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316)
제316화
316화.
* * *
한편 도현이 예상치 못한 메시지에 경악하기 전.
파앗-!
콰아앙!
심연의 장막 안.
가리온과 가디언들의 전투는 순조로웠다.
아니, 순조롭다는 말로는 부족한 명장면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었다.
따닥, 딱-
우어어-!
지하드의 언데드 군단이 사방에서 덮치며 가리온의 발을 묶고,
희미한 빛이 깃든 찰리의 검과 심연의 기운이 넘실거리는 가리온의 흑색 검이 쉴 새 없이 부딪힌다.
그럴 때마다 파장이 퍼져나가며 주변을 빛과 어둠이 번갈아 가며 물들였다.
캉! 카앙!
캉!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가리온과, 그런 가리온의 검을 흘려내며 맞상대하는 찰리.
마치 빛과 어둠이 충돌하는 듯한 모습에 유저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와…… 뭐냐.”
“찰리가 저렇게 잘 싸웠었나?”
“이게 기사단장 클라스? 둘 다 검술이 미쳤는데.”
“뭔가 검술이 좀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둘 다 아르렌 성 기사단장 출신이잖아.”
아무리 찰리가 가리온의 검을 막아냈다곤 하나,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가리온은 10대 길드 마스터급 강자들조차 당해내지 못한 보스.
그야말로 멸망급 도시 퀘스트의 보스다운 힘을 보인 반면, 찰리는 결국 한 유저의 가디언일 뿐이었으니까.
한데 이게 웬걸?
서걱- 콰앙!
막상 펼쳐진 전투는 기대 이상으로 비등했다.
찰리가 10대 길드 마스터들 이상의 힘을 가져서가 아니었다.
이 모든 걸 가능케 한 건 다름 아닌 찰리의 검에 깃든 희미한 빛.
[찰리의 강렬한 의지에 잠재력이 반응합니다.] [검에 서린 빛이 조금 더 뚜렷해집니다.] [빛이 심연의 기운에 저항하며 심연을 대상으로 큰 힘을 발휘합니다.] [빛이 흑기사 가리온의 ‘처형’을 상쇄합니다.]가드 불가의 검.
제대로 된 승부조차 내지 못하고 처형당할 수밖에 없던 가리온의 필살(必殺)을 저 빛이 상쇄시키고 있었다.
그어어어-!
콰앙!
게다가 20개체의 언데드들까지.
사방에서 쉬지 않고 무기와 신체를 휘둘러오니, 제아무리 가리온이라 해도 쉽사리 치명타를 입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와, 합 미쳤는데?”
“네크로맨서가 저렇게 사기였나.”
“와, 언데드들도 물량이 저 정도 되니까 다르긴 하네.”
“사실상 4인 제한인 보스를 21명이 잡고 있는 거 아냐. 너무 날먹 아님?”
“응, 꼬우면 너도 해. 막상 하면 한 달도 안 돼서 캐삭한다에 손목 건다.”
“사왕 말곤 유명한 네크로맨서 없는 거 보면 답 나오지. 언데드들 말도 안 듣고 마나는 더럽게 잡아먹으면서 막상 효율은 안 나오잖아.”
“그럼 저건 뭔데?”
“……모르겠네.”
그에 유저들은 감탄과 동시에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기존의 네크로맨서들의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은 성능이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이다.
하물며 유저도 아닌, 가디언이 저런 성능을 보인다니?
네크로맨서인 신수는 처음 보는 그들로선 떨떠름한 게 사실이었다.
-한쪽을 막으면 곧바로 옆에서 공격이 날아오는군. 지능이 높은 건가? 언데드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체계적이고 전략적이다.
가리온이 감탄하는 부분도 바로 그것이었다.
인간.
그것도 뛰어난 기사단에 비해도 흠잡을 곳 없이 체계적인 군단.
‘그리 위협적이진 않지만, 까다로워.’
공격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타이밍을 끊거나, 회피와 돌진 경로를 가로막는 등.
최대한 자신을 갉아먹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 더없이 훌륭한 전략이었다.
타앗-
어차피 자신의 갑주를 뚫고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건, 눈을 치켜뜨고 달려드는 찰리뿐이니까.
찰리의 검을 흘려낸 가리온이 슬쩍 옆을 쳐다봤다.
지휘관의 능력인가, 하는 생각이었지만…….
-나이스, 따닥이! 좀 더 밀어붙여!
따닥!!
-잘한다, 잘한다!
-리자리자!
아무래도 그건 아닌 거 같다.
저 지휘관은 그저 응원하는 것밖에 하는 게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군단장을 잘 구한 것일 텐데, 저 덩치만 크고 멍청한 오거 군단장의 능력일 리는 없을 터.
