가 봐.”
“뭐, 의뢰받은 졸업 레벨 유저였을 수도 있지. 그놈들이 적을 한두 명 만들었냐.”
“그런가? 어, 우리 차례다. 빨리 펜던트 가져가자.”
그렇게 폭풍같이 지나간 두 사람의 차례가 지나고, 도현의 차례가 다가왔다.
홀로 남게 된 도현이 조용히 머리를 긁적였다.
“앞으로는 좀 더 신경 써야겠네.”
이번 일이야 잘 넘어갔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어쨌든 덕분에 히어로 길드라는 존재도 알게 됐고, 양학범들의 상황도 알았으니 유익한 시간이었다.
[잃어버린 펜던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카밀라에게 가 펜던트를 전해 주십시오.]“그럼 20레벨 찍으러 가 볼까.”
펜던트를 손에 쥔 도현이 씨익 웃었다.
* * *
“우와! 제 펜던트가 맞아요! 정말 고마워요, 오빠가 아니었으면 영영 못 찾았을 거예요! 이건 제가 가장 아끼는 거예요. 오빠는 착하니까 드릴게요!”
[퀘스트 ‘잃어버린 펜던트’를 클리어했습니다.] [보상으로 1골드, 일정량의 경험치, 카밀라의 작은 선물을 획득하였습니다.] [카밀라의 작은 선물] [등급 : 일반+] [설명 : 카밀라는 특이한 사물을 모으는 취미가 있다. 그런 그녀가 가장 아끼는 수집품인 랜덤 박스다. 안에 뭐가 들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펜던트를 건네주자 세상 기뻐하며 방방 뛰다가 눈물을 글썽이며 포옥 안기는 카밀라.
그 모습이 영락없이 순수한 소녀 그 자체였다.
NPC인 걸 알아도 마음이 흐뭇해진달까.
“이젠 잃어버리지 마라.”
“네, 정말 고마워요! 그거 제가 정말 아끼는 거니까 오빠도 소중히 다뤄 주세요!”
“그래, 고맙다.”
“헤헤. 잘 가요, 오빠!”
괜히 흐뭇한 삼촌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자 강아지처럼 웃는 카밀라.
[타이틀 ‘시작부터 호감도 맥스?’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호감도가 더 크게 상승합니다.] [카밀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어려서 그런가? 더 많이 오르네.’
순수해서 그런지 타이틀의 효과를 더 많이 받은 듯한 카밀라였다.
NPC마다 효과가 더 크게 적용될 수도, 적게 적용될 수도 있다는 걸 다시금 체감하며 도현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카밀라와 헤어진 도현은 다음 NPC들에게도 소식을 전했다.
두 번째로 간 곳은 린다의 포션 가게였는데, 서쪽 숲의 상황을 들은 그녀는 펄쩍 뛰었다.
“맙소사, 서쪽 숲은 여전히 위험한 곳이군요. 그이가 그리 자주 다치는 것도 이해가 돼요…… 이대로는 안 되겠어요, 당장 정찰병 일을 그만두라고 말해야겠어요. 정찰병을 그만두든 나와의 관계를 그만두든 하라 해야……! 아, 크흠. 말해 줘서 고마워요, 사도님.”
[퀘스트 ‘서쪽 숲 탐색’을 클리어했습니다.] [보상으로 1골드, 일정량의 경험치, 하급 HP 포션 10개, 하급 MP 포션 10개를 획득합니다.] [타이틀 ‘시작부터 호감도 맥스?’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호감도가 더 크게 상승합니다.]‘음…… 그 정찰병에겐 좀 미안하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을지 연인을 잃을지 갈림길에 서게 됐으니 말이다.
잠시 정찰병 제크에게 애도를 표한 도현은 마지막으로 즈린나에게 갔다.
도현에게 스킵을 외치게 했던 인물답게 즈린나는 환영부터가 남달랐다.
“오오! 그 흉악한 곤충들을 모두 처치한 겐가! 뛰어난 사냥꾼들도 힘들어하는 곤충들인데 정말 대단하군, 대단해. 내 자네를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지, 자네에게서 느껴지는 기백이 남달랐거든!”
“아, 예…….”
“자네도 느꼈겠지. 그 마물들에게서 느껴지는 사악함을! 레이븐 초원의 마물과는 격이 다른 악랄함은 베테랑 사냥꾼들도 치를 떠는데 자네는 어땠는가?”
“예…… 뭐 그럭저럭.”
“역시! 정말 대단해! 자네를 보면 꼭 내 젊을 적…….”
말이 많은 한 야구 선수가 떠오르는 즈린나의 말에 도현은 적당히 대답해 주었다.
그러자니 공략집에 적힌 팁이 문득 떠올랐다.
-ps. 혹시라도 즈린나 죽빵을 때리고 싶더라도 무조건 참아야 합니다. 제 말 명심하세요. 무조건이에요.
아르데의 칼데의 설명에서도 그런 주의 사항이 있었기에, 칼데 같은 성격인가 싶었는데…… 정말 다른 의미로 유저의 공격성을 키우는 NPC였다.
왠지 듣던 것보다도 더 심한 것 같았는데…… 이건 단순히 자신이 당해서 더 크게 느껴지는 마인드가 아니었다.
[타이틀 ‘시작부터 호감도 맥스?’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호감도가 더 크게 상승합니다.]…….
[타이틀 ‘시작부터 호감도 맥스?’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호감도가 더 크게 상승합니다.]‘……이럴 때는 발동되지 않아도 되는데.’
타이틀 덕에 정말 온 힘을 다해 친근감을 표시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무념무상의 경지로 5분가량 잡다한 얘기를 한 귀로 듣고 흘리며 대답해 주고 있을 때였다.
