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312)
제312화
312화.
무덤은 이전과 달라질 게 없었다.
여전히 무덤은 지저분하고 역겨운 흔적으로 가득했으며, 미라가 된 바이란은 그곳에 쓰러져있었다.
다만, 한 가지가 달랐다.
스으-
무덤의 중앙.
본래 바이란이 묶여있던 석관이 있는 곳에 한 자루의 검이 떠 있었다.
“이건…….”
그건 바이란의 기억 속에서 보았던 검이었다.
가장 처음 보았던 가리온과 수련 때도, 소드 오러를 익혔을 때도, 가리온에게 배신당해 정신을 잃는 순간까지도.
‘가리온한테 선물 받은 검이라 했던가.’
다른 명장들의 검을 마다하고 늘 허리춤에 차고 다녔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심 성능이 어떤지 궁금했는데…….
[바이란의 의지가 깃든 검] [등급 : ??] [설명 : 바이란 드 아르니스가 가리온 반 로드만에게 선물 받은 검.친애하는 기사이자 형제가 준 검을 항시 몸에 차고 다니며, 끝내 검에 바이란의 의지가 깃들게 되었다.
바이란의 의지를 잇는 자여. 이 검을 통해 바이란의 의지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착용 제한 : 바이란의 의지를 잇는 자] [검을 휘두를 시 바이란이 의지를 품었던 순간을 겪을 수 있습니다.] [약한 의지부터 강한 의지의 순서로 겪게 됩니다.]
아무래도 장비를 얻는 개념의 아이템이 아닌 듯했다.
등급도, 특별한 효과도, 심지어는 공격력마저 붙어있지 않았으니까.
바이란의 검에 붙은 효과는 오직 하나였다.
‘의지를 엿볼 수 있다라…….’
바이란의 기억을 순차적으로 보았던 것과 달리, 의지를 품었던 순간을 겪게 되는 것.
얼핏 보면 비슷하지만 분명 달랐다.
상당히 흥미로운 옵션이 아닐 수 없지만, 솔직히 의문이었다.
‘지금 타이밍에?’
뭐가 됐든 바이란의 기억을 보았는데 굳이 의지까지 엿볼 필요가 있을까?
가리온이 난리를 치고 있는 지금.
하루빨리 출구를 찾아 빠져나가야 하는 도현으로선 여유롭게 체험이나 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객관적으로 생각할 땐 분명 그렇지만…….
‘이게 히든 피스라는 거지?’
도현의 감은 말하고 있었다.
숨겨진 조건으로 검을 얻은 이유가 분명 있을 거라고.
하물며 히든 피스를 얻는 조건마저 극악이다.
전제 조건이 바이란의 의지를 잇는 것에, 그 와중에 무덤에 한 번 더 입장을 해야 한다.
보통 이미 한 번 클리어한 곳에 두 번이나 올 리는 없다는 걸 생각하면, 눈 뜨고 코 베이라고 만든 조건이 아닐 수 없었다.
‘반대로 출구가 없기에 이런 조건을 만든 거라면?’
이게 출구를 찾는 키포인트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주군. 어쩌면 그 검이 중요한 요소가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어차피 나갈 방법도 못 찾았는데 그거 휘둘러보면 안 돼, 주인? 궁금한데.
-리자리자.
그래도 꽤 오랜 시간 함께 다녔다고, 녀석들도 비슷한 입장인 듯했다.
그 이유가 제각각이긴 했지만.
‘궁금하긴 해.’
솔직히 도현도 내심 흥미가 돋은 게 사실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검을 잡자, 차가운 기운이 손을 통해 전해져왔다.
하나 이윽고 검을 휘두른 순간.
화아-!
언제 그랬냐는 듯 뜨거운 열기가 내부로 전해 들어왔고, 시야가 번뜩이며 메시지가 떠올랐다.
[바이란의 의지를 이은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바이란이 품었던 가장 약한 의지가 펼쳐집니다.]동시에 세상이 달라졌다.
분명 방금까지 무덤에 있었는데, 눈을 떴을 때 보인 건 황성의 수련장이었다.
그곳에서 바이란…… 아니, 도현은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후웅- 쉐에엑!
내려치고, 사선으로 베고, 찌르고 옆으로 벤다.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는 도현의 손아귀가 저려 왔다.
시야의 높낮이를 보니 기껏해야 10살쯤 되었을까.
아직 어린 소년의 여린 살이 버티기엔 목검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던 것이다.
‘그만할까?’
그 생각이 들 무렵, 골똘히 고민하던 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금 150번이나 휘둘렀는데 목표치인 200번은 끝내자.