-저승의 한기를 다루는, 격이 높은 군단장이라…….
자신이 모르는 존재에 가리온이 흥미를 보일 때였다.
순간 머리 위로 번뜩인 빛에 시야가 밝아졌다.
어느덧 다가온 찰리의 검이 떨어지고 있었다.
-한 눈을 팔 정신이 있나?
-한 눈이라…….
심연에게 위협적인 기운이었지만, 가리온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도 들지 않고 검을 들어 막아냈다.
그리곤 말을 되뇌던 가리온이 비죽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한 눈을 팔지 못할 이유라도 있나?
-……빠득.
-정신을 차려야 하는 건 자네들인 것 같은데 말이야.
눈에 서린 분노가 한층 짙어졌지만, 찰리는 반박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럴 수 없었다.
얼핏 보면 비등해 보이는 이 싸움은 사실 전혀 비등하지 않았으니까.
물량전으로 어떻게든 발을 묶고, 정타를 피하고 있을 뿐.
전투에 돌입한 지도 제법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저 칠흑의 갑주를 뚫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 이쪽은 슬슬 한계다.’
겉으로 티를 내지 않고 있지만, 지하드를 오래 봐온 찰리는 알 수 있었다.
로브에 숨긴 그의 손이 부르르 떨리고 있다는 것을.
전형적인 마나 결핍 현상.
언데드 무기 생성까지 사용하고 있기에 더는 버티기 힘들어하고 있는 것이다.
[제2 군단장, ‘우거’의 무기가 사라집니다.]…….
[트롤 언데드의 무기가 사라집니다.] [오우거 언데드의 무기가 사라집니다.]실제로 대다수 언데드들의 무기가 사라져 있었다.
군단장 고통이 다루는 언데드 무기를 지우면 숨통이 트이겠지만, 그랬다간 전투 양상이 확 뒤집힐 터.
결국, 억지로 마나를 쥐어짜며 유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달리 말하면 지하드의 마나가 모두 사라질 때가 그들이 패배하는 순간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야, 내 눈에만 그런가? 뭔가 언데드들 약해진 거 같지 않냐?”
“뭔가 찰리도 점점 공격 허용하는 횟수가 늘어나는데.”
“가리온은 생채기 하나 안 났는데? 이거 괜찮은 거 맞음?”
“아씨, 카이저는 대체 언제 오는 거야?”
“이러다 다 죽겠네.”
눈썰미가 좋은 몇몇 유저들이 쑥덕거리는 소리가 얼핏 들려왔다.
그건 가리온도 마찬가지인지 비릿한 미소가 한층 더 짙어진다.
저 상판을 앞에 두고도, 찰리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검을 맞대고 힘겨루기를 하고있는 것만으로도 벅찼으니까.
‘……죄송합니다, 주군. 저는 아직도 나약하군요.’
찰리의 얼굴이 씁쓸해졌다.
애당초 도현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게 임무이긴 하나, 그래도 내심 바라왔었다.
동료들의 긍지를 짓밟은 저놈을.
형제이자 소중한 친우로 대한 제 주군을 배신한 저 파렴치한 놈에게 한 방 먹여주는 순간을.
하지만 현실은 차가웠다.
‘……나에겐 그럴 힘이 없다.’
전성기의 힘을 되찾았더라면…….
하다못해 조금만 더 성장에 집중하고 노력했다면.
‘다시는 이러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그랬다면 또다시 이런 비참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을까.
찰리의 기세가 꺾인 걸 자각한 걸까.
스으-
맞대던 검에 힘을 풀며 뒤로 물러난 가리온이 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자 투구 너머로 묵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라비온 가문. 수많은 위대한 기사들을 배출한 아르렌의 자랑.
-…….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가장 앞장서서 뛰어드는, 기사의 긍지를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자들이었지.
목소리가 이어질수록 찰리의 표정이 굳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이었던 재능, 찰리 드 라비온…… 정녕 그 빛의 여명이라 불리던 기사가 맞나? 이게 전력이라면 실망인데.
자신의 진명을 알고 있어서?
그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라비온 가문은 멸망했다.
이제는 제국에 라비온 가문을 아는 이는 몇 없으며, 자신이 라비온 가문의 기사라는 걸 아는 이는 거의 전무하다.
‘저자에 관한 기억은 없다.’
애당초 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던 자도 아니니 말이다.
그럼 어떻게?
의문이 겉으로 드러난 걸까.
-내가 어찌 이런 걸 알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로군.
-…….
