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319)
제319화
319화.
어둠을 밝히다 못해 장막 전체를 환하게 물들인 빛.
유저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 아무것도 안 보여!”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뭔데, 뭔데. 방금 왔는데 저 빛 뭐냐. 설마 저게 심연의 장막이야?”
“……나도 모르겠다. 몬가가…… 몬가가 일어나고 있음.”
그들이 알고 있는 건 단 하나였다.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던 찰리가 목이 베이기 직전.
갑작스레 뿜어진 빛이 장막을 물들였다는 것.
덕분에 장막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게 된 유저들로선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찰리한테서 빛이 나왔지?”
“뭔가 검이 반짝였던 거 같은데…… 아닌가? 아 씨, 뭐가 보여야 말이지.”
“궁금해 미치겠네.”
확실한 건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걸 알 수가 없으니 문제일 뿐.
발만 동동 구르며 궁금해하는 유저들도 유저들이지만, 그들 이상으로 당혹스러운 건 가리온이었다.
정확히는 가리온의 몸에 공생하는 두 번째 인격.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어둠의 마용종.
철혈이라 불리는 그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내 어둠을 걷어 내는 빛이라니…….]그의 어둠은 모든 것을 삼키는 권능이다.
평범한 빛 따위로는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스러지는 압도적인 공포.
어둠에 익숙한 심연의 마수들조차 두려워하는 게 바로 그의 어둠이란 말이다.
한데 저건 뭐란 말인가!
[……검기? 겨우 검기 따위에 잡아먹혔다고?]놈의 손에 쥔 검에서 뿜어진 빛이, 그의 권능을 역으로 집어삼키고 있었다.
한낱 인간 따위의 검기가 말이다.
이는 먼 과거 빛의 기사라 불리던 라바온의 시조에 버금가는 경지였다.
충격에 저도 모르게 멍하니 서 있던 순간.
[뭐 하는 건가!]그의 오른손이 스스로 움직였다.
무언가 번쩍이는 기운에 한발 빨리 반응한 가리온이 검을 뻗은 것이다.
[……이런!]반 박자 늦게 반응한 마용종이 다급히 검은 날개를 펼쳤다.
한 몸에 두 개의 이성이 공존하는 그들다운 발빠른 반응이었으나, 아쉽게도 한발 늦었다.
서걱-!
이미 빛살처럼 그어진 검격이 그들의 몸을 베고 지나간 후였던 것이다.
동시에 찾아온 끔찍한 격통.
[끄아아아아아!!!!]가리온과 마용종 두 인격 모두에게 느껴지는 참을 수 없는 통증에 포효와도 같은 비명이 울려 퍼졌다.
이윽고 빛이 사그라들며 드러난 그들의 모습은 끔찍했다.
가슴팍부터 왼쪽 허벅지까지 깔끔하게 사선으로 잘리며 불타 있던 것이다.
[신체 일부가 훼손되어 회복하는 데 급격한 생명력을 소모합니다.] [이질적인 기운의 방해로 온전한 회복이 불가합니다.] [생명력이 50% 이하입니다.]일격에 10%가 넘는 생명력이 줄어들었다.
만약 간발의 차로 검은 날개를 펼쳐 급소를 막아 내지 않았다면…….
꿀꺽.
[이게 무슨…….]자신을 이렇게 만든 건 고작 한 명의 기사였다.
[한계를 초월한 강렬한 의지에 잠재력이 반응합니다.] [가디언 퀘스트 ‘빛의 여명’이 반응합니다.]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찰리 드 라비온이 일시적으로 ‘빛의 검 – 여명의 빛’을 발현합니다.]새벽에 떠오르는 희망의 빛처럼 더없이 아름답고 찬란한 빛을 뿜는 검을 들고 있는 기사.
찰리 드 라비온.
[저 빛은…… 위험하다……!]빛의 크기만 두고 보면 그리 크지 않지만, 가리온…… 아니, 마용종의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저 빛은 자신의 어둠을 베어 낼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어둠을 쫓는 것만을 위해 태어난 빛.
아르렌의 희망이자 긍지.
[대상이 어둠 속성의 적으로 판정되어 ‘빛의 검 – 여명의 빛’의 위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대상이 심연의 존재로 판정되어 ‘빛의 검 – 여명의 빛’의 위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대상이 깊은 원한 관계로 인정되어 일시적으로 한계를 뛰어넘는 위력이 발현됩니다.] [최후의 기사의 효과로 공격력과 능력치가 대폭 증폭됩니다.]여명의 빛.