자신보다 어린 바하룬마저 100번을 휘둘렀다는데 형이 되어서 2배는 해야 체면이 서지 않겠는가.
자존심, 혹은 승부욕이라고 할 수 있는 그 감정은 이내 얕은 의지가 되어 그의 몸을 움직였다.
후우웅-!
그렇게 터질 것 같은 손아귀로 200번째 검을 휘두른 순간.
[바이란이 품었던 가장 약한 의지를 직접 겪었습니다.] [검술 숙련도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검술 숙련도가 오릅니다.] [검술 숙련도가 LV34가 됩니다.]눈앞이 번뜩이며 다시 원래의 무덤으로 돌아왔다.
정확히는 돌아온 게 아니었다.
도현의 몸은 원래부터 이곳에 있었으니까.
그저 정신만 어린 바이란에게 빙의되어 직간접적인 체험을 하고 온 것이다.
-방금은……?
-뭐야, 나 방금 이상한 거 본 거 같은데. 허수아비에 검 휘두르고 있던 거 주인이었어?
-리, 리자!
반응을 보니 녀석들도 함께 이동되었던 모양.
가디언이라 하나로 판단되어 함께 본 건지, 필드가 이동된 거로 판단된 건지는 모르겠다.
하나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숙련도가 올랐어.’
잠깐 체험하고 왔을 뿐인데, 그토록 오르지 않던 숙련도가 올랐다.
잊혀진 무덤에서 역천기 2초식을 얻었을 때 검술 숙련도 LV30을 달성했으니, 몇 달 동안 겨우 LV3밖에 올리지 못한 걸 단숨에 올린 것이다.
물론 때마침 경험치가 끝자락이라 오른 걸 수도 있지만, 뭐가 됐든 숙련도가 오른다는 건 사실.
‘한 번 더 해보자.’
도현이 다시금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이번엔 좀 더 악착같이 검을 휘두르는 바이란이 보였다.
이번엔 총 500번의 검을 휘둘렀고,
[바이란이 품었던 조금 더 강한 의지를 직접 겪었습니다.] [검술 숙련도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검술 숙련도가 오릅니다.]다시 돌아왔을 땐 숙련도 경험치가 올라 있었다.
‘이거 개꿀이잖아?’
검 몇 번 휘두른 거로 숙련도가 오른다.
심지어 자신의 의지로 휘두르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가만히 바이란이 휘두르는 감각을 느끼고 있으면 그만이었다.
심지어 이게 끝이 아니었다.
[바이란의 검술을 전수받고 있습니다.] [바이란의 검술은 가리온의 검술과 직관적인 연관이 있습니다.] [검술을 모두 전수받을 시 특수한 조건을 충족합니다.] [특수 조건을 충족하면 출구가 생성됩니다.]“뭐?”
-와…… 대박.
-호오, 조건이 검술이었군요.
-리자리자.
본의 아니게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게 되었다.
그뿐이랴.
‘검술 숙련도도 올리고, 바이란의 검술까지?’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를 넘어선 일석삼조.
‘이러면 오히려 좋을지도?’
위기는 곧 기회라던가.
도현에게 가장 부족한 스펙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흥이 붙은 도현은 그 뒤로도 몇 번이고 검을 휘둘렀다.
[바이란이 품었던 조금 더 강한 의지를 직접 겪었습니다.]…….
[검술 숙련도 경험치가 상승합니다.]세 번째 의지는 검을 천 번 휘둘렀을 때.
손아귀가 터지다 못해 피가 철철 흘러도 검을 휘둘렀다.
네 번째는 가리온에게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수련을 하며 호되게 당해 쓰러졌을 때도 꿋꿋하게 일어나 검을 휘둘렀다.
[바이란이 품었던 조금 더 강한 의지를 직접 겪었습니다.]이윽고 다섯 번째가 되자, 처음으로 검을 휘두르지 않았다.
그때 나온 건 그를 떠받드는 사람들이었다.
-사자왕의 환생이시다!
-지고의 경지에 오르실 것이야.
-바이란 전하라면 제국 역사에 한 획을 그으실 게 분명합니다.
처음에는 낯간지러워하던 바이란도, 점점 알 수 없는 사명감이란 게 생겨났다.
그 다음은 바하룬이었다.
-우와! 난 형 같은 사람이 될래!
아직 어리디 어린 바하룬이, 사자왕의 환생이라 떠받들어지는 바이란을 동경하는 눈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평소엔 쭈뼛대며 말도 잘 못 거는 놈이.