“흠! 자네라면 믿고 부탁해도 되겠어.”
그 말이 내뱉어진 순간, 도현의 눈에 처음으로 초점이 잡혔다.
‘드디어!’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진지한 눈으로 도현을 슥 훑어본 즈린나의 입술이 달싹이는 걸 보며, 도현의 눈빛 또한 간절해졌다.
영겁과 같은 시간이 지나 비로소 즈린나가 말을 내뱉은 순간!
“위험한 부탁인 건 아네만…… 혹시 던전을 클리어해 줄 수 있는가?”
띠링-.
[퀘스트 ‘거대 곤충 퇴치’를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골드와 일정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연계 퀘스트 ‘던전 격파’가 발생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속이 다 시원해지는 경쾌한 알림과 함께 연계 퀘스트가 나타났다.
[던전 격파]-등급 : 희귀
-설명 : 평소 서쪽 숲을 누구보다 경계하던 즈린나는 던전을 너무 오래 방치하면 몬스터들의 세력이 커질까 불안해하고 있다.
사냥꾼들도 꺼린다는 서쪽 숲의 거대 곤충들을 처치해 준 당신이라면 능히 던전을 깰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하고 있다. 성공적으로 던전을 격파하자.
-서문 밖에 존재하는 던전 (0 / 1)
-클리어 시 보상 : 10골드, 일정량의 경험치, 하급 스킬 뽑기권 1개.
-실패 시 리스크 : 즈린나가 다소 실망할 수 있다.
-제한 시간 : 48시간
그것도 무려 스킬 뽑기권을 주는 연계 퀘스트!
희귀 등급답게 골드도 두둑하고, 서쪽 숲의 아무 던전이나 클리어하면 인정되기에 모든 공략집에서 필수로 깨라고 하는 퀘스트였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무조건 깨야지.’
도현도 동의하는 바였다.
비록 하급 스킬 뽑기권이긴 해도 스킬 뽑기권을 주는 퀘스트는 무척 귀하다. 이렇게 날먹으로 얻을 수 있는 퀘스트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
저레벨이라 스킬이 몇 없을 유저에겐 가뭄 속 단비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자네라면 필히…….”
“물론 가능합니다. 그럼, 전 바로 던전을 클리어해 보러…….”
“으응? 차를 끓여 놨는데 차라도 들고…….”
등 뒤로 들리는 목소리를 못 들은 척 다급히 나온 도현은 최대한 즈린나의 집에서 멀어졌다.
대략 200m가량 이동한 후에야 도현은 생각을 정리했다.
‘어디 보자…… 던전이라면 그 ‘두 곳’이 대표적이랬지?’
고블린 족장의 서식처와 개미굴.
그 외에도 몇몇 던전이 있다곤 하지만, 보편적으로 이 두 던전이 가장 대표적이었다.
난이도도 적당하고 보상도 가장 준수했으니까.
‘워리어 세트를 생각하면 고블린 족장의 서식처 쪽이 낫긴 해.’
아르데의 고블린 워리어의 서식지와 비슷한 곳.
입장하자마자 여러 부족의 고블린들이 반겨 주고, 그 고블린들을 반쯤 정리하면 고블린 족장이 나타난다.
일반 보스인지라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놈의 특성 때문에 마법사가 필수인 던전이었다.
‘반면 개미굴은 탱커가 필수지.’
개미굴은 말 그대로 거대 개미가 득실거리는 곳이다.
땅굴에 들어가면 일자로 된 통로로 개미군단이 웨이브별로 쳐들어오고, 다섯 웨이브까지 막고 나면 던전이 클리어된다.
물량이 많은 대신 보스전을 치를 필요가 없는 것.
그래서 몸빵을 해 주고 어그로를 끌어 줄 탱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던전이었다.
뭘 골라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둘 다 끌리지가 않는단 말이지.’
한 가지 요소가 마음에 걸렸다.
바로 두 던전 모두 파티 타입이라는 것.
‘웬만하면 아직 고유 능력을 보여 주긴 싫은데.’
암살소년 일이 퍼진 것도 그렇고, 아직 사람들한테 모험가의 고유 효과에 대해 드러내기가 싫었다.
뭐, 해결 방안이야 간단하긴 했다.
‘숨기자.’
적당히 한 가지 계열의 스킬만 쓰면 되는 일이니까.
무슨 직업으로 갈지 선택지는 많았다.
대검, 도끼, 단검 3개의 무기와 돌진베기, 뒤잡기 두 스킬이 있었으니까.
이대로만 보면 검사나 암살자 쪽으로 해야 했지만, 아직 확정하기엔 일렀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20레벨을 달성하여 랜덤 스킬 뽑기권을 획득합니다.]두 번째 랜덤 스킬 뽑기권이 그의 손에 쥐어졌으니까.
그토록 바라 왔던 스킬팩의 자태에 감동한 듯 눈을 빛낸 도현이 카드팩을 꽉 쥐며 씨익 웃었다.
‘어디, 무슨 직업 스킬이 뜰지 한번 봐 볼까?’
마치 타로점을 보듯, 도현이 직업운을 정해 줄 카드를 펼쳤다.
그러자 허공에 열 장의 카드가 좌르륵 펼쳐졌다.
동시에 떠오르는 메시지.
[진리의 눈이 발동합니다.]‘제발, 황금색……!’
왼쪽부터 순차적으로 훑고 갈 때마다 색상이 보였다.
똥색, 똥색, 은색, 똥색…….
똥색의 향연에 정말 똥줄이 타며 끝까지 본 순간, 도현이 눈을 부릅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