[가디언 퀘스트의 클리어 조건인 ‘빛의 여명’을 달성하였습니다.] [가디언 퀘스트의 클리어 조건인 ‘업보 청산’을 달성하였습니다.] [남은 조건은 업보 청산 (1 / 2)입니다.]아르렌의 기사단장 찰리.
그가 영겁의 시간을 거슬러 비로소 진정한 빛의 기사로 각성한 것이다.
물론 완전한 각성은 아니다.
-거봐요, 단장.
-제가 뭐랬어요. 단장이라면 할 수 있다 했죠?
-저희의 긍지를 잘 이어받아 주셨군요.
-제 몫까지 한 방 먹여 주세요.
최후의 기사의 한계치를 초월한 버프.
그리고 자신을 위해 희생한 수많은 전우와 부하들.
-당신이라면 해낼 거라 믿고 있었어요, 찰리.
-아바! 아바바!
-보여 주게. 자네의…… 그리고 우리의 긍지를!
마지막 순간 손을 잡아 준 에리나와 세리나, 전 주군 아바르까지.
수많은 도움 덕에 잠재력을 한계 너머까지 끌어온 지금만 일시적으로 각성한 것에 불과했다.
[한계를 초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마나회로와 육체가 버티지 못합니다.] [곧 신체에 과부하가 걸립니다.] [과부하에 걸릴 시 리타이어 상태가 되며 회복하기 전까지 모든 능력치가 80% 감소합니다.]‘앞으로 많아 봐야 두 번.’
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하다.
[……네놈 마음대로 될 줄 알았더냐!!]본능적으로 무언가 싸함을 느낀 것일까.
가리온이 다급히 검은 날개를 펼쳐 어둠을 흩뿌렸다.
[흑기사 가리온이 ‘어둠의 권능 – 지독한 밤의 어둠’을 사용합니다.] [동화율이 낮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심연의 장막에 한하여 페널티를 무시하고 발동합니다.] [어둠에 삼켜질 시 모든 감각이 사라지며 스킬을 발휘할 수 없게 됩니다.]어둠의 권능.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흉악한 어둠이 현세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환해졌던 빛이 사그라들며 다시금 어둠이 장막 안을 가득 채웠다.
아르렌 참사가 일어났을 때 보았던 그 악몽의 재림이었다.
본능적으로 움츠러들던 찰리의 손에 따스한 무언가가 얹어진 건 그때였다.
‘……에리나.’
이제는 볼 수 없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딸, 그리고 전 주군이었다.
이 또한 환각일지도 모른다.
하나 더는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눈앞에 저놈을 쓰러트려야 한다는 것. 그렇기에 그전까지 결코 쓰러질 수 없다는 것뿐.
결연해진 눈빛으로 찰리가 고개를 들었다.
-기억하라. 아르렌의 긍지를.
모든 무게를 짊어진 기사가 빛의 검을 높이 든 순간.
——!
마치 밤의 어둠을 밝히며 떠오르는 새벽녘의 햇빛처럼 찬란한 빛이 어둠을 쫓으며 높게 떠올랐고.
-그것이 너의 속죄이니.
서걱-
무언가 잘리는 섬뜩한 소리가 나지막하게 잇따랐다.
* * *
찬란한 빛이 장막을 뒤덮고, 검은 날개가 잘려 나간 순간.
“미친!”
“와 씨, 대박!!”
“미쳤다, 미쳤다고.”
“외쳐!! 갓 찰리!!”
“아, 저러니까 나를 그렇게 깠지. 넌 깔 만했다!”
유저들의 환호성이 도시를 뒤덮었다.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었다.
그만큼 찰리가 보여 준 위용은 아름답고 찬란했으며 눈부셨다.
어둠을 밝히는 여명의 빛.
그 이름처럼 정말로 놈을 처단하고 승전보를 울릴 것만 같았다.
털썩-
“……아.”
딱 검은 날개를 잘라 냈을 때까지만.
첫 끗발이 개끗발이라던가.
호기롭게 두 번의 유효타를 먹이며 치명상을 입혔던 기세는 어디 가고, 찰리는 그 뒤로 제대로 된 공격을 성사하지 못했다.
크아아아아아-!!!
위험을 느낀 가리온이 마용종의 힘을 보다 크게 끌어온 탓이었다.
여명의 빛?
심연…… 그중에서도 어둠의 마용종의 전용 하드 카운터라고 봐도 될 정도로 위험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저 빛에 베였을 때의 경우.
[한계를 돌파하여 신체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습니다.] [상태 이상 ‘둔화’ 상태에 걸립니다.] [포효에 노출되어 모든 능력치가 20% 감소합니다.] [포효에 노출되어 모든 속도가 20% 감소합니다.]가뜩이나 두 번이나 여명의 빛을 구사한 탓에 과부하가 오고 있는 상황에서 디버프까지 걸린 찰리의 공격을 쉽게 맞아 줄 리 만무.