-그래,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어떻게 하면 형처럼 돼?
-음, 이런 말이 있어. 나도 가리…… 아니, 어떤 천재한테 들은 건데. 천재가 되고 싶으면 그 천재를 따라하면 된다더라.
-진짜? 그럼 난 앞으로 형을 따라 할 거야!
-그래라.
똘망똘망한 눈을 보며 피식 웃은 그는 가볍게 바하룬의 머리를 헝클었다.
그 뒤로도 도현은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바이란이 품었던 조금 더 강한 의지를 직접 겪었습니다.]…….
[검술 숙련도가 오릅니다.] [검술 숙련도가 LV36이 됩니다.]그 과정에서 도현은 바이란과 하나가 되어갔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검을 휘두르는지, 어떤 의지를 품었는지.
그 모든 게 생생하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혼자였고, 나중에는 주변 사람들과 바하룬을 포함한 가족들이.
-전하. 자세가 틀렸습니다.
-여기선 발을 좀 더 묵직하게 내딛으셨어야 합니다.
-토벌 임무를 맡으셨다고요? 위험한 곳이나 성장의 밑거름이 될 기회입니다. 저와 함께 가시죠.
-언제 이겨보냐고요? 흐음, 글쎄요. 이번으로 딱 100번째 대련이니 200번째에는 가능성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가리온이 나왔다.
가리온은 바이란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이자 생사를 함께할 수 있는 전우요, 친우였다.
처음에는 승부욕이었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는 인정으로 바뀌었고, 그것은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강렬한 의지를 만들었다.
가리온, 그에게 부끄럽지 않은 황제이자 기사가 되리라.
[바이란이 품었던 강한 의지를 직접 겪었습니다.]-누구도 귀족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히 실력을 드러내어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
그 의지를 품는 순간, 그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검술 숙련도가 오릅니다.] [검술 숙련도가 LV38이 됩니다.]…….
[검술 숙련도가 LV39가 됩니다.] [바이란의 검술이 점점 구체화됩니다.]더불어 도현의 숙련도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고, 바이란의 검술에 관한 검로도 눈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몇 번의 의지를 더 겪었을까.
[바이란이 품었던 강한 의지가 펼쳐집니다.]평화로웠던 무대가 완전히 바뀌었다.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론드와 그 옆에 서 있는 가리온.
도현은 그를 올려다보며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건…….’
바이란의 기억을 통해 봤던 마지막 장면이었다.
이후 일은 기억에서 봤던 것과 같았다.
가리온에게 배신당한 게 아닌, 처음부터 이용당했던 거라는 진실을 듣고, 잠식된 몸이 반응하며 쓰러지는 것까지.
모든 게 같았지만, 한 가지 다른 게 있었다.
——-!
도현은 바이란의 기억이 아닌, 의지를 겪고 있다는 것.
바이란은 희미해지는 시야로 인해 보지 못했지만, 도현의 눈에는 보였다.
칠흑과도 같은 어둠.
그 어둠 속에서 붉게 빛나는 파충류의 그것과도 같은 동공.
크아아아아!
[압도적인 존재의 포효에 신체 능력이 저하됩니다.] [이동속도가 20% 감소됩니다.] [공격속도가 20% 감소됩니다.] [방어력이 30% 감소됩니다.] [마법 저항력이 25% 감소됩니다.]거대한 우퍼가 울리는 듯 본능적인 공포감을 자극하는 포효까지.
그 모든 것이 말하고 있었다.
‘……마용종?’
-…….
다시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아무도 입을 여는 이가 없었다.
아직 바이란의 검술을 모두 전수받지도, 의지를 모두 겪지도 않았으나 차마 지금은 휘두를 수가 없었다.
-……그런가.
그저 찰리의 목소리만이 낮게 울렸다.
-놈이…… 나타났나.
아르렌 참사를 만들어 낸 원인이자 본래 찰리를 죽음으로 몰아간 존재.
심연의 마용종이 나타난 순간이었다.
그리고,
띠링-
[바이란이 품었던 강한 의지를 직접 겪었습니다.] [바이란의 검술이 보다 또렷해집니다.]…….
[검술 숙련도가 LV40이 되었습니다.] [가디언 ‘찰리’와 깊게 관련된 존재와 조우하여 가디언 퀘스트, ‘빛의 여명’이 발생합니다.] [가디언 퀘스트를 진행하는 동안 ‘찰리’를 비롯한 가디언들이 자율 의지를 갖습니다.]‘어?’
메시지의 향연 사이로 찰리의 몸이 번쩍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