-나는 자네에 대해 더 많은 것도 알고 있다네. 자네가 아르렌 참사 때 언제나 최전방에서 싸워온 것이나, 라바온에 하나뿐인 빛의 여명이라 칭송받으며 수많은 이들의 동경을 산 것이나.
가리온이 비릿하게 웃으며 한 걸음 다가왔다.
-달빛이 드리운 밤. 누구보다 나약한 몸을 가진 성주가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홀로 남아 심연과 대항하는 걸 보고, 그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
-…….
그리고 한 걸음 더.
조금씩 다가오며 그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끝내 주군과 동료들, 그리고 가족들을 지키지 못하고 잃은 것까지.
빠득.
두 눈을 일렁이며 꾹 참던 찰리가 더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누구냐.
이건 조사의 범주를 넘어섰다.
다른 건 몰라도 옛 주군을 모시게 된 순간은 부하들조차 몰랐으니까.
아주 가까운 동료들조차 아는 이가 몇 없을 정도.
하지만 그들은 이미 죽었다.
-흐…… 흐흐…….
-무엇이 그리 우습지?
-크흐흐흐…… 그야 우습지 않겠나.
뭐가 그리 웃긴지 실소를 흘리던 가리온이 천천히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투구 너머로 보이던 파충류와 같던 눈이 검게 물들었다.
그 눈과 마주한 순간.
-아…….
찰리의 동공이 커졌다.
기억 한 켠에 가둬두었던 세상에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그건 ‘그날’의 기억.
‘크아아악!’
‘사, 살려줘! 끄아악!’
‘단장님! 단장님이라도 살아남으시오.’
‘단장님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불탄 성 외곽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주민들과 병사들.
‘찰리. 사랑하는 나의 부군.’
‘부탁 하나만 할게요. 부디 복수하지 않고 행복하게 남은 생을 살다 와주세요. 그래 줄 수 있죠?’
‘소중한 저희의 결실인 세리나가 성인이 되어 노인이 되는 것까지. 곁에서 지켜봐 주세요. 저는 위에서 지켜볼 테니.’
건물의 잔해 밑에서 배가 뚫려 죽어가면서도, 가녀린 팔을 뻗으며 행복하게 살아 달라 부탁하는 토끼 같은 아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눈으로 올려다보는 어린 딸.
‘찰리. 나는 죽음은 두렵지 않네. 어차피 오래 살지 못할 몸인데 두려울 게 무엇이 있겠나.’
‘지금도 마찬가지일세. 그저 예견된 순간이 조금 일찍 찾아왔다 생각할 뿐.’
‘그러니 울지 말게. 자네는 유일한 희망이지 않은가? 자네를 믿고 있…….’
마지막 순간까지 초연한 모습을 보이던 옛 주군.
그런 주군의 두 눈도 제대로 감기지 못하고 떠나보내야 했던 처절한 전장.
‘찰리! 살아라! 네가 없으면 라바온은 없다.’
‘네가 우리의 의지를 이어주어야 한다!’
‘모두 돌격하라! 퇴로를 열어라!’
그 전장을 앞에 두고 돌격하길 마다하지 않은 가문 사람들.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물러날 힘이 있다면 그마저 끌어와 검을 휘둘렀다.
한 놈이라도 더 많은 마물을 죽여 찰리와 민간인들이 물러날 퇴로를 열었다.
크아아아아-!
그리고 성벽 너머로 모습을 드러내며 포효하는 거대한 괴물.
저놈이다.
이 모든 재앙의 원흉이자 심연의 어둠이.
동시에 도현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메시지창의 원흉이.
꾸드득- 꾸득-
[흑기사 가리온의 안에 있던 끔찍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주의! 격이 높은 상대입니다.] [심연의 장막의 어둠이 한층 짙어집니다.]가리온의 몸이 꿈틀거리며 심연의 장막 안이 온통 거대한 어둠으로 잠겼다.
더는 찰리의 검에 깃든 희미한 빛 따위론 어둠을 밝힐 수 없었다.
존재를 드러내는 것만으로 주변을 어둠에 잠기게 하는 거대악.
[가디언 ‘찰리’가 오랜 원한과 조우하였습니다.] [가디언 ‘찰리 드 라비온’이 심연의 어둠, ‘어둠의 마용종’과 조우합니다.]모든 어둠의 근원이자 악몽 속에서 피어난 존재.
모든 동족의 위에 군림하며, 단 한 번의 재림으로 라바온 가문을 멸망시키고 아르렌에 참사를 일으킨 어둠.
차마 진명을 입에 담기도 두려웠던 사람들은, 놈을 이렇게 부르곤 했다.
존재만으로 쇠와 피를 부르는 끔찍한 악몽.
-철혈(鐵血)……!
철혈(鐵血)의 마용종이라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