반면 진지해진 가리온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매섭고 날카로웠다.
물론 그럼에도 어둠의 권능을 부수는 여명의 빛은 존재만으로도 위협적이었지만…….
털썩.
장기전으로 치닫자, 결국 무릎을 꿇은 건 찰리였다.
[마나회로와 육체가 더는 버티지 못합니다.] [과부하에 걸립니다.] [리타이어 상태에 빠지며 일시적으로 모든 능력치가 80% 감소합니다.]마지막 일격을 가하지 못하고, 끝내 과부하를 버티지 못한 몸이 먼저 무너진 것이다.
[흑기사 가리온의 생명력이 30% 이하입니다.]반면 가리온의 생명력은 아직도 30%가 남은 상황.
사실상 찰리의 패배였다.
하지만 무릎 꿇은 찰리의 앞에 선 가리온은 심히 못마땅한 눈치였다.
‘……얕았다.’
처음 보았던 그 빛이 아니었다.
육체에 한계가 온 찰리의 여명의 빛은 점점 옅어졌고, 그마저도 최후의 일격을 위해 아껴야 했다.
만약 놈의 검이 완성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어쩌면 놈이야말로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기사였을지도 모른다.
비록 본체의 힘을 반도 쓰지 못하는 지금이기에 느낀 감정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겨우 인간 따위에게 이런 기분을 느낄 줄이야. 그 집념만큼은 칭찬하도록 하마.]하나 단지 그뿐이다.
스으-
목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감각에 찰리가 조용히 시선을 내렸다.
가리온이 겨눈 검이 보였다.
이대로 긋기만 하면 모든 게 끝나리라.
“안 돼!”
“이렇게 끝난다고?”
“씨X, 누가 좀 막아 봐!”
“누가 입장 중일 땐 파티원밖에 입장 못 하는데 어떡하라고!”
“아오, 그럼 이렇게 끝나라고?”
유저들의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가리온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할 말만을 이어 갈 뿐이었다.
[어쩌면 유일했을지 모를 기회였건만, 결국 닿지 못했구나.]-…….
[네놈은 이번에도 지키지 못한 것이다.]제국의 미래도.
곧 제물이 될 불쌍한 1황자도.
무고한 시민들도.
결국 소중한 사람들을 모두 떠나보내는 것이 너의 운명이다.
놈은 그리 말하고 있었다.
화아아악-!
[흐흐…… 흐흐흐…….]검은 날개를 펼치며 기운을 끌어 올린 놈이 소름 끼치는 기괴한 웃음을 토해 냈다.
마지막은 늘 그랬듯 어둠으로 삼킬 심산이었다.
[네놈의 발악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던 것이…….]“지X하고 자빠졌네.”
[……?]그렇게 어둠을 펼쳐 찰리를 옥죄던 찰나.
불쑥 끼어든 낮게 가라앉은 남성의 목소리에 가리온이 멈칫했다.
“어?”
“미친…… 진짜야?”
“세상에.”
장막 밖의 소란이 멎더니, 곧 경악에 가까운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쩌적-
[……뭐?]무언가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진다 싶더니, 가리온이 펼친 어둠에 금이 그어진 것이다.
한 줄기 금이었던 그것은 거미줄처럼 퍼지더니, 끝내 유리 조각처럼 어둠을 산산조각 내었다.
[이게 또 무슨 일이란 말이냐!]기괴한 목소리가 버럭 소리치자, 가리온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그 뒤를 이었다.
[……검술?]보고도 믿기지 않지만, 저건 분명 검술이었다.
난생처음 보는 검술에 멍해진 사이, 모두의 위로 한 줄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심연의 장막에 누군가 입장합니다.]산산조각 난 장막 위로 누군가 들어오고 있었다.
번개에 그을린 듯 검은 도복.
그 주변으로 넘실거리는 짙은 어둠.
비수가 그려진 검은 가면 사이로 비친 눈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의미가 없기는. 이렇게 시간을 잘 벌어 줬는데.”
-……주군!
찰리의 외침에 화답하듯 남자, 도현이 어깨에 툭 손을 얹었다.
“잘 버텼다, 찰리. 이제 나한테 맡겨라.”
그 말을 끝으로, 숨죽이고 있던 유저들이 참았던 만큼 거센 환호를 내질렀다.
“와아아아아아!!”
“카이저다!!!”
“어? 근데 카이저 뭔가 좀 달라진 거 같은데?”
“몰라, 씨X!!! 우와아아아! 살았다!!”
카이저, 그가 비로소 등장한 순간이었다.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으로.
오